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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8

       

        

        

        

        

        

        

       “어으, 어려워어…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어요오….”

        

       “차분히 가르쳐줄테니 모르는 부분 있으면 메모해놔. 나도 네가 모르는 것들 옆에서 바로바로 알려주고 싶은데, 요즘 제반상황이 너무 휙휙 바뀌니…작전 조율 미팅이 너무 많아서 나도 머리가 아파.”

        

       “이이잉…올리비아 씨….”

        

       “…아이씨, 금방 하고 올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어!”

        

        

        

        효과적인 지상타격에 필수적인 요소…전투 추적, 표적 지정, 전술적 위험 평가, 무기 사용 권한, 공격 방법, TAC 유형….

        

        TAC 유형은 각각 타입 1,2,3으로 분리되고, 항공기는 BOT(Bomb On Target) 방식과 BOC(Bomb On Coordinate) 방식으로 나뉘며, 항공기가 표적 혹은 마크(연막탄 등)에 접근해 표적 위치를 획득해야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나뉜다….

        

        요컨대 BOT는 움직이는 공격수단, BOC는 고정 이동 수단 타격에 적합하며, 이를 혼동하면 사살 시간이 늘어나거나 타게팅 기회를 놓칠 수 있고, 에어크루와 JTAC 간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공격 시작은 IP 혹은 BP에서부터 항공기 – BP는 회전익기 – 가 작전공역으로 접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표적의 위치 좌표를 설정하기 어려운 경우 열쇠구멍(Key Hole)이라는 IP/BP를 설정하기 위한 그림을 통해 쉽게 좌표를 딸 수 있다….

        

        

        

       “우웨에에엑….”

        

        

        

        토할 것 같아.

        

        교범 페이지는 360페이지, 그것도 오만가지 그림과 예시, 이론 문제와 예상 시뮬레이션 문제, 거기에 더불어 특수정찰 교범까지 같이 붙어있다보니 테이블 위에 놓여진 책의 두께는 백과사전에 필적한다.

        

        이 모든 것들을 고작해야 2주…만에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사실상 올리비아 씨나 다른 분들도 당연히 기대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이카루스 기어가 없는 나라면 작전은커녕 여기 얌전히 박혀있었을 걸. 

        

        문제는 하필 내가 알파급 변이자라는 사실이고,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퍼레이터가 되는 것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 무지하게 힘들어.

        

        

        올리비아 씨까지 나간 방 안.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모르는 천장이지만 익숙한 천장이었다.

        

        사실 안 익숙한 것은 지금 입고 있는 군복이다. 그 있잖은가. 일반적인 군복 말고 전투할 때나 입는 전투복. 컴뱃 셔츠라고 말해야만 하나, 이걸. 꼴에 나도 전투인력이랍시고 다른 분들이 입혀놓았다.

        

        아직 내가 오퍼레이터라고 말하기엔 실로 창피한 수준이다. 나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나도 나 스스로를 전투원(Soldier) 정도로 지칭하고 있고, 다른 분들도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언제쯤 이 분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으려나 몰라.

        

        하지만 아쉽다면 아쉽게도, 갑자기 올리비아 씨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지 마, 임마.”

        

       “우엥, 안 잤어요오….”

        

       “나만 다녀오려고 했는데, 너도 들어야만 하는 사항이 좀 있어서 같이 가야 할 것 같네. 공부는 다녀와서 하자.”

        

       “네에.”

        

        

        

        그리하여 동행.

        

        사실 반 정도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긴 했다. 굳이 말은 안 했지만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까 올리비아 씨가 나가면서 했던 말이 그 증거기도 했다.

        

        제반상황이 정말 하루마다 바뀌고 있었다. 작전 결행까지 2주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 남아있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 자주 바뀌니까 무서울 정도였다.

        

        최대 24시간에 한 번씩, 아무리 짧아도 8시간에 한 번씩 갱신되는 정찰 데이터와 호프먼이라는 분으로부터 전달되고 있는 아르테미스 내부 데이터. 이 두 개만으로도 작전 구조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브리핑 룸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진지한 토론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었다.

        

        

        

       “아르테미스와 적 분견대 간의 상호 협조가 꽤나 단단한 것 같은데, 어느 한 쪽이라도 섣불리 건드리면 곤란해질 걸.”

        

       “둘 다 동시에 타격해야지. 아니면 최소 하루 안에 축차로 때려야할 걸.”

        

       “어느 쪽이든 통신장비를 획득할 수 있으면 제법 재밌는 일을 꾸밀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건 어려운 일인가?”

        

       “아르테미스 측은 몰라도 분견대는 2개 중대급 인원수지요. 사람만 제거하는 건 불가능한 소리예요. 반쯤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라도 풀지 않는 이상은 무리고, 그게 불가능하단 건 모를 리 없겠죠?”

        

       “일단 서로 얼마 정도의 간격을 두고 통신하는지부터 파악해보자고. 그닥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최대한 빠르게 둘 다 축출해야지.”

        

       “그래서 아르테미스 측은 어딨는데?”

        

        

        

        음, 완벽하게 난장판이다.

        

        브리핑 룸 안에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존재했다. 일단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모습인 로건 및 로렌티나 씨부터 이글 팀, 그리고 로건 씨랑 같이 온 듯한 EX 스쿼드론 분들까지.

        

        대략 열 명이 좀 안 되는 분들이 한 마디씩 얹으니 한 번씩만 말해도 아홉 마디다.

        

        하지만 한 마디로 끝날 리가 없지. 그래도 나름 이제 영어를 조금씩 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나조차 절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으니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제는 이 기어가 어느 정도 내용 축약 및 번역을 동시에 해주고 있어,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것 정도.

        

        아무튼,

        

        

        

       “그럼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겠네. 올리비아는 단독, 혹은 저 애랑 특수정찰. 타격팀은 아르테미스 기지 위치 파악되는 대로 싹 밀어버리고, 헬기 타서 다시 로어 맨해튼으로 가면 되는 건가?”

        

       “곤란한데. ISIL 같은 얼치기 새끼들도 아니고, 적성국 분견대 급의 중무장 병력들이랑 연전이라. 우리한테도 그 이카루스 기어인지 하는 물건을 달아줘야 그나마 승산이 좀 있겠어.”

        

       “정찰분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전을 질질 끌수록 본대에 일러바칠 확률이 높다는 건데, 그 부분은 UAV로 재밍하면 어떻게든 되겠고…결국 누가 죽는지를 고르는 문제야.”

        

       “지금 맨해튼 전체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수가 고작해야 2개 대대 언저리 아닌가? 1개 소대 정도만 증발해도 아마 끔찍한 전력 공백 사태가 발생할 걸.”

        

       “흠. 클리너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봐야만 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분견대 방어선이 완전히 박살날 때까지 미사일을 들이박을 수도 있고.”

        

        

        

        대충 이해는 가는 말이긴 했다.

        

        2개 중대면 한…중무장 병력이 200명 정도는 로어 맨해튼 인근에 상주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거기 들이박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센트럴 파크의 군인들을 거기 밀어넣기도 그렇고.

        

        사실 클리너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긴 했다. 나도 그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기도 하고, 그 클리너인가 하는 분들을 중무장된 방어선에 밀어넣는 건…그게 그나마 가장 낫지 않을까.

        

        하지만 누굴 살리고 죽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얌전히 입을 닫고 있는 게 가장 낫겠지.

        

        

        

       ‘그건 그렇고, 참….’

        

        

        

        세상이 너무 기이해졌어.

        

        올리비아 씨까지 거기에 합류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뉴욕시 위생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람을 산채로 불태우는 방화범이 되었으니까.

        

        놀랍게도 나중에 듣기로는 그 분들 덕분에 내가 브루클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단다.

        

        그리고 이카루스 오퍼레이터가 되면서 알게 된 추가적인 사실에 의하면, 브루클린 탈출 와중 있었던 습격에서 탈옥수들을 그쪽으로 보낸 뒤, 상황이 불리해지자 나중에 자기랑 그 아래 죄수들만 쏙 탈출시킨 사람도 있었단다.

        

        구체적으로는 센트럴 파크에 같은 탈옥수 위치를 싸그리 팔아넘겼다는데…진짜 저 정도 머리회전은 할 줄 알아야 이런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살아남는 거구나.

        

        듣기로는 코드네임이 조디악인가 그랬다는데, 이러다 나중 가면 그런 협력적인 죄수들도 부려먹으시겠어.

        

        ….

        

        응?

        

        

        잠깐만.

        

       

        

       “….”

        

        

        

        딸깍.

        

        저 대화에 섣불리 끼어들긴 좀 그랬기에, 나는 손가락을 까딱여 저기서 열띤 대화를 진행 중인 올리비아 씨를 불렀다. 아마 지금쯤 손목의 이카루스 기어에서 진동이 느껴졌겠지.

        

        아니나 다를까 이 분은 그 순간 그걸 확인하고 내 근처로 다가왔고, 이어 물었다.

        

        이제 내 생각을 피력할 시간이었다.

        

        

        

       “그, 분견대 방어선엔 결국 누가 가는 건가요?”

        

       “글쎄다. 그나마 클리너일 가능성이 높긴 한데, 저쪽에서 거절하면 딱히 의미가 없는 일이지.”

        

       “그러면 탈옥수들을 보낼 수는 없나요?”

        

       “…무슨 수로?”

        

       “그 조디악이라는 사람이 센트럴 파크랑 비밀리에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면서요? 그 사람이 도움 안 되는 반정부 탈옥수 세력들을 똘똘 뭉쳐서 로어 맨해튼의 방어선에 박아버리면 공짜 이득 아닐까요?”

        

       “…흠.”

        

        

        

        의외로…생각보다 반응이…좋다?

        

        애시당초 만약 제대로 된 생각이 아니었으면 그건 아닌 것 같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따구를 조물조물 만졌을텐데, 저렇게 고려해본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괜찮다는 소리기도 했다.

        

        아쉽다면 아쉽게도 올리비아 씨는 한 번 생각해본다는 말을 남기셨고, 나는 그 즈음 들을 정보는 다 들었다고 생각했기에 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설날 저녁 혹은 밤 즈음에 어른들 대화한답시고 방에 애들 몰아넣는 거 생각나네. 아무튼 착한 응애는 공부를 하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기특하게 보일 것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방으로 향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의자에 앉아 고민 중인 올리비아 씨였다.

        

        

        

        

        

        

        

       “…우리 막내가 그런 제안을 했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가능하기만 하면…그나마 낫겠어. 탈옥수 친구들을 잘 구슬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밑져야 본전이지. 찔러나 보자고. 일주일 정도 떡밥 뿌리면서 지켜보면 되겠어.”

        

        

        

        한편.

        

        나비의 날개가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맨해튼 대교와 브루클린 다리의 봉쇄가 일부 해제되었어. 6시간 전에 확인한 정보야.”

        

       “씨발, 6시간? 그거 신빙성 있는 정보 맞냐?”

        

       “대가리 빈 놈이랑은 이래서 말이 안 통하는구만. 세상이 박살난 시점에서 6시간 전 정보는 막 들어온 거나 다를 바 없는 물건이라고.”

        

       “조디악까지 참석을 완료했다. 하이에나 카운슬 중 못 온 사람은…리바운드인가? 그럴 줄 알았지.”

        

       “그 새끼가 브루클린에서 사지 다 떨어져나간 걸 아직도 모르는 놈이 있네. 스파이스 작작 빨지? 뇌에 구멍 뚫린 새끼들을 같은 위원회 멤버랍시고 들여보내주기 싫은데.”

        

       “입 좀 닫아라, 개새끼들아. 회의 시작이 안 되잖아.”

        

        

        

        NYC 랭온 호스피탈 브루클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뉴욕 주방위군 소속 제442헌병중대 및 제104헌병대대의 참모진, 그리고 백수십 명에 달하던 민간인이 모여있던, 그러나 이제는 라이커들의 본거지가 되어버린 곳.

        

        병원 내에 작게나마 마련된 회담장 내부에 아홉 명 가량의 제각기 다른 형상을 한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대부분은 정상이 아니거나 험상궂게 생긴 이들이었고, 이들이 하는 짓거리 역시 인상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의 정체는 브루클린 전체를 헤집으며 각자도생, 혹은 그 사이에서도 끗발 날리는 이들만을 모아 결성된 거대한 갱 연합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구성원 전부가 탈옥수 혹은 그에 준하는 범죄자였다.

        

        

        그리고 그 중, 조디악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손짓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옆에서 대기하던 가드 한 명이 프레젠테이션 프로젝터를 작동시켰다.

        

        어두운 회담장 내부에 빛이 들어옴과 동시에 허리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탁한 은발과 늑대의 꼬리가 보였다. 여리여리하고 가느다란 몸뚱아리 위에 얹혀있는 작은 머리 위엔 늑대귀가 쫑끗거렸다.

        

        그 누가 보아도 이런 폭삭 망한 사회에서 피식자의 역할을 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더럽게 느리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일부러 그러는 거냐?”

        

       “태어나서 처음 만져본 전자기기가 훔친 스마트폰인 새끼다운 탁월한 지적이구만. 좋아. 프레젠테이션 프로젝터가 뭔지부터 알려줄까?”

        

       “이 씨발새끼가….”

        

       “홀스터에 손 뻗지 마라, 슬링샷. 틀린 말 했냐? 마리화나라도 하나 피우고 오든가. 한 마디 들었다고 똥 마려운 개새끼마냥 굴긴….”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초.

        

        수많은 탈옥수들이 맨해튼의 겨울 공기를 맛보기 위해 라이커 섬에서 뛰쳐나온 이후 어떻게 하면 민간인들의 목숨과 물자를 더욱 알차게 약탈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무렵.

        

        훗날 조디악이라고 불릴 여성 변이자 탈옥수 – 전직 남성 – 는 다른 탈옥수들이 쌈박질 잘하는 동료를 영입할 무렵, 손재주 혹은 기술이 있는 사람, 혹은 그나마 고등 지식을 학습한 이들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것은 훗날 어마어마한 결실로 되돌아왔다.

        

        그 증거가 바로 이 회담장 – 자신 혹은 그녀가 이끌고 다니는 가드들 말고는 프로젝터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다룰 사람이 없다는 것 – 이었다.

        

        물론, 병원 지하의 발전기의 가동법을 알고, 병원 내부의 고장난 전력시설을 수리할 수 있는 인원들을 유일하게 데리고 있는 것도 조디악의 세력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녀는 하이에나 카운슬에 있어선 거의 대체불가능한 인력 그 자체였고, 자연스럽게 발언권은 높아졌다.

        

        

        하나씩 표기되는 사진을 뒤로 한 채, 그녀의 뒤에서 대기하던 누군가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전 전직 드론 조종사였고, 지금은 정찰을 맡고 있는 앤디 샌더스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설명하자면, 맨해튼 대교와 브루클린 대교의 끄트머리에 있는 자동 터렛이 현재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않는다는 거야, 그렇게 보인다는 거야? 확실하게 말 안 해?”

        

       “확대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스윽.

        

        그와 동시에 보여지는 사진.

        

        당연하겠지만 그 역시도 안목이 괜찮은 사람이 아니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나, 샌더스라고 자신을 설명한 이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자동 터렛은 이곳에…그러니까 흑색 컨테이너의 형태로 대기하면서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을 사살하고 민간인이 맨해튼을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만, 얼마 전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손상?”

        

       “컨테이너 측면이 크게 부풀어올라 뚫렸습니다. 이러한 광경으로 미루어보아 파괴된 것은 확실합니다.”

        

       “…요점은 컨테이너가 아니고, 맨해튼으로 통하는 길이 뚫렸다는 거지. 인력을 급하게 벌충하느라 다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인력 분산이 필요해. 그리고 로어 맨해튼 인근은 전부 아파트고. 이 말인 즉슨 물자를 편하게 얻을 수 있단 거야.”

        

        

        

        그 순간 의자에 앉아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몇몇 이들.

        

        바로 그 말대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바로 그러한 ‘당근’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반응한 이들은 대부분 조디악이 언급한 ‘다방면에서의 문제’를 안고 있는 갱단의 리더들이었다.

        

        조디악은 손짓했고, 샌더스는 마치 쐐기를 박으려는 듯 여러 사진들을 띄웠다 – 로어 맨해튼 곳곳에 존재하는 식량 및 무기 보급품 사진이었다. 드론으로 먼 거리에서 찍은 것이었기에 전부 알아보긴 어려웠지만.

        

        누가 말하기도 전 한 명이 말을 이었다.

        

        

        

       “코요테.”

        

       “그래서, 조디악 너는 저 불구덩이인지 뭔지에 밀어넣을 사람이 필요하단 거 아냐. 내가 지원하지.”

        

       “상관없나?”

        

       “근래 엘살바도르에서 넘어온 브롱스 갱단을 통째로 집어먹었거든. 기존 클랜 멤버와 반발이 심해. 머릿수를 좀 줄이는게 좋겠단 말이지. 그리고…만약 불구덩이가 아니라면 더 좋은 일이고. 흐흐….”

        

        

        

        코요테라 불린 이가 낮게 웃는 순간 주변 이들의 눈치교환이 빨라졌다.

        

        다방면에서의 문제라는 것은 식량과 무기의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로어 맨해튼에 보낸 수백 혹은 수천 명 가량의 인원들이 사용 가능한 어느 정도 분량의 물자를 확보하게 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하이에나 카운슬의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독주를 막기 위해 이들이 선택할 방식은 자명했다.

        

        

        

       “…나도 간다.”

        

       “코요테 다음엔 스틱스라. 그 다음은?”

        

       “100명 정도면 되나? 이쪽이 보낼 수 있는 최대치야. 내가 직접 가긴 그렇지만, 내 오른팔인 하운드를 통솔자로 보내지.”

        

       “마음대로 해.”

        

       “조디악. 너는?”

        

       “이쪽은 통신 장비 고치느라 바빠. 주변 뒤져서 수리용품 찾는 거 도와주려면 마음대로 해라.”

        

       “알았다.”

        

        

        

        그 말과 함께 픽 하고 화면이 꺼진다.

        

        간다고 답한 세 명과 아직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5명. 그리고 안 간다고 말한 조디악까지.

        

        그녀는 더 이상 방 안에 자신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방으로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던져준 이상 남은 것은 저들끼리 알아서 투입구역을 정하는 일 뿐.

        

        가드 및 샌더스와 나온 그녀는 느긋하게 병원을 빠져나갔고, 아까 자신이 언급하였던 통신 장비가 위치한 버려진 군 기지 – 브루클린 아래의 포트 해밀턴으로 향했다.

        

        

        차량을 타고 그 근처까지 도착했을 즈음, 그녀는 몇 가지 부품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디악의 손 위에 독특하게 생긴 기계장치 하나가 놓여졌고, 그녀는 버튼을 누르고는 스위치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찰칵 소리가 들린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디악입니다. 응답 바랍니다. 잭팟입니다.”

        

       -당소 정원사(Gardener) 액츄얼, 잭팟 인식하였음. 일주일 내로 로어 맨해튼에 대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정됨. 접근하지 말 것.

        

       “…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백색 인(P)과 열압력탄의 비가 내릴 것으로 추정됨. 우산 지참하길.

        

        

        

        조디악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힘겹게 숨을 내뱉으며 무전기 역할을 하는 기계를 분리했고, 이어 중얼거렸다.

        

        

        

       “클리너만 미친 새끼들인 줄 알았더니….”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센트럴 파크와 협력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현대전의 어둠은 깊기 짝이 없었고, 수백에 달하는 탈옥수를 이끄는 장인 그녀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광기는 범접할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브루클린 에피소드 막바지에도 잠깐 얼굴을 내비쳤던 친구이자 1부에는 나오지 않았던 알파급 변이자입니다

    모티브는 누군지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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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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