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89

    <689 – 충격고백(7)>

     

    황금의 도시 아발론에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다리가 사방에 설치되었다.

    걸음이 멈춘 것도 바로 이 다리 앞에서였다.

    도시의 상징인 랜드마크를 구경하며 신비를 목격한 특전을 얻으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걸어서는 지나갈 수가 없어서였다.

     

    [황금의 다리]

    [효과1 : 황금역장으로 침입자를 감지한다.]

    [효과2 :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들을 구금할 황금수호병을 소환한다.]

    [효과3 : 통과자에게 황금표식을 새긴다.]

    [효과4 : 황금표식의 중첩횟수의 제곱만큼 통과비를 올려서 받는다.(현재 통과비 2골드)]

     

    [황금모금함]

    [효과 : 다리를 건너려는 이들이 통과비를 넣으면 역장을 해제한다.]

     

    [황금역장]

    [효과 : 이 역장을 강제로 통과하려는 자에게서 통과비의 50배에 달하는 금화를 강제로 징수한다.]

     

    “조심하십시오. 현지 범죄자 녀석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들의 영업장으로 주로 쓰이는 <황금다리>는 건널 때마다 통과비가 배로 증가합니다.”

    “저도 알아요! 미니게임으로 나왔어요!”

    “미니게임…?”

     

    이벤트던전 <고립무원의 마경>.

    제 1구역 변방지대를 지나 제 2구역 도시지대에 진입하면 새로운 기믹이 나타난다.

    지나갈 때마다 2배씩 더 많은 금화를 받는 수많은 다리들의 등장!

    당연히 다리는 적게 건널수록 이득이다.

    하지만 다리가 없는 곳에는 몬스터나 모험가, 마력재해나 각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실력이 없는 허접들은 다리를 피하겠다고 랜덤이벤트에 도전했다가 호된 꼴을 당하는데, 그렇다고 이벤트가 무서워서 다리로 지나다니면 함정에 빠진다.

     

    ‘제 3 구역으로 가는 길은 다리 10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는걸!’

     

    그래서 고인물들 사이에서는 이벤트의 전조현상을 가늠하고 감당이 된다 싶으면 이벤트로 도전, 무리다 싶으면 다리를 밟지 않고 지나가는 우회방법에 대한 연구가 여럿 이루어졌다.

    기프트 아카데미 3학년들이 일괄적으로 배우는 하늘을 나는 비행마법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도 바로 이곳에서이다.

    하늘을 날아가면 다리를 밟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다리 밑에 강으로 걸어가면 안 되나…?”

     

    로시난테가 생체형 골렘 특유의 육중한 발을 쿵쿵 내디디며 의문을 드러냈다.

     

    [황금의 강]

    [효과1 : 강에 닿은 물질을 황금으로 변형한다.]

    [효과2 : 황금마나에 닿은 마나를 모두 황금마나로 변형한다.]

    [효과3 : 강 위를 지나가는 물체나 생명체의 가치를 판정하고 그 수치를 ■■■에 전송한다.]

     

    들어가면 죽기 딱 좋은 강이다.

     

    “가보고 싶으면 가도 돼요!”

    “…안 들어간다…”

     

    내 말을 안 들으면 손해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로시난테가 괜한 호기심을 접었다.

     

    “그럼 날아서 건너자고?”

    “맞아. 음, 그냥 이렇게 하자. 다들 일루 와!”

     

    알파와 크루엘, 곽조가 주변으로 모였다.

    나는 냉큼 로시난테에게 중력마법을 걸어서 대자로 쓰러뜨리고는 그 위에 호위골렘을 올려놓았다.

     

    [융합마법]

    [술식결합]

    [마도공학]

     

    [당신은 극도로 수준이 높은 골렘제조술을 발휘하여 생체형 골렘 <로시난테>를 <룩>급으로 두 단계 업그레이드 마개조에 성공했습니다.]

    [골렘제조술 경험치+300]

    [골렘개조 경험치+150]

    [마도공학 경험치+150]

    [융합마법 경험치+150]

    [자폭기관제작 경험치+150]

    [엔진제작 경험치+50]

    [발전기제작 경험치+50]

    [미사일제작 경험치+50]

    [가스필터제작 경험치+50]

    [탑승기관제작 경험치+50]

    [마나제어술 경험치+50]

     

    무심코 손에 익은 자폭기관을 가장 공들여서 만들기는 했지만 아무튼 호위골렘이 합쳐진 로시난테는 기존보다 30배도 넘게 강해졌다.

     

    “오오, 오오오오오오… 힘이, 힘이 느껴진다…!”

    “완성이야!”

    “다크프린세스여, 내게 어떤 중임을 맡기려고 이런 성장을 허락했는가. 무엇이든 명령만 내려라. 황금의 도시를 침략하는가? 건방진 다리를 부수기를 원하는가? 도시의 모든 황금을 뜯어내기를 바라는가?”

    “<비행모드>로 변신하길 원해!”

    “뭣…?”

     

    로시난테가 당황하건 말건 명령어에 적절한 마나파장을 섞어 사출하자 로시난테의 몸체가 제멋대로 변형하더니 거대한 전투기의 형상을 이루었다.

    히힛.

    역시 탈것은 전투기가 짱이지!

     

    “자, 다들 올라와. 콕핏에 들어오면 직접 조종도 할 수 있는데 수동조작도 해볼래?”

     

    예로부터 남자가 참지 못하는 것으로는 여자와 로봇, 가변형골렘전투기라 하였다.

    처음 보는 형태임에도 손이 근질거리는지 손을 움찔하지만 체면 때문에 차마 나서지 못하는 알파와 달리, 곽조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침묵의 손길>

     

    그런 곽조의 입을 창백한 손 서너 개가 한시가 바쁜 것처럼 서로 앞다투어 덮었다.

    입을 덮지 못한 손 두어 개가 날카롭게 손톱을 세우며 곽조의 얼굴을 겨누었다.

    물론 마법을 발동한 이는 크루엘이었고, 곽조는 슬픈 눈으로 크루엘이 조종석에 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어떻게 조작해?”

    “조종권한을 부여했으니 염탐안을 발동하고 기체를 살펴보면 술식들이 보일 거야! 술식에 맞는 버튼이나 스위치, 레버를 조작하면 돼!”

    “빨간 건?”

    “자폭 버튼이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자폭버튼을 냅다 누르려는 크루엘의 움직임에 깜짝 놀라서 자폭버튼 위로 고등급 미로역장을 발현했다.

     

    “탑승물이 벌써 자폭하면 새로 만들어야하는데 그럼 재료가 아깝잖아! 나중에 누르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참아줘!”

    “…눌러보고 싶게 만들어 놓고 누르지 말라니, 다크노디보다도 성격이 나빠.”

     

    힝.

    기껏 조종석에 탑승까지 시켜줬는데 욕을 먹다니, 나 너무 억울해!

    서러운 마음에 입술이 불퉁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로시난테 전투기는 다리 위를 빠르게 지나가며 황금의 강이 지닌 ‘강 위를 지나가는 물체의 가치판정 및 어딘가로의 가치보고’의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저 통신마법은 침입자의 강함을 계측하고 그에 상응하는 ‘황금수호병’을 파견하는 것을 돕는다.

    파해법은 간단했다.

    계측할 수 있는 최대속도를 넘어서 지나가면 대상을 계측하지 못하니, 아무튼 빠르게 지나가기!

     

    슈우웅

    쿠구구구

     

    도시를 일자로 가로지르며 날아가니 문득 다리를 앞두고 이걸 건너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모험가들이나 높은 첨탑에 가득 들어선 몬스터들을 죽이고 다리가 아닌 첨탑 통로를 통해 길을 지나가던 도적들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피융

    투둑…

     

    무슨 하늘을 나는 새라도 사냥하는 것처럼 어디선가 화살 몇 개가 날아오기도 했지만 골렘의 단단한 동체를 뚫기엔 부족했다.

     

    “아악! 이것은 매우 아프다!”

    “골렘인데도 통증을 느끼시는군요?”

    “내가 구현했어! 감각이 없으면 살아있는 기분이 안 들잖아?”

    “정말 배려 깊은 주인이시군요. 음. 로시난테가 그걸 기뻐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곽조는 뉴비라서 에고병기의 마음을 잘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에고웨폰은 다들 감각 가지고 싶어해!”

     

    모자에 깃든 앨리스 선배도 상호작용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면 골렘에다가 몸을 옮겨주기만 해도 참 좋아할 것 같다.

     

    ‘응? 이걸 왜 진즉 생각 못 했지?’

     

    돌아가면 정말로 골렘 하나에다가 선배 옮겨드려야겠다.

    응애도 작은 모자보다 커다랗고 강력한 레어메탈골렘이 자기를 돌봐주면 더 좋아하겠지?

    내친김에 모자도 녹여서 골렘강화재료로 삼아야겠다.

    암흑적성평가모자에는 이런저런 마법이 꽤 걸려있으니까 합치면 특수골렘이 만들어지겠지.

    적성을 평가하는 기능을 전투용으로는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까?

    열심히 고민하던 도중, 강렬한 까앙! 소리와 함께 충격흡수방어마법진이 펼쳐지며 전투기가 추락했다.

     

    콰아앙!

     

    전투기 주변에 펼쳐진 실드 안에서 곽조가 사색이 되어 외쳤다.

     

    “적습입니다!”

    “…미안한데 <급정거> 버튼을 눌렀어.”

     

    조종석에서 들려오는 크루엘의 말에 곽조가 기가 막혀서 입만 뻐끔거렸다.

     

    “앞으로는 주의해주면 좋겠군.”

    “응. 알았어.”

     

    알파의 한마디에 크루엘이 순순히 대답했다.

    크루엘이 재가동을 시도하는 사이, 나는 알파의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어요? 같은 대죄인 출신인데 특수시너지 효과는 없어요?”

    “…우리는 합체골렘전투기가 아니다. 둘이 함께 있다고 이상한 시너지 효과는 나지 않는다.”

    “저런!”

    “……로시난테와 합체할 마음도 없으니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칫. 안 되나 보다.

    일단은 1단 합체로 만족해야겠다.

     

    “출발할게.”

     

    크루엘이 다시금 전투기를 띄웠는데 어째 속도가 전투기라기보단 나약한 티토소가가 접을법한 비실비실하고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리는 종이비행기 같았다.

     

    “얘 왜이래?”

    “에고병기에 들어간 로시난테가 상태이상 <해롱해롱>에 걸려서 그래!”

    “고치는 법은?”

    “상태이상을 풀어주면 되지 않을까?”

    “…그래?”

     

    크루엘이 내 뒤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악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악기에 주기적으로 고통을 주는 내 술식을 흉내내어 로시난테의 영혼에 고통을 주입했다.

     

    “아아악!”

     

    끔찍한 비명과 함께 로시난테가 깨어나자 전투기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왕. 뭘 주입한 거야?”

    “기말고사에서 F를 받고 재수강을 해야 하는 아카데미 고학년의 비통함.”

    “…굉장하네!”

     

    응용력이 너무 좋아서 나도 좀 무섭다.

    크루엘이랑은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악한아이가 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