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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검성 프레데릭이 살아온 70여 년의 일생 만나본 인간군상 중 지금 눈앞에 있는 꼬마야말로 가장 기이한 존재였다.

        

       우선, 들어올 때 아무런 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문 바깥의 발소리가 두 사람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발소리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누구의’ 발소리인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물론 그 발소리가 자주 듣던 발소리라면 이야기가 다소 달라지기는 한다. 걸음걸이가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우선, 뒤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검성의 몇 안 되는 제자의 것이었다. 검술을 배우겠답시고 자기 아래로 들어오더니, 반 정도 배우고 나서는 ‘이 정도면 실전에서 쓸만하겠다’라고 멋대로 말하고 멋대로 하산해버린 못난 제자의 것이었다.

        

       끝까지 배웠다면 앞으로 ‘검성’이라는 칭호를 이어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지만, 그 제자의 목표는 단순히 ‘검’에 있지 않았다.

        

       종종 안부 인사차 들리고는 하는 제자였지만, 프레데릭은 그때마다 제자 얼굴에 그릇이나 재떨이, 항아리 같은 것을 던졌다. 물론 제자가 맞은 적은 없다. 애초에 맞으라고 던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제자보다 앞서 걷고 있는 발소리는 누구의 것이라는 말인가.

        

       제자의 것보다 경쾌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친 듯 무거운 발소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확신이 있는지, 한 번도 쉬지 않는 당당한 발소리이기도 했다.

        

       “흠.”

        

       심지어 그 발소리는 프레데릭의 오두막 근처로 오는 순간부터 더욱 확실해졌다. 마치 어떤 벽을 넘어오는 것처럼 확 바뀌는 지점이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흥미로웠다.

        

       이대로 걸어온다면 분명 그 발소리는 제자보다 먼저 문 앞에 당도할 것이고, 아마 문을 여는 것도 그 발소리의 주인이 될 것이다.

        

       프레데릭은 테이블 위에 있는 소쿠리를 집어 들었다.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는 않아 가벼운 것이었고, 설령 피하지 못해 맞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애초에 커서 문 앞에 서 있다면 피하기 어렵기도 할 것이고.

        

       손에 소쿠리를 쥐고 준비하고 있던 프레데릭은, 그 소쿠리를 집어 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흠?”

        

       문 앞에서 걸음걸이가 멈췄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문 앞에 도달하기 한 걸음 전, 이라고 하면 될까.

        

       마치 문 너머의 검성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 서 있지만 말고 들어오너라.”

        

       몇 초 정도 기다리던 검성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들어온 이는, 아직 ‘여자’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어린 나이의 아이였다. 귀족가에서는 또 어떻게 볼지 모르는 나이였지만, 적어도 70년 조금 넘는 시간을 살아온 검성 프레데릭에게는 ‘꼬마’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소녀였다.

        

       위아래로 털옷을 입고, 이마가 땀에 젖어있었다.

        

       이 아이는 오두막 안의 자신의 기척을 느끼고 문을 먼저 연 것일까?

        

       그렇다기에는 여기까지 오며 꽤 지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숨이 벅차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는 것 같은 상반신. 얼굴은 한없이 무표정했지만.

        

       무엇보다, 이 아이에게서 ‘기척’은 느껴지지만 검을 배운 자 특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런 쪽으로 아무런 재능도 없는 이처럼.

        

       “스승님, 안녕하셨습니까.”

        

       입가에 얄미운 미소를 띤 채 넉살 좋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못난 제자가 보였지만, 흥이 깨진 프레데릭은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소쿠리를 놓았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느냐. 이 아이는 누구고? 혼자 온 것이 아닌 걸 보니 평소처럼 그저 떠들려고 온 것은 아닌 모양이군.”

        

       “예, 뭐, 부탁드릴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

        

       그 말을 하며 제자의 시선이 소녀에게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오호라.

        

       세상만사에 따분함을 느끼고 은거에 들어간 지 15년째 되는 해.

        

       프레데릭은 오랜만에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소녀의 기이함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래, 나한테 뭔가 배우고 싶다고?”

        

       “예. 기운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싶습니다. 명상하는 것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몸의 상태를 바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방법에 대해 전수 받고 싶습니다.”

        

       “흠.”

        

       프레데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 겁이라도 먹을까 싶었는데, 정작 그런 시선에 소녀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프레데릭이 보기에 소녀는 자기 기운을 완벽하게 감춘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운 자체를 밖으로 내보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이쪽으로는 아예 재능이 없어 보였다는 말이다.

        

       “네게는 재능이 없어 보인다만?”

        

       하지만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했다. 왠지, 이 소녀는 그냥저냥 사방에 널린 평범한 꼬마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을 넘어왔을 때 보인 그 조심스러움은, 그저 이 소녀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검술에 대해서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호오.”

        

       하지만 소녀의 그런 자신감을 보면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닌, 어딘가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단단한 표정.

        

       “또, 아무런 대가도 없이 가르쳐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대가라.”

        

       프레데릭은 자기 앞의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황녀라고 했던가. 어쩌면 돈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돈이 필요했다면—”

        

       “돈이 아닙니다.”

        

       —진작에 지금보다 훨씬 더 부유하게 살고 있었을 게다.

        

       라는 말은 중간에 잘려버렸다.

        

       이 당돌한 황녀는 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강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강자?”

        

       “예. 검성께서는 목숨을 걸고 싸울 강자를 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삶이다. 검을 맞대고 싸울 상대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하지만.

        

       “……황제를 말하는 게냐?”

        

       “아닙니다.”

        

       검성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황제의 아이 중 한 명이, 검을 다루는 이 입니다. 분명 검성께서 보셔도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황녀는 프레데릭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원하신다면 만남을 주선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

        

       거짓말을 하는 눈이 아니었다.

        

       프레데릭은 시선을 살짝 돌려 제니퍼를 바라보았지만, 제니퍼는 그저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채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입가에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이 어려있었다.

        

       “흠.”

        

       프레데릭은 다시 한번 생각하는 사람의 소리를 낸 뒤,

        

       “좋다. 어차피 무료하던 차였으니까.”

        

       그렇게 말했다.

        

       *

        

       “…….”

        

       황녀에게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

        

       그걸 물어본다면 역시 검성은 ‘재능이 없다’라는 표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재능은 없다. 무언가를 습득하는 능력은 그냥 거리에 넘쳐나는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분명 오늘 하루 동안 체험한다고 해서 명상법을 제대로 습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황녀는, 완성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완성 직전인 상태로 검성을 만나러 왔다.

        

       마치 몇 달씩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러니까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은 채 명상에만 전념해온 인간처럼, 검성이 뭔가를 가르쳐 주기도 전에 황녀는 금세 심신을 안정시킨 상태에 들어갔다.

        

       바로 조금 전까지 등산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지친 몸을 달래고, 흐트러졌던 호흡이 가다듬어졌다.

        

       “…….”

        

       그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오늘도 이어 할 뿐이라는 것 같은 정숙함과 차분함에는, 어떤 신성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할 말을 잃은 것은 프레데릭 혼자가 아니었다.

        

       ……미래를 끌어오기라도 했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프레데릭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흡!”

        

       곧장 손날로 황녀의 머리를 내리쳤다.

        

       진심으로 내려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난으로 휘두른 것도 아니다. 만약 아무런 수련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머리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을 거다.

        

       하지만, 검성의 손날은 허공을 갈랐다.

        

       가부좌를 튼 채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눈을 감고 있던 황녀는, 그대로 몸만 살짝 뒤로 빼서 간발의 차이로 손을 피했다.

        

       명상하는 중에는 주변의 기운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텐데도.

        

       “호오.”

        

       검성은 그런 소리를 냈다.

        

       재능은 없다.

        

       하지만 완성되었다. 이 나이에 벌써.

        

       나이만 따진다면, 오히려 검성이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훨씬 이른 시기였다.

        

       그렇다면, 그 기운 또한 숨기고 있다는 말인가? 제니퍼도 들지 못했던 명경지수의 경지에 이미 올라가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굳이 명상을 배우러 여기까지 올라올 이유가 없을 텐데.

        

       천천히 황녀의 눈이 떠졌다. 검디검은 눈동자로 검성을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그저 고요했다. 마치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고 있다는 듯이.

        

       그 모습은 마치, 동방에서 보았던 불상의 모습과 비슷했다.

        

       “자네, 진지하게 검술을 배울 생각은 없는가?”

        

       “제게는 재능이 없습니다.”

        

       마치 볼일이 끝나기라도 했다는 듯 황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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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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