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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5

    <685 – 충격고백(3)>

     

    알파의 한 번 다물어진 입은 도통 열릴 줄을 몰랐다.

     

    “아이참. 말하다가 마는 법이 어딨어요! 사람이 제일 열받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말하다가 마는 법이고요!”

    “…”

    “…”

    “…”

    “…”

    “…”

    “으앙, 답답해! 두 번째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꿈쩍도 하지 않다니, 인내력이 얼마나 높은 거야!”

     

    괜히 옆에서 귀 기울이던 개조군단병들이 답답함에 꼼지락거리다가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쿵쿵 치며 괴로워하는 것과 달리, 알파는 천년을 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고목 마냥 우뚝 선 그대로였다.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착한아이>이자 <친절한아이>이기도 하다고요?”

    “마왕군 사천왕의 생존에 협력한 시점에서 너는 인류의 적이 되었다. 선신연합의 적이 되었다고 마의 길에 빠져든 자에게 내밀 구원의 손길은 없다.”

    “차라리 말이라도 하니까 낫네요!”

     

    집사장이 기프트 아카데미에 자살돌격을 할 시기를 미룬 스노우볼이 이렇게 구르나보다.

     

    “근데 아저씨는 그렇게 인류의 편이 되고 싶었으면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나 도와주시지 왜 감옥에 갇혀계셨어요? 알파 아저씨도 나쁜 짓 한 거 아닌가?”

    “…”

    “힝. 자꾸 나랑 말 안 해. 아저씨 미워!”

     

    비장의 필살기, 귀여운 척하기!

    효과는 없었다!

     

    ‘이 아저씨 진짜 강적이네. 내 귀여움이 전혀 통하지 않다니!’

     

    신캐릭터 속성과 뉴비 속성을 동시에 지녔기에 확 때리고 괴롭혀서 말을 듣게 할 수도 없고 난감하던 차에 싱이 뒤에서 물었다.

     

    “저 남자의 입을 열고 싶은 거냐?”

    “맞아요!”

    “도와주지. 내게 맡겨라.”

     

    싱이 뭔가 보여주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로브 아래에서 <안법>으로 번뜩이는 알파의 눈이 싱의 인형 옷에 뚫린 언더붑으로 흔들렸다.

     

    “알파. 네가 전대용사파티의 ‘전사’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전사는 서로의 뜻이 어긋날 때, 전사의 율법으로 누구의 뜻을 따를지 정하는 법.”

     

    싱이 검집에 손을 얹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언제라도 검을 뽑을 임전태세를 하며 그가 말했다.

     

    “덤벼라. 네 이름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해라.”

    “검사는 전사가 아니다.”

    “…”

     

    알파는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참아야 하는데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앗, 싱 화났다!

     

    “검사와 전사가 무엇이 다르냐. 전사도 분명 검을 쓸 텐데.”

    “전사는 대검을 다룬다.”

    “검사도 대검을 다룰 줄 안다.”

    “너는 살면서 대검전사라는 말 이외에 대검검사라는 말을 들어보았나?”

    “…중의 묘리, 중검술의 달인, 중검을 구사하는 검객이라는 말은 있지.”

     

    싱이 논리에서 밀리려다가 한 발짝 늦게나마 대꾸에 성공하였다.

     

    “전사는 명예를 안다.”

    “검객에게도 명예가 있다.”

    “전사는 용맹을 지녔다.”

    “검객에게도 용맹은 있다.”

    “하면 답해라. 전사의 기술과 신체는 역경을 헤쳐 나가기 위한 것. 적을 죽이기 위함만이 아니다. 검객에게 검이 없으면 그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지?”

     

    개조군단원들이 그 말을 듣다가 술렁거렸다.

     

    “지금 저게 무슨 뜻이야?”

    “몸을 바치라는 뜻이지. 딱 봐도 굉장한 여자잖아.”

    “어쩐지 음침하게 로브 뒤집어쓰고 다니더라니, 용사파티에서 여자를 건드리다가 쫓겨난 건가?”

    “우리처럼 죄인 출신이시잖아. 그것도 대죄인. 파티원 하나 수준이 아니라 구출한 여자들에게 목숨값으로 몸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쓰레기력이 넘치는군. 역시 대죄인다워!”

    “…”

     

    알파의 손이 길가의 잡초를 뜯었다.

    그의 손에서 날아간 잡초가 음해를 일삼던 개조군단원 몇의 목을 관통했다.

     

    “컥!”

    “으허헉!”

    “이, 이건 잡초잖아!”

     

    당한 자도, 간신이 막아낸 자도,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이들도 모두 경악했다.

    풀 한 쪼가리도 수중에 들어가면 흉기가 될 수 있는 존재.

    이것이 용사파티의 전사였다.

     

    “방금 그 행동의 어디에 명예와 용맹이 있지?”

    “나를 욕보이는 말은 곧 용사파티의 이름을 더럽히는 불명예스러운 시도. 디스트로이어는 어땠을지 몰라도 내 앞에선 누구도 우리를 욕보일 수 없다.”

    “그렇군. 널, 아니 용사파티를 모욕하면 그때는 대결에 응하겠다는 말이군.”

     

    싱의 당돌한 도발에 알파의 눈빛이 흉험해졌다.

     

    “똑바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명예를 위협받은 전사의 검에는 자비가 없으니.”

     

    물러설 줄 모르기로는 피차 마찬가지인 싱이 살인마 특유의 섬뜩한 기세를 흘리며 검집에서 검을 뽑기 시작했다.

    그 꼴을 지켜보던 나는 냉큼 굴러가서 싱의 발목을 꽉 물었다.

     

    “악!”

    “정신이 들어요?”

    “무슨 짓이냐!”

    “대화하라고 했지, 누가 생사결 벌이랬어요?”

    “검객은 검으로 대화하는 법.”

    “제 뜻을 대행하는 싱이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꼭 저도 싸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전 그런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설득이 된 걸까.

    싱이 머쓱한 얼굴로 검을 검집에 도로 채워 넣었다.

    이어서 검집을 품에 안고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무릎 위에 팔꿈치를 얹고 웅크려 앉았다.

    마치 내가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허튼짓은 하지 마라.

    나는 언제든지 다시금 달려들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멋있게 연기를 마치고는 소매를 넓게 펼쳐 다리를 덮은 왼팔 뒤에서 나한테 물린 발목을 오른손으로 붙잡고 끙끙 앓는 기색이 느껴졌다.

    여자의 몸이 되어서도 검객의 겉멋 부리기에 집착하는 컨셉 플레이라니, 사서 고생이다.

    싱은 물어뜯기 기능을 많이 안 올린 걸 다행인 줄 알아야 해!

     

    “그럼 넌 어떤 사람이냐.”

    “네?”

     

    알파는 가식이나 겉치레에 속지 않았다.

    도적보다도 더욱 날카로운 눈으로 오직 대상과 사물, 현상의 진실만을 관통할 것처럼 상시 <안법>을 전개하며 그 눈으로 오크노디를 노려보았다.

    마치 다시는 긴장을 풀거나 속지 않겠다고 영혼에 걸고 맹세한 사람처럼.

    너무나도 큰 사기를 당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된 사람처럼.

    고인물인 나로선 숱하게 보아온 광경이었다.

     

    -주문서 가격이 10만 골드라고요? 와, 신난다! 저희 시청자들도 신났나 봐요. 막 웃고 그러네. 근데 주문서 겉면에 왜 씰이 붙어 있지? 어…? 형들… 이딴 게 10만 골드 템이야……?? 씰 다시 붙이고 못 본 척하고 팔면 된다고?!

    -님들!! 아니 쉬바 돈 벌고 싶으면 방학에 회 뜨기 1000번 하라면서요. 원양어선 탔는데 개고생했더니 체력 능력치만 오르고 돈은 선주가 다 가져가잖아요. 뭐?? 사람을 회뜨라는 의미… 그럼 어선은 왜 알려줬는데. 뭐? 그냥 심심해서? 야 이 쓰레기들아!

    -북부대공녀 아이린한테 드라이아이스 주면 좋아한다더니 진짜 주고 인증 찍으니까 뭐라고 반응함? 후기좀이라고 댓글 단 새끼 주소 산다…

     

    고인물의 유희에 놀아난 불쌍한 뉴비들!

    댓글만 봐도 저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의 알파랑 아주 판박이다.

     

    “혁명가를 죽이고 제국황제의 죽음에 일조했으며 언더월드를 개방하고 교황과 성녀 다수의 죽음에도 일조하였다. 그런 네가 싸움에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인류에 가장 친화적인 고인물이죠!”

    “…고인물?”

    “존재하는 모든 루트 분기를 보았고, 모든 가능성을 다 시험해 봤어요. 뉴비에게 대신 시키지도 않고 제가 직접 시험했고요! 그래서 새로운 이벤트가 열려도 대충은 느낌이 와요. 아, 이거 이런 맛이겠구나. 이게 제일 재밌겠구나!”

    “재미…?”

     

    알파가 부쩍 재미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니알라토텝도 곧잘 말하곤 했지. ‘흥미롭다’는 말을. 너는 꼭… 그 녀석을 보는 기분이군. 성별도 나이도 생김새도 모두 다른데.”

     

    오옹. 오랜만에 전대용사 이름을 들어본다.

     

    “녀석도 말했지. 이것은 안배다. 훗날의 즐거움이 될 거다. 무르익는 즐거움이 기대되는군. 그렇게 녀석은 우리와 함께 <불완전한 여정>을 이어왔었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에게 들어서 알아요! 뭘 해도 시원하게 해결을 안 하고 수박 겉핥기처럼 얕게 훑고 다녔다죠? 그것도 진상을 어림짐작 하면서도!”

    “이제는 안다. 그 이유가 <암흑마나>를 자연해독 할 수 없는 우리파티의 특수성 때문이며, 완전한 여정을 고집했다면 우리는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보다 일찍 꺾였으리라는 것을.”

     

    죽이면 죽일수록 암흑마나 보유자로부터 강제로 가져와서 체내에 쌓이는 암흑마나.

    알파는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이 암흑마나의 피폭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더욱 거대한 악과 맞서기 위해 불완전한 여정을 보내왔다고 여기나 보다.

     

    “너도 그런 것이냐.”

    “!”

    “집사장. 재단의 직속삼장. 그가 인류의 수호자이자 외계에 겨눌 칼로서의 예리함이 무뎌지지 않도록 암흑마나의 피폭을 면하려고 하는 것이냐?”

     

    평상시처럼 얼렁뚱땅 “…맞아요! 그건 다 제 계획이었죠! 용케 눈치채셨군요?”라고 대답하려던 나는 불길한 예감에 멈칫했다.

    알파는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이 먹이를 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 눈빛.

    그 태도.

    분위기를 읽으니 알 수 있었다.

     

    “알파 아저씨는 저희 교수님이랑 생각이 다르셨군요? 전대용사도 피폭 때문에 소극적으로 다녔다고는 안 믿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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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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