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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9

       

        

        

        

        

        

        

        

        

        

       “백린을 쓴다고요? 그것도 로어 맨해튼 일부를 통째로 불태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저희들이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제대로 들었군. 그 말대로야. 상부는 로어 맨해튼을 어지럽히고 있는 적들을 싸그리 불태우고 박살내길 원해. 더군다나 뉴욕 시 인근의 공군기지 전반에 존재하는 백린탄의 폐기 기한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어.”

        

       “…그래서 그 전에 전부 터는 거군요. 그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만….”

        

        

        

        센트럴 파크, 5월 초, 작전 결행까지 대략 3일 전.

        

        작전 진행과 깊은 연관이 있는 오퍼레이터 대부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의 사실 – 백린탄 폭격 허가가 반쯤 ‘통보’됨에 따라, 수없이 많은 웅성거림이 센트럴 파크 HQ의 브리핑 룸을 가득히 메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에 진지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얼추 이해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었고, 누군가는 백린탄 보관에 대한 기술적 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수긍한 것이었다.

        

        물론, 다수의 인원들과는 다르게 뭘 어떻게 하든 말 그대로 1도 신경쓰지 않는 어느 상어를 닮은 누군가도 있었지만.

        

        

        

       “고작 30도에서 40도 가량의 온도에서 발화하는 물건이야. 더 더워지기 전에 냉방이 고장나버린 보관고에서 빼지 않으면 대폭발이 일어나게 될 걸.”

        

       “…그래서 자연발화하기 전 적당히 로어 맨해튼에 갖다박겠단 뜻이군요. 그게 상부의 결정입니까?”

        

       “결정사항도 예정도 아니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이야. 지금쯤 접근 가능한 모든 공군기지가 보관하고 있는 폭탄 저장고에서 동일한 운송 작업을 진행 중이지. 근래 오가고 있는 드론이 바로 그 증거고.”

        

       “와우.”

        

       “알고 있겠지만 지금…HQ 위쪽 중에서 분노한 친구들이 많아. 대통령 님도 이번 사태 와중 발생한 테러로 가족을 전부 잃었어. 센트럴 파크에 모인 정부 관료들 중 안 그런 사람이 별로 없지.”

        

       “무슨 소리인지 이해는 갑니다.”

        

        

        

        가족과 친지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대개 과격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폭격 자체가 선을 넘는 선택지인 것도 딱히 아니었다. 죽어도 싼 놈들에게는 뭘 들이붓든 딱히 문제는 없었다. 과거 1백년 전의 선조들은 폭격기를 타고 도쿄핫을 벌이지 않았는가.

        

        미국의 다리가 분질러진 틈을 타 탈옥한 새끼들이나, 미국의 다리가 분질러진 틈을 타 선전포고도 없이 정찰대 보내는 새끼들이나, 미국의 다리가 분질러진 틈을 타 나라를 팔아먹은 새끼들이나.

        

        전부 타죽기 마땅한 놈이었다.

        

        적어도 그 당연한 명제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아르테미스 파편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를 찾아냈다고 들었습니다.”

        

       “킵스 베이. 그 중 얼마 전 점령했던 UN 본부에서부터 고작 남쪽으로 1.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통신 타워 밀집 지역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지. 현재 전자전용 드론 십수 대를 보내놓은 상태야. 곧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기억해두지요.”

        

       “이제 남은 건 라이커 친구들의 속도조절에 달렸군. 그 놈들이 얼마나 빨리 적 분견대의 콧수염을 잡아뽑는지에 따라 작전 결행일이 결정되겠어.”

        

        

        

        그렇게 중얼거린 누군가는 벽면 한 쪽에 있는 맨해튼 하부 지도를 확인했다.

        

        AT&T 타워, 33 토마스 스트리트 빌딩이라고도 하는 창문 없는 건물에는 붉은 해골 표식이 붙여진 상태였다. 그 아래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국기가 동시에 붙여져있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백했다. 지휘부였다.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분견대의 지휘부로 사용되고 있는 해당 건물을 일거에 날려버리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모자랐고, 적의 통신 장비는 현 시점에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필요성을 논하는 것과는 별개로, 상식적으로 그것을 회수하거나 파괴 없이 적 지휘부만을 날려버리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계획된 작전과는 별개로 오퍼레이터들은 계속해서 별도의 긴급출동을 나가고 있었고, 그 빈도수는 점차 늘어만 갔다. 풀 컨디션으로 작전을 수행해도 성공 여부를 확실히 장담할 수 없는 판에 악재가 겹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난이도를 곱절로 뛰게 만드는 회수 요청은 사실상 작전 목표가 아닌 희망사항에 가까웠다. 그리고 서포트 오퍼레이터들도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5월의 맨해튼 날씨는 불쾌할 정도로 꾸무레했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기왕이면 작전 시작 시간은 이쪽이 직접 정하는 게 낫겠지. 올리비아랑 유진을 로어 맨해튼 인근으로 보낼 준비를 하게. 분견대와 아르테미스 간의 교신 간격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그 틈을 찔러보자고.”

        

       “어떻게 할 겁니까?”

        

       “잘만 하면 라이커와 분견대 간의 접촉 타이밍을 직접 조절할 수 있겠지. IED 같은 걸 터뜨려서 폭음을 유도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고.”

        

       “알겠습니다. 오퍼레이터들 소집합니까?”

        

       “그래.”

        

        

        

        그 다음 말은 없었다.

        

        열한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모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카루스, 그리고 센트럴 파크가 독자적으로 행하는 첫 군사작전의 결과가 어떨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이렇게 됐나. 생각보다는 조금 빠르구만…일어나, 유진. 작전 시작이다.”

        

       “으에엥, 잠든 지 고작해야 3시간밖에 안 지났는데에….”

        

       “어쩌겠니.”

        

        

        

        부스럭.

        

        새벽 2시 반, 간만에 한창 달빛이 맨해튼을 비출 무렵, 올리비아 씨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 순간 나는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지만, 온 몸을 노곤하게 둘러싼 피곤함은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래도 금방금방 회복하는 몸뚱아리라서 다행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고, 눈 앞에는 전투복을 갖춰입는 올리비아 씨가 있었다. 나 역시도 그러할 예정이었다.

        

        로건과 로렌티나 씨는 아래층에서 자고 있었기에 2층에만 불이 켜졌고, 나는 작전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미리 이런저런 짐을 싸놓은 지 오래였다.

        

        이미 침투로와 목적지, 거기에 가서 해야만 하는 일은 전부 다 알고 있었기에, 내 행동에도 딱히 망설임은 없었다.

        

        내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개인 건캐비닛을 연 올리비아 씨가 입을 열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번에 하게 되는 임무는 특수정찰(SR) 카테고리에는 절대 포함할 수 없어. 엄밀하게 따지면 대도심 정찰이라고 해야겠지. 나 역시도 이런 작전에 투입되는 건 처음이야.”

        

       “…저도 열심히 할게요.”

        

       “그래. 그래도 요 며칠 동안 가르쳤으니 METL(임무에 필수적인 작업 목록)은 잘 숙지하고 있을 거고…MSP와 MTP는 전부 조디악에 실려있으니 그것도 상륙 후 OP까지 운반하자고.”

        

       “에, MSP와 MTP…임무지원패키지랑 임무수행패키지 말하는 거 맞죠? OP는 관측소고?”

        

       “얼추 아는구나.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용어와 약어가 입에 붙게 될 거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교범에 실린 용어와 약어집은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이제 인컴을 통해 소통할 때는 그에 대응하는 포네틱 코드도 함께 외워야만 한다는 점 정도.

        

        그런 것이 영어 문장 속에 쿠키 속 초코칩처럼 콕콕 박혀있으니 빨리빨리 알아듣는 게 꽤 어렵단 말이지. 하지만 별 수 있나. 빨리빨리 익숙해지는 수밖에.

        

        

        아무튼 이제 와서 말하긴 뭐하지만, 사실…지금 배우고 있는 특수정찰(SR)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새벽에 하러 가는 대도심 정찰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SR은 기본적으로 타국에서의 장찰작전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아군이 상륙할 수 있는 해안의 위치와 깊이, 해안선의 형태를 측정하고, 도로의 특징 등을 더욱 눈여겨보는 역할이 바로 특수정찰 오퍼레이터의 덕목이었으니.

        

        오죽하면 ROUTEREP(경로 및 도로 보고서), TACBEREP(전술해변분석보고서), TACCTA(전술지휘관 지형분석), DELTREP(강/어귀 보고서) 같은 단어가 따로 약어로 등록되어있을 정도.

        

        그리고 대도심만큼 저런 단어가 크게 의미가 없는 곳도 없을 거고.

        

        

        

       “준비 다 끝났으면 출발하자.”

        

       “네에.”

        

       “마음 단단히 먹어. 타격팀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작전 진행과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직접 전투에 돌입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넵.”

        

       “필요한 화기들은 전부 상륙지점 인근에 별도로 배치되어있으니, 휴대하는 총기는 카빈 1정으로 한정한다. 총기 및 총기 액세서리 작동 여부 확인했지?”

        

       “네. 전부 문제 없어요. 배터리 여분도 챙겨놨구요.”

        

       “그래. 며칠 동안 머물러야 할지 모르니 말이야.”

        

        

        

        바깥 날씨는 무난하고 선선했다. 아직 5월의 초입이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유달리 밝은 달의 아래, 나와 올리비아 씨는 특수침투용 저소음 4륜바이크를 타고 센트럴 파크의 좌측에서 느긋하게 삐져나왔다. 목표는 맨해튼 좌측에 삐죽 튀어나온 NYC 공중위생국 전용 99번 부두였다.

        

        사전에 들은 바에 따르면, 나와 올리비아 씨는 조디악이라고 불리는 소형 보트를 타고는 허드슨 강을 타고 7km 가량 남쪽에 있는 트라이베카 포인테라는 맨해튼 남부의 고급 아파트단지에 상륙할 것이었다.

        

        거기서 머물며 드론을 조종해 주변의 모든 초고층빌딩의 옥상에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한 뒤, 주변의 적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서 머무는지, 무장 수준 등은 어떤지를 낱낱이 파악할 예정이었다.

        

        

        느릿하게 센트럴 파크를 빠져나가는 차량.

        

        나는 그 뒤에 앉아 주변 이곳저곳을 조준하며 혹시나 무언가가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계속해서 확인했다. 특히나 두 변이자의 몸무게가 몸무게인 이상 저속주행을 할 수밖에 없단 말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센트럴 파크와 허드슨 강은 고작 1km 언저리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고작 몇 분도 안 지나 바이크가 완전히 멈춰선다.

        

        아무도 없는 부두를 가로질러 미리 준비해둔 듯한 조디악 보트의 위치를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올라탄다. 이미 보트 위에는 오만가지 짐들이 준비된 상태였다.

        

        나와 올리비아 씨까지 탑승하니 가라앉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눌렸지만, 그래도 다행히 어찌저찌 운행이 시작되었다.

        

        

        보트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진 대략 10분 가량이 걸릴 예정이었고, 올리비아 씨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 미션을 검토하면 검토할수록 네가 어째서 나와 동행해야만 하는지를 알 것 같네.”

        

       “…그래요? 저는 하도 보낼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상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거든. 이카루스 기어를 지급받은 오퍼레이터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임무들이 꽤 많아.”

        

       “….”

        

        

        

        그런 것도 있나.

        

        문득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올리비아 씨는 그게 뭔지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 요컨대 이카루스 기어가 주는 침투작전에서의 이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체적으로 열차단 및 광학미채 기능이 존재하고, 반영구적 야간투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십수 대 가량의 드론을 일제히 특정 지점까지 옮긴 후 옥상에 캠을 설치할 수 있는…대강 그런 게 가능한 물건이 바로 이카루스 기어였다.

        

        그마저도 기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목록 중 극히 일부만을 설명한 것이었고.

        

        아무튼 이런저런 말이 이어졌지만, 올리비아 씨는 이어 덧붙였다.

        

        

        

       “지금도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 다른 건 신경쓰지 마. 나머지는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줄 거고…경험은 지금 쌓고 있으니 말이야.”

        

       “…경험을 못 쌓으면 죽는데요?”

        

       “그게 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만드는 게 내 역할이고.”

        

       “넵. 하라는 대로만 잘 하겠습니당….”

        

        

        

        그와 동시에 올리비아 씨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 손길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그 손길은 너무나도 따뜻해서, 마치 부모님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알고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어쩌면 이 분들이 내게 이토록 친절한 이유는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이곳에 떨어진 후 몇 달이 지나고, 내게는 또다시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부모님을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분들마저 잃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렇게 올리비아 씨의 손에 내 손을 포갠 채 울적해지는 감정을 내리눌렀지만, 이 분은 그마저도 손쉽게 파악하고는 덧붙였다.

        

        

        

       “네가 어떤 힘든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겪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지금은 누구나 다 그렇지. 나도 이곳으로 오기 전에 팀원 다섯 명을 잃었어.”

        

       “….”

        

       “그 감정들에 매몰되어있을 수도 있겠지만…나는 가만히 앉아서 무력감을 느끼는 성격은 아니거든. 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놈들의 대가리에 빵꾸는 뚫어주고 가야 하지 않겠어?”

        

       “…풉.”

        

       “어쩌면 누구나 그런 게 가능할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할지도 모르지. 그리고…나 역시 12년 전엔 그랬거든. 우수한 사람은 제련을 통해 더욱 강해지지. 그리고 너는 그럴 자격이 있어.”

        

        

        

        덜컥.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보트가 목적지 인근에 다다랐다.

        

        올리비아 씨는 몸무게와 어울리지 않는 아주 가벼운 몸놀림으로 보트 위를 폴짝 뛰어 낙하방지용 펜스 위로 올라갔고, 나는 보트에 실린 짐을 통째로 올린 다음 뒤따라 올라왔고, 이어 보트를 끌어올렸다.

        

        모터를 포함한 고무보트의 무게는 고작 140kg 가량. 두 명이서 끌어올리면 아주 간단하게 들 수 있는 무게였고, 우리는 그것을 퇴각집결지점 바로 옆의 수목선에 숨겨두었다.

        

        100kg 가량의 짐을 들고 족히 150m는 넘을 듯한 고급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올리비아 씨는 바로 옆의 시민문화회관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는 이카루스 무기보관고로 향했다.

        

        

        

       ‘…듣자 하니 이곳은 한때 최소 수백만 달러의 비용으로 거래되는 고급 아파트였다고 하든데.’

        

        

        

        하지만 이곳에 과거의 영광은 없었다.

        

        말라 비틀어진 시체 한두 구, 벽면 곳곳에 반쯤 낙서되있다시피 한 글자와 단어들. 당연히 내용은 그닥 좋지 못했다. 부유하든 말든 간에 바이러스는 평등하게 세상을 덮쳤음을 시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바이러스는 숙주가 싸그리 죽어나가자 증식을 멈췄고, 그 독특한 기전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짧은 수명을 뒤로 한 채 거의 사멸했다.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옥상까지 가는 것은 실로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힘든 것도 아니었다.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것은 옥상에 다양한 기계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센트럴 파크 HQ와 직통으로 통신이 가능한 중형 통신기기와 드론 허브. 거기에 기기를 숨기기 위한 광학미채 등등.

        

        다행인 점은 일단 무거운 것들을 옥상에 올려놓으면 조작 자체는 고급 아파트의 안에서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다행히 기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려줬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 한 채 세팅을 하고 있었을까, 올리비아 씨가 올라왔다.

        

        

        

       “고생했다.”

        

        

        

        등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스나이퍼 라이플 두 정, 손에는…흡사 피복 벗겨진 전선을 한무더기 감아놓은 듯한 거대형 원통 같은 무언가. 그것이 비상탈출용 로프라는 것을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상시에는 이 줄을 늘어뜨린 후 등강기로 탈출하면 된다는데…안전한 거 맞겠지?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듯 올리비아 씨가 말했다.

        

        

        

       “변이자들의 중력가속도와 몸무게를 고려하면, 종단속도로 지면에 낙하했을 때 받는 충격량은 대략 30만 뉴턴 정도. 그러니까 30톤 가량의 물체에 깔리는 정도지.”

        

       “…그래서요?”

        

       “이카루스 기어의 실드가 한 번에 견뎌낼 수 있는 충격량이 대략 그 정도고, 나노머신의 충격 흡수량까지 계산한다면…낙하 자세만 괜찮다면 한 번 정도는 중경상으로 넘어갈 수 있어.”

        

       “그거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요….”

        

       “평균적으로 종단속도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낙하 후 15초 가량. 30만 뉴턴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의 경우이고, 이런 아파트 같은 경우는 많아봐야 15만 뉴턴도 안 돼. 어지간하면 경상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

        

       “….”

        

        

        

        그런 걸 알려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카루스 기어의 기술력에 감사해야만 하는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일만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런 폭탄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올리비아 씨는 총기를 내려놓은 후 앞으로 메고 있던 더플백을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쏟아져나온 것은…아무리 적어도 수십 킬로그램을 넘을 것 같은 분량의 M112 블록형 폭약과 마치 수류탄과 다양한 폭발물처럼 생긴-이 아니라, 진짜 폭발물들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만 할지 몰라 어 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 올리비아 씨가 덧붙였다.

        

        

        

       “머잖아 이곳에 있는 분견대와 브루클린에서 넘어온 탈옥수들이 마주치게 되겠지. 이건 그 ‘만남’의 타이밍을 조절해줄 수 있는 물건이고.”

        

        

        

        그녀가 씨익 웃었다.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묻어나왔다.

        

        

        

       “우리 막내, IED에 관심 있니?”

        

        

        

        그리고 내 어이는 완전히 사라졌다.

        

        올리비아 씨는…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이상한 사람이었다.

        

        내가 정상인이라 다행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 글 작성을 위해 미군 CAS 교범이랑 SR 교범을 읽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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