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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3

       

        

        

        

        

        

        

        

        

        

        

        

        

        

       “점점 골치아픈 일들이 늘어나고 있어. 분명 얼마 전까지도 없었던 급조 바리케이드 등이 길을 막는 건 예사에,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호송대 루트를 메모하는 수상한 민간인들이 나타나는 중이야. 곤란한데….”

        

       “막힌 구역이 어딘가요?”

        

       “미드타운 전체에서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어. 다행히도 링컨 스퀘어 – 센트럴 파크 좌측 – 부분은 큰 문제 없어. 99번 부두를 통한 물자 운송은 아직까진 큰 문제 없겠지…아직까지는.”

        

        

        

        철컥.

        

        서서히 여름으로 향해가고 있는 센트럴 파크의 어느 날, 오후 10시.

        

        어느덧 본격적으로 생활관이 되어가고 있는 알파급 변이자의 숙소에서, 나는 넓은 침상 바닥 위에 총을 내려놓고는 분해한 뒤 열심히 부품들을 닦고 있었다. 요컨대 군대에서 뺀질나게 하는 그거 말이다.

        

        아쉽다면 아쉽게도 여기서 하는 거라고 더 편하지는 않았다. 그냥…똑같았다. 화기정비도구랑 그 이상한 종이인지 천인지 비스무리하게 생긴 거 가지고 총열 열심히 닦아내는 그 짓거리 말이다.

        

        듣자 하니, 티어 1급 특수부대에는 기본적으로 일종의…초음파 세척기 비스무리한 게 보급되어있기도 하고, 건스미스가 정비를 해준다고는 하는데. 그런 거 어디 없으려나.

        

        

        

       ‘…물론 들어와도 내가 쓸 날은 조금 요원하긴 한데.’

        

        

        

        기본적으로 그 세척기인지 뭔지가 완벽히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나는 현재 미국이 사용하는 수많은 종류의 총기들의 작동 구조 및 청소법을 잘 알아야만 했다.

        

        그래야 나중에 뭘 쓰든 간에 현장에서도 무난하게 응급조치 등이 가능하다나 뭐라나. 솔직히 말하자면 맞는 말이었다. 총이란 게 언제 기능고장이 나거나 할지 모르는 거니까.

        

        당장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총기 사격 훈련을 시작했기에, 나는 총이 얼마나 뜬금없이 잔고장이 자주 나는지를 온 몸으로 절절히 체감했다.

        

        물론 이 두 분이 의도적으로 사격용 탄약에 불량탄을 섞는 경우도 많았다.  그 또한 일종의 훈련이었다. 그래야지 현장에서 뭔 일이 일어나든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러면 근시일 안에 우리가 가야겠네요?”

        

       “그럴 수밖에 없지. 참 여러모로 곤란한 일이야….”

        

        

        

        그 말대로.

        

        고작 세 명밖에 안 되는 변이자들을 벌써부터 얼마나 굴려먹으려고 그러는 건가 싶긴 했지만, 적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곳에 우리가 가야만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일단 첫 번째로, 전투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나중에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모집이 빨라진다. 전투 와중 변동하는 에너지량이 신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 조정해야만 일반인 오퍼레이터 모집이 가능해진다나.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가 아니라 일반 전투병력을 보내게 되면 시가전 특성 상 매 전투마다 엄청난 사상자가 나올 터였다. 1차투입요원 분들을 보내더라도 상황은 엇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을 것이었다.

        

        우리도 이제서야 그나마 조금씩 이카루스 스킬에 익숙해지고 있었긴 한데…그래도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고, 그것을 원활하게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하지만.

        

        

        

       “…이제서야 저희가 나설 차례라니. 요즘 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불안불안한 거 알아요?”

        

       “그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 다들 준비하고 있는 거죠. 사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라는 거, 알고 있죠? 어쩌면 일주일 전에 출동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이번엔…저도 같이 가겠네요.”

        

       “적어도 우리는 길 가다가 갑자기 급조폭발물에 휘말려 폭사할 확률은 적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아, 맞다. 급조폭발물 감지 기능도 있댔지.

        

        로렌티나 씨는 내가 영어를 곧잘 하게 된 시점부터 자신이 어디에 파병을 갔었는지를 하나둘씩 썰의 느낌으로 풀어주었고, 거기서 가장 많이 나왔던 내용은 IED가 얼마나 골치아픈지에 대해서였다.

        

        실로 섬뜩한 이야기가 참 많았다. 도로에 매설되어있다가 터져 장갑차를 뒤집어버린 걸 눈으로 본 적도 여러 번이라더라. 그나마 다행 아닌 다행스러운 점은 로렌티나 씨는 그런 광경과는 조금 동떨어진 곳에 투입된 적이 많았다고 한다.

        

        하기야 그럴 것 같긴 했다. DEVGRU 소속이라고 하셨으니까, 일반 병사들처럼 순찰 임무 하는 역할은 아닐 테고.

        

        

        

       ‘…그것보다, 부드러운 허벅지 감각이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고 하면 뭐라고 하시겠지…?’

        

        

        

        …그. 무릎베개는 진짜로 기분 좋았다. 푹신하고, 말랑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물론 여기까지 말하는 순간 최소 일주일 가량은 무릎베개가 없을 테니까, 나는 얌전히 입을 닫고 총기를 다시 조립했다.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내 첫 번째 총은 지난 번에 쏜 XM7이었다.

        

        부품을 차례로 끼워넣고 다시금 조립을 마친 다음 얌전히 내 개인 캐비닛에 넣어놓는다. 나 역시도 이제는 반쪽짜리 전투인력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에는 수많은 방탄판과 내게 적합한 형태로 조정된 전투조끼, 그리고 방탄조끼와 여러 탄통, 이카루스 기어와 연동된 장비들 – 드론이나 추적 도약 지뢰 – 같은 게 꽉꽉 차있었다.

        

        

        아무튼, 그런 사이에도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콘보이(호송대)들의 수송 시간을 변동시키는 건 그닥 의미가 없겠지. 맨해튼 도로에 꽉꽉 들어찬 자동차들을 안 치우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단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고.”

        

       “그 때문에 클리너 친구들이 가진 웨지 트럭 비슷한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리 봐도 그리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에요. 일단 호송대에 오버워치 – 감시 인력 – 를 별도로 배정해 드론으로 주변 적 분포도를 확인하고 있어요.”

        

       “호송대가 자주 오가는 곳이 미드타운이니까…환장하겠네. 수십 층 넘는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서 드론 하나 가지고 적 분포도 확인하려면 끔찍할 것 같은데. UAV라도 돌려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별 수 있나요. 이런 엿같은 동네에서 일이 그나마 좀 더 잘 돌아가려면 이카루스 기어 찬 놈들이 3명이 아니라 30명은 있어야할 거예요.”

        

        

        

        …이제 거의 세 달 가량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고, 센트럴 파크로 온 지도 최소 두 달이 넘은 시점.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무난하게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리스닝도 무난한 시점. 거기다 이 두 분이 준 여러가지 군사용어집 덕분에 이리저리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도 많았다.

        

        이 분들이 말하길 평소에는 영어 못 하는 척을 해야 나중에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아무튼 그건 나중에. 총기도 다시 넣어놓았기에 지금은 다시 군용 약어 숙달에 돌입한다.

        

        

        밤은 실로 어두웠으나,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현 시점에서 센트럴 파크는 조금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등화관제 때문에 불을 마음껏 켜기는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이곳에서 가장 호화롭다 할 수 있는 변이자 숙소는 LED등이 들어왔고, 현대문물의 정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냉장고도 한 대 설치되었다. 그리 큰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당연히 빛이 새나갈 수 없도록 두꺼운 천 등을 창문에 둘러놓았기에 빛 걱정도 없음.

        

        그리하여 이렇게 캄캄한 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방 안에서 여유롭게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 분들은 맨해튼 지도를 보며 열심히 이런저런 것들을 표시하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이었다. 사실상 내가 말을 섞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배울 점을 찾기 위해 어떻게든 대화를 머릿속에 욱여넣는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나는 이윽고 그 생각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고쳤다 – 오늘 일이 터지면 내가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이카루스 오퍼레이터가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떼었기도 하고, 이곳에 떨어진 당일날 벌어진 일 때문에 아무 일 없이 한국으로 무사히 귀환하자는 생각은 박살나버린 지 오래.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버둥을 치자.

        

        

        하지만, 내가 문득 그렇게 생각했을 즈음-

        

        

        

       ───즈즈즈즉!

        

        

        

       “무슨….”

        

       “꾸물대지 마라, 유진! 장구류 챙겨입어! 긴급지원호출이다!”

        

       “이카루스 팀을 정확히 지목했어요. 차량 요청하지요. 호출한 아군 부대랑 통신 연결 및 페어링 시작할테니 볼륨 알아서 줄이시길.”

        

        

        

        긴급호출이 울렸다.

        

        천장에 달려있는 LED 등이 순간 적색으로 깜빡거리고, 그 순간 온 몸의 솜털이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게 아니라 진짜로 솜털이 솟다 못해 거꾸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치솟는 심장박동 소리와 거칠어지는 호흡. 하지만 배운 대로, 나는 건캐비닛 내에 들어있는 모든 장구류를 착용하고 버클을 결합한 뒤 흔들리지 않도록 힘껏 조인다.

        

        하지만 두 분이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훨씬 빨랐다. 이 분들은 어느샌가 총까지 든 채로 상황 파악에 유념이 없었고, 나는 드론과 추적 지뢰가 가득히 들어있는 가방을 둘러맨 뒤 준비가 다 됐음을 알리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 순간 통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원 요청자는-

        

        

        

       “…지원 요청 수신, 제107헌병중대. 위치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현 지점에서 2km 떨어져있군요. 때마침 차량 대신 헬리콥터 한 대가 배치되었으니, 일단 타기만 하면 최소 30초 안에 도착할 수 있겠죠.”

        

       “추, 출발, 출발하죠, 후우….”

        

       “쫄지 마요, 막내. 오늘은 아무도 안 죽을 거예요.”

        

        

        

        하필이면 제107헌병중대 분들이라니.

        

        손이 덜덜덜 떨린다. 내 몸이 이렇게나 내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신체와 결합하다시피 한 이카루스 기어가 강제로 각종 호르몬 분비를 유발하고, 혈류량을 제어하여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나는 그 즈음에서 힘겹게 모든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

        

        이제는 갈 시간이었다.

        

        숙소의 문이 열리고, 뉴욕 센트럴 파크의 적막을 우렁차게 찢어내는 사일런트 호크 한 대가 있는 헬리포트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렸다. 어찌나 속도가 빨랐는지 조종사가 이제서야 계기판을 체크하던 와중 내부에 올라탈 정도였다.

        

        

        

       “워허우, 이런 망할. 엄청나게 빠르군요! 연료계통 정상, 동력계통 정상, 10초 안에 출발하겠습니다!”

        

       “미니건은…이런. 탄환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오늘만 해도 10소티 넘게 돌아다녔습니다! 아직 메인테넌스도 완전하게 안 되어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릅니다!”

        

       “젠장, 저쪽에 있는 헌병중대 친구들은 어린애들이 가지고 노는 풍선만이라도 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거라고. 지금 안 가면 큰일나!”

        

        

        

        찰칵!

        

        급격한 기동에 헬기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클립으로 몸을 고정함과 동시에, 프로펠러 소음이 한층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피로에 찌들었지만 결코 전의를 잃지 않은 목소리로, 조종사 분이 덧붙였다.

        

        

        

       “이륙합니다! 꽉 잡으십쇼!”

        

        

        

        콰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검은 헬기 한 대가 뉴욕의 어둠을 찢으며 날아올랐다.

        

        내 첫 번째 교전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ADS 없었으면 진즉 스틱스 강 건너고 있었겠구만…저 망할 새끼들은 도대체 어떻게 로켓포를 들고 있는 거야!

        

       -당소 가디언 액츄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의 옥상에 적들이 가득하다! 아군은 현재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에서부터 남쪽으로 150마이크 – 미터 – 떨어진 파크 가 우회로에서 응전 중이다!

        

       -당소 워해머, 상황 입감하였음. 신속대응팀이 출동했다. 30초 이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30초!? 젠장, 지원 요청한 지 고작해야 1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끝내주는군! 망할 옥상에 아무거나 좀 퍼부어주길 바람!

        

        

        

       “미니건 탄환 잔량 680발이라. 어떻게든 체면치레는 할 수 있겠어…어디 내리게 될지는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겠는데.”

        

       “당소 비스트 1, 워해머에게 알림. 육안으로 교전 장소를 식별하였다. 15초 이내에 교전 장소에 도착 예정. 적이 보유한 화기 중 비유도 로켓이 있단 것이 사실인지.”

        

       “막내, 미니건 잡아! 옥상에 있는 모든 친구들에게 불벼락 퍼부어!”

        

       “이, 이거, 어떻게 발사하는 거예요…!”

        

       “엄지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는 버튼 있을 거야!”

        

        

        

        투투투투투!

        

        어둠만이 짙게 내린 맨해튼 위, 한 대의 사일런트 호크가 공기를 찢어내며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로지른다. 스텔스인지 뭔지 그런 게 있다고 했기에 프로펠러 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았다.

        

        저 멀리 빌딩들의 숲 사이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빛들. 흡사 맨해튼에 피어오른 촛불 같기도 했으나, 야간투시경이 없는 폭도들이 적 식별을 위해 화염병을 던진 것임을 알고는 참 기분이 묘했다.

        

        아무튼 다행인 점이 있다면, 미니건을 잡자마자 증강현실이 내 눈 앞에 미니건 탄환의 예상 궤적이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투두두두두!

        

        

        

        저 멀리서 프로펠러 소음으로도 가릴 수 없는 사격음이 들린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총소리. 그게 그 어디도 아닌 이곳에서 들려온다는 것은 현실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실제로 사람이 같은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고 발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섭다. 고작해야 두 달 가량밖에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나도 무섭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적어도 나를 도와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사람 중 누굴 죽여야만 하는지를 묻는다면…나는 망설임은 있을지언정 후자를 잘라낼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적을 잘라낼 때가 왔다.

        

        

        사일런트 호크가 그야말로 예술적이라고밖엔 할 수 없는 유려한 기동을 펼치며 기체의 우측에 달린 미니건의 사격각 안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의 옥상을 놓았다.

        

        적외선 유탄이 뿜어내는 녹색의 빛. 그리고 그 근처에서 헬리콥터를 보고는 우왕좌왕하는 적들까지. 다들 어디서 챙겼는지 모를 총기 한 자루씩은 들고 있었다.

        

        한순간이나마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길래 이러는 건지 궁금해졌지만…아쉽게도, 오늘은 이 사람들을 세상에서 치워버려야만 할 때였다.

        

        

        버튼을 누르고.

        

        사람의 윤곽선을 조준한 후.

        

        아주 잠시 동안 미니건이 회전하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부아아아악!

        

        

        

        끔찍한 소리와 함께, 하늘 위를 한 줄기 빛이-혹은 빛처럼 보이는 무수한 총알의 궤적이 갈랐다.

        

        소음 보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귀를 찢는 듯한 끔찍한 소음, 그리고 미니건 탄환의 궤적이 연약한 사람의 몸뚱아리를 한 번 스쳐지나가는 순간 보이는 스플래터 무비의 한 장면까지.

        

        노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번 스쳐간 것이었다. 그러나 이카루스 기어의 정밀한 조준 보정에 의해 수정된 탄환 궤적이 지나감과 동시에 족히 다섯 발 가량의 탄환이 사람의 몸을 통과한다.

        

        그 결과, 사람이 마치 실 끊긴 인형처럼 픽픽 쓰러진다. 개중에는 머리가 반쯤 날아간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불필요할 정도로 좋은 시력이 그 끔찍한 광경을 눈에 담은 순간 몸이 자동반사적으로 속에 있는 모든 음식물을 게워내려고 했지만, 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그러지도 못했다.

        

        헬기 문고리에 달린 슬링에 총을 거치한 후 옥상 위의 적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는 로렌티나 씨와 올리비아 씨까지 합세하자 옥상 위가 눈에 띄게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와악…!”

        

       “하마터면 비명횡사할 뻔했네! 저 망할 놈들, 도대체 로켓 런처는 어디서 가지고 온 거야!?”

        

       “긁어, 유진! 씨발, 저 새끼 긁으라고! 저 새끼가 헬기 터뜨리면 다 같이 천국에서 만나게 되는 거야!”

        

       “아, 으, 알겠습니다아…!”

        

        

        

        휘이잉!

        

        간담이 서늘해지는 소음과 함께 로켓포가 헬기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순간 두 분의 욕지거리가 터져나온다. 잠자기 전에 화장실도 못 갔는데, 이거, 이거 너무 무서워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힘겹게 참으며 보이는 모든 적들을 싸그리 긁는다. 옥상이 순식간에 케첩 범벅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 즈음 남아있던 700발 가량의 미니건 탄환이 동이 나버렸다.

        

        선회가 끝나고, 언뜻 보기엔 모든 일이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소 가디언이 비스트에게 알린다! 현재 파크 가 우회도로가 장애물에 의해 막힌 상태다! 별도의 통로를 통해 센트럴 파크에 복귀해야 한다!”

        

       “확인. 부상자가 있는가?”

        

       “중상자 둘에 경상자 다섯이 있다!”

        

       “알겠다. 사일런트 호크가 착륙할 지점을 확보하라. 부상자를 태우고 센트럴 파크로 복귀하도록.”

        

       “좋아, 이걸로 한시름 덜겠군…!”

        

        

        

        투투투투투투!

        

        그러나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본래 착륙유도 등은 올리비아 씨의 전문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아까 말했듯 별도의 임무가 있었기에, 우리의 목적지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의 건물 옥상이 될 것이었다.

        

        저 아래에서 제107헌병중대 분들 중 한 명이 위험을 감수하고 신호탄을 터뜨려 착륙지점을 안내하는 사이, 우리는 로프를 내리고 등강기를 줄에 끼웠다.

        

        즈르르륵 소리와 함께 세 명이 차례로 옥상에 내려왔다. 곳곳에는 피웅덩이와 파편화된 시체들이 널려있었다. 아마 이것들은 오래오래 치워지지 않고 있겠지.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냉엄한 목소리로 로렌티나 씨가 덧붙였다.

        

        

        

       “매 훈련 때마다 말한 거지만, 막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후열에만 서시길. 길은 우리가 엽니다.”

        

       “…네!”

        

       “작전 종류는 완전소탕작전. 이제부터 움직이는 건 전부 적으로 간주합니다. 모든 무기의 자유로운 사용을 허가한다(All weapons free).”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뭇가지처럼 가벼웠던 총이 그렇게나 무거울 수 없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작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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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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