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9

       한여름이 보여준 사치는 정말로 굉장했다.

       하루 동안 몇천만 원이 넘는 돈을 쓸 정도였으니까.

       

       자기 집도 아니고 내 집에서 필요할 때마다 쓰겠다며 산 가전제품과 주방도구들.

       레비나스가 굉장히 크고 화질이 선명하다며 놀랐던 텔레비전까지.

       그녀가 보여준 재력에 놀란 레비나스가 혼자서 무언가를 다짐할 정도였다.

       

       “여름아, 여름아.”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레비나스는 한 손에 토끼 인형을 들고 한여름의 뒤를 쫓아 움직였다.

       집에서 할 일이 없던 나도 한여름의 뒤를 쫓았다.

       

       “응?”

       

       “여름아, 레비나스한테 스마트를 빌려줘라.”

       

       “어··· 스마트폰 말하는 거지?”

       

       한여름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저번에 내게 사진을 찍어보라며 주었던 스마트폰이었다.

       

       “응. 레비나스 스맛폰 필요해.”

       

       “자. 가지고 노는 건 좋은데, 너무 많이 놀면 안 된다?”

       

       “응!”

       

       한여름에게 스마트폰을 받은 레비나스가, 소파 쪽으로 달려가 앉았다.

       그녀가 뭘 할지 궁금했기에 나도 레비나스를 쫓아 달렸다.

       

       톡-

       톡-

       

       소파에 앉은 레비나스가 느린 속도로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렸다.

       무얼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열중하는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심스레 레비나스 옆에 앉아 화면을 지켜볼 뿐이었다.

       

       레비나스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

       검색창 아래로 그녀가 검색했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돈 만이 벌기

       -돈 어떡게 만이 버냐

       -부자 대느,ㄴ 방법

       

       ‘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 정도를 시청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던 건가.

       내가 어린 그녀에게 부담을 주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돈 버는 법 찾고 있는 거야?”

       

       “응! 스맛폰 똑똑하다! 이것저것 많이 알려줘!”

       

       “그렇구나.”

       

       그게 인터넷의 순기능이지.

       사실 나도 이 세계에서 인터넷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레비나스가 나보다 스마트폰을 잘 다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화면 속에 시선을 고정했다.

       

       “레비나스가 돈 많이 벌어서 왕한테 줄게!”

       

       “응. 고마워. 근데 레비나스가 번 돈은 레비나스가 쓰고 싶은데 써도 돼.”

       

       “엥? 레비나스가 번 돈을 왜 레비나스가 쓰냐?”

       

       “그야 직접 번 돈이니까···?”

       

       자기가 번 돈은 자신을 위해 쓰는 게 최우선 아닌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돈은 제일 높은 사람이 다 가져가는 거잖아! 레비나스가 번 돈은 다 왕한테 줘야해!”

       

       과격파에서는 그런 규칙이 있는 건가.

       참 너무하다 싶은 규칙이었다.

       

       “돈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쓰는 게 맞는 거야.”

       

       “응! 그럼 돈 많이 벌어서 왕한테 쓸래!”

       

       “나한테···?”

       

       “응! 레비나스는 왕이가 좋아!”

       

       큰 목소리로 외친 레비나스가 헙!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레비나스는 근처 안마 의자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소피아를 힐끔 바라보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했다.

       

       “그리고 상어한테도 뭐 사줄 거야···!”

       

       “좋은 생각이다.”

       

       “그치···?!”

       

       “응.”

       

       과격파 출신이라고 해도 레비나스는 근본이 착한 아이였다.

       나는 그녀가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

       

       

       **

       

       

       돈을 많이 벌어서 도움을 주고 싶다.

       레비나스는 목표를 지닌 채 깊은 밤까지 인터넷 세계를 탐방했다.

       

       그리고 그때.

       

       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레비나스에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돈 불려 드립니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스팸 메시지였으나, 어린 레비나스는 인간의 추악함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투자금액이 높을수록 더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내용에 눈을 빛낼 뿐이었다.

       

       탁탁-

       레비나스는 어설프게 배운 지식으로 상대에게 답장을 보냈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을 지닌 채.

       

       -돈 지짜 부려주냐?

       

       돈을 불릴 수 있다니.

       돈이 많이 생기면 뭐부터 해야 하지?

       

       일단 왕한테 집을 사주고, 상어한테 초코 우유를 사 줘서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레비나스는 기대감에 부푼 채 스마트폰을 품에 안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

       

       

       최근 레비나스가 바빠졌다.

       사냥터에 갈 때마다 따라와 버섯을 캐고, 곧바로 쉬지도 않고 빈 병을 주웠다.

       그녀는 보는 사람이 불안해 질 정도로 일만 하고 있었다.

       

       “···레비나스, 좀 쉬는 게 어때?”

       

       “안 된다! 레비나스는 목돈을 만드는 중이거든!”

       

       “목돈?”

       

       “응!”

       

       최근 돈 버는 법에 대해서 연구하더니, 방법을 알아내기라도 한 건가?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레비나스를 근처 벤치에 앉혔다.

       

       “목돈을 모아서 뭐 하게?”

       

       “레비나스는 투자란 걸 할 거야!”

       

       세상에.

       그 레비나스가 투자에 대해 알고 있다니.

       나 보다도 뛰어난 경제관념에 귀와 꼬리가 쫑긋 솟아오르고 말았다.

       

       “레비나스가 투자도 알아?”

       

       “아니, 잘 몰라!”

       

       모르는데 투자를 한다니.

       뭔가 이상했지만, 나쁘지 않은 발상이었다.

       투자로 돈을 잃는다고 해도 레비나스에겐 큰 공부가 될 테고.

       어린 그녀가 많은 걸 보고 배울 수만 있다면 돈이야 얼마든지 써도 좋았다.

       

       “그래서, 어디에다 투자 하게?”

       

       “몰라!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이 돈 불려 준다고 했거든!”

       

       푸읍!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던 누군가가 입가에 머금은 맥주를 내 뿜었다.

       나 또한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면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게 분명했다.

       

       “레비나스 그거 사기야.”

       

       어디서 그런 이상한 사람을 만난 거지?

       조금 고민하다가 깨달을 수 있었다.

       레비나스가 최근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분명 무슨 스팸 메시지라도 본 걸 테지.

       그녀가 사기를 당하기 전에 빨리 알려주기로 했다.

       

       “사, 사기···?”

       

       “응. 돈 불려준다는 사람이랑 실제로 만나봤어?”

       

       “응! 문자라는 걸로 만나봤다!”

       

       문자로만 만난 건가.

       돈이 오가는 거래에서 얼굴도 안 봤다니.

       백 퍼센트 사기가 분명했다.

       

       “레비나스 그거 사기 맞아. 레비나스한테 돈 받으면 들고 도망치려고 하는 걸껄?”

       

       “뭣?!”

       

       토끼눈을 뜬 레비나스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충격이 컸는지 들고있는 빈 병을 바닥에 떨어트릴 정도였다.

       

       “그래도 돈 보내주기 전에 알아내서 다행이다.”

       

       목돈을 만들고 있다 했으니까.

       아직 돈을 보내지는 않았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레비나스의 동공이 떨리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도, 돈 이미 보냈는데···”

       

       “응···?”

       

       “펴, 편의점에 돈 보내는 기계가 있어서 그걸로 돈 생길 때마다 보내 줬는데···”

       

       그렇다면 이미 사기 당했다는 거잖아.

       나도 레비나스처럼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기계로 돈 보내는 법 알아···?”

       

       “모, 몰라서 편의점 아저씨가 도와줬는데···”

       

       이럴 수가.

       그렇다면 그간 번 돈을 전부 송금했다는 건가.

       절망적인 상황에 머리를 쥐어뜯고 말았다.

       

       “얼마 보냈어?”

       

       “백만 원 보냈다···”

       

       “헉.”

       

       백만 원.

       레비나스가 빈 병을 줍기 시작한 이래로 모아온 돈의 전부였다.

       간식을 사 먹으라며 모험가들에게 받은 용돈도 안 쓰고 모아 두더니만.

       그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

       

       “레비나스는 이제 큰일 났다··· 상어한테 혼나는 거다···”

       

       레비나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아니, 이건 레비나스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상어가 레비나스를 뻥 터트릴 거다···”

       

       훌쩍.

       레비나스가 눈물을 훔치며 제 목에 걸려있는 초크를 매만졌다.

       

       ‘아.’

       

       저거 가짜라는 걸 아직도 안 알려줬구나.

       지금이라도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일단 참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 해봤자, 달래주기 위한 거짓말처럼 느껴질 게 분명했다.

       

       “레비나스,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

       

       “레비나스가 아니라 내가 돈을 보낸 걸로 하는 거야.”

       

       레비나스는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보다도, 소피아에게 혼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사실 자체를 없애 준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 왕이 혼나는데···”

       

       “괜찮아. 난 크게는 안 혼날 거야. 그리고 혼난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왕은 용감하니까?”

       

       “응. 나 홉고블린도 잡는 거 봤지?”

       

       내 당당한 태도에 레비나스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레비나스가 돈 많이 벌어서 깜짝 놀래켜 주고 싶었는데···”

       

       “응. 마음만으로도 고마운 걸.”

       

       돈을 많이 벌어서 모두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을 테지.

       살림살이에 보태 도움이 되고 싶었을 테고.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논 사기꾼이 정말로 끔찍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지만.

       

       ‘백만 원이 큰돈이긴 하지만···’

       

       오늘의 사기로 레비나스도 무언가 배웠을 테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사람을 함부로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을.

       백만 원이 큰돈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또 싸게 배웠다고 할 수도 있었다.

       나 또한 배운 점이 있기도 했고.

       

       ‘문제는 이걸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말하냐는 건데.’

       

       그냥 말하지 말고 넘어갈까 싶었으나,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이런 부분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레비나스와 한 약속이 있기도 했고.

       

       “왕아, 레비나스가 많이 미안해··· 레비나스는 혼나는 게 너무 무서워서···”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 마. 알았지?”

       

       “응···”

       

       폭탄 목걸이가 터진다면 누구나 무서울 수밖에 없을 테지.

       주변 사람들에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은 그냥 전부 내 탓으로 털어 넘기기로 했다.

       

       저 착한 레비나스가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모두들 돈 불려준다는 사기 조심하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랍니다!!
    아닐거 같아도 의외로 당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
    딩딩딩님 46코인과 황금올리브치킨!!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김이파리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누워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푸딩좋아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화려한비밀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