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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불야성의 한 가운데, 지붕에 커다란 운석이 박힌 부르크 하우스.

        그곳에 모인 각 학파들의 원로들은 현 사태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너무 많은 마법사들이 66층으로 넘어왔기에 저들을 빨리 내려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학파의 미래를 책임질 후학들이었다.

       

        “대체 무슨 연유로 이곳에 급행이 열렸다는 건가?”

        “듣기로는 마족을 잡기 위해서던데 그 때문에 하층에 있던 마법사들이 대거 몰려온 모양이오.”

        “쯧쯧, 아이돌 콘서트라니. 요즘 문하생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빠졌다니까.”

        “영애님은 아무런 잘못 없어……!”

        “자네…… 초전도치단이었나?”

       

        문제는 본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끼리 체계적인 협력을 이루기란 극히 어려웠다는 것.

        자신의 학파를 먼저 내려보내야 한다든가, 우선 이 사달을 일으킨 광신자 헬리야부터 잡아야 한다든가.

        이번 기회에 메테오가 어느 마법인지 확실히 판가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일삼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꼰대들이…….’

       

        마탑 행정부의 의장 베이커에게 이런 사실은 절망적이었다.

        한 시라도 빠르게 급행을 출발시켜야 하는데 도무지 의견이 통합되지 않는다.

        이러다 사상자라도 생긴다면 학파 간의 전쟁이 다시 한 번 발생할지도 모르는 노릇.

        만약 그런 대참사가 발생한다면 그 기억을 가진 복제체가 또 다시 66층에 남아 오랫동안 증오를 퍼뜨리고 다닐 것이다.

       

        “저, 의장님. 급한 소식입니다.”

        “무슨 일이지?”

       

        골머리를 썩고 있던 그때, 행정부 소속의 한 마법사가 부서진 무도회장의 문짝을 넘어 뛰어 들어왔다.

        그로부터 보고를 받은 베이커는 다급히 수정구를 들고 어디론가 통신을 연결했다.

        짧은 대화가 이어진 후 부하를 돌려보낸 그는 손뼉을 치며 부르크 하우스에 남아있는 마법사들의 주의를 끌었다.

       

        “다들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 플라멜 가문의 저택이 전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플라멜이라면 연금학파의…… 크흠. 대체 누가 그런 짓을?”

       

        술렁이는 무도회장.

        플라멜은 순혈 마도가문인 만큼 불야성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거대한 세력이었다.

        원로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놓치지 않은 베이커는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당장 소속과 위계를 불문하고 급행을 통해 이곳에 온 마법사들을 1층까지 내려 보내겠습니다. 각 학파들은 행정부의 절차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들이 이곳까지 올라온 것이 베이커 경 당신 탓 아니요?”

        “치안부의 월권을 저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도 그 열차에 같이 탔으니 지금 이곳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본래 열차의 운행을 재개시킨 의도는 66층에서 출발하는 하행선을 무사히 내려보내기 위함이었다.

        정보부장을 통해 그곳에 정보부의 요원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직접 급행에 탑승한 이유는 초전도체은발미소녀를 만나기 위함이었고.

        슈톨렌이 잠적해버린 일이나, 이렇게 많은 인원이 올라와 혼란이 펼쳐질 거라곤 예상치 못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구태여 말할 이유는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저택 주위에 있던 마법사들 중 사상자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만, 이곳은 악의의 층입니다. 이대로 가면 또 어떤 문제가 터질 지 모르죠.”

        “…….”

        “더 이견이 있으십니까?”

       

       

       

        *

       

        “비켜요! 안으로 좀 들어갈게요!”

       

        시엔은 축 늘어진 클락을 어깨에 들쳐맨 채로 겨우 열차에 탑승했다.

        전투 도중 비아지오의 머리 위로 창을 날린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지금까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 직후 엄청난 충격과 함께 저택이 무너지고, 그곳을 겨우 빠져나온 그녀는 행정부에서 나온 마법사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곧장 플랫폼으로 향한 것이었다.

       

        수용인원을 한참이나 초과하여 앉을 곳도 없었기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미어 터지는 열차의 통로에서 양해를 구하며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른 그녀는 자신이 배정받은 객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래 두 명만 쓸 수 있는 2인실이었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 아무 좌석이나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녀의 객실 안에도 이미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저, 죄송하지만 부상자가 있어서 여기는…….”

        “안녕?”

        “리, 리브라 님?”

       

        긴장했던 시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인사를 건네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마법사는 일전에 공역에서 만났던 점성학파의 칠현자였다.

        그녀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에 대해 묻기에 앞서 시엔은 난감한 일에 봉착했다.

        객실 내에 정신을 잃은 클락을 눕힐 곳은 리브라가 앉아있는 반대편 자리밖에 없었다.

       

        “대충 밖에다 버리지 그래? 아님 여기 바닥에 놔.”

        “그, 그럴 순 없어요.”

       

        관심없는 사람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는 리브라.

        시엔은 칠현자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할 바에 그냥 클락을 자신의 무릎 위에 눕히는 쪽을 택했다.

        열차가 출발하고 객실 문이 닫히자 비로소 이곳을 떠났다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런 시엔을 보며 리브라가 작게 웃었다.

       

        “꽤나 고생했나보네?”

        “말도 마세요. 여기 들어온 순간까지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고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다니까요? 게다가 마지막엔 사람들 플랫폼으로 이동시키려고 가면쓰고 이상한 귀족 흉내까지…… 다시는 안 할 거에요.”

        “그래도 내 제안을 받아들일만한 가치가 있었던 모양이네. 점성학파에 온 걸 환영해.”

       

        흙이 묻은 채 내밀어진 손을 시엔은 망설이다 아주 살짝 붙잡았다.

        공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봤던 리브라였다.

        덕분에 이번 작전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고 연금학파를 척진다는 대담한 일도 가능하게 됐다.

        물론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이뤄낸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겠지만 그 손수건은 당장에 쓸모가 없어. 지금의 정보부는 비아지오라는 거물을 잡아먹기엔 턱이 약하거든.”

        “그래도 포기는 안 해요.”

        “대신 좋은 소식이라면 네 약관이 당장 파기되지는 않는다는 거. 엔리코는 연구에 미쳐있을 뿐 바보는 아니야, 이번 일로 인해 그가 칠현자 직을 물려주는 건 좀 더 고민하게 되겠지.”

        “그거 다행이네요.”

       

        시엔은 클락만 아니었다면 이 열차를 타지 않고 곧바로 70층의 시련에 도전해도 좋은 실력이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연금학파의 신비를 잃어버리기 전까지 천칭의 사용법을 갈고 닦아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만약 비아지오가 칠현자 직을 계승하는데 실패한다면 신비 두 개를 사용하는 마법사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순혈 마법사라고 해도 시엔은 그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으음…….”

        “야, 야! 어, 어디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

        “걔가 걔였구나? 공역에서 말했던…….”

        “아, 아니에요! 떨어져, 너 미쳤어!?”

       

        창밖에서 햇빛이 비춰오자 클락이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다리 사이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절로 귀가 붉어졌다.

        조금이라도 떨어뜨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봤지만 역효과로, 오히려 더욱 깊이 코를 파묻었다.

        리브라의 앞에서 부끄러움이 밀려온 시엔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차, 참 리브라 님.”

        “왜?”

        “혹시 제가 천칭에 바친 대가가 뭐였는지 알 수 있을까요?”

        “뭐야, 기억 못 해?”

       

        시엔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써본 거기도 했고 워낙 경황이 없어서요. 혹시 리브라 님이라면 아실 수 있지 않나 싶어서.”

        “나라고 해서 천칭에 놓인 정보를 모두 꿰고 있는 게 아니야. 뭐 네가 뭘 얹었는지 정도쯤이야 아주 작은 대가로 알 수 있긴 하지만…… 아하.”

       

        리브라의 시선이 처음으로 클락에게 향했다.

        그녀는 키득거리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좌석 아래에 두었던 꽃과 모종삽을 챙겼다.

       

        “이건 꽤나 대담하네. 나는 감흥 없지만 거기있는 네 애인은 기뻐할수도 있겠어.”

        “네? 대체 무슨…….”

        “안 알려줄래, 그래야 네가 나중에 더 부끄러워할 테니까. 그럼 안녕. 하층까지 내려갈 생각은 없어서.”

        “?”

       

        밖으로 나가는 리브라를 본 시엔이 클락을 눕혀놓고 급히 따라나갔지만 문이 다시 열리자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시엔이 영문을 몰라하는 사이, 열차는 1층에 도착했다.

       

       

       

        *

       

        오랜만에 돌아온 기숙사에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청소와 민원 상자를 열어 그동안 쌓인 민원들을 확인하고 여자 화장실 변기칸에 있는 메릴린 동상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띵동-!

       

        ‘누구인 것인가요! 관리인, 관리인이죠!? 잡히면 가만 안 둬요!!’

       

        마리엘의 방에 벨튀까지 하며 모든 일과를 마무리한 뒤 사감실로 돌아왔다.

        어둠의 숲에서 캐온 장작을 난로에 넣으니 조그만 불씨가 방 안을 따뜻하게 데우기 시작했다.

       

        일단 일을 다 끝내놓긴 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눈을 떠보니 플랫폼이었고 시엔은 다른 부하들의 상태를 확인한다며 급하게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일주일 간 잠을 못잤기로써니 고작 공격 하나 하고 뻗어버리다니.

        역시 네 번째 건 함부로 쓸 게 못 되는군.

       

        “살살아, 너는 뭐 본 거 없니? 스승님은 저택에서 무사히 빠져나갔어?”

        — 사(死), 사사사ㅏㅏ

        “살살아?”

        — 사사사사사사사ㅏㅏㅏㅏㅏㅏㅏ

       

        비아지오의 신비에 의해 한 번 재로 변했다 돌아온 탓이었을까.

        고장난 것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살살이었다.

        수리가 필요할 것 같은 녀석을 일단 창대와 함께 청소 도구함에 넣어놓던 그때, 문이 열리며 아녜스가 들어왔다.

        졸린 눈을 비빈 그녀에게 나는 코코아를 한 잔 건네며 말했다.

       

        “어쩐 일이신가요 스승님. 지금은 한밤 중인데.”

        “키가 줄어드는 악몽을 꾸고 말았구나. 도무지 확인하지 않고서는 잠에 들 수 없어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러면 내일 일어나서 재시죠. 원래 아침이 밤보다 더 키가 크게 나옵니다.”

        “흐암, 정말이냐?” 

        “그럼요. 오늘은 오랜만에 같이 자시죠. 이불도 뎁혀놨습니다.”

        “웨, 웬일로 친절하구나. 평소에는 이 시간에 오면 싫어하면서.”

       

        그야 옆에서 꼼지락대면 갤질하는데 방해되니까 그렇지.

        하지만 힘들었던 시절의 아녜스를 만나고 와서일까, 짜리몽땅한 스승님을 전보다 애틋하게 대하게 되는 건 사실이었다.

        아침마다 자신의 키를 확인하는 그녀에게 그런 암울한 과거가 있었을 줄은 몰랐으니까.

       

        “안 들어오고 뭐 하느냐?”

        “아, 잠시만요.”

       

        옛 일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 건 시간이 되면 말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쌓여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나를 5년이나 기다렸듯이 나 역시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었으니까.

       

        나는 청소 도구함에서 살살이와 창대를 꺼내 얼음정수기 밑에 괴여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튿 날, 꼭두새벽부터 찢어지는 아녜스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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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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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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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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