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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7

        

         

       불꽃을 연상시키는 듯한 생김새의 꽃.

       갈래갈래 피어난 얇고 길쭉한 꽃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멀리서 본다면 기다란 줄기가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이 대나무 위에 불꽃이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절간 등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길렀던 꽃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농장 곳곳에 절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 스튜디오에서 무전합니다. 아아, 히나쨩. 잘 들리나요-? ]

         

       [ 라져-댓! 히나 잘 들립니다! ]

         

       [ 자, 그럼 히나쨩. 피안화(彼岸花)에 관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

         

       [ 에- 그러니까, 꽃이고. 빨갛다? ]

         

       [ 하하하하! 그렇지! 빨간 꽃이지! ]

         

       수많은 꽃.

       수많은 사람.

         

       그곳에서 리포터 역할을 맡고 있는 아이돌은 스튜디오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축제를 홍보하고 있었다.

         

       [ 그러면 여기서 퀴즈! 피안화는 먹을 수 있다 없다?! ]

         

       [ 정답! 먹을 수 있다! ]

         

       [ 오, 어떻게? ]

         

       [ 어…. 데쳐서? ]

         

       [ 정답입니다! 어떻게 알았어?! ]

         

       [ 저기 피안화 먹어보기 체험 부스가 있어서요? ]

         

       [ 아차차! ]

         

       활발한 분위기의 축제 현장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피안화 농장의 풍경이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리포터도, 스튜디오의 패널들도 전부 들떠있는 듯 보였다.

         

       [ 아~! 여러분! 저기 부스가 보이네요! 이건- 피안화 알아보기? ]

         

       [ 오, 히나 리포터!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

         

       [ 네. 피안화는 탱화를 그리기 위한 염료로 사용되었으며 그 때문에 절에서 많이 길렀다…. 독성을 가지고 있어 농부들이 두더지를 쫓기 위해 기르기도 했으며…. 데치면 독성이 많이 줄어들어 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된다….]

         

       [ 그렇지. 먹을 수는 있지. 먹을 수는….]

         

       [ 이야~ 피안화 얘기면 내가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지. 내가 어릴 적에 말여, 억수로 가난했는디 어찌나 가난했는지 사람들이 나보고 ‘생활력이 참 강하시네요.’라고 했단 말이여! ]

         

       [ 오사카 사람이? ]

         

       [ 아니, 교토 사람이. ]

         

       [ 얌마! 그러면 그건 욕이잖어! ]

         

       [ 괜찮어 괜찮어~! 교토 놈들도 피안화 튀김 하나면 한 방이여! ]

         

       [ 그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잖어! ]

         

       [ 이야~ 내가 오사카 사람이라서 설사하는 걸로 끝났지~ ]

         

       [ 더러운 얘기였냐! ]

         

       스튜디오에서는 패널들이 개그를 주고받으면서 웃고 떠들고.

       현장에 나와 있는 리포터 역시 축제 현장에 하나의 관광객으로 녹아들어 가며 축제를 즐긴다.

         

       그리고 그런 관광객들을 축복하기라도 하는 듯 하늘에는 열기구 여럿이 둥실 떠올라 있다.

         

       특수처리를 한 검은 열기구에는 빠알간 피안화 형태의 문양이 크게 새겨져 있었는데, 어떻게 한 것인지 열기구의 불꽃에 반응해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번 축제에 쓰려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열기구는 밤이 된다면 검은 천은 어둠에 묻히고 문양만이 불꽃처럼 타오르면서 하늘에 피안화가 피어오른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하겠지.

         

       그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 * *

         

         

         

       검은 열기구는 두둥실 하늘에 떠올라 있다.

       피안화의 문양을 새긴 채 하늘에 부유하고 있다.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불꽃이 둥근 열기구를 팽창하게 만들고, 양옆에 달린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를 주머니는 단단하게 매달려 있다. 열기구와 땅을 연결하는 밧줄은 초록색으로 칠해져 실제 피안화의 줄기를 흉내 내고 있었고, 안에 실려있는 기계에서는 우웅- 하면서 자그마한 소리를 내고 있다.

         

       꿈틀.

         

       기계가 움직인다.

       아니, 기계 내부의 무언가가 움직인다.

         

       꿈틀.

         

       스테인리스 금속으로 보이는 외피가 갑갑한 듯 기계는 꼼지락꼼지락 움직인다. 라디오인지 무전기인지 모를 형태가 잠시 일그러지기도 하고, 부풀었다가 줄어들면서 마치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바뀐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렌즈가.

         

       까암빡.

         

       사람이 눈을 깜박이는 것처럼.

       그렇게 닫혔다가 열린다.

         

       투둑.

       투두둑.

         

       렌즈의 깜빡임.

       눈꺼풀의 움직임.

       눈알을 닮은 렌즈의 안.

       부풀고 줄어들면서 생긴 뒤틀림.

       그 안에서 나오는 자그마한 애벌레들.

         

       꿈틀꿈틀.

       새까만 것이 통통하기도 하지.

       썩은 시체를 파먹어 까맣게 변한 것인고.

       애초에 구더기가 아닌 다른 애벌레인고.

         

       벌레들이 꿈틀대며 기계에서 나오고, 퍼졌다가 꼬물꼬물 움직여 한데로 뭉친다.

       그리곤 자신이 구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서로 붙잡으며 단단히 뭉치고는, 데구르르 잘도 굴러간다.

       흔들흔들 좌에서 우로 움직이는 열기구의 움직임을 따라, 바람이 뒤흔드는 열기구의 몸을 따라 그렇게 구석에서 구석으로, 구석에서 구석으로 잘도 굴러간다….

         

       그리고 뿜어내는 불꽃의 열기에 사아악 굳어가며 건조가 되기 시작하니, 부스러기로 만든 구슬처럼 그렇게 굳어간다.

       어린아이가 모래밭에서 만든 흙 경단만도 못한 볼품없는 모습이라니.

       새까만 것이 먼지를 그러모아 구슬로 만든 것만 같구나.

         

       깜빡.

         

       구슬이 만들어지는 그 광경을 기계는 본다.

       눈꺼풀을 깜빡이며, 그것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데구르르르-

         

       벌레로 만든 구슬이 양껏 늘어나고.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게 되었을 그 무렵.

       그 구슬들은 기계 아래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그곳이라는 것처럼, 자석에 철 구슬이 달라붙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그것들은 움직여 기계의 각도를 조정한다.

       불꽃의 중앙을 시야에 담도록….

         

       화르륵.

         

       불꽃이 담긴다.

       기계의 눈에.

       기계 안에 있는 무언가의 눈에 불꽃이 담긴다.

         

       화르륵.

         

       뜨거운 불꽃.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붉은색의 향연.

       피안화의 춤인가, 불꽃의 춤인가.

       눈은 차마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그 장관을 눈에 담는다.

         

       그리고 제 몸의 가장 안쪽에 새겨진 것처럼.

         

       『 불꽃을 바라보는 이는 그것과 한 몸이 되기를 갈망한다. 』

         

       불꽃과 자신을 일체화시키기 시작한다.

         

       몸을 던질 수는 없지만 그것을 쉬지 않고 바라보고.

       불꽃이 제 몸뚱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기구의 움직임에 흔들흔들.

       그러면서도 단단하게 고정된 몸체는 불꽃을 한시도 눈에서 떼려 하지를 않는다.

         

       그리하여 그 시야가 불꽃의 중심부를 마침내 관통하는 순간이 찾아왔나니.

         

       화아악-!

         

       줄어들었다가 순간 키워지는 불꽃.

         

       그 순간 눈과 불꽃은 하나가 되었다.

         

       불꽃에 눈알의 형상이 나타나고, 그것은 이리저리 타오르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열기구는 피안화를 아래에 둔 채 불꽃의 눈알을 화르르르.

       대각선의 위쪽으로, 우주가 보이는 곳으로 시야를 둔다.

         

       화르륵.

         

       그리고 이러한 눈알은 하나가 아니었으니.

         

       열기구마다 하나씩 생겨난 불꽃의 눈.

       그리고 그 숫자는 총 일곱.

         

       일곱의 눈이 대각선을 그리며 하나의 지점을 바라보았나니.

       그 방향은 하늘을 한참 넘어 우주에 도달해 있음이라.

         

       불꽃의 눈 일곱.

       그 일곱이 바라보는 하나의 반짝임.

         

       그곳에는.

       불꽃의 눈이 바라보는 그곳에는….

         

         

         

        * * *

         

         

         

         

       고요의 바다에는 언제나 고통이 가득하다.

       끔찍한 수준의 차가운 온도.

       그와 반대로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익히는 뜨거운 불길.

       소리 한 점 없음에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비통의 외침.

       모든 것이 고통.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은 지옥 밑바닥과 같은 공간이다.

         

       파도가 없음에도 출렁이는 파도를 느낄 수 있고.

       눈이 내리지 않음에도 눈의 차가움을 느낄 수 있고.

       불꽃을 삼키지 않았음에도 불꽃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심해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무인도에 표류한 이들의 심정을 느낄 수도 있는 이곳.

         

       고요의 바다는.

       고통 속에 존재한다.

         

       “….”

         

       그리고 그 암흑의 바다.

       물 대신에 암흑물질이.

       밀물과 썰물 대신에 중력이.

       파도 대신에 태양풍이.

       다만 바다 자체가 별빛으로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저 멀리 항성이 자신에게 진동으로 속삭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그곳에 한 사람이 있었다.

         

       낡아빠진 인공위성.

       사람 하나가 간신히 생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좁아터진 내부 공간.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설비들.

         

       그곳에서 남자는 창 너머로 지구를 본다.

         

       우주의 고요함에 감싸인 채, 푸르른 별을 바라본다.

       파란색으로 뭉뚱그려진 바다를.

       하얀색 칠로 뭉뚱그려진 구름을.

       밤이 되었음에도 찬란하게 빛나는 지상의 별들.

       우주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구조물들….

         

       고요의 바다 속 떠 있는 찬란한 아름다움이여.

       빛을 발하고 우뚝 서서 돌아올 곳을 알려주는 등대여.

       아름다운 푸른색의 등불이여….

         

       남자는 창 너머로 지구를 바라보며 허공에 둥둥 뜬 채 가부좌를 틀고 있다.

       유리알처럼 광택을 발하는 눈동자를 지구에 고정한 채,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길쭉한- 더 강력하고 탄성이 있게 변화한 팔다리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몸에 새로 생긴 에너지 방출 기관으로 기를 뿜어내 몸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게 고정한 채.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는 지구를 바라본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했듯, 곧 지구에서 시선을 돌리고 수련을 하게 되겠지.

       좁아터진 공간에서 천천히 칼을 들고 검술을 연습하고.

       위성의 밖으로 나가서 잠깐 고요의 바다를 헤엄치고.

         

       그렇게 그의 일상은 언제나처럼 이어지게 될 것이었다….

         

       “…누구냐.”

         

       하지만 그렇게 변함이 없어야 할 일상에 불순물이 끼어들었다.

         

       강렬한.

       그의 기감을 자극하는 너무나도 강렬한 시선이라는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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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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