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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7

    <687 – 충격고백(5)>

     

    고립무원의 마경에 발을 들이자 <금속>을 마경의 중심부로 수집하는 강력한 자연마나의 법칙이 우리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파사사삭.

     

    소지하고 있는 금화 하나가 자연마나의 효력으로부터 신체를 지켜주었다.

    230cm의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이라면 소모되는 금화의 양과 속도가 훨씬 빨랐겠지만 작은 키의 나는 소모량도 적었다.

     

    ‘실은 키가 작을수록 더 경제적인 건 아닐까?’

     

    몸이 클수록 같은 능력치로 발휘하는 전투력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몸이 작을수록 유지비는 줄어든다.

    아예 배낭배낭을 벗고 마나연공법을 더 빡세게 연공해서 키를 한 10cm쯤 더 줄이는 건 어떨지도 진지하게 고민이 들 정도!

     

    -아하핳! 오크노디가 땅딸보가 됐어.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아. 미니노디 완전 허접이야!

     

    “…”

     

    그런 날 발견하고 실컷 비웃으며 우월감을 느낄 티토소가를 상상하니 갑자기 키를 줄이고 싶은 욕망이 쏙 사라졌다.

    유지비용보다 중요한 건 자존심이지!

    아예 콧대를 꺾을 정도로 미래 시간대의 모습을 빌려서 어른의 모습으로 티토소가의 앞에서 내 성장력을 과시하는 방향을 고려해 봐야겠다.

    상상 속 티토소가가 괘씸했으니까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조명대도 빼앗아야지!

     

    “지면을 보십시오. 저것들은 <동전초>라고 불리는 동전을 만들어서 내뱉는 레어식물입니다. 땅에 심으면 더 많은 돈을 캘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탐욕을 이용해서 자라나는 꽃이죠.”

    “캐가자고요?”

     

    동전초의 번식방법을 알고도 권하는지 곽조를 의심스레 쳐다보니, 그런 내 심중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원래 그럴 마음은 없었는지 급히 이를 부정했다.

     

    “동전초는 토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동물에게 유해한 금속마나를 대량 생산합니다. 인간의 생체마나까지 변질시키는 1급금기지정식물이니 기프트 아카데미처럼 인간에게 적대적인 차원계에 동전초를 마구 뿌리는 짓을 할 것이 아니고서야 함부로 캐가면 안 됩니다.”

    “흐응~ 그러시구나! 그럼 지나가요.”

     

    곽조가 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흥, 귀엽게 구네.

    1회차 뉴비 주제에 고인물을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리다가 쫄리니까 급히 그만두다니.

     

    “마경 변경지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군요. 동전초의 발견 빈도가 높아졌으니 이는 올바른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곽조 아저씨는 길잡이로 전직해도 되겠어요! 나중에 도로시랑 만나볼래요?”

    “실례지만 도로시가 어느 귀한 분의 이름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냥 같은 981기 친구예요!”

    “그렇다면야 얼마든지 환영이지요. 다크프린세스의 친우분과 교분을 나눌 기회를 허락해주시다니 이 악천군 곽조, 일생의 영광이라 여기겠습니다.”

     

    도로시가 칠대마경보다 더한 삼대금림 중 괴수림의 길잡이라는 사실은 비밀로 해야겠다!

     

    “하지만 별난 녀석이군요. 혈음악단의 신입간부 아르데라는 녀석도. 이곳은 머무르기만 해도 금화가 소모되는 장소. 부를 이용해 침입자를 유혹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탐욕을 부린 자는 마경에 부족한 금화분의 ‘장비’와 ‘재능’을 빼앗기는 장소에 숨어있다니.”

     

    곽조의 의문도 합당했다.

    게임 시절의 플레이어는 소지금이 바닥나면 즉시귀환을 하거나 무리해서 보물모으기를 이어나가거나를 선택이라도 할 수 있지, 여긴 현실이다.

    까딱 잘못해서 시간계산을 잘못하거나 변수로 인해 복귀시간이 늦어지면 장비를 잃고 재능을 상실하며 약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보통 담력으로 머무를 장소가 아니다.

    애초에 혈음악단도 결국은 청자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존재.

    그 목적이 청자의 죽음이라고 한들, 바드계열 직업은 듣는 이가 있어야 강해진다.

    마경은 연주스킬로 기능경험치를 올리기엔 최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청자가 적은 곳!

     

    “먼가 별난 공략법을 찾았나 보네요!”

     

    뉴비 NPC가 어떤 기발한 공략법을 떠올렸을지 기대감이 솟아오르니 말에게 채찍질을 가하듯이 로시난테의 어깨를 발뒤꿈치로 쾅쾅 치며 재촉하는 빈도가 올라갔다.

     

    “빨리 가요. 너무 기대돼!”

    “아파, 너무 아프다…”

     

    로시난테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곽조와 크루엘, 알파의 달리기 속도가 조용히 빨라졌다.

     

    “인기척, 느껴진다…”

    “어디요?”

    “저기다… 말했으니까 그만 때려라… 진짜 너무 아프다…”

     

    로시난테의 길 안내를 따라가자 커다란 마차에 정신없이 보물을 퍼담던 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르릉!

     

    이쪽을 발견한 기사 하나가 당장 검을 뽑아들고 겨누며 소리쳤다.

     

    “우리는 호수의 왕국 이옐른에서 파견된 호수의 기사단이다. 우리가 원하는 재화는 이곳에 있는 것들이 전부이니 싸움을 원치 않는다면 이대로 떠나라.”

     

    곽조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호수의 왕국은 예로부터 많은 전설과 신화가 탄생한 신비의 본고장입니다. 저들이 노릴 정도의 보물이라면 예사로운 보물이 아닐 터이니 한번 노려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강도질을 권하다니 악성향 책사시구나!”

    “하지만 구미는 당기지 않으십니까?”

    “그건 그래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암흑상회를 키우고 있을 지젤이라면 “나쁜아이 같은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라면서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려고 했을 텐데.

    착한 사람이 주변에 없으면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지만, 이럴 땐 하등 도움이 안 되고 깐깐하기만 한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쓸쓸해지기도 한다.

    이번 11살 응애 컨셉플레이에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일까?

     

    “걱정 말아요. 구미가 당긴다고 했지 싸워서 훔친다고는 안 했으니까요!”

    “그래준다면 고맙겠군. 이만 떠나주게.”

    “그 전에 잠시만요. 여러분이 발굴한다는 그거, <검>인가요, <지팡이>인가요, <성배>인가요?”

    “…본국의 유물에 관심을 지니는 이유가 뭐지?”

    “그중에 굉장히 위험한 가짜가 있거든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기사가 품에서 마나보드를 꺼냈다.

     

    “잠시만 기다려주게.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용모파기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군.”

    “그러세요!”

     

    쿨하게 대답하고는 은근슬쩍 안법으로 마나보드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

    [데이터베이스 조회결과]

    *강력경고

    -133cm에 몸통만큼 커다란 배낭을 등에 멘 아이를 발견할 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최대한 천천히 등을 보이지 말고 물러나십시오.

    -그 인물은 추정 위험도 금패급에 해당하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후계자인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입니다.

    *개요

    -해당 인물은 재단이 보유한 각종 살인기술 및 신비를 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직속삼장 급의 강자로 간주해야 합니다.

    -<호수의 거울>은 그녀에게서 ■■■개의 멸망을 관측했으며, 그녀의 악행수치를 ■■■■■■로 관측했습니다.

    *주의사항

    -그녀가 호기심을 보일 시, 가지고 있는 가치 있는 물건과 비전도핑음식을 바치십시오. 전투는 곧 파멸의 지름길입니다.

    -만일 그녀가 모종의 경로로 당신의 고가치 물품 및 비전음식을 경험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바치십시오. 그럼에도 가치가 부족하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자살해야 합니다.

    ━━━

     

    아니… 이게 다 모야??

    사람을 무슨 마력재해 취급하고 있잖아!

     

    “맙소사.”

     

    호수의 기사가 숨을 들이켜더니 나를 향해 두려움에 질린 시선을 보냈다.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이번 회차는 진짜 착하게 살고 있는데!

    뉴비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다가가자 호수의 기사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오지 마!”

    “힝…”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제 몸에서 냄새가 나서 다가오지 말라는 겁니다. 발굴작업을 열심히 해서…”

    “저도 흙놀이 좋아해요! 작년부터 성 짓고 보물상자 캐는 놀이 많이 했어요!”

    “…다 지은 성은 어떻게 됐습니까?”

    “네? 쓸모없으니까 당연히 다 부쉈죠?”

    “!!”

    “물에 쓸어서 무너뜨리기도 하고, 짓밟아서 평탄한 대지로 만들기도 하고, 흙을 끼얹어서 매장하기도 하고, 아. 불마법 연습할 겸 태운 적도 있었당!”

    “오오, 호수의 여신이시여… 부디 이 타락한 마의 결정체 앞에서 저의 영혼을 보우하소서…”

    “???”

     

    호수의 기사가 떨리는 손으로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니, 뒤편에서 보물을 가득 싣던 다른 기사들도 겁에 질린 얼굴로 성호를 그으며 물러섰다.

     

    “저희가 모은 재물은 전부 드리겠습니다. 부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만이라도 허락해주십시오. 인재가 부족한 왕국에는 저희의 귀환이 절실합니다.”

    “왤케 겁먹었어요.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담? 긴장 풀고 안심하세요!”

     

    긴장을 풀어줄 겸 꺼낸 모래성짓기 토크가 어째서인지 더욱 극심한 공포를 불렀다.

    무어라 말릴 새도 없이 마차 위에 가진 음식과 귀한 물건까지 탈탈 털어서 얹은 성기사들이 달아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루엘이 손가락을 겨냥했다.

     

    “쏴?”

    “뭐 캐냈는지부터 보고!”

     

    발굴 지역을 살펴보니 다행히도 소유주의 소원을 잘못된 방식으로 이루어 주는 <원숭이 성배>나 착용자가 밥만 먹어도 생명경시를 한다며 발작하는 <결벽증 성검>이 아니라 그나마 써먹을 수는 있는 <너무 똑똑한 지팡이>를 발굴하고 있었다.

     

    “저기요, 이거 가져가셔야죠!”

     

    열심히 외치는데 벌써 저만치 사라진 기사들은 들은 체도 안 했다.

    나무에 탄성마법을 걸고 붕 하고 하늘을 날아서 쫓아가니 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더 빨리 달렸다.

     

    “아니 아저씨들 이거 안 가져가면 호수에 수장시킨 마족들 암흑마나 봉인 못 하잖아요!”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 멈출 기미도 안 보여서 친절하게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었다.

     

    “에잇!”

     

    13종 타격기능에 술식강화를 실어서 던지자 마경을 갈아엎으며 지팡이가 기사들의 앞을 지나쳐 그들이 향하던 탈출구에 도달했다.

    이 정도면 나가는 길에 알아서 주워가겠지?

    손을 탁탁 털고 돌아와서 로시난테의 어깨에 도약으로 폴짝 올라탔다.

     

    “머해요? 저흰 악기 루팅하러 가야죠. 전진!”

    “진짜 너무 무섭다…”

     

    로시난테의 웅얼거림에 초토화된 지면을 한번 보고, 제 손가락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크루엘도 얌전히 팔을 내리고 뒤따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래성쌓기 : 진짜 모래성임
    상상 속 모래성쌓기 : 진짜 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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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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