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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그날 밤.

   크라슈는 라크라디온과의 동행을 약속하고, 방에서 눈을 감은 채 오러를 단련하고 있었다.

   크림의 조언 덕분에 오러 단련을 매일 같이하는 만큼 날이 가면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크라슈였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눈꺼풀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자기 무릎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거기에는 자기 무릎을 베고 자는 비앙카가 있었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지.

     

   크라슈는 쓴웃음을 삼키곤 그녀의 머리를 들어 베개를 베도록 해주었다.

   그러곤 이불을 덮어준 뒤 이만 침대에서 일어나던 순간이었다.

     

   “크라슈 님.”

     

   잠에 취한 채 비앙카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비앙카를 돌아보자 그녀는 눈을 비비며 크라슈에게 물었다.

     

   “벌써 가요?”

     

   비앙카의 말은 크라슈가 마성궁에 가냐는 말이었다.

   마성궁에 가게 되면 꽤 오랜 시간 크라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비앙카다.

     

   그렇다 보니 그녀는 더더욱 남은 시간 동안 크라슈 곁을 따라다녔다.

   크라슈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니, 아직, 있다 올 거니까 더 자고 있어.”

   “으응, 네에.”

     

   비앙카는 안심하고, 크라슈의 손에 머리를 비비다 스르륵 잠들었다.

   최근 비앙카도 본격적인 성장기인지 크기 시작했건만 날이 가면 갈수록 어리광만 늘어 걱정이다.

     

   크라슈는 비앙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문을 나왔다.

   그러자 크림슨가든이 날아와 그의 어깨 위에 안착했다.

     

   [ 벌써부터 여자랑 동침이라니. 아주 색욕에 미쳐 사는구나. ]

   “이게 어딜 봐서.”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을 보며 어이없는 기색을 보였다.

     

   [ 그 아이랑 같은 방을 쓰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으냐. ]

     

   크라슈는 그러는 이유를 다 아는 주제에 저런 말을 하는 크림슨가든이 기가 막힐 뿐이었다.

     

   처음에는 크라슈도 비앙카에게 개인 여관방을 마련해 주려 했다.

   그러나 비앙카는 혼자 있는 게 무섭다고 하였다.

   그래서 직속 하녀인 엘리랑 같이 쓰면 된다고 했더니 대놓고 크라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해왔다.

     

   비앙카는 감정이 생기며 나타난 불안감을 자신의 곁에 있음으로써 해소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만큼 크라슈는 차마 거절 못하고, 그녀의 투정을 허락했다.

     

   그래서 일부러 방에 침대가 두 개 있는 여관방을 골랐건만.

   비앙카는 매번 어느샌가 크라슈의 침대에 들어와 그의 옆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때마다 몇 번인가 비앙카를 들어 자기 침대에 돌려놨지만 어느샌가 냉큼 다시 돌아와 있었기에 크라슈도 포기한 실정이었다.

     

   ‘아카데미 때가 걱정인데.’

     

   이번 연도가 지나 크라슈가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다면 못해도 1년은 얼굴 보기가 힘들다.

   그때 비앙카가 어떨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크라슈가 곧 스스로가 어이없어 웃었다.

     

   설마하니 자신이 비앙카를 이렇게나 생각하게 될 줄이야.

   회귀 전에는 그녀와 약혼자라는 아주 연한 연밖에 없었는데, 참 많이도 달라졌다.

     

   [ 기분 나쁘게 갑자기 웃지 말거라. ]

   “말을 해도 꼭.”

     

   괜히 옆에서 초치는 크림슨가든한테 무어라 한 크라슈는 그대로 여관을 나왔다.

   크라슈가 이 밤에 나온 이유는 그의 확장된 제 육감에 누군가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쪽은 크라슈 또한 기다리던 손님이었다.

     

   밤이긴 하나 크라슈는 저쪽이 쉽게 나타날 수 있도록 일부러 뒷골목 쪽으로 향했다.

   그러곤 그 안으로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를 뒤집어쓴 한 사내.

     

   “펜달.”

     

   그는 다름 아닌 펜달이었다.

   크라슈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자 펜달이 천천히 자신의 로브 모자를 뒤로 넘겼다.

     

   그러곤 달빛 아래 회색빛 머리카락을 빛내며 크라슈를 흉흉히 노려보았다.

     

   “발하임 직계, 네 녀석 라크라디온과 마성궁에 들어간다는 게 사실이냐.”

     

   역시나랄까.

   크라슈는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는 펜달을 보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펜달이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는 크라슈를 노려보다 이내 천천히 본론을 꺼내 들었다.

     

   “갈 거라면 라크라디온 말고, 나랑 가라. 펜달로드도 낙천에게 도전할 거다.”

     

   펜달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의 말이었다.

     

   “펜달로드는 지금껏 마성궁을 계속해서 공략해 왔다. 지난 몇 년간 마성궁 내부는 바뀌었고, 지름길도 달라. 우리라면 지름길을 이용해 8층까지 순식간에 갈 수 있어. 당연히 낙천을 도전하기 위해서 준비해놓은 것도 많다.”

     

   사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펜달은 어쨌거나 마성궁의 왕으로 군림했다.

     

   비록, 8층에는 더 이상 제 발로 들어서지 않게 되었지만, 그 전 층까지는 늘 수월하게 다니던 펜달이다.

   당연히 이쪽은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반면에 라크라디온은 마성궁을 그만둔 뒤로 홀로 검만 휘둘러 왔다.

   마성궁의 지식 면에서는 펜달에게 밀릴지도 몰랐다.

     

   “싫은데?”

     

   하지만 그런 걸 다 따져도 크라슈는 펜달이랑 같이 갈 마음 없었다.

     

   “뭐?”

   “나한테 이빨을 드러낸 개랑 어느 멍청이가 위험한 곳을 함께 가냐.”

     

   한 번 사람을 문 개는 그 뒤에도 계속 사람을 문다.

   펜달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리고 애초에 처음부터 기회를 걷어찬 건 너였잖냐.”

     

   크라슈가 마성궁에 들어가는 걸 방해한 것은 다름 아닌 펜달이다.

   펜달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

     

   “인제 와서 라크라디온 말고, 너와 함께 가자는 말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우습지 않냐?”

     

   펜달은 입을 꾹 다물었다.

     

   크라슈는 오늘 펜달이 올 것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을 할 것이란 것 또한 알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크라슈의 기억 속 펜달은 본래도 형편없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라크라디온과 간다. 그건 네가 거래를 해와도 달라질 거 없어.”

     

   크라슈가 그리 말하고 그를 지나쳐 가려 했다.

     

   “기다……!”

     

   펜달은 그를 막아 세우려는 듯 손을 뻗으려 했지만, 크라슈의 두 눈과 마주친 순간 멈칫하였다.

     

   얼마 전에 크라슈에게 된통 당한 펜달이다.

   그때 방심한 것은 부정하지 않겠으나, 정면 대결한다 해도 크라슈를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 못하는 마당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발하임.

   설령 이긴다 한들 밤에 그를 불려 나와 공격했다고 하면 뒷감당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펜달은 결국 손을 회수하고 이만 부드득 갈았다.

     

   “……나도 너희보다도 먼저 마성궁으로 갈 거다. 낙천을 쓰러트리는 건 우리 펜달로드다.”

     

   그는 라크라디온과 크라슈가 절대 자신보다 먼저 낙천을 쓰러트리게 둘 생각이 없었다.

     

   “마음대로 해라.”

   

   

   

   

     

   크라슈는 별 신경 쓰지 않고 그를 두고 지나갔다.

     

   [ 벌려둔 덫에 제 발로 머리를 들이미는구나. ]

     

   크림슨가든이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리고 크라슈 또한 거기에 부정하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펜달은 크라슈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행동해주고 있었으니까.

     

   ‘본성이라 해야 할지.’

     

   회귀를 하기 전이든 회귀를 한 후이든.

   여전한 사람들은 여전하다고 크라슈는 생각했다.

     

     

   * * *

     

     

   마성궁.

   옛 고대의 무기 장인이 혼신을 다해 세계 침식자 드워프와 함께 완성한 역작.

     

   그 1층에 들어서게 된 크라슈는 옆을 힐끗 보았다.

   8층 공략을 위해 오게 된 것은 크라슈를 포함한 총 네 명.

     

   한 명은 함정 및 길 찾기를 담당할 수색꾼이라는 직함에 비해 튀어나온 배가 눈에 띄는 데릭.

   다른 한 명은 신성 마법과 공격 마법을 동시에 익힌 백마도사 여성 페니첼리.

     

   나머지 한 명은 마성궁의 빛, 라크라디온이었다.

     

   “이야, 설마하니 라크가 다시 마성궁에 가게 될 줄은 몰랐구만.”

     

   데릭은 라크라디온이 다시금 마성궁에 가게 된 것이 어지간히 기쁜 듯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건 페니첼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정말이에요. 라크라디온 언니가 마성궁에 간다고 하니, 다들 난리 났는걸요. 제가 여기에 끼인 게 정말 영광이에요.”

     

   그녀는 색이 진한 밤색 빛의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를 살랑이며 기뻐했다.

   정작 라크라디온은 뻘쭘한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신뢰받고 있구만.”

   “그게, 예,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크라슈까지 한마디 툭 던져주자 라크라디온이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 손 부채질을 하였다.

     

   [ 아이야, 그놈들도 움직인 모양이더구나. ]

     

   그러는 사이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놈들이라 하면 분명 펜달로드 패거리일 터.

     

   [ 의외로 너희랑 똑같이 마성궁을 공략하기로 한 모양이던데. ]

   “표면상으로는 그렇겠지.”

     

   크라슈는 예상대로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라크라디온을 힐끗 보았다.

     

   펜달은 라크라디온에게 열등감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대놓고 라크라디온을 치는 짓은 부끄러워 안 한 모양이지만.

     

   ‘계기가 생기면.’

     

   결국 이빨을 드러낼 것임을 크라슈는 잘 알았다.

   그때만 잘 기다리면 되겠지.

     

   크라슈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그러자 계단의 끝에 마성궁의 1층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고급진 복도가 있었다.

   붉은색의 카펫이 이어지고, 벽에는 곳곳에 그림이 걸려 있으며 꽃이 장식된 꽃병들도 줄지어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그러한 벽들에 하나 같이 창문이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마성궁은 지하에 있음에도 말이다.

     

   몇 번을 와도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이곳이 바로 마성궁이었다.

     

   그러는 순간 저 앞에서 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

   품에 시계를 쥐고 있던 토끼는 이쪽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째깍거리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토끼의 몸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몸이 터질 정도로 근육질로 뒤덮인 토끼는 망설임 없이 이쪽을 급습해왔다.

     

   “라크라디온.”

     

   그런 토끼를 바라보며 크라슈가 말했다.

     

   “실력 좀 볼 수 있을까.”

     

   크라슈의 말이 떨어진 순간 이미 라크라디온은 달리고 있었다.

   바닥을 박찬 그녀의 검은 호선을 그리며 깔끔하게 근육질 토끼의 목에 박혀 들었다.

     

   동시에 토끼의 목에 박힌 검에서 뿜어져 나온 황색의 오러 블레이드는 근육과 뼈를 절단시켰다.

     

   서걱!

     

   단 일격에 토끼의 머리가 하늘을 날아 바닥을 뒹굴었다.

     

   “휘유, 여전하구만.”

   “역시 언니!”

     

   그런 그녀의 무용을 본 데릭과 페니첼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건 크라슈도 다르지 않았다.

     

   ‘깔끔하군. 역시 마스터인가.’

     

   펜달이 정돈되지 않은 변칙성이 있는 자라면 이쪽은 무척이나 깔끔히 정돈된 느낌이다.

   둘 다 완전히 다른 강자.

     

   그리고 이건 현재 크라슈의 다음 경지와 가장 가까운 마스터 초입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무리 마스터 초입이라는 경지가 그 위에 경지에는 평가절하된다 해도.

   평생을 노력한다 한들 도달하지 못하는 이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건 크라슈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약을 쓰고, 스킬을 얻고, 비술을 익혀도.

   마스터라는 영역은 제힘으로 넘어서야만 했다.

     

   비록, 멸화침식이라는 수 덕에 마스터와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게 됐다곤 하나.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한다면 크라슈도 별수 없었다.

     

   ‘이제 곧 벌써 여름이다.’

     

   그동안 여러 일들이 있으며 어느덧 봄이 지나 여름의 초입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 시간이 또 지나간다면 분명 가을, 이후에는 겨울이 오겠지.

     

   ‘그러면 나는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이라는 소리고.’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재능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계속 가자.”

     

   그러니 이번 건은 기회다.

     

   마스터 초입이라는 경지를 돌파하기 위한 최고의 관찰 자료가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이번 마성궁 공략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걸 얻어 갈지도 모르겠다.

     

     

   * * *

     

     

   마성궁을 이루는 바벨의 밖.

   누군가 한 명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그녀는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고, 왜인지 무기를 몸 여기저기에 무지하게 많이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로브의 머리 부분을 슬쩍 들어 올리며 신문을 보았다.

     

   마성궁 표 신문에 적힌 내용은 다름 아닌 발하임 직계가 낙천에게 도전한다는 소리였다.

     

   “썅, 내걸 가로채려고 해?”

     

   욕설부터 튀어나온 그녀는 못마땅한 눈과 함께 신문지를 구겨 던졌다.

   그러곤 그녀의 발걸음이 바쁘게 옮겨지기 시작했다.

     

   로브 자락 사이로 호랑이 무늬의 기다란 꼬리를 흔들면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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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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