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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 형. 1층으로 와보세요. ] 

       

        형석이의 뜬금없는 문자.

       

        ‘뭐지? 왜? 갑자기?’

       

        “무슨 일이야?”

       

        얘가 이렇게 나오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하… 제가 진짜 이렇게는 안하려고 했는데”

       

        아주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 너무 답답해서 안되겠네요. 정말.”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다.

       

        “왜. 나. 뭐.”

        “여기로 오세요.”

       

        나를 카페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S급 헌터 이예지가 있었다.

       

        ‘엥? 뭐야? 왜? 뭔데?’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얼굴은 익히 많이 봐서 잘 알고는 있다.

        어렴풋이 이름을 알고 있는 수준.

       

        막 엄청 메인으로 활동하는 S급 헌터는 아니다.

        분명 S급 헌터이기도 하고 나름 얼굴이 알려져있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조용히 지내는 느낌의 헌터.

       

        “뭐야? 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거의 형석이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하. 여기 앉아보세요. 좀.”

       

        계속해서 답답하다는 모습.

       

        “자. 이예지 헌터님 아시죠?”

        “안녕하세요.”

       

        이예지 헌터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당연히 뻘쭘하게 움츠리며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속삭이듯 말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야. 뭐야. 너 이예지 헌터도 알아? 너가 여기 모시고 온 거야?”

        “네.”

        “어떻게? S급 헌터를?”

        “아 제가 헌터 업계에서 발이 좀 넓거든요.”

        “야. S급 헌터도 이렇게 모시고 올 수 있으면서 여자는 왜 못 꼬셔?”

        “일 잘하는 거랑 그건 좀 다르거든요.”

       

        아주 당당한 표정이었다.

       

        “야. 근데 갑자기 이게 무슨 자린데?”

        “하. 형이 너무 등신같아서 정신 좀 차리라고 모셔왔어요.”

        “뭐?”

       

        발끈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이예지 헌터는 타 헌터에게서 걸린 효과를 제거할 수 있는 분이에요. 뭐 능력으로는 유명하시지는 않지만…”

        “?”

       

        나는 이예지 헌터와 형석이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하. 그러니까~ 제 생각엔 형이 좀 이상하게 뚝딱이는 모습이 아무래도 채수현 헌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요.”

        “어…음…”

        “그래서 한번 확인을 좀 해보려고요. 이예지 헌터님. 한 번 봐주시겠어요?”

       

        그녀는 뭔가를 이것저것 찾아보는 듯 했다.

       

        “어…꽤 심각한 상황이네요?”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

        “음. 이러고 어떻게 사신 거에요?”

       

        고개를 까딱이며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었다.

       

        “왜요?”

        “지능의 심각한 저하, 판단력의 심각한 저하, 오지랖이나 호구력은 높아지셨고…”

       

        줄줄히 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어…저거 나 말하는 거냐?”

        “하…”

       

        형석이는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이러고 사셨어요? 지금까지? 왜? 어떻게? 어쩌다가…?”

       

        계속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의 이예지 헌터였다.

       

        “거의 노예셨던 것 같은데요…?”

       

        ‘뭐 틀린 말은 아니기는 하다.’

       

        “흐음… 생각보다 포인트를 많이 들이기는 해야하겠네요.”

       

        이것저것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음…시전자는… 역시나 채수현 헌터님… 그리고 매혹의 강도도 아직 92%나 남아있고… 요새는 같이 안 붙어계시는 거죠?”

        “네.”

       

        무슨 무당집에 점을 보러온 느낌이 들었다.

        척척 뭔가를 알아내는 느낌.

       

        ‘뭐야. 이예지 헌터도 타인의 상태창이 보이나본데?’

       

        왠지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움이 들었다.

       

        “흐음…. 채수현 헌터가…이런 짓을 했을 줄이야…이거 심각하네요.”

       

        잔뜩 표정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형석이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저 이예지 헌터님. 이거 다 해결은 가능하시죠?”

        “당연하죠.”

       

        형석이의 말에 방긋 웃었다.

       

        “저 백지훈 헌터님? 꽤 심각해요. 아마 지금 판단력도 낮으신 상태 같고. 아무래도…채수현 헌터 근처에는 다시는 안가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사람을 이 꼴로…”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매우 걱정하는 목소리로 만들었다.

       

        “제 쪽에서 보이는 상태로는 거의 걸레짝 수준이거든요. 이렇게 남에게 저주를 퍼붓듯이 안좋은 효과들을 걸어둔 건 지금까지 처음이네요.”

        “어…많이 심각한가요?”

        “네.”

       

        아주 단호한 목소리였다.

       

        “원래 특성이 이런 상담을 해주시는 건가요?”

        “정확히는 다른 헌터에 의해 발생된 효과를 제거하거나 강화, 증폭을 하는 능력입니다. 뭐… 전면에 나설만한 능력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요.”

       

        살짝 씁쓸하게 웃는 것이었다.

       

        “형. 일단 오늘 완전 다 제거를 해버리려고 해요. 어휴. 그 채수현 헌터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데요? 이예지 헌터님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건 처음이에요.”

       

        형석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그래…?”

       

        “일단 빠르게 처리를 해드릴게요. 아무래도 아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셨던 것 같아서요.”

       

        그녀는 이것저것 상태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

       

        “여어~ 백지훈 씨. 어디 갔다와?”

       

        차과장이 반갑게 손을 들며 인사했다.

       

        “1층 로비에 좀 다녀왔습니다.”

       

        방금 전 나는 이예지 헌터의 효과를 받아 완전히 채수현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분노로 채수현에 대한 남아있는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이유도 없었다.

       

        완전히 해방이 된 느낌이 들었으니까.

        깔끔해졌다.

       

        ‘하…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것들이 채수현이 나한테 걸어뒀던 거라는 거지? 존나 씨발년이네?’

       

        기존보다도 더 강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음. 지훈 씨. 근데 뭐 하다가 왔어? 표정이 좀 달라졌는데?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차과장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여기저기 살펴보는 것이었다.

       

        “네. 좀 그렇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내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장은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하. 이 시발년이 지금까지 나를 아주 병신으로 가지고 놀았다…? 어떻게 조지지?’

       

        모든 신경은 채수현 조지기에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아주 얼렁뚱땅 이상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저기 지훈 씨. 제 사무실로 좀 와주세요.”

        “네.”

       

        이수아가 부르는 목소리.

       

        ***

       

        “어… 음… 지훈 씨? 있잖아요. 저는 우리가 좀 더 가까워져야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요?”

       

        살짝 딱딱한 어조로 말을 하게 되었다.

       

        “어…음…”

       

        이수아는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급변한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어… 지훈 씨… 혹시… 어디 화난 거 있어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 그쵸? 죄송해요. 진짜.”

       

        살짝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이수아는 점점 더 저자세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얘기할게요…”

        “네.”

       

        ***

       

        “잉. 벌써 끝났어? 뭐 길게 얘기할 것처럼 이수아 헌터가 싱글벙글 데리고 가더니만?”

       

        차과장이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보니 변한 내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네. 별 말은 없더라고요.

       

        ***

       

        “어… 뭐지?”

       

        이수아는 벙찐 표정으로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들뜬 기분으로 싱글벙글 백지훈을 불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

       

        ‘어… 왜? 갑자기? 응?’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저 모습이 진짠가? 지금까지는 그냥 약한 척 했던거고…?’

        ‘어…음…’

        ‘오히려 좋아!’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까딱이면서도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따가 퇴근 때~ 같이 가야지~”

       

        이수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흠…”

       

        채수현은 아주 골똘히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볼펜으로 책상을 계속 톡톡 건드리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 지훈 오빠… 어떻게 해야되지? 하… 씁…’

       

        그러다가 상태창을 열었다.

       

        ‘흠… 그나마 남아있는 매혹으로 뭘 할 수 없나… 내가 너무 빡치게 말했나? 그래서 매혹이 소용이 없나…?’

       

        그녀는 상태창을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뭐야? 왜? 어째서?”

       

        그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상태창에는 백지훈의 매혹도가 0으로 변경되어있었다.

       

        “왜? 아니 분명히 92%였는데? 왜? 무슨 일인데? 어째서? 뭐야? 왜? 무슨 일이야? 어? 응??”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지 상태창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둘러보고 난리를 쳤다.

       

        “에? 상태창이 맛이 갔나? 왜 갑자기 90퍼대였다가 0이 되냐고? 뭐야.. 뭐냐고.”

       

        상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희망이라고 생각 했던 것이 사라진 것에 아주 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털썩.

       

        거의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뭐야? 도대체 뭐냐고? 아니 상태창이 미쳤나? 왜 갑자기?’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쩌지?’

        ‘지훈 오빠…’

       ‘이거 큰일이다…’

       

        백지훈에 대한 여러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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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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