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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 * *

       

       

       

       

       대전쟁(1차 세계대전)과 적백내전 내내 백계 러시아의 우방인 프랑스도 이번 일에 대해 폴란드가 독일과 야합해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동부 전선을 맡아줄 러시아가 밀리면 저 빨갱이 독일과 폴란드가 프랑스를 노릴 수도 있으니까.

       

       

       “살아남은 걸 보니 성녀는 성녀인가.”

       “어떻게 이 시대에 이런 야만스러운 일이 있지?”

       “이러다 독일과 싸울 때 갑질하는 게 아닌가?”

       “동지들. 이럴 때일수록 독일과는 협력하는 게 좋지 않겠소?”

       “독일과 협력은 무슨 개풀 뜯어먹는…. 응? 이 새끼 빨갱이다!”

       

       

       한편으로는 내부에서 독일 공산당과 협력하던 코뮌 세력이 은근슬쩍 이럴 때 러시아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리고. 정작, 폴란드 현지에 파견된 공산당원의 돌발 행동으로 머리가 아픈 공산 독일에서도 이번 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쳇. 저지를 거면 성공이라도 하든가.”

       “멍청한 폴란드 놈들이 오죽하겠습니까?”

       “공산당원들도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군요.”

       “서기장 동지. 폴란드에서 정식으로 항의했습니다.”

       “우린 아니라고 잡아떼게.”

       

       

       현지 공산당원이 욕심을 부리다 실패한 일로 공산 독일은 폴란드의 후원자. 폴란드를 부추겨 차리나를 암살하려 한 악의 축으로 찍혔다.

       

       독일 공산당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독일의 말을 믿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하하! 이번 일은 아쉬워졌으나, 우리 공산당의 의지를 모스크바의 계집에게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같은 편인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조차도 독일의 행위라고 믿고 독일의 카를 리프크네히트 서기장에게 공산 혁명의 의지를 보인 거라고 서한을 보낼 정도니 오죽할까.

       

       그리고.

       

       

       “민족자유주의 오스트리아 노동자당은 이 자리에서 선언하는 바요! 사라예보의 굴욕을 준 저 세르비아 빨갱이를 축출하고, 저 공산주의 역병에 시달리는 독일을 해방할 것이며, 우리를 시시각각 노리는 저 이탈리아의 붉은 역병을 절멸할 것이오!”

       “““히틀러! 히틀러!”””

       

       

       오스트리아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공산주의 절멸을 외치며 민족자유주의 오스트리아 노동자당을 창당했다.

       

       처음에 그 세는 미약했으나, 빨갱이들의 위협과 오스트리아로 망명 온 독일계 유력인사들이 히틀러를 후원하면서 순식간에 세력을 확장했다.

       

       

       * * *

       

       

       

       

       폴란드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온 나를 반긴 것은 화가 난 것으로 보이는 합중국의 신민들이었다.

       

       벌써 어떻게 이야기가 퍼진 모양이다.

       

       하긴, 그 자리에 외국인들이 참 많았거든. 러시아 기자도 있었겠지.

       

       폴란드에서 이것저것 조율하고 협정하느라 시간 보내는 사이 그들은 먼저 모스크바로 왔을 테니까.

       

       

       “폴란드 놈들이 감히 폐하께 위해를!”

       “당장 놈들을 징벌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총대를 메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합중국 깃발을 들고 타도 폴란드를 외치고 있었다.

       

       이거 내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두마가 신민들 등쌀에 못 이겨 ‘특별군사작전’을 벌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폴란드의 야만스러운 행위에 화가 치민 신민들을 경찰들이 겨우 달래면서 크렘린궁으로 들어오는 길에 길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보니 참 재미있다.

       

       

       [차리나의 화해의 손길에 폴란드는 폭탄으로 대답하다!]

       [폴란드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는가?]

       [폴란드는 독일의 앞잡이인가?]

       

       

       흠,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듯한 자극적인 기사들인데. 그래서는 안 되지.

       

       폴란드와 지금 전쟁이 터지면 러시아도 귀찮아진다.

       

       영국도 국왕이 있는 나라인 이상 이번 일로 우리가 폴란드를 요리한다고 하면 뭐라 못하겠지만.

       

       일단 군부의 상황을 보기로 했는데.

       

       참, 군부가 돌아가는 상황도 역시 예상한 대로다.

       

       

       “폐하. 오만불손한 폴란드 정벌을 위해 안톤 데니킨 대장이 ‘특별군사작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백군부에서도 안톤 데니킨 대장과 같습니다. 오만무도한 폴란드를 다시 정벌해야 합니다!”

       “차리나께서는 러시아 그 자체이십니다. 그런 분께 감히 폭탄을 던지다니! 폴란드를 지도에서 없애버려야 합니다!”

       

       

       특별군사작전. 전에 튀르키예에서 한번 써먹더니 안톤 데니킨이 어지간히도 그게 착착 붙은 모양이다.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 나 때문에 드립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일각에서는 내가 전쟁 명분을 만들려고 일부러 폴란드에 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아니. 폴란드는 치지 않습니다. 폴란드는 독일을 막을 훌륭한 고기 방패가 되어줄 테니까요.”

       

       

       아니, 아니라니까 글쎄.

       

       나는 절대 폴란드와 전쟁 할 생각 없다고.

       

       나중에 기회가 생길 텐데 뭐 하러 지금 폴란드와 싸우겠냐.

       

       지금 폴란드를 욕심내면 공산 독일과의 전쟁이 힘들어진다.

       

       

       “그럼, 폴란드를 봐줄 생각이십니까?”

       “저는 봐준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언제 봐준다고 했냐.

       

       나도 이제 이 탕후루가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게임으로 치면 지금 목숨이 하나씩 줄고 있지 않을까. 다음 폭탄에서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

       

       폴란드를 지금 먹는 건 여러 의미로 귀찮아지니 하는 말이지.

       

       

       “그렇다면.”

       “지금은 인내합시다. 괜히 다시 전쟁 일으켜서 폴란드가 동정받게 하느니, 외국 군주 죽이려 한 개새끼 국가에 고기 방패로 만드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신문을 보면 폴란드를 봐준 것에 대해서 나를 칭송하는 기사도 많다.

       

       그래. 폴란드와의 전쟁은 안 된다.

       

       뭐 그래도 괜찮잖아. 폴란드는 우리가 먹으면 공산 독일과의 전쟁 때 공산당이 폴란드 내부에서 공산 혁명을 자극할 것이다.

       

       지금은 좋은 이미지만 보이고 훗날 폴란드가 또 개 짓거리할 때. 그때 좀 반 뚝 갈라버려서 동쪽만 가지면 되지.

       

       더군다나. 전쟁 명분이 있어도 폴란드 먹고 나면 영국이 또 어쩌겠냐고. 이 새끼들 이젠 폴란드도 다시 먹었네 하면서 또 러시아에 수작질 벌일 수도 있고.

       

       

       “아쉽게 되었군요.”

       “동방의 말에 토사구팽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냥이 끝난 다음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이죠.”

       “그때 폴란드를 취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게 겨우 군부의 폴란드 정벌 건을 무마시켰다.

       

       내가 오늘 말리지 않았으면 안톤 데니킨의 군대가 먼저 폴란드 국경으로 특별군사작전을 하러 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크렘린궁에서 좀 몸 좀 풀까 할 때, 눈앞에 쌓인 채점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 다 내가 해야 하는 건가.

       

       좀 알아서 하면 되지 않나. 내 도장 가져가서 대충 콱콱 찍으면 되잖아.

       

       내 점지로 수르구트에서 유전을 발견한 뒤로 더 그런 거 같다.

       

       

       “그래서 이 채점지들 말고 뭐 소식은 없습니까?”

       “없지는 않습니다. 이겁니다.”

       

       

       알렉산드르 크리보셰인 총리가 나한테 신문지를 건넸다.

       

       미국 쪽 신문인데. 가만히 보니 이 신문이 공산 독일에 관한 것이었다.

       

       

       “흠, 미국의 언론인들이 공산 독일을 직접 보러 갔다?”

       

       

       미국인들이 세계 최초의 공산국가를 한 번 구경하겠다고 간 것인데.

       

       이게 참. 흠, 뭐랄까. 안쓰럽네.

       

       

       [이것이 공산주의의 현실! 독일 노동자를 만나다!]

       

       

       공산주의의 현실.

       

       독일에 간 언론인들이 찍은 공장 노동자들의 모습.

       

       겉으로 보면 다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뒤에 정치장교로 보이는 군인도 보인다.

       

       울먹이는 노동자의 모습도 보이고. 이 시대에 합성 같은 건 없을 텐데.

       

       소련을 봤으면 뭔가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혁명하는 부분만 소련과 다르게 간 건가? 생각보다 소련 독일판 같은데. 굳이 따지면 공산 독일은 러시아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긴장했는데.

       

       공산 독일이라고 그리 멀쩡하진 않네. 정치장교의 공포정치가 안착한 소련의 모습으로 보이는 건 왜 일까.

       

       물론, 정말 새빨갛게 물들어서 아하하 공산주의가 좋아요 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얘들은 신문에 나오지 않았을 터다.

       

       그래도. 이런 신문 자체가 나온 것도 공산 독일 상태도 그리 좋은 건 아니란 뜻이겠지.

       

       

       “레닌을 보고 배운 게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배운 게 있다면 이러지 않을 텐데.

       

       아니, 레닌을 봐서 오히려 이렇게 나오는 것인가.

       

       뭐 예상은 했지만, 혁명이 성공한 이상, 뭔가 소련과는 다른 의미로 공산주의를 좋게 보일 줄 알았는데.

       

       

       “어차피 빨갱이가 아니겠습니까. 아마 폐하의 이 러시아 합중국에 압박감을 받은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결국 우리의 존재가 공산 독일을 괴롭힌다는 건가.

       

       역시 백군이 승리를-아니, 애초에 소련이었으면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이 나올 일도 없었을 테니.

       

       결국 빌헬름 2세가 하던 짓을 보면. 공산 혁명이 터질 거 같기는 하다.

       

       

       “더군다나 오스트리아나 동프로이센 등으로 인력유출이 심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통제가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흠. 그런가.”

       

       

       우리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나 동프로이센도 빨갱이들 피하라고 하면서 오는 독일 이민자를 접근 받아내려 한다면?

       

       반공 선전을 열심히 하면서 독일 제국 시절의 향수를 홍보하거나 하면, 같은 게르만족, 카이저의 국가인 오스트리아에 갈 테니.

       

       이러면 뭐 자연스럽게 인민군 동원해서 국경도 틀어 막겠군.

       

       자연스럽게 노동자를 지키는 인민군. 이렇게 나오려나.

       

       ‘노동자를 지키는(감시하는) 무적의 붉은 군대’ 이렇게 되지 않을까?

       

       아, 굳이 말할 것도 없네. 실제로 신문의 포스터에 있다.

       

       노동자의 군대는 아니지만, ‘인민자위대’라는 것을 창설한 것 같다.

       

       이미 신문 일면에는 인민군 포스터 같은 것도 나왔거든.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다’를 따라 하는 것처럼 ‘인민 자위대는 강력하다.’ 이것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마 베르사유조약의 조항들을 우회하기 위함이 아닐까.

       

       일단 베르사유조약 파기는 외쳤어도 전쟁 싫다고 혁명한 이상, 군대를 키우기에는 눈치라는 게 있을 테니까.

       

       

       여기에 무기도 좀 문제 있겠지.

       

       우리 외팔이 씨가 러시아를 무기생산공장으로 취급하면서 이쪽으로 다 돌리고 그 무기는 죄다 우리가 꿀꺽 했으니.

       

       어쨌든, 때가 되면 저들은 인민군이 되겠지.

       

       세계 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착실히 저들 나름대로 공산주의 개혁을 준비할 것이다.

       

       소련은 내가 레닌이나 스탈린 등이 할 만한 것들을 미리 주도했지만, 공산 독일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국가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뭐 지금의 지금의 독일 자유사회주의 공화국과는 궤가 다른 놈들이었으니 뒤로 미뤄두고. 어쨌든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내가 알지 못하는 놈이니까.

       

       원래 죽을 놈이 살아서 뭐 하고 있을까.

       

       지금 독일은 철저히 통제에 들어간 것 같으니 말이지.

       

       

       “그리고 폐하께서 바라는 이가 러시아에 왔습니다.”

       “누구요?”

       “로버트 고다드란 인물이고 며칠 전에는 이고르 시코르스키가 러시아로 입국했습니다.”

       

       

       오. 벌써? 상당히 빠르네.

       

       베리야가 일처리 하나는 정말 잘해주고 있다.

       

       

       “잘 됐군요. 베리야 그 작자가 일은 제대로 하고 있어요.”

       

       

       그놈이 우리 개새끼가 되니 쓸모가 많다.

       

       또 사이코짓을 하면 처리해야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괜찮지. 하는 짓이 지금은 마음에 든다.

       

       트로츠키를 찾는 것은 아직 좀 힘드려나.

       

       

       “트로츠키는 어떻게 되었답니까?”

       “아무래도 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이제 와 그놈이 트로츠키로 갈아타지는 않을 거다.

       

       트로츠키라면 뭔가 재기할 거 같지만. 

       

       베리야는 적어도 출세가 확실한 러시아를 떠나 오흐라나에 끝없이 추격당할 트로츠키를 따라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랬으면 로버트 고다드나 이고르 시고르스키가 무사히 러시아로 오지 않았을 테지.

       

       

       “일단 그 둘을 봅시다.”

       “예. 폐하.”

       

       

       자, 그럼, 미래에 독일을 잡을 무기를 만들어줄 로버트 고다드를 한번 보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축분이 없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1회 연재로….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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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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