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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69 – 뜨거운 주행>

     

    제 1 코스, 수렁돌파.

    바닥을 잘 보면 수렁인 곳과 아닌 곳을 구분할 수 있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한 번도 수렁에 빠지지 않고 수렁코스를 돌파했습니다.]

    [관찰 경험치+5]

    [지형파악 경험치+2]

    [신속정찰 경험치+1]

     

    [제 1 코스를 통과하면서 모든 표적을 명중시켰습니다.]

    [이동사격 경험치+3]

    [집중력 경험치+3]

     

    [뒤처진 동기를 데리고 함께 수렁코스를 통과했습니다.]

    [착한아이 경험치+3]

    [카리스마 경험치+1]

     

    코스를 가뿐히 통과한 것은 예상대로였지만 오른 기능 하나는 예상 외였다.

    카리스마가 잔뜩 올라야 할 활약에서 왜 착한아이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앞에 이상한 봉이 연달아 설치되어있어! 어, 어떡하지 오크노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달려요.”

     

    <제 2 코스>

    <스프링허들달리기>

     

    연달아 설치된 수십 개의 허들.

    다 뛰어넘는 것도 일이겠다 싶은 물량의 허들을 1번라인주자 스콜라와 2번라인주자 라이브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새 반이나 달려갔어?!”

    “괜히 마음이 급해지면 넘어질걸요?”

     

    <주의사항>

    <허들을 쓰러뜨리면 감점!>

     

    보란 듯이 세워져있는 경고가 담긴 푯말.

    모브는 뒤처진다는 불안과 감점을 향한 두려움 사이에서 헤맸다.

     

    “리듬감을 타면서 뛰다가 표적이 나올 때 탓 탓 팟 하는 느낌으로 쏘면 쉬워요!”

     

    그게 되겠냐고, 이 재능충 녀석아.

    그렇게 외치듯이 울상을 지으면서도 모브는 어떻게든 시위를 당겼다.

    조준시간도 짧고 과녁에 명중조차 하지 못했지만 가만히 서서 표적을 계속 쏘고 있으면 시간경과로 받는 감점이 더 크다.

    눈에 밟히는 표적을 애써 외면하며 달렸다.

    다시금 나타나는 허들.

    그 앞의 발판을 밟자 스프링이 꾹 밟힌다.

     

    ‘타이밍을 모르겠어!!’

     

    펄쩍!

    스프링이 펴치며 탄력이 붙어 훅 하고 높이 도약하듯이 허들을 뛰어넘는 몸.

    자칫 몸이 걸리려던 것을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어떻게든 허들을 넘어뜨리지 않고 넘는데 성공했지만, 자세를 고쳐 잡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젠장, 좀 1학년한테 맞는 시험을 내라고!”

    “좀 더 천천히 뛸까요?”

     

    앓는 소리가 끝나질 않던 모브.

    그의 눈이 변한 것은 그 말을 하고 엄청 여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본 뒤였다.

     

    “너, 왜 아직도 옆에서 뛰고 있어?!”

    “뭐 어때요! 같은 그룹끼리 나란히 달리겠다는데.”

     

    여차하면 발이 삔 척이라도 해서 먼저 들여보낼까.

    그런 승부조작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오오옷! 4번라인 녀석, 갑자기 미친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어!”

    “저 녀석,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선두그룹이랑 간격이 줄어든다!!”

     

    전술학 선배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변은 바로 옆에서 시작됐다.

    모브가 갑자기 각성했다.

     

     

    * *

     

     

    ‘크으윽. 뭘 하는 거야, 나란 녀석은.’

     

    학년수석에 어린애가 날 위해서 실시간으로 성적이 까이고 있다.

    아이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굴욕적이다?

    아이만도 못한 자신이 수치스럽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걸림돌이 되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아이가 뒤처지고 있다.

     

    “A그룹 수석도 별 거 아니잖아.”

    “아이씨, 짜증나네. 당연히 2위는 할 줄 알았는데.”

    “981기 변방은 죄다 벌레만 모였나? 어떻게 저런 게 수석일 수가 있지?”

     

    심지어 생면부지의 선배들에게 욕까지 먹는다.

     

    ‘웃기지 마. 이 아이는 당신들이 멋대로 무시해도 좋은 아이가 아니라고!’

     

    오크노디에게는 동아리 탈부 건으로도 크게 신세를 졌었다.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원수로 갚다니.

    사나이로서의 자존심이 묻는다.

    네가 그러고도 사내자식이냐?

     

    ‘이런 건 사나이가 아니야!’

     

    진정한 사나이란 무엇인가.

    은인에게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자다.

    잘난 귀족들과 달리.

    흔한 평민가정에서 자라난 모브는 대단한 기술도, 신비로운 지식도 전수받지 못했다.

    그 대신, 그 전부보다 더욱 값진 가르침 하나를 부친에게 물려받았다.

     

    -모브.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나이가 되어라.

     

    자신을 위해 기록경쟁마저 포기한 오크노디.

    그녀라고 아쉽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순위 따윈 별 거 아니라며 웃는다.

    저 태연한 얼굴 아래로 얼마나 속이 상할까.

    조금이라도 더 잘 뛰어주면 안 되겠냐고 얼마나 원망하는 마음이 들까.

     

    ‘알고 있어. 내 실력으로는 이런 생소한 허들을 뛰어넘는 것도, 이동하면서 과녁에 활을 쏘는 것도 전부 벅차다는 것쯤은.’

     

    이대로는 자신의 성적도, 자신의 보조를 맞추는 오크노디의 성적도 전부 엉망이 된다.

    모든 것을 전부 챙길 수는 없다.

    그러니 결심했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나이가 되기 위해서.

    한 번 기권까지 떠올렸던 그를 역주행까지 해가며 오크노디가 구해주었듯이.

    이번에는 자신이 오크노디를 구해주자고.

     

    “오크노디. 나는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뛰겠다!”

    “네? 무리잖아요, 모브씨 실력으로는.”

    “그렇지. 코스를 달리고, 트랙을 뛰어넘고, 과녁을 찾고, 이동하면서 활을 쏘고. 나 같은 범인에게는 무엇 하나도 쉽지 않아.”

     

    모브의 발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트랙이 가까워져도 더는 주춤하지 않는다.

    넘어지는 것도, 다치는 것도 두렵지 않으니까.

    지금 그가 두려운 것은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다.

    자신으로 인해 오크노디가 속상한 것.

    모두가 오크노디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

     

    “오오오!! 4번 녀석, 엄청나게 빨라졌어!”

    “하지만 저 속도로는 과녁을 조준할 수 없잖아!”

    “저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이지?!”

     

    선배들이 떠올린 의문은 오크노디도 마찬가지였다.

    모브는 하급반 엑스트라.

    원작게임에서도 이름이라도 알렸던 단역 미만이다.

    대사 한 줄 없이 아카데미를 살아가는 학생A.

    그저 같은 공간을 살아갈 뿐인 존재.

    밑에서 학점을 깔아주는 자존감 상승용 소재.

    그런 모브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리 없다.

    그만한 포텐셜이 있는 학생이라면 애초에 엑스트라로 남아있을 리가 없으니까.

    수백 수천 번을 <운빨로 아카데미 졸업하기>를 플레이했던 그녀가 단 한 번도 기억하지 못한 이름이란, 언제나 성공하지 못한 패배자.

    기프트 아카데미 981기 학생 중 최하위를 깔아주는, 언제 덜컥 퇴학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낙오자다.

     

    ‘나야 맞췄지만 모브도 맞출 수 있을까?’

     

    달리면서 활을 쏘자마자 느낌이 들었다.

    이건 명중이다.

    잠깐의 틈을 내어 모브를 돌아보는 순간, 오크노디는 충격 받았다.

     

    “모브! 활 쏠 타이밍을 놓쳤어요?!”

     

    모브가 활을 쏘지 않았다.

    과녁에 화살 한 대조차 쏘지 못한 것은 명백한 감점사유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초조함은 없었다.

    씨익.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웃음 짓는 얼굴에는 무언가 사나이다운 각오가 엿보였다.

     

    “쏘지 못한 게 아니다. 쏘지 않은 거야.”

    “네에에?!”

    “범재가 천재의 페이스를 쫓으려면 모든 걸 따라하려는 생각은 버려야해.”

     

    모브는 말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과녁을 찾는 것과 화살을 쏘는 것을. 그 대신, 선두를 쫓아갈 수 있는 속도를 손에 넣은 거다!”

    “그래서는 모브의 점수가!”

    “하하. 침착하게 쏴봤자 어차피 열 발에 한 발도 맞출까 말까야. 그러니 미련은 없어.”

     

    선두와의 격차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트랙 45개 차이의 간격이 어느덧 트랙 33개까지 줄었으니까.

    그래도 멀다.

    이대로는 여전히 오크노디가 뒤처지고 만다.

    모브는 두 다리 가득 힘을 실었다.

     

    빡! 빡! 빠아악!

     

    “저 녀석, 진짜로 미쳤어!”

    “저게 대체 무슨 주행이야? 4번 라인 녀석, 감점이 두렵지도 않은 건가?!”

    “저 자식, 어차피 맞추지 못할 과녁을 포기한 것도 모자라서 허들을 넘는 행동마저 포기했어!!”

     

    [-1점]

    [-1점]

    [-1점]

     

    허들을 넘는 것이 아니라 그 옆의 맨땅을 질주한다.

    지나치는 허들 하나마다 쌓이는 감점이 무서운 속도로 모브의 점수를 하락시켰다.

     

    “그만두세요! 지금이라도 라인 위에 똑바로 서서 달리지 않으면 꼴지를…”

    “해도 좋아!”

    “정말요?!”

    “같은 그룹이니까 사이좋게 나란히 달린다고? 친구니까 버리지 않아? 그게 네 고집이라면 내 고집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나이가 되는 것이다.”

     

    모브가 진지한 얼굴로 정면만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다면 그건 가장 앞에서 달려야 한다. 내 존재가 네 걸림돌이 될 바에야 점수 따위 전부 포기해도 상관없어!”

    “모브…!”

    “발 늦추지 마. 옆을 돌아보지도 마. 제대로 허들을 넘고 과녁을 찾아 조준해서 맞춰. 그러면서도 너는 이 속도에 ‘나란히’ 달릴 수 있잖아!”

     

    [4번 라인 장애물 점수가 현재 최하위입니다.]

    [-40점]

     

    이미 꼴지는 확정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한 점의 후회도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에게 보여줘. A그룹도 할 수 있다고. 이 모브와 나란히 달리는 친구가 이만큼이나 대단하다고. 저 앞의 제국놈들과 멋대로 지껄이는 선배들의 콧대를 눌러줘!!”

     

    라인 옆 공간이 줄어들며 더는 평지질주가 불가능해졌을 때, 모브는 아예 발로 허들을 걷어차고 밀쳐내며 거칠게 달렸다.

    정강이와 허벅지가 허들에 부딪치며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플 텐데도, 멍이 들 정도의 충격을 거듭 받으면서도 그는 이 악물고 달렸다.

    아무리 휘청거려도,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이 새어나와도.

    자세를 바로잡고.

    이를 악물어 비명을 눌러삼키며.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조금이라도 오크노디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모두에게 그녀의 진가를 증명하기 위해서.

     

    ‘이 바보. 과녁을 ‘인지’하는 행위랑 ‘조준’하는 행위로도 점수가 부여되거든요?‘

     

    그는 모르고 있겠지만 그가 받고 있는 감점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크다.

    그렇지만 알더라도 그의 걸음이 느려지지 않을 것임을 오크노디는 깨달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달리는 한 남자의 뜨거운 주행이, 이름 없는 엑스트라의 필사적인 질주가 오크노디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1번 라인, 2코스 통과!>

    <2번 라인, 2코스 통과! +1트랙>

     

    커다란 마나보드 위로 떠오르는 중계발표.

    모브의 달리기는 끝내 제국학생들을 따라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5번 라인, 2코스 통과! +3트랙>

     

    그 대신, 두 트랙 차이였다.

    45트랙 차이를 33트랙 차이로, 더욱 나아가 선두와는 3트랙에 바로 앞 순위와는 두 트랙 차이까지 좁히는데 성공했다.

     

    “크윽…….”

    “모브 씨!”

    “증명해줘. 내 주행이 헛되지 않았다고!!”

     

    끝내 무리한 주행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걸음이 멎어버린 모브.

    몸은 멈추었지만 그의 뜨거운 투지만큼은 분명하게 전해졌다.

     

    “네!!”

     

    오크노디는 다짐했다.

     

    ‘이번 경주, 모브의 몫까지 더해서 1등으로 들어가겠어!’

     

    지켜보던 선배들은 생각했다.

     

    ‘우와. 교관 개빡쳐보인다.’

    ‘급발진 개쩌네.’

    ‘그래도 뭔가 싫지 않아. 저런 뜨거운 녀석.’

     

    한 엑스트라의 뜨거운 주행이 시합의 흐름을 극적으로 뒤바꾸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갑자기 분위기 열혈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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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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