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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 ***

         

       ‘내가 뭐 하고 있는 걸까…’

         

       흑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청승을 떨다가 표사와 쟁자수들이 출발을 위해 부산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호천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기에 돌아가는 발걸음은 묵직하기 그지 없었다.

         

       “서울아 때맞춰 돌아왔구나. 늦는 줄 알고 걱정했잖니!”

         

       흑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짐마차에 올랐다.

         

       “승객분들도 다 오셨으니 출발하겠소!”

         

       힘이 빠진 대표두 가길염의 호령이 울려 퍼지고 다시 표행이 재개되었다.

         

       “서울아.”

         

       호천안의 부름에 흑묘가 고개를 돌렸다. 그야말로 삐걱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어색한 동작에 호천안은 입맛을 다셨다. 흑묘의 상태가 왜 저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길염과의 이야기는 해 줘야 될 일이었다.

         

       “아까 어떤 일이 있었냐면…”

         

       흑묘는 귀만 열고 호천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흑묘가 자리를 비운 뒤에 두 시신동안 가길염과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흑묘는 자신도 모르게 호천안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어디 표국의 직계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비단 옷을 입고 표행에 나선답니까? 하하하하! 그런 공자가 있다면 정말로 미친놈이거나 상상도 못할 망나니겠습니다 그려!’ 하니까 가길염 대표두 얼굴이…아 너도 봤어야 됐다니까.”

         

       흑묘는 키득키득 웃었다. 호천안은 흑묘의 반응을 모른 척 하면서 흑묘가 자리 비운 사이의 일을 풀어냈다.

         

       “그러니까 이제 객잔 같은 곳에 들려서 거하게 얻어먹어도 가길염은 뭐라고 말도 못 하는 처지가 된거지.”

         

       흑묘는 웃으며 자신의 걱정이 하등 쓸모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호천안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제 호천안이 말한 그대로였다.

         

       대화를 하고 서로의 생각을 알고 일이 있으면 맞추어 가자.

         

       ‘그렇구나…응..그냥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였구나.’

         

       호천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웃음과 동시에 감탄이 나왔다. 흑묘가 호천안과의 거리감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호천안은 하선수를 털어 먹기 위한 안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미안해요.”

         

       “..어?”

         

       “제가 하자고 한 일이었는데 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선배만 고생했잖아요.”

         

       “음…뭐 그렇긴 하지. 그럼 지금부터 같이 상의해서 작전을 짜볼까?”

         

       흑묘는 큭큭 웃으며 엉덩이를 움직였다. 한결 가까워진 호천안과의 거리. 어쩐지 마음의 거리도 그만큼 좁혀진 것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래요. 앞으로 하루 이틀 정도는 노숙하게 될 것 같은데 퍽퍽한 건량 먹으면서 좀 시무룩한척을 해볼까요?”

         

       “오…그거 괜찮은데. 그러면…”

         

       흑묘는 호천안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는 것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 ***

         

       흑묘와 함께 하선수 털어먹기에 착수했다.

         

       저녁에 찾아온 하선수에게 흑묘가 깨작깨작 건량을 갉아 먹는 모습을 보여 줘서 다음에 들린 객잔에서는 아주 풍성한 요리를 대접받을 수 있었다.

         

       “소저 많이 드시게.”

         

       흑묘는 말 그대로 음식을 흡입했고 하선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술을 주문했다.

         

       “점소이! 여기 좋은 술이 뭐가 있는가?”

         

       “소홍주로 올리겠습니다요!”

         

       “헛흠! 흠!”

         

       가길염이 큰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나는 하선수가 볼 수 없는 각도로 고개를 틀은 뒤 가길염에게 ‘알았다’고 말하며 눈을 찡긋했다.

         

       “하선수 공자님. 아무래도 오늘은 금주를 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보게 부산. 어찌 이런 좋은 자리에 술이 빠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오늘 표행에서도…오늘은 음식만 즐기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내가 애매하게 말꼬리를 흐렸고 하선수의 얼굴에 살짝 불편한 표정이 서릴 때였다. 흑묘가 시기적절하게 치고 들어왔다.

         

       “공자님이 숙취에 시달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술이 약한데 무리하시는 것보다는 금주하심이 어떠신지요?”

         

       간만에 들은 흑묘의 목소리에 화색을 띄우다가도 얼굴을 붉히는 하선수.

         

       흑묘의 말은 바로 듣는다면 어디까지나 하선수의 상태를 염려하는 말이겠지만 말이야.

         

       스스로 풍류를 즐기는 쾌남, 잘 노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하선수가 듣기에는 어떨까? 여자 앞에서 술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존심이 팍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점소이! 소홍주 열 병!”

         

       “어허, 공자님! 오늘은 음식만 즐기시지요.”

         

       “아니오! 내 어제는 상태가 좋지 않았을 뿐! 본인은 본래 소홍주 따위는 독채로 마시고는 하는 몸이오!”

         

       실제 소홍주의 도수는 소주보다 조금 높거나 비슷하다. 그러니 지금 하선수는 본인이 평소에 소주를 궤짝 단위로 마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 그야말로 객기를 부리고 있는 상황. 아무리 그래도 소홍주로 인사불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태로는 부족했다.

         

       지금 하선수의 상태를 따지자면 아마 중노 상태이지 않을까.

         

       상을 톡톡 두드려 흑묘에게 신호를 보냈다.

         

       “공자,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만류는 사실상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것과 동급이지. 아예 처음부터 허세를 안 부렸으면 몰라도 이미 한번 허세를 부린 마당에 지금 와서 뺀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흑묘의 말을 들은 하선수는 끓는 기름에 물이 부어진 것 마냥 펄펄 날뛰었다.

         

       “어서 술을 내오지 않고 뭘 하는 게냐!”

         

       “어이구, 공자님 갑니다요!”

         

       점소이가 병을 내려놓기도 전에 낚아채서는 그대로 병나발을 부는 하선수. 가길염은 이미 펼쳐질 미래를 직감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길염이 본 단 한 가지의 미래는 분기점이 일어나는 일 없이 그대로 이어졌고 하선수는 폭주기관차가 되어 소홍주가 나오는 대로 족족 나발을 불었다.

         

       그리고 결과는?

         

       “컥!”

         

       사약을 마시는 충신과 같은 자세로 단발마만을 남기고 쓰러졌다.

         

       “…공자를 모시거라.”

       

       

       

       그 시점에서 이미 우리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음식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상태.

         

       나는 가길염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입을 열었다.

         

       “아이구, 대표두님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 해보기는 했지만…”

         

       흑묘도 시무룩한 척 고개를 푹 숙였다. 차마 흑묘 앞에서 쓴소리를 할 수는 없었는지 가길염은 그냥 손사래를 쳤을 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표정이었지만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옆에서 보고 있었던 가길염은 차마 우리 둘을 탓하지 못했다. 표면상으로 우리는 아주 충실하게 하선수를 말렸지만 우리의 만류를 뿌리치며 폭주한 것은 하선수 본인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풀이 죽은 척 하고 방 안에 들어간 뒤 마주보고 웃었다. 흑묘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길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거야.”

         

       내가 손을 내밀자 흑묘 역시 손을 내밀었다. 흑묘의 손바닥에 내 손바닥이 짝 하고 부딪혔다.

         

       “오!”

         

       흑묘는 하이파이브가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 더 손을 부딪친 뒤에야 만족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흑묘의 이상행동도 없어졌고 주머니는 출발하기 전 그대로였으며 배는 빵빵해졌다.

         

       운남행은 순조로웠다.

         

       *** ***

         

       형귀산까지는 표행으로 2주 전후의 거리였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형귀산은 남행표국의 최종목적지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런 표행은 운남을 두루두루 거쳐 물건을 배달하고 또 현지에서 다른 표국들과 연계하여 물건을 위탁 받으며 여러 곳을 떠돌다가 최종적으로 표국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니까.

         

       하선수를 뻗어버리게 만든 우리를 원망했던 가길염은 내 등을 떠밀며 하선수와의 술자리를 주선했다.

         

       객잔이 매일 하루 이틀 거리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고 술에서 깨어난 하선수는 흑묘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쟁자수와 표사의 트집을 잡아 호통치기 일쑤였고 표행의 분위기가 극도로 안 좋아졌기 때문.

         

       “켁!”

         

       “깩!”

         

       그래서 하선수는 들리는 객잔마다 단발마와 함께 기절하는 처지가 되었고 우리는 하선수가 방으로 실려나간 뒤에 깔린 음식들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헤어질 때 즈음에는 아예 일찌감치 하선수를 치워버리고 표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간단한 사술공연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깔린 음식은 10인분이 넘는데 둘이서만 먹으려니까 눈치가 보여서 표국 사람들과 같이 먹고 하선수에게 시달리는 표사들과 쟁자수들에게 위로 차원에서 사술 한 두 개씩 보여주다보니 어느 새 그렇게 되었다.

         

       “허허, 금소저와 금부산 형 때문에 편하게 왔소이다.”

         

       가길염은 훌륭한 하선수 털이범, 아니 억제기였던 우리 둘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나와 흑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나를 집중적으로 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술공연을 못 보는 점이 못내 안타까운 모양이다.

         

       “예, 하 공자에게는 안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제도 벌꿀오소리 같은 단발마를 남기고는 쓰러져 마차에 실려 있는 하선수. 가길염은 그냥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간 사술공연과 먹거리 나눔을 통해 친해진 표사, 쟁자수들과 한바탕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객잔에 남았으며 남행표국은 표행을 재개했다.

         

       “선배, 살 엄청 올랐네요.”

         

       “이야. 그러니까.”

         

       여행 중에 살 찌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저런 짐마차 여행은 행동은 없어도 먹는 것이 부실해지기 마련이니까.

         

       장기간 여행을 하게 되면 운동으로 인해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축나서 살이 빠지기 마련인데. 워낙 잘 먹고 잘 놀아서 완전히 겨울 대방어처럼 살이 올랐다.

         

       흑묘야 고수이기도 하고 애초에 음식만 먹었지만 나야 하선수를 상대하기 위한 술에 안주까지 양껏 먹어댔으니 고작해야 이주만에 뱃살이 두둑해졌다.

         

       “그럼 이제 진짜로 독의를 만나러 가야지.”

         

       어젯밤은 간만에 운기조식도 하고 몸 상태를 최선으로 다듬었다. 살이야 올랐지만 몸은 최적의 상태.

         

       우리는 형귀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3초소설]님께서 [10코인]후원을 해 주셨네요.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시니 힘이 나네요.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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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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