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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5

       

        

        

        

        

        

        

        

        

        

       “으음, 이건 완전히…생각한 것 이상인데. CCTV에 잡히지도 않는 건 조금 상정 이외의 상황인가. 앞으로는 좀 더 신경써서 준비를 해야겠어.”

        

        

        

        투두두두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곳곳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CCTV 화면 수십 개, 그리고 그것이 한쪽 벽면을 꽉 채워놓은 역 내의 근무실 어딘가.

        

        본래라면 바쁘게 움직이는 뉴요커들이 어디로 가는지, 혹은 싸움이나 소란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등등을 확인하고 역무원들 등을 출동시키는 역할만을 했을 제3의 눈.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치 초자연적이고, 동시에 인간으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엄청난 무력을 지닌 존재와 대적하며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사람들이 화면에 잡히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각,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은 일반적인 사람이 보여줄 법한 감정 – 경악과 혼란, 두려움 대신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혹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듯…그리고 그런 반응이 시사하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하리란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볍게 테이블 위를 검지손가락으로 두드렸고, 그 순간 진동이 향수처럼 퍼져가며 방 안으로 열 명 가량의 사람이 들어왔다.

        

        권총 한 자루, 샷건이나 적당한 소총 한 자루만 든 사람들과는 달리, 무릎보호대와 팔꿈치 보호대, 다용도 파우치와 S&S 프리시전 플레이트 캐리어, 신체 위로 복잡하게 얽힌 전선과 헤드셋, 전원이 착용한 어두운 계열의 전투복까지.

        

        누가 보아도 정예병임을 알 수 있는 외형이었다.

        

        

        

       “호출하셨습니까?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하면 됩니까?”

        

       “퇴출 준비해. 현재 데이터 수집 중이다. 아르테미스 본사에 전송하는 대로 해당 방에 설치된 시설 전체를 파기한다. 우리는 이곳에 없었던 거다.”

        

       “이해했습니다. 테르밋 가져오지요.”

        

       “아, 아. 열 명 다 가지는 마. 세 명 정도는 남아. 혹시 모르니까.”

        

       “그러지요. 젠슨, 콜린스랑…호프먼 대장님. 부탁합니다.”

        

        

        

        그에 호프먼이라고 불린 이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명에 달하는 훈련된 병력이 방을 우르르 빠져나가는 가운데, 정장 차림을 한 이는 느긋하게 숨을 뱉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가슴팍 언저리에 붙여져있는 활과 화살, 그리고 초승달이 절묘하게 결합된 배지가 은빛으로 빛났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5대 군산복합체라고 불리는 이들의 뒤를 이어 뉴욕 주의 러스트벨트 및 실리콘밸리에서부터 기반을 잡은 군산복합체, 그리고 이카루스 기어의 개발에도 일부 관여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그 속내는 그보다도 훨씬 음험하였다 – 이들은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를 틈타 오만가지 이권다툼을 시작했고, 심지어는 적성 국가들에게 기술력과 자국의 상황을 팔아먹을 정도였다.

        

        요컨대, 이들은 미국이 한 번 부서진 틈을 타서 타 국가의 침공을 유발하고, 그 과정에서 침공을 간접적으로 주도해…일종의 개국공신이자 매국노가 되기를 결정한 것이었다.

        

        

        

       “로켓 런처가 적에게 노획당했는데 괜찮습니까?”

        

       “로고도 시리얼 넘버도 없고, 한 번 쏘거나 안전장치를 개방한 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파기되는 물건이야. 게다가 이건 아르테미스가 만든 것도 아니지. 그런 안전장치를 모두 돌파해서 아르테미스의 꼬리를 잡으면…그건 그냥 자연재해고.”

        

       “이해했습니다.”

        

       “뭐어, 그건 그렇고. 이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쪽에는 더 이상 화기지원이 필요 없겠어. 안전가옥으로 복귀하는 대로 칼튼 이사님에게 연락을 넣어야겠구만….”

        

        

        

        어째서 이사에게 연락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는…사실 꼴이 그닥 말이 아니었다. 쉽고 짧게 줄이자면 수뇌부의 이권다툼,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여전히 미국에 충성하는 이들을 전부 잘라내 땅에 파묻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핵심 일원들은 저마다의 목적 달성을 위해 다크 웹으로 오만가지 미등록 PMC 등을 고용했고, 마차와 와인, 테라스로 분류되는 과거 궁정암투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암투를 벌여 상대를 제거했다.

        

        그 중에서도 칼튼이라고 불린 이사는 친미파라 불리는 이들을 숙청하는 데 앞장선 네다섯 명의 이사회 일원 중 한 명이었다.

        

        

        우당탕, 쿵쾅.

        

        그러던 와중 계단으로 누군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적잖아 대여섯 명 가량의 발소리였다.

        

        머잖아 문이 발칵 열리고, 정장 차림의 이들, 그리고 아르테미스에 고용된 PMC에 비해선 상당히 추레한 복장을 입은 무장병력 일부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당황한 것은 무장병력들이었다.

        

        

        

       “…덱스터 양반, 당신이 도대체 여기 왜 있는 거…아니, 저 사람들은 뭐요!?”

        

       “씨발, 그것보다! 당신 말대로 미군을 공격했잖아! 근데 저 망할 놈들이 요술을 부려서 우리를 학살하고 있다고!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걱정 마시지요. 전부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뭐, 무슨…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닙니다. 그저…희생양이 된 모르모트 친구들에게는 조금 유감스럽긴 합니다만, 그 친구들 덕분에 충분한 데이터가 모였거든요.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뭐라고?”

        

       “아직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시는군요. 뭐, 상관없습니다. 잘 가시길.”

        

        

        

        스윽.

        

        그 다음으로 벌어진 일은 실로 간단했다. 짤막한 눈치 교환이 있었고, 덱스터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 뒤에 서있던 세 명의 PMC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총구를 들어올렸다.

        

        무장병력이 응전하기도 전, 몇 번의 소음이 일었다. 열 개 가량의 탄피가 바닥을 굴렀고, CCTV실은 무섭도록 조용해졌다.

        

        그 순간 테르밋을 가지고 온 이들이 황급히 방 안으로 노도처럼 밀려들었으나, 덱스터는 손을 들어 이들의 동요를 저지하고는 기존의 명령을 고수했다. 그리하여 방 안에는 시체와 테르밋이 공존하기 시작했다.

        

        말이 이어졌다.

        

        

        

       “뉴헤이븐선 방향으로 통하는 열차가 준비되어있습니다. 언제든지 출발 가능합니다.”

        

       “좋아. 이동하자고. 호프먼은 그 사이 어디로 간 거야?”

        

       “탈출로 확인 중이라고 합니다. 테르밋 설치할 때 단독으로 나갔습니다. 추후 합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자잘한 걸 팀장이 할 필요가 있나 모르겠는데. 아무튼 파기 절차 끝나는 대로 출발한다. 오래 끌리면 골치아파져.”

        

       “알겠습니다.”

        

        

        

        이런저런 선을 연결하고, 흡사 연막탄처럼 생긴 수많은 캐니스터를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이곳저곳에 설치해둔다. 어디선가 가져온 가솔린 통은 덤이었다.

        

        그렇게 1분 30초 가량이 지났을 즈음 완료 사인이 떨어지고, 호프먼 팀장을 제외한 아홉 명은 사전에 확보했던 직원 전용 통로를 통해 빠르게 아래로 내려간다.

        

        비릿한 피냄새가 역 내부를 가득히 메우기 시작했다. 겨울도 아니었기에 시체는 금방 부패하게 되겠지만, 그 사실을 신경쓸 사람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인기척이라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뉴헤이븐 방향 열차 플랫폼에는 기존의 뉴욕 지하철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기이하게 생긴 열차 1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안에 존재하는 몇 개 되지 않는 좌석, 발전기, 그리고 다양한 기계장치들. 덱스터는 자연스럽게 손잡이를 밀었고, 열차는 느릿하게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신나게 두들기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말아먹은 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큰 문제는 없겠어. 센트럴 파크에서 최중요 데이터를 확보했다. 알파급 변이자의 신체 데이터가 수중에 들어왔거든.”

        

       “그거 대단하군요. 근데 어딘가에 적용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거?”

        

       “그건 이쪽이 신경쓸 바가 아니지. 일단 쟁여놓기만 하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쓰임새는 발굴해내는 거거든.”

        

       “알겠습니다.”

        

        

        

        세상은 실로 어두웠고, 가변성 투과 유리로 가려진 채 느긋하게 운행되는 열차는 아무런 방해조차 없이 적당한 속도로 뉴헤이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열차는 지하 통로를 따라 운행되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어떠한 보수공사 없이도 문제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었다 – 하지만 이들이 신경쓸 바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들은 그리 생각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시작일 뿐이었다. 머지않아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리라. 그리고 그 역시 시작에 불과할 터였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대가 바이러스의 여파를 무시하고 미국에 상륙할 때까지 반 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러시아와 중국의 함대가 미 해군에 의해 거의 빈사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실로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 대가로 제7함대는 요코스카에 묶여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족한 일이었다.

        

        덱스터가 입을 열었다.

        

        

        

       “저 오퍼레이터들의 전투력은 인상깊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다면…더 이상 볼 필요는 없겠어.”

        

       “너무 낙관하는 거 아닙니까?”

        

       “저들이 지금의 기적을, 혹은 지금 이상의 기적을 매 전투마다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말로 낙관이야. 저들이 대대나 연대 이상의 병력을 잡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교전은 국가 간 전면전에선 고작해야 바다에 각설탕 던지기일 뿐이지.”

        

        

        

        바로 그렇기에 이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베팅했다.

        

        한 나라가 가장 연약해진 순간 때려넣는 치명적인 일격. 바로 지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아르테미스의 일부는 그 광기어린 방안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은 실패할 확률보다는 성공 시 얻어낼 수 있는 결과물에 모든 것을 베팅하였다. 흔한 도박사들의 선택지였다.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바로 그 때문에 성공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적어도 실패할 때의 결과물은 그 아무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확실한 것은 일이 명명백백히 밝혀지는 순간 이들은 저잣거리에 산 채로 효수될 것이었고, 그 정도는 지은 죄에 비하면 극도로 가벼운 처벌 축에 속할 것이었다.

        

        

        

       “아무튼, 터미널 작전은 절반 정도 성공했다. 다들 복귀하면 재정비부터 해.”

        

       “알겠습니다.”

        

        

        

        큰 고저차 없는 목소리로 용병들이 대답하는 사이, 호프먼은 그 광경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그걸 본 용병들은 그가 평소에도 그러는 것을 알고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중 그 아무도 그가 한 번에 두 번씩 눈을 깜빡이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오로지 그만이 알 뿐이었다.

        

        

        

        

        

        

        

        

        

       “…ISA 소속 딥커버 에이전트, 호프먼 빈슨이 남긴 수류탄 내부의 QR코드 확인. 이제서야 조금 즐거워지겠군요.”

        

       “이 새끼들, 하도 말 없길래 진즉 싸그리 밀려버린 줄 알았더니 이런 곳에 있었나….”

        

       “…이게 뭔데요?”

        

       “막내도 머잖아 알게 될 거예요.”

        

        

        

        한편, 핏물로 가득찬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내부.

        

        그 사이에서 로렌티나는 반으로 갈라진 수류탄 내부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스캔하고는 작게 웃음지었다.

        

        통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었다.

        

        

        

        

        

        

        

        

        

        

        

        

        

        

        

        

        

        

        

        

        

       “….”

        

        

        

        쏴아아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 신체에 묻은 모든 더러운 물질을 흘려보낸다. 몸 곳곳에 묻은 피는 그렇다고 쳐도, 나는 바닥에…실례를 저질렀으니, 그것까지 씻겨 사라져 배수구로 내려간다.

        

        물론 나만 거기서 씻고 있는 건 아니었다. 나와 같은 변이자 두 분도 씻고 있었다. 바닥이 붉었다. 이 분들의 몸에 묻은 피의 양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아마 지금쯤 화약 연기와 땀, 적들의 피,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소변까지 묻은 옷가지들이 세탁되고 있겠지. 뜬금없이 자정에 세탁기를 돌리게 될 줄은 몰랐다.

        

        

        몸은 아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상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주변정찰이 이루어진 덕분에 각종 샤워용품들 같은 게 적은 양이지만 – 센트럴 파크에 머무는 사람들이 다 쓰기엔 부족하단 뜻이다 –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런 샤워용품 중 하나인 샴푸나 린스, 바디워시 같은 걸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몸만은 상쾌했지만…반대로 정신은 엉망진창이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첫 번째 교전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대부분의 전투는 두 분이 도맡아서 했기에 내가 힘드니 뭐니 하는 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몰랐지만, 난 고작 2개월 전만 해도 일반인이었다.

        

        

        눈을 감으면 아까 보았던 광경들이 플래시백되었다.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온 몸에 알 수 없는 오한이 들었다.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한 환각이 눈 앞을 헤집었다.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조금이나마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 정도로는 택도 없었구나. 이 기어를 받아든 것이 잘못이 아니었을까. 내가 앞으로의 일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런 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앞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전투를 되돌아볼 시간에 또 다른 호출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옛날에 시행했던 5분대기조의 끔찍한 버젼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물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올리비아 씨의 목소리였다.

        

        

        

       “유진.”

        

       “…네?”

        

        

        

        그 다음 말은 없었지만, 그 분은 손짓해서 나를 불렀다.

        

        무언가 도움이 되는 말이라도 해주시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뒤로 한 채 터덜터덜 그 분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런 몸이 아니었더라면 살아생전 보지도 못할 정도의 아름다운 나신이었지만 내 정신은 그걸 보고 좋아하기엔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우와아악!?”

        

       “젠장, 여자친구 말고 남을 이렇게 안아준 적은 처음인데…창피해 죽겠네. 그 뭐시냐, 너무 오늘 일에 연연하지 말고. 네가 힘들어하는 건 정상이니까 힘들면 말해. 언제든지 도와줄테니.”

        

       “그, 힘든 건 맞는데, 너무 찐하게 안아주실 줄은, 으븝…!”

        

       “입 열지 마, 임마! 말할 때 나는 진동 때문에 간지럽다고!”

        

        

        

        흉부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두 개의 살덩어리가 내 얼굴을 덮었다!

        

        이걸 당연하다고 해야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압도적인 부드러움과 말랑함을 얼굴로 체감한 순간 방금까지 머리를 감싸던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이…말 그대로,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리비아 씨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었고…그리고 나 가슴 좋아했구나. 이리 말하긴 좀 창피했지만 너무 좋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행복해졌다.

        

        어쩌면 그 뭐냐, PTSD는…여자의 가슴으로 치료하는 게 아닐까. 근데 단지 군대에서는 여자를 보기가 엄청나게 드물고 힘들 뿐이지.

        

        아무튼, 그 시점에서의 나는…내 성별이 여자라는 것에 매우 감사했다. 만약 내가 남자였으면 좀 심각하게 많이 보기 좀 그런 광경이 연출됐을지도 몰라.

        

        

        옆에서 로렌티나 씨가 큭큭댔다.

        

        

        

       “보기 좋네요. 다음엔 저도 가능한지?”

        

       “지랄하지 마, 진짜. 나도 지금 이러는 거 창피해서 죽을 것 같거든? 막내 힘들어보여서 해줄 거 없나 하다가 시도해본 거라고….”

        

       “아하하! 그럼 다음엔 제가 당신한테 해주면 되겠군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얼마든지 찾아오시길-우왁, 진짜로 때리려고 들면 어떡하나요!”

        

       “내가 네 품에 왜 안기는데, 이 미친 놈아!”

        

        

        

        순간 들려오는 파공성.

        

        동체시력이 인간에 비해 엄청나게 강화된 나조차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내질러지는 주먹과 그걸 또 피해내는 로렌티나 씨까지.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아무튼, 아쉽다면 아쉽게도 행복한 시간은 끝이 났다. 하지만 한 번 물꼬가 터졌으니 나중에 올리비아 씨에게 요청하면…한 번쯤은 더 해주지 않을까?

        

        상어 누나는…지금은 언니라고 불러야만 하려나. 아무튼 이 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으니 논외로.

        

        

        그러는 사이 샤워는 끝났고, 나는 아까에 비해 한층 가벼워진 기분으로 몸을 수건으로 닦고는 머리를 말렸다.

        

        아쉽게도 이 다음으로 할 일은…총기수입이었다. 그것만큼은 미뤄선 안 된다나. 게다가 그 다음에는 AAR, 애프터 액션 리뷰라는 작전 후 평가가 있었다.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이카루스 기어는 그 자체로 액션 캠이었고, 이걸 상부에 제출하면 작전 진행사항은 따로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그래도 새벽에 자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까도 말했듯, 무거운 기분에서 얼떨떨함으로 기분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리 말하긴 뭐하지만 다들 참 좋은 분이었다.

        

        

        내가 그렇게 볼따구에서 느껴진 말랑한 감촉을 복기하고 있던 와중, 따라나온 두 분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건 그렇고, 변이자가 또 온다고? 이번에는 육군에서?”

        

       “1st SAC 출신이라네요. 우리 막내는 못 알아들을 테니 좀 더 익숙한 단어로 말해주자면…델타 포스 출신이지요. 어쩜 이렇게 공교롭게도 티어 1에서 한 명씩 변이자가 나오는지 원.”

        

       “반대로 생각해야지. 그보다 더 많이 있었을 걸. 근데 싸그리 죽은 거고, 아직 살아있는 놈들만 여기로 오는 거라고.”

        

       “불길한 소리 좀 그만 해요, 망할.”

        

        

        

        …이게 도대체 무슨 대화야?

        

        아무튼 이곳으로 온다고 하면 알파급 변이자라는 뜻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또 어떤 분이 올까 궁금해졌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물었다.

        

        

        

       “그…이번에 오는 분은 혹시 어떤 동물이신가요?”

        

       “글쎄요. 거기까진 말을 못 들었네요. 하지만 에어 컨디셔너를 재깍재깍 설치해주는 걸 보니…더위를 잘 못 참는 친구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이번에도 여자려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지. 전 그냥 포기했어요.”

        

        

        

        …하긴, 지금까지 본 것만 하더라도 다 여자였으니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그 사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굳이 이럴 때 오늘 있었던 끔찍한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밤은 깊었지만, 아직 나는 잘 수 없었다.

        

        

        

        

        

        

        

        

        

       -[EX팀 소속 // 로건 블레미스 상사, 서브 리더 // 알파급 변이자 – 모델 북극곰]

        

       -[EX팀 소속 // 안토니 오웬스 원사, 팀 리더]

        

       -[EX팀 소속 // 안톤 모리슨 중사, 브리처 및 기관총 사수]

        

       -[EX팀 소속 // 윌리엄 체스터 중사, 팀 닥터]

        

        

       .

        

        

       .

        

        

        

       -[이하 인원들을 센트럴 파크 HQ로 영구 파견함.]

        

       -[이카루스 기어 준비 중 // 알파급 변이자 이외의 오퍼레이터에게 기어 이식 성공률 계산 중….]

        

       -[성공률 35%. 반 년 안에 8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

        

       -[도착까지 D-?.]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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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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