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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4

       

        

        

        

        

        

        

        

        

        

        

       -당소 가디언, 우회를 시도하겠다. 고가도로 아래 1층에서부터 다수의 적이 식별되고 있다. 우회로를 찾을 때까지 화력지원을 부탁한다!

        

        

        

       “정리해보죠. 일단 적들의 노림수는…물자 탈취가 메인이겠지요. 군용 트럭에 실린 물자들은 둘째치고, 헌병중대가 착용한 장구류와 화기까지 한 번에 노리려는 속셈일 확률이 그나마 제일 높지 않을지.”

        

       “…일단 그렇긴 하지. 그것 말고는 설명하기 어려워. 호송대에 박격포랑 SMAW 같은 중화기가 없다고 해도, 잘 무장된 수십 명 가량의 사람들을 정면에서 들이받는 짓은 어지간하면 드물 테니까.”

        

       “하지만 그 드문 일이 일어난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 혹은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보아하니 저 아래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놈들이 그 대답이 될 것 같군요.”

        

        

        

        하나, 둘, 셋, 넷, 열, 스물….

        

        저 아래 1층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나온다. 과거 시골에 잠깐 내려갔을 때 말벌집에 비비탄총을 쐈을 때 보았던 광경을 비슷하게 재현한 것 같은 모습이 저 아래에서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과거에는 할아버지 덕분에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화염방사기를 가지고 계셨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도 말벌은 분기탱천해 밖으로 나오자마자 잿더미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과연 아래에서부터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는 이미 이카루스 기어가 가득 든 장비 가방을 열고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타격 드론이 하늘로 부우웅 날아오르는 사이, 메고 왔던 가방의 버튼을 누르자 그것이 통째로 분리되며 두 대의 터렛이 된다. 터렛과 연결된 링크탄은 덤이었다.

        

        

        그 와중 로렌티나 씨는 펄스를 가동했고, 내가 바닥에 내려놓은 터렛 하나를 들고는 옥상 뒤쪽 어딘가에 설치했다.

        

        올리비아 씨의 말이 이어졌다.

        

        

        

       “사격 솜씨 한 번 보자고, 막내. IFF 확인하고, 깜빡거리지 않는 놈들은 싸그리 머리에 구멍 뚫으면 돼. 생각보다 편하지?”

        

       “으, 네, 해볼, 해볼게요…!”

        

       “좋아. 사정 봐줄 거 없어. 전부 으깨버려. 미군을 공격한 놈들이다.”

        

        

        

        언뜻 쾌활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목소리 안에는 분노가 깃들어있었다. 역시 이 분도 미국을 지키는 한 명의 군인이었다.

        

        나도 언젠간 저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으나, 중요하진 않았다. 적어도 저 아래에서 퇴로를 찾고 계신 제107헌병중대 분들을 전부 살려야만 했으니.

        

        그리고 저 개새끼들이 중대원 분들을 부상입혔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분노가 심적 부담과 전투의 끔찍함을 앞선 순간, 내 총 위에 달린 LPVO라는 배율 가변형 스코프에는 머잖아 도로 아래에서 꼼지락거리는 적들이 놓이게 되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투웅!

        

        

        

        한 명이 쓰러진다.

        

        탈옥수를 권총으로 죽였을 때와도 다르다.

        

        미니건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와도 다르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그리고 나의 의사로 행해지는 제대로 된 첫 번째 살인. 

        

        브루클린에서는 충격을 받아 세상을 등질 뻔했으며, 두 번째 살인에서는 당황을 느꼈지만, 세 번째이자 첫 번째 살인은…무서울 정도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다르게 말하자면…다행스럽다고 말해야만 할지도 몰랐다. 한 명을 지워 없앰으로서 다른 누군가가 죽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후, 후우, 하아…!”

        

        

        

        심호흡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 와중에도 이전에 비해 한참이나 좋아진 시야는 황급히 빠져나갈 준비를 하는 제107헌병중대 분들 및 드론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는 정찰대를 눈에 담는다.

        

        차량 뒤에 숨고, 벽과 기둥 뒤에 숨는 적들은 다용도 파우치에 담겨있는 추적 지뢰를 던지면 대개 해결되곤 했다. 즈즈즉 하는 소음과 함께 데굴데굴 굴러간 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비명이 터져나왔다.

        

        세상 모든 것이 느려지는 것만 같았다. 모든 생각이 전부 거세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옆에 계신 두 분은 사격을 진행하고, 인컴에 무어라 계속해서 이리저리 덧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정신을 일깨운 것은 날카로운 터렛 사격음이었다.

        

        

        

       ───드르르르르륵!

        

        

        

       “우와앗…!”

        

       “역시, 올라오는 계단 쪽에 설치해놓길 잘했군요. 하나나 둘 즈음은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단 좀 더 많네요.”

        

       “후우, 이런 식의 교전은 말 그대로 처음인데. 항상 하던 개활지 전투가 아니라서 그런지 신경써야할 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파. 그래도 적 침투로가 한정되어있단 건 좋은 일인가.”

        

       “마찬가지예요. 이쪽은 원래 VBSS(선박검문) 전문이라고요.”

        

       “그렇겠지. 애시당초 이 이카루스인지 뭔지가 해군이랑 공군에 얼마 전까지 민간인이었던 막내까지 모아놓아 만들어놓은 짬통이잖아. 그럴 수밖에.”

        

       “이제 땅개만 오면 진정한 의미의 육해공이 될 것 같은…수류탄!”

        

        

        

        투웅!

        

        그 순간 이어지는 날카로운 소음, 그리고 쇳소리. 그와 동시에 두 분의 안색이 변한다. 순간 수류탄이 근거리에 떨어져서 그런가 싶었지만 진실은 생각보다도 더욱 기이했다.

        

        나는 그동안 배운 대로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인컴에 귀만을 기울이며 사격에 몰두했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말은 그런 배움마저 까먹게 만들 정도였다.

        

        올리비아 씨가 말했다.

        

        

        

       “…너, 방금…날아오는 수류탄을 쏴서 옆으로 치워버린 거냐?”

        

       “당신은 그걸 또 어떻게 본 건가요.”

        

       “내가 눈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거든. 사실 지금도…굳이 야간투시 기능 없이도 적이 훤하게 잘 보이기도 하고.”

        

       “그럼 다음에는 당신이 도와주면 되겠군요. 그보다 저 망할 놈들이 도대체 수류탄은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꼬락서니를 보니 로켓 런처는 몰라도 군용 창고나 SWAT 창고에서 털어온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섬광탄 같은 걸 들고 있을 확률도 높겠어, 빌어먹을. 허구한 날 조준도 안 하고 AK 쏴대는 놈들만 상대해도 사상자가 이만큼 나오더니, 그보다도 더 끔찍한 새끼들을 앞에 두고 총질을 해야 한다니.”

        

        

        

        투웅!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고, 다행히 내 발달된 시야와 조합된 이카루스 기어는 고위력 중화기를 보유하고 있는 적군을 우선적으로 죽여버릴 수 있었다.

        

        저런 무기가 무엇 때문에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슬슬 영어 리스닝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시점에서 저걸 보는 사람들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결코 근방에 있는 군 창고 등등을 습격한 정도로는 얻을 수 없다는 무기들을 적이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저게 자동차에 맞으면 큰 일 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해당 로켓포는 일종의…적을 불러오는 자석 같은 것이었다. 한 명을 눕히면 다른 한 명이 그걸 쏘기 위해 접근하고, 나는 그것을 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쿼슨 대위님이었다.

        

        

        

       “당소 가디언, 파크 가 이외의 별도의 우회로를 찾지 못하였음을 알린다. 바리케이드 개척을 위해 적이 보유하고 있는 로켓포를 노획한 후 발사하여 파괴하겠다. 엄호를 부탁한다.”

        

       “확인. 타격 드론의 적외선 레이저를 통해 런처의 위치를 표시하겠다. 신속히 이동하도록.”

        

        

        

        우회로가 없는 걸까.

        

        내가 그리 생각한 사이 두 분은 그 이유를 빠르게 설명해주었다 – 지금 헌병중대가 있는 파크 가라는 도로는 맨해튼의 좁아터진 도로 중 얼마 없는 4차선+4차선 도로였고, 동시에 호송대가 무리없이 이용 가능한 얼마 안 남은 도로 중 하나였다.

        

        거기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이 도로는 중간에 헴슬리 빌딩을 완전히 관통하여 모인다는 특징이 있었지만…그곳으로 가는 길 자체가 폐자동차 등등으로 막혀있는 시점.

        

        그것을 터뜨려 부숴버린다는 것이 이 분들의 목표였다.

        

        거기까지 설명해준 그 분들이 내게 물었다.

        

        

        

       “자, 그러면 우리의 다음 목표는 어딜까요?”

        

       “…급조 바리케이드가 있는 곳?”

        

       “잘 아는군요. 슬슬 내려갈 때가 되었답니다. 실제 교전의 압력으로 아무런 것도 못하고 질질 짜기만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해주었군요.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네.”

        

       “이동하자, 막내.”

        

        

        

        그와 동시에 탁 풀려버리는 긴장.

        

        실로 다행스럽게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 앞마당은 무사히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적들이 그랬던 것처럼 옥상을 점령하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두들겨팬 순간 적은 어쩔 수 없이 숨거나 후퇴해야만 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손가락에 온기가 조금씩 도는 동안, 부대원 분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로켓 런처를 습득하고는 본격적으로 사용할 준비를 하고 계셨다.

        

        두 분은 아직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에 머무르고 있는 적군이 바리케이드를 부수려는 헌병중대를 공격할 예정이고, 우리가 그것을 막아야만 한다고 말하셨으니….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아무튼, 이제야 교전이 막 끝난 시점이지만, 우리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해야만 했다. 우리가 늦는 순간 무슨 불상사가 발생할지 몰랐으니까.

        

        오퍼레이터들이 어째서 엄청난 체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것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

        

        

        

        갑작스럽게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뜨뜻미지근한 느낌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전투로 인한 긴장, 안도감,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감각들이 응집된 순간, 내 신체는 이카루스 기어로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무슨 감각인지를 눈치채버렸다.

        

        내 얼굴이 시뻘개지기까진 그리 오랜 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앗, 그게, 이거, 어째서 안 멈추는 거야, 싫어…!”

        

        

        

        바지를 적시는 불쾌한 감촉.

        

        내 눈 앞이 깜깜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창피함과 천박한 해방감이 몸을 덮쳐왔다.

        

        막 이동하려는 두 분은 내가 바닥에 실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을 아주 살짝 눈으로 흘겼고, 아무 말 없이 덧붙였다.

        

        

        

       “…최대한 빨리 따라오시길.”

        

        

        

        그 말을 남긴 채 두 분은 이동해버렸다.

        

        진짜 창피해 죽겠다.

        

        내 첫 교전의 기억은 오줌으로 얼룩졌다.

        

        

        

        

        

        

        

        

       “…저걸 나중에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냐? 파병 나간 놈들은 다 한 번쯤 바지에 오줌 지린다고 말해줘야 할까?”

        

       “딸치다가 탈레반들이랑 싸우던 와중 사정한 양반도 있는 판이긴 한데…그냥 입 닫고 모른 척 하는 게 가장 낫지 않을지.”

        

       “나는 오줌 안 지려서 다행이다, 빌어먹을.”

        

        

        

        한편.

        

        앞서가는 두 명 또한 딱히 정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진 않았다.

        

        여전히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사전에 상정했던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 임기응변으로 해결합시다.”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좋은 생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이런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리 복잡할 필요는 없죠. 가장 중요한 건 호송대에게 투사될 화력을 봉쇄하는 거니, 그걸 염두에 두고 행동하면 될 뿐이니까요.”

        

       “…흠. 혼란에 빠진 친구들의 뒤통수에 짱돌을 찍는 전략이라. 마음에 들어.”

        

        

        

        …이 분들의 고차원적인 대화는 항상 알아듣기가 힘들어.

        

        뭐라고 해야 할까, 서로 같은 결론을 정해두고 있고, 그것을 대조할 뿐이기에 중간중간 과정이 건너뛰어지는 느낌. 이것이 바로 수렴진화 비스무리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강 그런 느낌으로, 나는 말하기 좀 창피한 그런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버린 바지를 애써 무시했다. 창피해 죽겠네, 진짜로. 

        

        내가 그렇게 현실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는 사이, 두 분은 날 배려하듯 자신들이 무슨 결론을 내었는지를 친절히 알려주셨다.

        

        

        

       “이치는 간단해요. 혼란에 빠진 이 친구들의 다리를 분질러버리면 호송대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지겠죠. 무슨 뜻인지 알겠나요?”

        

       “…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고작 세 명…아니, 2.5명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이런 짓거리 하라고 이카루스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손목에 기어 달아준 거란다, 막내. 너도 머잖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될 거야.”

        

        

        

        무…무섭다.

        

        빛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의 천장 틈새 계단을 잇는 통로를 빠르게 이동하면서 나는 그리 생각했다.

        

        나를 포함한 변이자 세 명이 가로지르고 있는 곳은 방금도 말했듯 역 천장의 통로. 이곳의 특징으로는 천장에 일종의 별자리 그림이 그려져있다는 것이었고, 이곳은 그 그림을 보수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이 오갈 수 있는 훌륭한 비밀 통로였다.

        

        

        바깥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완전히 사라진 시점.

        

        하지만 얇은 천장 벽면 아래편에서 들리는 어렴풋한 목소리들은 하나도 아니었고, 굉장히 많았으며, 전부 급하게 떠들고 있었다.

        

        저들 중 죽일 사람과 죽이지 않을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그런 걸 신경쓰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적어도 이 분들은 그리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라고 했더라. ‘음식에 곰팡이가 피면 그 부분만 털어내고 먹을 거냐’라고 하더라.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뭐어, 교전수칙이 없는 건 아니긴 했다.

        

        

        

       ‘…그게 고작해야 <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쏘지 않는다> 정도이긴 한데.’

        

        

        

        내가 군 교범 등을 공부하면서 보았던 복잡한 교전수칙 – 가령 경고 후 최후 통보, 경고사격과 위협사격 후 본격적인 교전 돌입 같은 거 말이다 – 이 말 그대로 한 줄로 축소당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혼란한 세상에서는 그런 이분법적인 요소가 필수였다. 까놓고 지금 상황에서 교전수칙을 들이미는 것 자체도 비현실적이었고.

        

        그리고 두 분은…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해야만 할까 싶긴 한데, 새로운 교전수칙에 너무나도 빨리 적응한 듯했다. 게다가 이카루스 기어의 스캔을 통해 개개인이 총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손속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 결과는 간단했다.

        

        

        

       ───픽! 픽! 픽! 픽!

        

        

        

        마치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277 퓨리 아음속탄이 허공을 느릿느릿하게 갈랐다.

        

        장약량을 줄이고 탄자의 크기를 늘린 물건. 이제는 이런 것도 알았다. 살아생전 이런 걸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것이 실제로 발사되어 사람을 꿰뚫게 될 줄은 몰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두에 서서 앞길을 연 것은 내가 아니라 올리비아와 로렌티나 씨였다. 그 광경을 길을 열었다고 표현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총을 든 채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던 분대 단위의 병력이 말 그대로 초 단위로 실 끊긴 인형처럼 머리가 터져 바닥에 쓰러진다.

        

        이 두 분이 실시간으로 구별 및 마킹하고 있는 적군의 위치가 내 눈 위에 떠오르는 사이, 두 분이 덧붙였다.

        

        

        

       “추적 지뢰 있는 거 다 던져!”

        

        

        

        대답보다 반응이 더욱 빨랐다.

        

        나는 다용도 파우치에 들어있는 직경 3cm 가량의 기하학적인 물체 네다섯 개를 바닥에 그대로 흩뿌렸고, 두 분이 엄폐함과 동시에 나 역시 엄폐했다. 바닥에 여러 개의 금속이 맞닿으며 약간의 소음이 터졌다.

        

        그러나 적이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내부에는 촛불과 일부 조명밖에 없었고, 그림자 사이에 숨은 추적 지뢰는 벽을 타고 올라 지정된 적들의 발밑으로 굴러갔다.

        

        그 다음으로 일어날 일이 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콰콰쾅!

        

        

        

       “아아악-!”

        

       “습격이다, 습격! 응전해!”

        

       “적이 어디 있는, 크아악…!”

        

        

        

        마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광경.

        

        어둠 속에서 불꽃과 파편이 터져나올 때마다 사람의 목숨이 하나씩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끔찍할 정도로 현실감이 결여된 광경이었다.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일을 보면서, 나는 문득 토할 것만 같았다. 이 일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나의 정신은 너무나도 연약했다.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에서 교전 발생! 내부 상황은 파악되지 않습니다!”

        

       “감시팀, 뭔가 보이는 거 있나?”

        

       “…드론에는 적영 외에는 아무런 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단지…적이 굉장한 속도로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군. 이카루스인지 뭔지….”

        

        

        

        한편, 제107헌병중대.

        

        이들은 이카루스 오퍼레이터의 교전을, 그리고 반쯤 첫 번째로 실전에 투입된 변이자를 간접적으로 목격한 사람들이 되었다 – 물론, 직접적으로 목격한 이들은 전부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신속대응팀의 별명이 스펙터가 되기까지 1주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륵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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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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