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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단검은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고 밋밋한 모습이었기에 나는 잠시 긴가민가하였다.

         

       ‘…게임 아이콘으로 보았을 때는 틀림없긴 한데…’

         

       이게 실제로 직접 본 것은 아니라서 혹시나 다른 걸지도 몰랐다.

         

       나는 주나용에게 양해를 구하고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

       <아이템 정보>

       ◉이름: 순례자의 단검.

       ◉종류: 단검

       ◉등급: 레어(Rare)

       ◉특수효과

       : 최소 [신성] 수치가 1 이상이어야 사용할 수 있다.

       : 적중한 대상의 모든 ‘회복’ 효과를 봉인한다.

       : 보스의 경우 체력이 50% 이하일 경우에만 발동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무조건 무구 파손으로 적용된다.

         

       ◉상세정보

       : 한 성자가 검과 같이 사용하였다고 전해지는 단검.

       ―――――――――――――――

         

         

       ‘…진짜잖아?’

         

       [순례자의 단검].

         

       보다시피 레어(Rare)등급의 단검으로 형편없는 내구성을 가졌지만.

       타격한 대상의 회복력을 봉인한다는 강력한 특수효과가 있는 서브 무기였다.

         

       물론, 던전의 힘으로 상시 보정을 받는 보스의 경우, 체력이 일정 이하일 경우에만 회복 감소가 적용되었다.

         

       그러나 그걸 고려해도 어찌 되었건 보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좋은 무구인건 변함이 없었다.

         

       내가 이걸 눈치챈 이유는 ‘고스라’에서 자주 나온 장비였기 때문이었다.

         

       ‘…PVP에서 질리도록 본 건데.’

         

       지도관끼리의 싸움에서는 정말 자주 보였던 물품인 만큼, 이것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눈치를 보던 주나용이 ‘용히히…’ 하고 웃으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냐고?

         

       지금 애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헌터앱]을 통해 살펴본 [순례자의 단검]의 가격은 최소 1억.

         

       이것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경매장에서는 10억까지도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냥 선물이라고 툭 하고 받기에는 너무너무 비싼 물품이라는 소리다.

         

       ‘…아니 이건 좀…’

         

       나는 굳어진 표정 그대로 원통 케이스에 다시 단검을 집어넣었다.

         

       “야, 야 주나용. 이건 안돼. 너무 비싼 거라고.”

         

       “됐어.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야. 어차피 나 신성 없어서 이거 다루지도 못해. 몇 년 동안 창고에 썩힐 바에야 너처럼 쓸 수 있는 주인을 만나는 게 좋지.”

         

       …이거 괜히 나랑 므냥이가 신성 있다고 말했네.

         

       “…아니, 야 그래도…”

       “몰라. 안 받으면 여기다 버리고 갈 거야.”

       “……”

         

       나는 애처럼 억지를 부리는 모습에 절로 혼란스러웠다.

         

       ‘…애 진짜 다이아 수저인가?’

         

       한번 말한 적이 있지만, 주나용은 개인 스토리에서 자세한 가족이나 배경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동경하던 헌터를 따라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하였다는 내용.

         

       여기에 단 한 번도 돈이 궁핍하여 곤란해하던 묘사가 나오지 않아, 지도관들 사이에서 부유할 거로 추측할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혼란스러움에 넋 놓던 찰나.

         

       뒤로 주춤거린 주나용은 ‘용다다-!’ 거리며 도망쳐버렸다.

         

       “그, 그럼 나간다.”

       “!? 야, 야 주나용!”

         

       돌려받지 않겠다는 듯 저 멀리 뛰어가는 주나용.

         

       나는 그녀를 향해 급하게 소리 질렀다.

         

       “고마워!”

         

       덕분에 잘 쓸게!

         

         

       * * *

         

         

       몇 시간 뒤.

         

       “흐흥~”

         

       숙소를 빠져나온 주나용은 유독 오늘 산책하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어 선다.

       훈련장에서의 장면.

       정확하게는 당황하던 유세하의 표정을 생각하였다.

         

       ‘…좋아했지?’

         

       엄청나게 당황하는 그였지만,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게 필시 좋아하는 게 보였다.

         

       그 뒤를 이는 ‘고마워! 덕분에 잘 쓸게!’ 라고 외치며 크게 손을 흔드는 모습까지.

         

       따스한 웃음만큼이나 화사한 미소는 주나용의 가슴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용히히.”

         

       물론, 주나용도 잘 안다.

       선물이랍시고 턱하고 주기에는 비싼 물건이라는걸.

         

       하지만 주나용에게 있어 무구란 그저 전시해두는게 아닌, 알맞은 주인의 손에 들어가 사용되기에 값어치가 있다고 여기는 쪽이었다.

         

       ‘…어차피 창고에서 계속 썩을 바에는…’

         

       유세하처럼 자격 있는 자의 손에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겸사겸사…

       그가 좋아하는 모습도 보고 말이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리 기쁘게 웃는 모습은 말이야.

         

       어린애처럼 쑥스러워하던 주나용.

         

       “…응 어라?”

         

       그러자 다시 한번 간질거리는 느낌이 몰려왔다.

         

       1주 차 시험에서 유세하의 등에 업혀, 도움을 받았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을 말이다.

         

       방울진,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느낌.

         

       “……?”

         

       주나용은 봉긋하게 솟아오른 양 가슴 사이를 문질문질거렸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다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었다.

         

       ‘…좋아, 이걸로 요 며칠간 받은 깻잎민초 시리즈의 값은 다 갚았다.’

         

       이제 거리낌 없이 전력으로 준비하면 되었다.

         

       바로 며칠 뒤에 있을 3주차 대련 시합을 말이다.

         

       유세하라면 분명 결승까지 올라올 거라고 주나용은 확신하였다.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다.

       절대 질 리가 없다.

       암 그렇고말고…!

         

       ‘…거기서 승부를 보는 거야.’

         

       팽진아 교수님의 전속 제자 자리를!

         

       그렇게 기분 좋은 감정으로 다리를 건너가던 때였다.

         

       ‘…응?’

         

       때마침 누군가가 다리 난관에 팔을 기대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목격한다.

         

       이는 곧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고.

       서로 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머나?”

       “…용아아?”

         

       165cm 정도 되는 적당히 큰 키.

       윤기 있게 흐르는 보랏빛의 장발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새하얀 눈처럼 뽀얀 피부가 겹쳐져, 딱 봐도 미인이라는 소리가 나올 외모까지.

         

       “…주나용씨?

       “…<설빙>?”

         

       <설빙> 문보라.

       정말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야밤중의 만남이었다.

         

         

       *

         

         

       “……”

       “……”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흐른다.

         

       1분에서 2분 정도…

         

       둘 중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용끄으응…’

         

       결국, 거북한 분위기를 참지 못한 주나용이 먼저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기 이 시간대는…왜?”

         

       “잠이 잘 안 와서요. 산책이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리 나왔습니다. 주나용씨는?”

         

       “나, 나도…잠이 안 와서.”

         

       “그렇군요.”

         

       이후로 별다른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주나용과 문보라.

         

       각자 <염룡>, <설빙>이라는 별호를 가진 유망주.

         

       다만, 생도들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두 사람은 딱히 서로 간의 접점이 없었다.

         

       물론, 워낙 능글맞게 모두를 끌어모으는 유세하.

         

       그리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말랑쫀득 므아므아한 접착제 마하나가 있어서, 요 며칠 서로 같이 다니기는 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사적인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다.

         

       이는 흔히, 셋이 있으면 괜찮은데.

       둘이 있으면 급히 어색해지는 그런 관계라고 볼 수 있었다.

         

       ‘용끄으응…’

         

       주나용은 여러모로 껄끄러운 기분을 느꼈다.

         

       안 그래도 <설빙>이랑은 딱히 대화해본 적도 없어, 뭐라 말할 껀덕지가 없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어색함까지 더해지니, 말 그대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할 수 없이 먼저 돌아갈까? 하던 찰나, <설빙> 쪽에서 말이 들려온다.

         

       “그거…”

       “응?”

       “유세하씨가 건네준 건가요?”

         

       문보라가 가리킨 건 바로 깻잎민초 멘토스.

       어쩌다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한 알을 건네주었다.

         

       “먹어볼래?”

       “…감사히 받을게요.”

         

       우물우물.

         

       의외로 입에 맞는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잘 먹는다.

         

       이 모습에 주나용은 참 신기한 여자라고 생각하였다.

         

       ‘…외견만 보면 어디 고급레스토랑만 다닐 모습인데…’

         

       같이 다니면서 보여준 야무진 국밥 먹방에 제육볶음도 참깨 뿌려서 잘 먹고…

         

       초심자에게 어려운 이 멘토스도 잘만 음미한다.

         

       그럴 때마다 마하나랑 같이 벙찐 얼굴로 바라보던 주나용이었다.

         

       반대로 유세하는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유세하랑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인가?’

         

       그럴지도…

       저 특유의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에도, 유세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넸으니까.

         

       “…과연 애호가들이 생길만한 맛이군요.”

       “그…렇지? 다들 학을 떼는데 생각보다 괜찮다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멘토스 한 알.

       그것이 두 사람의 말문을 풀어주었다.

         

       주나용과 문보라는 어느새 서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요. [화염]은 폭발성에 유독 신경을 써야 하는군요.”

         

       “[냉기]는 좀 달라?”

         

       “아무래도 마법의 반발로 인한 열에너지를 역으로 이용해야 하니까요. 폭발보다는 지속성…그리고 꾸준히 마력을 유지해서 진을 그려 넣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서로 <클래스>는 달랐지만, 속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된 이야기를.

         

       “하아, 개인적으로 <염룡> 말고 좀 더 멋진 거였으면 하는데…”

         

       “저도 <설빙>은 그다지…무슨 팥빙수 브랜드도 아니고…대체 시스템의 기준이 뭔지 물어보고 싶다니까요?”

         

       “…어차피 대답해주지도 않잖아.”

         

       “그래서 문제죠…하아.”

         

       더 나아가 각자 가지게 된 별호까지.

         

       마지막에 가서는 대화의 장을 열어준 장본인이자, 화제의 중심.

         

       동시에 두 사람에게 있어 참 무례하면서도,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인물.

         

       유세하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가끔 보면 그는 질이 너무 안 좋아요.”

         

       “맞아, 맞아! 그 녀석, 분명 전생에 천 년 묵은 여우인 게 틀림없어.”

         

       “동의해요. 그 외모로 훅 거리를 좁히는데…심장에 좋지 않다고요. 정말?”

         

       “맞아, 맞아!”

         

       주나용과 문보라는 의외로 서로 잘 맞네?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생각에 힘을 입은 걸까.

         

       주나용은 살짝 눈치를 보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기 <설빙>.”

       “문보라면 됩니다.”

       “어, 응. 그…혹시나 해서 그런데…”

       “음?”

       “너, 유세하랑…”

         

       그렇고 그런…사이야?

         

       “……?”

         

       잠시 말뜻을 이해 못 한 문보라가 멍하니 주나용을 바라본다.

         

       ‘우…에?’ 거리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이어서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다가, 점점 얼굴이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우, 우, 우, 우에, 그, 그게 무슨-!”

         

       항변하려던 그 순간.

       둘의 대화를 가로막듯 전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의 주인은 바로 주나용.

         

       그녀는 수신자 번호를 보고 흠칫하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손을 모으며 통화를 하였다.

         

       어지간히 중요한 전화인 모양이다.

         

       문보라는 하는 수 없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삭이며 속으로 어이없어하였다.

         

       ‘하, 나 참!’

         

       아무리 최근 같이 다녔다고 해도 그렇지.

         

       그런 식으로 오해하다니…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게시판에서도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냐 하는 글귀를 본 적이 있긴 했었다.

         

       ‘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염룡>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유언비어가 꽤 많이 퍼진 모양이었다.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하나?’

         

       그런 고민을 하며 기다리던 찰나.

         

       갑작스러운 고함에 시선을 돌렸다.

         

       “…씨발.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주나용은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안 쓰던 욕설까지 섞으며 소리쳤다.

         

       폰을 내려 ‘스피커 모드’로 변환하며, 통화 넘어 상대를 향해 크게 소리친다.

         

       “최소 빌런일거라고?”

         

       흠칫.

         

       자기도 모르게 조건 반사적으로 몸을 떠는 문보라.

         

       이어서 들려오는 이름에 더더욱 몸을 떨었다.

         

       “공범? 유세하랑…뭐?”

         

       마하나가?

         

       그게 뭔 개 같은 소리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런거 아닙니다. 진짜 아닙니다!
    (대충 ptsd 와서 덜덜 떠는 작가)
    바로 이어서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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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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