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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2

       

        

        

        

        

        

        

        

        

        

        

       “…으음. 이걸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면…아, 됐다. 처음 보는 총이라서 조금 당황했는데, 내부 구조는 확실히 거기서 거기긴 하네요. 그렇게 안 어렵다, 히히.”

        

       “…오호라.”

        

       “가르쳐준 지 고작해야 5분밖에 안 지났는데 바로바로 능숙해지다니, 마음이 다 편안해지는군요. 훈련소에서 총이라는 개념만 며칠씩 가르쳤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한데….”

        

       “그 뿐이겠냐? 내 동기 중에는 교관이 안 보는 사이에 약실에 손가락 넣고 장난치다 검지 부러진 병신도 있었어. 지금 생각하니 정신 나갈 것 같네, 진짜.”

        

       “어….”

        

        

        

        …그, 그. 사실 한국군 훈련소에서도 그런 애들 많거든요.

        

        당장 나도 옛날 신교대에서 총 멍청하게 다루다 총구에 흙 들어가서 얼차려 받던 동기를 옆에서 구경하던 적도 있었다. 훌륭한 반면교사였단 말이지.

        

        게다가 이제 와서 미군을 비하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5%의 천재들이 95%의 바보천치들을 이끌고, 그 95% 중 많은 이들이 입대하는 미군에서 총 가지고 바보짓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지 적진 않겠지.

        

        물론 반대로, 입대하기 전부터 총기를 다루는 게 매우 능숙한 사람들도 한무더기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애초에 여긴 총기 합법 국가잖아.

        

        

        아무튼, 로렌티나 씨와 올리비아 씨는 나를 보고는 아주 흡족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유야 간단했다. 이번에 새로이 지급…지급이라고 하긴 뭐하고, 오늘 실사격을 하기 위해 잠시 받게 된 XM7이라는 총기의 분해조립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저 분들이 내게 아직 아무런 것도 안 가르쳐줬음에도 불구하고 총기의 분해와 조립을 아무 문제없이 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한데…뭐어, 사실 상당히 간단한 일이었단 말이지.

        

        막 탄창이 뒤에 달린 무기라든가…그걸 뭐라고 하더라. 불펍식 무기였나.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얼추 비슷한 구조면 내부나 그런 것들은 다 거기서 거기지.

        

        그런 점이 이 분들의 흥미를 끈 것 같긴 한데.

        

        

        물론 그 정도까지가 내 한계였다.

        

        미국에는 한국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오만가지 총기 액세서리들이 있었고, 이 두 분은 모르는 게 1도 없다는 듯 끝도 없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오텍의 홀로그래픽 사이트. 검증되었고, 무난하지요. 한참 전에 신뢰성 문제로 위약금을 문 적도 있긴 하지만…여전히 성능은 훌륭한 물건이에요.”

        

       “슈어파이어 M600B 스카웃라이트? 이 시점에선 거의 골동품인데. 쓴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난 카빈 라이플 – 단축형 소총 – 은 잘 안 쓰니, CQB에 쓰는 액세서리 소개는 네가 전담해줄래?”

        

       “하긴, PJ들이 투입되는 장소는 어지간하면 개활지니까요. 대도시에 투입되는 일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에요.”

        

        

        

        그냥 수직손잡이니 뭐니 하는 그런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물건들도 다 여러 이름이 있었구나 싶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총에 다는 액세서리는 정말 끝도 없었다. 총 위에 다는 조준기부터 배럴 위에 다는 레이저니 손전등이니 총구 부착물이니…방아쇠에 총 손잡이에 개머리판에 탄창까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교환 가능한 총기의 모든 부품들을 싸그리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 건 내 오산이었다.

        

        나는 그냥 총알은 적당히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같은 구경의 총알조차도 정말 오만가지 공장에서 만들고, 저급 총알과 고급 총알도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경기용 총과 군용 총, 그리고 경기용 탄과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난한 군용 탄이 나누어져있단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요컨대 뭐라고 해야 하나, 그걸. 매치그레이드 탄환이라나 뭐라나.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왜 이런 현대적인 전장에서 다들 삐까번쩍하게 생긴 총들을 안 쓰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무튼, 막내는 그런 자잘한 건 신경쓸 필요 없어. 일단 총기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사격은 가능할 때 자주자주 해줘야 해. 소음과 반동, 화약 냄새에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 오늘의 목표야.”

        

       “탄환은 무난한 물건이고…마침 오늘 제한구역 내에 새로이 지어진 사격장도 와보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죠. 삽탄부터 시작합시다.”

        

       “에, 네에.”

        

        

        

        짤깍짤깍.

        

        지난 번 브루클린에서 군인 분들에게 가져다준 .277 퓨리 탄환. 그것의 정체는 나의 검지손가락보다는 조금 더 큰 크기의 탄환이었다.

        

        탄통을 열고, 사람의 손가락만한 탄환을 여러 개 꺼낸 뒤 탄창에 하나씩 밀어넣는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이상하리만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단지 총알 냄새는 좀 그랬다.

        

        총을 다루는 기초적인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고, 안전수칙 역시도 아주 잘 기억했다. 사실 기억을 못할 수가 없기는 했다. 교관이든 하사님이든 어지간하면 한 명씩 붙어서 허튼 짓 못하게 감시할 정도였으니.

        

        사격 전에 조정간을 안전으로 두기.

        

        사격 전 방아쇠울에 손가락 넣지 않기.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사람을 겨누지 말기. 

        

        대충 그 정도만 알아도 90% 가량의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

        

        

        일단 첫 번째 사격은 영점 사격. 어떻게 하는지는 대강 알고 있었다. 엎드려서 특정 거리에 있는 표적지에 뿅뿅 쏜 다음, 탄착군을 보고 나서 영점을 조절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단지 문제는 내가 오만가지 도트사이트의 영점 조절 방법을 잘 모른다는 점이었지만, 뭐어. 이 분들이 도와주시겠지. 나중엔 내가 전부 다 배우고 기억해서 혼자 해결해야겠지만….

        

        아무튼, 조금 놀란 점이 있다면-

        

        

        

       “…근데, 총이 원래 이렇게 가벼운 건가요?”

        

       “각종 부착물이랑 완전히 꽉 찬 탄창까지 장전된 물건이기도 하니 대략 5kg 정도 되겠지만…몸이 이렇게 된 시점에서 무게라는 건 그닥 의미가 없어졌지. 반동도 거의 없어졌을 걸.”

        

       “그…런가요?”

        

       “영점조절 전에 연발로 한 번 쏴보는 것도 재밌겠죠. 한 번 해보시길.”

        

        

        

        …그. 괜찮으려나?

        

        그래도 저쪽에서 허가했으니 구태여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수룩한 몸놀림으로 조정간을 오토로 바꿔버렸다.

        

        과거 군대에 있었을 땐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연발 사격. 이런 곳에서 해도 괜찮을까 싶었으나, 이미 나는 목표를 조준하고 홀로그래픽 사이트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넣은 순간, 갑자기 눈 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이카루스 기어였다.

        

        

        

       -[현 시간부로 사격보조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해당 메시지는 초기 적용 시 단 한 번만 나타납니다.]

        

       -[총구의 궤적과 예상 착탄지점을 표기합니다.]

        

       -[기어 착용자의 청력 손상 방지를 위해 자체적인 소음 차단 기능 및 인컴 증폭 기능을 작동합니다.]

        

       -[호흡 조절 어시스트를 시작합니다. 심장 박동수 및 호흡법 최적화 시작…관련 데이터를 신체에 직접 인스톨합니다. 더 많은 정보 및 이론은 추후 별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말대로.

        

        갑자기 주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완전히 작아졌고, 나는 손가락에 조심스럽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 몸이 얼마나 치트키인지를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투두두두두두두!

        

        

        

        십수 발의 총알이 일절의 반동 없이 날아간다.

        

        200kg에 달하는 신체는 반동을 모조리 받아내다 못해 안정적으로 흡수해버리고, 인간을 진즉 뛰어넘은 압도적인 전완근 힘은 화약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수직반동 정도는 가볍게 잡아내린다.

        

        첫 번째 격발에 조금 미약하게 들려올라가는 총구.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마치 레이저가 나가는 것마냥 탄착군이 조밀하게 새겨진다. 이걸 약간의 수평 반동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그 사실에 놀란 나머지 40발짜리 확장 탄창이 통째로 비워질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고, 총구가 더 이상 총탄을 그만 뱉어내고 매캐한 화약 연기만을 뿜어낼 즈음까지 그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총기를 내리고 힐끔 고개를 돌려 두 명을 바라보았다.

        

        두 분이 큭큭대며 웃고 있는 걸 보기까지 2초 전이었다.

        

        

        

       “그럼 그렇지. 나도 저랬어.”

        

       “이론적으로는 반동과 소음, 탄환 휴대 문제만 없으면 구경이 클수록 좋긴 하지만…막상 다시 느끼니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만 할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치자고. 앞으로 가르칠 맛이 나겠어.”

        

        

        

        …뭔가 음험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리 생각하며 장전손잡이를 몇 번 당겨 철컥철컥. 약실 안에 탄환이 한 발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분이 계신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만족했다는 표정을 한 두 분이 박수까지 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역시, 너는 오퍼레이터가 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야.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전부 갖춰져있으니, 앞으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머잖아 현장에서 무난히 활동할 수 있겠지.”

        

       “…에, 그 정도까지는.”

        

       “이글 팀 친구들이 방금 그 말 들었으면 배아파 죽으려고 했을 걸.”

        

        

        

        그…그런가?

        

        아무튼 너무 겸손해도 재수가 없다고들 하니까, 구태여 계속 난색을 표하기보단 그냥 입을 꾹 닫고 가만히 있는 게 그나마 훨씬 더 낫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이후 있을 영점사격을 기다렸-지만, 두 분은 내 사격을 보고는 무언가 더 시킬 만한 것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가 불안감에 떨고 있었을까,

        

        

        

       “사격 후엔 막내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한 번 확인해보는 건 어떨지?”

        

       “그거 좋네. 완전군장 차고 센트럴 파크 달리기부터 시작해볼까?”

        

       “…그, 저. 그건 뭔가 큰 잘못을 했을 때 받는 벌 아닌가요…?”

        

       “이런 괜찮은 몸으로 오퍼레이터를 안 하고 있는 게 벌이란다.”

        

        

        

        몇 번째 지구인지 모를 곳의 포항 해병대나 할 법한 말을 하면 어떡해!

        

        하지만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센트럴 파크를 한 바퀴 돌면 거의 10km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30분 전이었다.

        

        그리고-

        

        

        

        

        

        

        

        

        

        

       “…유진?”

        

       “파쿼슨 대위님!?”

        

        

        

        그리고 완전군장으로 센트럴 파크를 달리는 사이, 나는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별 일이 없었다는 것은 실로 안도할 만한 일이었다.

        

        

        

        

        

        

        

        

        

        

        

        

        

        

        

        

        

        

        

        

        

       “반갑습니다. 뉴욕 주방위군 소속, 제104헌병대대 산하 제107헌병중대의 중대장인 에드워드 파쿼슨입니다. 계급은 대위고요. 유엔 본부 탈환의 주역을 만나게 되니 영광이군요.”

        

       “브루클린의 영웅이로군요. 우리 귀여운 뱀 꼬맹이가 많이 신세를 졌다고 들었습니다. 로렌티나라고 불러주시길.”

        

       “올리비아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더군요.”

        

       “헌병중대의 명예 막내 덕분이지요, 하하. 이 친구가 없었다면 센트럴 파크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훌륭한 아이죠. 역경에 강한 친구 아니겠습니까.”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걸까.

        

        갑작스럽게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이렇게 보다시피…파쿼슨 대위님과 두 변이자 분이 느닷없이 첫 만남을 가지게 되버렸기 때문이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변이자들과 대위님이 만난 곳은 알파급 변이자 전용 숙소도 아니고, 출입제한구역도 아닌 센트럴 파크의 한 커피숍이었으니. 어떻게 이런 게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다시피. 이 분들 사이에 끼어버린 나는 눈치를 살살 볼 뿐이었다. 지금부터는 사실 조금…어른의 대화니까. 나 같은 응애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겠어요.

        

        

        물론 그리 쉽지는 않았다.

        

       

        

       “센트럴 파크에서 전 부대에 배포한 긴급공문 내용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의 직책이 짐작가지 않는 건 아니니…잘 가르쳐줄 거라 믿습니다.”

        

       “물론이지요. 이 귀여운 아이를 어딘가에서 객사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부대의 엄마가 잘 가르쳐줄 거거든요.”

        

       “…엄마? 엄마가 어디 있는데?”

        

       “너요.”

        

       “도대체 갑자기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 망할 놈아!?”

        

        

        

        …그, 그건 좀. 엄마가 짝수가 되면 안 돼.

        

        하지만 그래도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근래 가장 많이 챙겨준 분이 올리비아 씨니까. 약간 사심이 섞여있는 것 같긴 한데, 뭐어. 내가 그걸 부담스럽게 여겼으면 안 하셨겠지.

        

        분위기가 다른 의미로 싸해졌다. 올리비아 씨는 씩씩대고, 로렌티나 씨는 누가 봐도 연습한 듯한 고풍스러운 웃음을 터뜨렸으며, 파쿼슨 대위님은 눈동자만을 살살 굴리며 이게 뭔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여기서 올리비아 씨를 껴안고 엄마라고 말하면 그것만큼 난장판이 없겠지만, 후환이 두려웠기에 나 역시도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눈치만을 살살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어느 정도 농담이 끝난 후엔 본업 아닌 본업도 이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센트럴 파크 인근 순찰이 잘 이뤄지고 있다 싶더니, 헌병중대 분들 덕분이로군요. 경계작전 간 문제는 없습니까?”

        

       “항상 같은 상황이지요. 원활한 경계를 위해 필요한 인력의 수가 부족하지만, 무턱대고 숫자를 늘렸다간 어그러지는 게 한두 개가 아니라서 말이지요. 원격 터렛 같은 게 있다면 훨씬 편할 텐데 말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겠죠. 충분한 전력과 탄약, 해킹 대책이 있다면 말이지만….”

        

       “뭐어, 그건 나중에 상부에 힘껏 졸라봐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시길. 오퍼레이터 분들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워낙 곤란한 상황이니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제는 이런 복잡한 내용들까지 얼추 알아듣는 내가 밉다, 증말.

        

        아무튼 올리비아 씨는 몇 분 전 엄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쒸익쒸익댔던 것과는 달리 어느샌가 내 옆에 앉아 나를 품에 안고 쓰담쓰담하고 있었다. 마음이 안정되고 있어….

        

        그러는 사이 어느 정도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이 분들은 개개인에게 부여된 여러가지 별도의 일 말고도 나를 가르치는 것을 상부가 공식적으로 허가 및 종용했기에 이 또한 일이지만…대위님은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니까.

        

        그는 나를 한 번 훑어보더니, 이내 덧붙였다.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유진. 내가 마지막에 내린 명령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만 할지…내심 이렇게 되지 않길 바랐다만,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어.”

        

       “…힘든 길이지만, 군인 분들 덕분에 센트럴 파크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보답할 차례죠, 이젠.”

        

       “그 마음이 꺾이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모든 역사에는 피가 흘렀지. 중요한 건 남의 피로 사들인 시간과 반석을 낭비하지 않는 거다. 너라면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겠지.”

        

        

        

        나는 입술을 다물었고, 그가 말했다.

        

        

        

       “해줄 말은 많지만, 네가 브루클린을 떠나기 전 말했듯…시간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비싼 재화지.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제107헌병중대가 네 목숨을 구했듯 너도 그럴 수 있을 거야.”

        

       “…네.”

        

       “나중에 보자.”

        

        

        

        그 말과 함께 그는 일어났다.

        

        이리 말하긴 뭐했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에 짙게 배어있는 피로를 언뜻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사라졌을 즈음, 로렌티나 씨는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보며 덧붙였다.

        

        

        

       “좋은 사람이로군요. 책임감은 이런 혼란한 시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덕목이죠. 막내는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맞아요. 무척 좋은 분이세요.”

        

       “미국에선 죽은 사람을 위로할 때 ‘하느님이 그를 곁에 두고 싶어하셨기에 일찍 호명했다’고 말하곤 하지만…적어도 지금은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군요.”

        

       “….”

        

       “경험담이랍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데려간 동료들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로렌티나 씨의 말 깊숙한 곳에는 무거운 슬픔이 묻어있었다.

        

        과연 이 분들은 어떤 일을 겪고 이곳까지 온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는 각자의 스토리가 있었다. 그런 누군가의 스토리에 방점을 찍지 못하게 막는 것이 미래의 내가 할 일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미래의 내가 아니라 근시일 안의 내가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일지도.

        

        부디 그때의 내가 잘 준비되어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우려했던 일은 생각보다도 빠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점차 따가워지고, 내가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민감한 사항들을 알게 될 무렵…그러니까 대략 한 달 가량이 지났을 때. 우리는 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 중이던 제107헌병중대 일부가 교전에 휘말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긴급타격팀에 편성되었을 즈음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해준 목숨을 구해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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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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