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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황궁의 응접실.

         

       “크흠…”

         

       내 앞에 있는 반대공파 소속 의원들.

         

       그들 중 대표로 보이는 자가 땀을 닦으며 말한다.

         

       “항복하겠습니다.”

         

       그 말에 내가 살며시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래, 항복 조건은 뭡니까?”

         

       대공군이 헌팅턴 요새 근방에 도착했다는 기별을 받았다.

         

       그들의 처지에서 전쟁을 더 끌어봤자 피해만 볼 뿐이니 항복하는 게 맞지.

         

       “대공국을 반황제파의 수장으로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뒤에 무슨 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기다리지만 저들은 눈동자만 굴리며 내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게 보여 차갑게 대꾸한다.

         

       “그게 답니까?”

         

       내 말에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의원들이 눈치를 보다 한 명이 나선다.

         

       “배상금도 지급 하겠습니다.”

         

       어수룩해 보이는 의원들을 보며 최대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했던 말을 다시 하려 노력한다.

         

       “그게 답니까?”

         

       그래야 저들에게 공포를 심어 줄 수 있으니까.

         

       “그… 그게…”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원들끼리의 시선이 마주치는 걸 보며 내가 말한다.

         

       “발로랑이 선황제 폐하를 시해하였을 때. 그대들이 발로랑을 배신하는 건 이해 합니다. 그는 제국의 반역자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대공에 올랐고 요아네스와 전쟁을 할 때. 그대들은 어디 있었단 말입니까?”

         

       내 말에 할 말이 없다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짓는 의원을 바라본다.

         

       저들도 난처할 것이다.

         

       그 당시 발로랑이 선을 넘는 행위로 반황제파는 침몰하는 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반황제파를 이탈한 거겠지만, 그때 내가 저들이라고 해도 저들과 똑같이 발로랑을 손절했을 정도로 반황제파는 오래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뭐… 우리가 망했다면 저들에게는 좋았겠지만.

         

       “하지만 발로랑이 죽고 적법한 제가 대공에 올랐으면 그대들은 반황제파 조약에 따라 내 지도를 받아야 하지만 마치 독립한 거처럼 오만방자하게 개별행동을 하며 제 지도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나의 조상들은 대대로 반황제파 귀족들을 압박하여 대공국 영토로 간주해 왔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대공국 안에 소속된 건 아니다.

         

       제국법으로 대귀족의 권역을 제한해, 저들이 대공국 영토가 아니지만 나의 조상들은 마치 저들이 우리 가문의 봉신마냥 반황제파 수장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스려 왔다.

         

       “크흠… 하오나 대공 전하, 선대 대공께서 이미 마족과 내통하였고 그 순간 조약은 깨진 거로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대공국은 저희 영지의 생존을 위해 지도를…”

         

       내가 일부러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노한 듯 소리쳐 저들의 말을 끊는다.

         

       -쾅!

         

       “말씀이 긴 거 같군요. 아직 승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 같습니다. 조금 더 이어서 해보시겠습니까?”

         

       전쟁을 더 하고 싶은 게 아니면 닥치라는 내 말에 저들이 무어라 항변하지 못한다.

         

       “저는 우선 반황제파가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저희를 배신한 대가와 약속을 저버린 대가로 그대들의 영지를 통치하길 원합니다.”

         

       내 말에 저들이 눈을 깜빡깜빡하며 당혹스럽다는 듯 말한다.

         

       “그… 전하, 죄송하게도 영지 소유권을 넘기는 건 너무 가혹한 조건입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승자라고 해도 패자에게 영지를 넘기라는 말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

         

       “어허… 어떻게 영지를 소유한 가문과 혈연관계가 없는 자가 영지를 통치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곳의 문화상 영지를 소유했던 자와 혈연관계가 아니면 영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영지나 작위는 개인의 재산처럼 취급한다.

         

       그런 영지를 뺏는 방법은 영주의 직속 상위 봉신밖에 없지만 제국법으로 저들의 직속 상위 봉신은 황제다.

         

       그리고 아무리 황제라도 영지 박탈권을 행사하려면 봉신 계약 이행에 중대한 하자가 없다면 영지 박탈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대들은 원래 반황제파 소속이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저희 대공국은 반황제파의 수장이지요. 그대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반황제파 조약을 지키지 않았으니, 수장으로서 영지 박탈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내 말에 그들이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대공 전하… 무언가 착각을 하시는 거 같으신데 말입니다. 파벌이 국가도 아닌데 파벌의 수장이 영지 박탈권을 갖고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파벌의 수장이 지도권이라는 권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위 봉신은 아닙니다.”

         

       저들의 주장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맞는 말이며 제국법으로 정한 법이다.

         

       평화로운 시기라면 말이지.

         

       지금은 난세.

         

       힘이 있는 자가 상식적이고 맞는 말이며 곧 법이다.

         

       “아직 승복하지 못하시는 거 같군요. 전쟁 더하시겠습니까?”

         

       나는 저들의 영지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이번 기회에 저들의 영토를 내가 차지할 생각이다.

         

       “원하신다면 더 하셔도 됩니다만, 이거 하나만은 약속해 드리지요. 그대들의 주군과 가족들은… 포로로서 대우받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순순히 영지를 넘기면 그들을 귀족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겠습니다.”

         

       포로로 대우받는다는 뜻은 전쟁 중에 사로잡히더라도 귀족으로서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과 같다.

         

       즉 포로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건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지 한 명이 나서서 해괴한 소리를 듣는다는 듯 말한다.

         

       “영지가 없는데 어찌 귀족일 수 있습니까?”

         

       공작, 후작, 백작 같은 작위는 땅에서 나온다.

         

       내가 프란체스코 대공국 땅의 주인이라 대공이라 불리는 것이다.

         

       즉 내가 프란체스코 대공국 땅을 빼앗긴다면 대공이라는 작위는 빼앗은 이에게 넘어간다.

         

       작위라는 건 땅을 통치할 수 있는 권리 또는 땅의 주인이라는 뜻과 비슷하다.

         

       예전에는 작위라는 게 땅의 통치권을 상위 귀족과 계약으로만 간주했지만 지금은 작위는 땅의 소유권도 포함한 개념으로 바뀌었다.

         

       그러니 그들은 나는 땅을 뺏겠지만 그들의 작위를 인정해 준다는 말에 이해하기 힘든 게 맞다.

         

       “즉 그대들 주군의 작위는 인정하되, 제가 땅을 위임받아 대리로 통치하겠다는 말입니다.”

         

       내 말에 눈동자를 굴리는 의원들을 바라보며 이어서 말한다.

         

       “매년 작위의 땅에서 얻는 세수의 10%를 생활비와 품위 유지비로 지급하겠습니다.”

         

       이 금액은 절대 작은 금액이 아니다.

         

       대공국에서 우리 가문으로 지급하는 생활비와 품위 유지비는 1년 예산 중에서 1%를 넘지 않는다.

         

       애초에 1가구에서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된다고?

         

       개인적으로는 낭비라 생각하지만, 우선 저들의 영지를 내가 통치한다는 게 중요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 내가 모든 영지를 장악하면 그때부터는 지급하는 금액을 점점 줄이고 내쫓을 것이다.

         

       저들의 주군을 내가 뭐가 이쁘다고 놀고먹는데 돈을 준다는 말인가?

         

       영지를 장악하고 나면 저들은 쓸모가 없다.

         

       “흐음… 한번 저희 주군들께 아뢰겠습니다만…”

         

       “하하, 잘 전달해 주시지요. 어차피 영지의 복잡한 일은 저한테 떠넘기고 인생을 즐기는 것도 나쁘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 말에 무어라 하고 싶어하지만 끝내 말을 못하는 사람들을 힐끔 보며 이어서 말한다.

         

       “우선 그대들의 주군에게 전달하고 다시 얘기를 나누어 보지요.”

         

       내 말에 알겠다는 듯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의원들.

         

       그들이 앉아 있던 자리를 보며 말한다

         

       “바보들…”

         

         

         

       ***

         

         

         

       그 날밤.

         

       테오도라가 소파에 누워서 말한다.

         

       “그냥 영지를 뺏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제국법으로 남의 영지를 힘으로 강탈하는 건 불법이야.”

         

       거기다가 나는 대귀족.

         

       작은 귀족들의 반발이 클 거고, 황제파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

         

       요아네스가 어떻게든 억눌러 줄 거로 생각하지만 아마 그도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영지를 뺏을 거란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어차피 그게 그거 아닌가요?”

         

       테오도라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서류를 내려놓고 테오도라를 바라본다.

         

       “결국 당신이 그 영지를 다스리겠다는 거잖아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하지만 편입보다는 그들을 대신해서 통치하겠다는 것뿐이야.”

         

       물론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내가 그들의 땅을 직접 소유하게 되는 거랑은 법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법으로는 영지를 늘리는 것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내가 위임받아 통치하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건 상인들이나 할법한 생각이지 귀족들이 생각할 방법이 아니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한 테오도라가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은데, 대법원에 청구하면…”

         

       “그 대법원장들은 날 지지하는데?”

         

       나와 결혼할 때 당했던 걸 잊었던지 붉은 눈을 깜빡깜빡 입을 살짝 벌린다.

         

       “아… 맞네요?”

         

       “어차피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거야.”

         

       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무엇을 하면 어떻게 처벌한다는 형태를 띠고 있다.

         

       즉 법에 기재되지 않은 걸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뭐 편법이라고 주장 하려고 해도 대법원은 이미 내가 장악했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역시… 대단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테오도라가 침대로 향한다.

         

       “저는 이만 잘 거니까, 불 꺼주세요.”

         

       “나… 이거 하나만 보고 불 꺼주면 안 될까?”

         

       내 말에 살며시 뒤를 돌아 은은한 미소를 보여주는 테오도라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안 돼요.”

         

       단호하면서 밝은 목소리에 내가 한숨을 내쉰다.

         

       “알았어…”

         

       -짝짝!

         

       내 박수 소리에 불이 꺼지는 라이트 볼.

         

       어둠이 내 시야를 차단하지만 어디에 소파가 있는지 나는 안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nday님 후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커피 잘마실게요!

    사랑해요~!

    그리고 내일 편에 장모님이 이어서 나오실 예정입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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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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