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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이한은 마냥 귀찮거나 무책임하여 제자들에게 놀을 맡긴 것이 아니었다.

         

       ‘믿을 만하니까.’

         

       직접 가르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의 생도들은 강하다.

       개개인은 아직 부족할지언정, 집단을 이룬다면 능히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할 터.

       그가 그렇게 가르치기도 했고, 나름 정성들인 작품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전쟁을 겪었을 ‘회귀자’가 있다.

       사람을 다루어본 녀석일 테니, 믿고 맡길 만하다.

         

       하니 이한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이제 하늘에서 떨어지는 저 [괴물]이었다.

         

       -놈은 서서히 지상으로 추락했다.

         

       후우웅!

         

       방금 전 놀 수백의 무리가 떨어지는 광경 또한 장관이었지만, 지금 저 거대한 것이 떨어지고 있자니 마치 운석을 보는 듯했다.

       빠르게 떨어지는 놈이었고, 점차 가까워지는 마물의 윤곽.

         

       거대하다.

         

       거의 성벽이 그를 덮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여 이한은.

         

       “하루에 이 짓을 대체 몇번이나 하는 건지, 원.”

       “끄아아아악!”

       “잘 좀 잡아.”

       “이런 악독한 놈…!”

       “엄살은.”

         

       주륵….

         

       핏대가 솟다 못해 코피가 터지고 눈에서마저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오드왈은 기어이 다시금 통나무 창을 들어올렸다.

       허나 처음 쏘아 올렸던 발리스타와는 차원이 다른 염동력을 비롯하여 마력의 회전력이 더해졌다.

       확실하게 놈을 골로 보내기 위한 일격이 아닐 수 없으리라.

         

       이를 내심 만족스러워하지만, 이한은 따스한 칭찬 대신.

         

       “역시 엄살이었어, 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

       “이노오오오옴!”

         

       채찍을 더 휘두를 따름이었다.

       주문쟁이에게 당근은 사치일 뿐이니.

         

       ‘그래도 나중에 맞을 일 있으면 한 대 덜 때리면 되겠지, 뭐.’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그러한 결심과 함께 이한은 왼쪽 발을 굴리며 힘껏 쳤다.

       이미 못 써먹는 오른다리를 대신한 전력 밀어치기.

         

       콰아아아!

         

       두 번째 관일창이 추락하는 거인을 향해 쏘아졌다.

         

       물론.

         

       [[Grrrrr…!]]

         

       콰앙!

         

       첫발과 달리 그다지 재미는 못 봤지만.

         

       “튕겨냈군.”

         

       놈은 관일창을 튕겨냈다.

       두 번은 안 당한다는 것마냥.

       하지만.

         

       “그래, 거기로 떨어져라.”

         

       관일창의 충격을 모두 무효화시키지 못한 놈은 그렇게 콜로세움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장소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촤아아아악!

         

       거대한 호수로 말이다.

         

       * * *

         

       말도 안 되는 기술이 난무하는 인외의 싸움이 있는 한편.

       비교적 정상적인, 아니 처절하고도 숨막히는 전운이 감도는 콜로세움에선 인류와 마물이 대치하는 중이었다.

         

       [Krrr!!]

         

       기사의 기백에 눌려 잠시 주춤거렸던 놀의 무리였지만, 놈들은 금세 정신을 차리며 소리 높여 울부짖었다.

         

       마물이란 그런 거다.

       이길 수 없는 대상일지라도, 그 대상이 인간이라면 공포 대신 굴욕감과 분노, 증오심을 품으며 인간을 죽이려 든다.

       가끔 동물 애호가들 중 마물과 소통이 가능하다 주장하며, 마물을 살려주고 보호하려다 마을 하나가 몰살되는 생기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마물을 인간의 상식선 안에 넣으면 안 되는 일.

       하여 마물은 인간과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아무런 원한이 없지만, 그들과 저들은 공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마물은 인간을 먹으려 들고, 그것을 인간은 저지해야 한다.

         

       생존경쟁.

         

       그래, 마물과의 싸움은 인간에게 있어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음이다.

         

       “팔랑크스 대형을 펼치세요!!”

         

       -대형을 펼쳐라!

       -창과 방패를 들어라!

       -우! 우우! 우…!

         

       레비 폴트는 스승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구호활동을 병행하며 빠르게 명령권을 사용했다.

         

       팔랑크스.

       창과 방패를 든 병사가 일렬횡대로 집결하여 고슴도치처럼 밀집한 대형.

       인류가 철이 아닌 돌도끼를 들 때부터 사용해온 전통 있는 전법이자, 왕국 병사라면 누구나 알 법한 대형.

         

       허나 흔한 팔랑크스와 달리 소림의 맛이 난다면 이는 착각이 아니리라.

       전술을 가르친 교관이 무협지에 나올 법한 합격진에 영감을 받아 제자들에게 가르친 거였으니까.

         

       “기필코 통로를 막아야 해요!”

         

       그러나 레비 폴트는 가르침 받은 합격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유기적으로 병력을 운용했다.

       순식간에 병력을 세 개로 쪼개어 통로 세 방향을 전부 막아버렸으니 말이다.

         

       숫자가 줄어들어 위험이 생기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병력은 겨우 18인의 나한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백병전에 들어간다! 모두 검을 뽑아라!”

         

       로엔의 명령에 따라 검을 뽑는 귀족 영식들.

       투기법을 익힌 검객들이 나한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빈틈을 확실히 메꾸며 놀에게 칼날을 겨누었다.

         

       [Kiaa….]

         

       놀들이 주춤거렸다.

         

       순식간에 그들을 둘러쌀 뿐만 아니라, 저 먹이들 모두가 상당히 강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으니.

         

       투기법.

       고대의 인간들이 맹수와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 창조한 기법.

         

       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을 많이 학살한 생물이 마물이라면, 그와 마찬가지로 마물을 가장 많이 학살한 생물은 투기법을 익힌 전사들일지니.

         

       “…….”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유지된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돌격하라.”

         

       쿠웅!!

         

       검사들이었다.

         

       로엔의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칼날들이 놀을 향해 그어졌고, 놀들 또한 공격을 감행했다.

         

       콰앙!

       퍼어억!

         

       강렬한 충돌과 함께 퍼지는 동심원.

       투기법을 익힌 검사들과 두 발로 선 이형의 마물이 부딪치며 격렬한 다툼이 벌어졌다.

       한 번의 실수로도 누가 죽을지 격렬한 백병전.

         

       허나 누군가 실수한다 할지라도.

         

       서걱!

         

       ‘그’가 뒤를 지켜주었다.

         

       “정신 차려라! 힘을 도중에 빼지 마라!”

       “가, 감사하오, 공자.”

       “인사는 나중에 해라, 지금은 적을 격멸하라…!”

       “추, 추웅!!!”

         

       로엔의 기백 어린 꾸짖음과 명령.

       이를 들으며 케인은 저도 모르게 경례를 외쳤다.

       마치 눈앞에 있는 그가 그들과 동년배의 청년이 아니라, 무수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장군’처럼 보였기에.

         

       그것도 노련한.

         

       “베고 찔러라! 너희가 익힌 기법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동안 익힌 기술과 스승에게 배운 가르침이 몸에 남아 있으니! 너희는 지지 않는다!”

         

       -으아아아!!

         

       기합처럼 소리치는 악다구니.

       로엔의 존재가 그들의 등을 든든히 받쳐주었고, 그들은 명령대로 나아가 싸웠다.

         

       서서히 검사들이 놀을 상대하는 것이 익숙해지며 콜로세움 밖으로 나가려는 놀들이 주춤거렸다.

         

       [Krrrr…!]

         

       놀들은 저들의 반항이 만만치 않을 정도로 사나워서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즉각 다른 통로를 찾았다.

       그러며 비교적 검사들보다 약해 보이는 창병(槍兵)을 발견했다.

         

       검사들이 흘리는 껄끄러운 기척.

       그러니까 투기력이 느껴지지 않는 약한 이들을 노린 셈이었다.

         

       허나 이는.

         

       “찔러 넣으세요!!”

         

       푸우우욱!

       푹!

       푸욱!

         

       [!!?]

         

       실책이 아닐 수 없으니.

         

       창병을 만만하게 생각한 것이 실수임을 놀들은 몸으로 깨우쳐야 했다.

         

       “아아악!!”

         

       레비의 명령에 맞춰 나한들도 창을 내질렀고, 그때마다 놈들의 몸이 뚫렸다.

         

       쿠웅!

         

       [Ki-!]

       [Kiaa!?]

         

       웬만한 검조차 튕겨내는 놀의 두터운 가죽이 뚫렸다.

       그것도 투기법도 익히지 못한 청년들에 의해.

       허나 이는 당연했다.

         

       비록 그들은 투기법을 익히지 못했지만, 그들이 전수받은 것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평생을 마법사와 싸우고, 마물과 전투를 치르며 살아온 남자의 비범한 비전절기를 이어받은 것이었지.

         

       머슬 아츠(Muscle Arts).

       [경(勁)]

         

       투기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또한 틀림없이 마물을 사냥할 힘이었으니.

         

       “폭(爆)!”

         

       -흐으읍!

         

       우렁찬 기합과 함께 텨져 나가는 힘의 발산!

       가죽을 뚫은 창끝을 통해 경이 발산되며 놀들은 그대로.

         

       푸확!

         

       [Ki-!]

         

       …털썩.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일 대 일로 대항하진 못했지만, 집단을 이룬 인간은 강한 법.

       팔랑크스의 이점을 제대로 살린 그들이었다.

         

       …허나.

       

       “이, 이겼다!”

       “우리가 놀을-.”

         

       “-방심하지 마세요!!”

         

       “!!?”

         

       후욱!

         

       순간 쓰러졌다고 생각한 놀이 일어섰고, 레비 폴트가 쓰러진 놀을 향해 화살을 당겨 숨통을 끊었다.

         

       한데도.

         

       [k……i…!]

         

       여전히 움직이는 놈들이 많았다.

         

       지독한 생명력이다.

         

       내부에서 터진 일격조차 버텨내는 놀들의 회복속도는 아찔한 것이었다.

       겨우 배나 가슴을 찌를 게 아닌, 목이나 심장을 기필코 찔러야 할 터.

         

       그렇게 마무리가 부족한 그들의 실수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 달려드는 놀들이었고, 그들이 기겁하는 순간.

         

       숭겅!

         

       “곰돌이들, 방심은 나쁜 거다.”

         

       흑표범을 연상케 하는 사내.

       쿤타가 낫칼을 닮은 코피스로 단칼에 놀을 양단했다.

         

       파삭!

         

       “죽일 때는 심장이나, 머리를 노려. 이런 식으로.”

         

       놀의 정수리 뚜껑을 열어버리는 할버드를 든 채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가란드였고.

         

       서걱!

         

       “차라리 팔과 발목부터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편이 기동력을 뺏을 수 있으니 좋을 겁니다.”

         

       쌍검으로 놀 두 마리를 유린한 아르노가 피를 털어냈다.

         

       “사, 살았다….”

         

       세 사람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한 이들은 안도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허나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아직 살아도 산 게 아닐 겁니다.”

       “저놈들 지능적이야.”

       “쿤타, 저것들 싫다.”

         

       난색을 표하며 얼굴을 굳혔다.

         

       놀이 끔찍한 마물 중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니며, 마물 주제에 전술을 쓰는 놈이기 때문이다.

       영악한 마물.

       본능대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협동’이란 걸 할 줄 아는 놈들이기에 놀은 끔찍하다.

         

       괜히 대륙 최고의 욕설 중 하나가 ‘놀 같은 놈’이겠는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포위됐군.”

         

       [Kieee!!]

         

       [Krrr!]

         

       [KA-!]

         

       몰이사냥을 하는 것처럼 점차 인간을 둘러싸는 놀들이었다.

       저놈들도 슬슬 그들은 만만히 보지 않게 되었다는 거겠지.

         

       전력으로 인간을 사냥하려고 나서는 놀들.

       아무리 그들 개개인의 역량이 나이대에 비해 높다고 할지언정, 아직은 저만한 무리를 이기기엔 무리였다.

         

       그렇게 생도 전원이 위기감과 함께 낯빛이 어두워질 무렵.

         

       “돌격!!”

       “아이들을 구해내라!”

         

       노기사들과 늙은 노병들.

       든든하기 짝이 없는 지원군이 가세했다.

         

       관람객으로 찾아왔던 이들이었고, 그들이 사람들의 대피가 끝나자마자 무기를 들고 다시금 콜로세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오로지 그들을 돕기 위하여.

         

       그리고 저들뿐만 아니라.

         

       “후배들한테 뒤질 순 없다!”

       “내가 바로 되른 가의 라헬이다!”

         

       그들의 선배들.

       도망간 줄 알았으나, 갑옷과 말을 가지고 온 그들이 놀을 향해 돌진했다.

         

       마물을 앞에 두고도 도망가지 않는 자존감과 용맹함.

         

       이것이야말로 용이 존중한 용맹하고도 고귀한 기사가 건국한 국가.

         

       팬드래건의 기상이었음이다.

         

       “…와줬군요!”

         

       레비는 안도감을 느꼈다.

         

       전투를 벌이기 전, 영애들에게 최대한 많은 지원군을 부탁한 성과가 있었다.

         

       “허허, 그 여아들이 얼마나 부탁하던지.”

       “얼굴이 화끈거려 그냥 있을 수 없었네.”

         

       소녀들의 부탁을 감히 거절하고 겁쟁이처럼 도망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무엇보다.

         

       “저 가증스러운 것들을 물리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가 나올지 모르니 말일세.”

         

       한 마리의 놀이 민가에 가도 마을이 전멸한다.

       한데 수백 마리가 동시에 왕도로 풀려난다면 대체 어느 정도의 피해가 나올지 가늠이 가지 않는 바.

         

       콜로세움과 그들이 철창이 되는 이때, 반드시 전멸시켜야만 했다.

         

       그러한 각오와 함께 마창 자세를 취한 노기사는 놀을 향해 창을-.

         

       콰아아아아!!

       후두두둑-!

         

       “……크흠.”

         

       드는 대신 잠시 벙찌고 말았다.

         

       콜로세움의 바로 옆에 있는 호수.

       그 호수가 폭발하듯 물줄기가 하늘 높이 치솟으며 빗방울이 되어 떨어졌으니.

         

       노기사는 잠시 현실을 믿지 못하며 물었다.

         

       “이런 상황에 하면 안 되는 물음이긴 하지만, 하나만 물어봄세.”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 기사 말일세, 정녕 인간이 맞는가?”

       “어어, 그게….”

         

       레비는 난감해 하며 헛웃음이 나왔다.

       허나 저 말의 저의는 공감이 갔다.

       그도 그럴 게.

         

       “저희도 항상 의심되긴 하는데, 맞으세요, 인간.”

         

       다만.

         

       “가끔 같은 인간으로 안 보일 일을 벌이실 뿐이죠.”

       “…허허.”

         

       푸화아아악!

         

       소녀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치솟는 물줄기.

         

       물줄기의 원인은 간단했다.

         

       다름 아닌.

         

       “작살 추가.”

       “끄어어억!”

       “빨리빨리 가져와!”

         

       대형 작살.

         

       기사가, 그들의 스승이 사람이 던질 수 있나 싶은 대형 작살을 마물에게 던져대고 있었다.

         

       ‘음……’

         

         

       -누가 마물인 걸까?

         

         

       절로 종족이 의심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으리라.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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