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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리브가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어렸다.

       

       그녀가 높으신 분들 앞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큰 변화였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리브가는 도무지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 중입니다.]

       [당신의 말은 ‘거짓’입니다.]

       

       고해가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고해 성사의 규칙을 어겼습니다!]

       [고해 종료 시,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올리비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어차피 저것까지 전부 감안하고 저지른 일이다.

       

       패널티는 기껏해야 각혈하는 수준. 거짓 고해로 얻는 이득이 확실히 더 크므로,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단서 패널티에 비하면 각혈은 선녀지.’

       

       어찌되었든 빛의 여신 아이테르는 기본적으로 선 성향의 신이다. 필요 이상의 고통은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고해성사의 규칙을 여러 번 어긴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방금……뭐라고 말하셨는지 물었습니다.”

       

       리브가가 다시 물었다.

       

       말투는 조곤조곤했지만, 분노를 절제하고 있다는 것이 온 얼굴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듣지 못하셨다면 다시 고하겠습니다.”

       

       본래 고해 성사에는 일체의 거짓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죄를 저질렀는지, 얼마나 저질렀는지 낱낱이 고하여 사제가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이번에도 그 원칙을 어길 생각이었다.

       

       “저는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당신은 고해 성사의 규칙을 어겼습니다!]

       [고해 종료 시,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알림창을 껐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멜리나의 기억 속에 들어갔을 때, 수많은 귀족들을 학살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수십만을 제 손으로 얼려 죽였습니다. 다시 수십 만을 번갯불로 불태워 죽였습니다.”

       

       말을 계속할수록 리브가의 얼굴이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였다. 그녀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 중입니다.]

       [당신의 말은 ‘거짓’입니다.]

       

       “저는…….”

       

       리브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만! 그만하세요. 더는……듣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수작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당신은…….”

       

       리브가의 손이 벌벌 떨렸다.

       

       ‘말도 안 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거짓이었다.

       

       ‘그게 다 거짓이라고?’

       

       리브가는 입술을 악물었다.

       

       전부 교묘한 속임수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솎아내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만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합니다. 지금 이후로 한 번이라도 거짓을 말한다면, 저는 사죄경을 거부하겠습니다.”

       

       사죄경의 거부.

       

       그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고해를 그만두고 그 즉시 단죄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 단죄는 목숨을 가져가는 것일 테고.

       

       “…….”

       

       올리비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

       

       고해 성사에는 한 가지 허점이 있었다.

       

       올리비아처럼 ‘빙의’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그런 허점이었다.

       

       빛의 교단에서 죄라고 함은, 본디 본인이 저지른 죄만을 의미했다.

       

       당연한 말이다. 다른 사람의 죄까지 짊어지는 것은 말 그대로 성인(聖人)이나 할 법한 일이니까.

       

       놀랍게도 이것이 바로 고해성사의 허점이었다.

       

       일단 몰살회차의 올리비아가 저지른 죄부터 따져보자.

       

       동료들을 기만했고, 배신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간을 학살했으며, 끝내는 세계를 멸망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리브가는 그 전에 죽었지만, 그랬다고 세계를 멸망시켰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보지 못했다고 해서, 진실이 거짓이 되지는 않으니까.

       

       만약 지금 이 자리에 몰살회차의 올리비아가 있었다면, 방금과 같은 편법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곧바로 단죄 당했겠지.

       

       ‘하지만 리브가는 단죄의 성창을 꺼내지 않았어.’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말하지 않았던가. 빛의 교단에서 말하는 죄는, 자신이 저지른 죄만을 의미한다고.

       

       ‘나는 죄를 지은 적이 없어.’

       

       몰살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몰살 엔딩을 보겠다는 의지는 분명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맞으니까.

       

       ‘하지만 그게 내가 죽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 나는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가 아니니까.’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부터, 진짜 고해성사를 할 시간이다.

       

       

       

       *****

       

       

       

       “성녀님.”

       

       표정이 굳어진 리브가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리브가라는 이름이 아닌, 성녀라는 직책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당신……!”

       

       작금의 리브가의 직책은 성녀 후보직을 사퇴한 평사제에 불과했다. 고로, 올리비아의 방금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회귀!’

       

       리브가는 다급히 단죄의 성창을 쥐었다. 

       

       방금 전까지는 올리비아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없었다. 참회동에 찾아온 것만으로는 회귀했다고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한 근거가 생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비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만 말투를 바꾸었다.

       

       “나를 죽일거니?”

       

       리브가가 잠깐 멈칫했다. 

       

       옛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아니요. 단죄할겁니다.”

       “그게 그 말 아니야?”

       “다릅니다. 당신이 지은 죄를……제가 짊어지겠다는 뜻이니까요.”

       

       대신 짊어진다.

       그 의미를 리브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리브가가 저렇게 방대한 신성력을 가지게 된 이유였다.

       그녀가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짊어진 죄의 총량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리브가가 성녀(聖女)라고 불리우던 이유였다.

       

       – 고오오오오.

       

       리브가의 성창이 거칠게 울었다. 

       

       “리브가.”

       “…….”

       “저항하지 않을테니, 질문 하나만 할 수 있을까?”

       

       리브가가 올리비아를 꿰뚫을 것처럼 응시했다. 말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는 소리다.

       

       “마나에 대고 맹세할게. 이제 됐지?”

       

       그제서야, 성창의 울음소리가 약간 잦아들었다.

       

       “질문하세요.”

       

       질문이 끝나면 바로 단죄를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방금 내 죄를 대신 짊어진다고 했지?”

       

       리브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알고 있니?”

       “……무얼 말입니까?”

       “내 죄가 무엇인지를 말야.”

       

       쿠구구구구!

       

       “……마지막까지 절 놀리시는 겁니까?”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방금처럼 오감이 봉인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저 상태의 리브가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제압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올리비아가 말했다.

       

       “진심이야.”

       

       리브가가 날카로운 눈으로 올리비아를 흩었다.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 중입니다.]

       [당신의 말은 ‘진실’입니다.]

       

       리브가가 눈을 부릅뜨고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마치, 당신이 어떻게 그딴 말을 지껄일 수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

       

       이해는 된다.

       리브가가 보기에, 올리비아가 저지른 짓은 까먹을 수도, 까먹어서도 안 되는 큰 죄악이었다.

       

       그런 상황에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를 아냐고 당당히 묻고 있으니, 악행을 훈장처럼 여기는 악마의 자식들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리브가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뚝 끊어진 것 같다고 느꼈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다니.’

       

       보속을 내릴 가치도 없었다.

       

       리브가는 온갖 용을 써서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 때 진심으로 존경했던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예우였다.

       

       “첫째로, 당신은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했습니다.”

       “나는 죽이지 않았어.”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 중입니다.]

       [당신의 말은 ‘진실’입니다.]

       

       리브가는 잠시 말을 잃었다. 

       

       [‘성녀 리브가’가 ‘정신 정화’를 사용합니다!]

       – 모든 종류의 정신 공격이 무효화됩니다!

       

       리브가의 온 몸이 순백색 신성력으로 덮였다.

       

       “……더 이상 추해지지 마세요.”

       

       그건 절규에 가까웠다.

       존경하는 사람이 지하로 추락하는 모습을, 더는 지켜보고 싶지 않은 소녀의 발악이었다.

       

       “둘째, 당신은 당신을 믿었던 모든 이들을 배신했습니다.”

       “나는 배신하지 않았어.”

       

       리브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화의 단계를 높였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거짓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저게 진실일 리 없다.

       

       리브가는 보았다.

       

       수만 명의 성기사들을 일말의 동요도 없이 쓸어버리고, 수천 명의 사제들을 번갯불에 태워 죽이는 것을 보았다.

       

       번개는 모두에게 평등하여,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았다.

       

       – 아아, 아아아…….

       

       그리고 리브가 그녀 자신조차도.

       

       – 대, 대체 왜…….

       

       온몸이 넝마가 되던 그 순간까지도, 리브가는 올리비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무슨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리브가는 피를 토하며 외쳤다.

       

       돌아오라고.

       

       여기서 멈추면, 아직 돌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올리비아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셋……째.”

       

       속이 메슥거렸다. 성창을 쥔 손에 힘이 풀리고 있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머릿속에 계속 똑같은 말이 맴돌았다.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리브가.”

       “떨어……져요. 오지 마세요.”

       

       리브가의 고개가 점점 내려갔다. 시야가 바닥에 가까워졌다.

       

       “언…….”

       

       파직-.

       

       올리비아는 리브가를 살포시 안아들었다. 그녀는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며, 씁쓸한 얼굴을 지어냈다.

       

       [회귀자, ‘리브가’를 죽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단서 #3을 획득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눈치 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회귀자 별로 주인공과의 관계가 조금씩 다릅니다.

    키엘- 친우
    멜리나 – 제자
    리브가 – 언…….

    여러분들의 무수한 채찍질 잘 받았습미다….

    너무 아프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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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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