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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그래서?”

       

       “응? 뭐가?”

       

       “아르테의 반응, 어땠어?”

       

       

       아멜리아가 아르테의 눈치를 보며 질문했다.

       

       어땠냐니?

       

       무슨 의도로 한 질문인지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쩐지 차 탈 때 도로시의 팔을 잡고 어물쩍대더니, 나랑 아르테를 어떻게든 붙여놓으려고 그랬던 거구나.

       

       차 내부에서는 아르테에게 들릴까 봐 말 못하고, 일부러 백화점에 들어가자마자 이야기를 꺼낸 모양이었다.

       

       

       “···너, 설마 그것 때문에 나랑 아르테를 붙여놓은 거야?”

       

       “그거 말고 뭐가 있는데?”

       

       “하아···.”

       

       

       어쩐지 계속 시선이 느껴지더라니.

       

       나와 아르테를 붙여주고 싶어서 안달 난 아멜리아가 또다시 시동을 건 모양이었다.

       

       

       “별거 없었어.”

       

       “그, 그럴 리가···?”

       

       “진짜야. 너도 계속 봤으면 알 거 아냐?”

       

       “그렇기는 하지만···.”

       

       

       몰래 대화라도 하는 줄 알았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기가 찼다.

       

       그렇게까지 집중하고 있었으면서 못 들을 리가 없잖아.

       

       진짜 아무 말도 없었다고.

       

       아멜리아가 계속 나와 아르테를 엮어보려 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슬슬 멈췄으면 하는 속마음이 있었다.

       

       ···뭔가 아르테가 반하기는커녕 반대가 될 것 같아서.

       

       분명히 예전에는 그 정도로 붙어있어도 별생각 없었는데.

       

       아르테가 옆 좌석에 앉자 안절부절못하는 내가 있었다.

       

       

       “어쩔 수 없네. 그렇다면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나, 진짜 가야 해? 안 가면 안 돼?”

       

       “괜히 우리가 시간 쏟아가면서 너를 꾸민 줄 알아? 시간도 아깝잖아.”

       

       “그렇기는 한데···.”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야, 억지로 꾸며지기는 했지만 꾸며진 건 사실이니까.

       

       모처럼 꾸민 의미도 없이 포기한다고 해버리면 슬퍼할 게 뻔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남이 몇 시간 동안 열심히 꾸며놓은 걸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실망할 게 뻔하잖아.

       

       특히 도로시는 잔뜩 흥분해서는 이런저런 지식을 쏟아내며 나를 꾸며댔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던데.

       

       가기 싫다고 사라져버리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아멜리아에 비해 약간 서먹하다고 느껴졌던 사이가 이번 일을 계기로 가까워졌다고 느꼈는데, 갑자기 내가 하기 싫다고 해버리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로시는 또 어떻게 꼬신 거야?”

       

       “응?”

       

       “설마 도로시한테도 이야기한 건 아니지? 아르테의 정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도로시는 아르테의 정체 같은 건 아무것도 모를 텐데.

       

       잔뜩 흥분해서는 도와준다며 난리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멜리아가 그런 걸 쉽게 말할 성격은 아닐 텐데.

       

       

       “아, 그게···. 얼버무렸더니 되게 쉽게 납득하던데?”

       

       “응?”

       

       “너랑 아르테가 사귀지는 않지만, 서로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진도가 안 나간다고 했어.”

       

       “···그건 네 희망 사항이잖아?”

       

       “그때는 당황해서 그냥 내뱉었지. 그런데 이상하게 순식간에 납득하더라.”

       

       

       그래서 그때···. 어쩐지.

       

       가차 없다고 생각해서 조금 무섭다고 느꼈는데 그런 비화가···.

       

       그런 소리를 내뱉으며 자기 혼자 알아서 납득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해를 할 수가 없네.

       

       도대체 왜?

       

       

       “어쨌든, 도로시는 아직 그녀의 정체를···.”

       

       “둘이 뭘 그렇게 이야기해요?”

       

       “아, 도로시. 그냥, 뭐. 별거 아냐.”

       

       “별 이야기 아니면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응?”

       

       “빨리요, 빨리!”

       

       

       아르테와 대화를 나누며 걷던 도로시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더니, 내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뭐, 뭔데?”

       

       “아, 빨리요!”

       

       

       어쩔 수 없이 도로시의 손이 이끄는 대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손님이 없는 복도까지 달려온 도로시가 그제야 팔을 놓아주었다.

       

       

       “후, 시선이 따가웠어요···.”

       

       

       아르테의 시선을 말하는 거겠지. 확실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더라.

       

       아멜리아가 황급히 보충하러 나서고 나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서, 왜 부른 거야?”

       

       “당부하러 왔어요.”

       

       “당부?”

       

       “이제 당신은 저희와 수영복을 사러 갈 거니까요.”

       

       “···하아.”

       

       “뭐, 뭐예요? 그 한숨은?”

       

       

       아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히 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꾸며준 도로시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그런데, 그런데도.

       

       마음먹었는데도 코앞까지 다가오니 가기 싫다···.

       

       

       “···있지, 도로시. 안 가면 안 돼?”

       

       “될 리가 없잖아요. 수영복을 사러 온 건데.”

       

       “그게 말이야···. 나는 남자잖아? 조금···그렇지 않을까?”

       

       “···뭐야,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도로시가 얄미웠다.

       

       당연히 그런 걸 생각해야지, 그러면 어떡해?

       

       백화점에서 여자 셋이 수영복을 고르고 있는데 남자 한 명이 우두커니 서 있으면, 나만 해도 이상한 생각부터 할 거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저기에 끼어있냐고.

       

       여자들이랑 무슨 관계냐고.

       

       그런 생각을 할 게 뻔했다.

       

       

       “나 혼자 남자인데, 여성 수영복 쪽에 있으면 이상하잖아.”

       

       “···괜찮아요. 저랑 아멜리아는 당신을 남자로 보지 않으니까.”

       

       “어째 그게 더 상처다? 알고 있어?”

       

       “저는 이미 임자가 있는 사람을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임자라니.

       

       도로시의 머릿속에 나와 아르테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 걸까.

       

       아멜리아가 도대체 무슨 바람을 불어 넣은 걸까.

       

       묻고 싶었지만, 묻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올 것 같아서.

       

       

       “···아니, 이게 아니라. 아르테가 수영복을 입으면 꼭 칭찬을 해줘야 해요. 알겠어요?”

       

       “으, 응···.”

       

       “꼭이에요. 그리고 시선은 우리들 말고 아르테에게만. 알겠죠?”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다급히 원래 자리로 뛰어가는 도로시를 보며 생각했다.

       

       아멜리아가 또 무언가를 저질러버렸구나.

       

       나와 아르테의 관계에 훈수를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 버렸다.

       

       

       

       ***

       

       

       

       “와아, 예쁘다. 어때?”

       

       “괜찮네요. 그래도 노출이 너무 많은 게···?”

       

       “에이, 수영복인데 뭐 어때. 군살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

       

       “가, 갑자기 배는 왜 만져요?!”

       

       “아니, 혹시 배가 나왔나 싶어서···.”

       

       “실례거든요?!”

       

       

       아멜리아와 도로시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저히 눈앞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더니, 떠드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아르테, 아르테는 안 골라?”

       

       

       가만히 앉아서 둘이 떠드는 소리만 들어서일까.

       

       아멜리아가 의문에 찬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네, 네···? 아, 저는 이런 거 잘 몰라서···.”

       

       “그래? 그럼 우리가 골라줄까?”

       

       

       아멜리아가 내려준 구원의 손길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릴게요.”

       

       “그래, 맡겨줘!”

       

       

       다행히도 아멜리아와 도로시는 내가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입학식 때도 그렇고, 가끔은 실눈이라는 게 좋을 때도 있는 법이구나.

       

       눈을 뜬 건지, 뜨지 않은 건지 헷갈리니까.

       

       예전에 작가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몸에 집어넣은 건지.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멋있어서.

       

       작가님이 그러면 그렇지.

       

       

       “···자, 아르테! 이거는 어때? 괜찮아?”

       

       “아, 네.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네요.”

       

       “빨리 입어봐! 어서!”

       

       

       아멜리아의 재촉에 허겁지겁 탈의실로 들어갔다.

       

       후우, 위험했다.

       

       여성용 수영복을 파는 곳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눈을 둘 곳이 없어서 곤란해 눈을 감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멜리아가 수영복을 골라주기로 한 모양이다.

       

       

       “작가님, 원망할 거예요···.”

       

       [아니, 왜 저한테···? 수영복 패션쇼는 많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

       

       “시끄러워요.”

       

       

       라이트노벨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웹소설 중에 이런 묘사가 나오는 소설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작가님이 그런 소재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수영복을 고르러 가자고.

       

       작가님이 소재를 쓰고 싶어 하니까 그쪽으로 유도한 것은 좋았다. 좋았는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나도 수영복을 사야 한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네요. 빨리 입고···. 어?”

       

       [···우와. 비키니.]

       

       “···.”

       

       

       이게 뭐야.

       

       최대한 빨리 입고 나가려고 했는데, 손에 들린 천 쪼가리의 크기가 작았다.

       

       그래, 사람들이 말하길 비키니.

       

       받아서 들었을 때는 분명히 손에 닿는 천이 많길래 당연히 래시가드나 하이레그 쪽일 줄 알았는데, 속았다···!

       

       그냥 비키니만 있는 건 아니다.

       

       손에 닿았던 그 천의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듯, 허리에 두를 수 있는 파레오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으니까.

       

       상의도 없는 건 아니다. 비키니 위에 겹쳐 입을 수 있게 준비되어있었다.

       

       배꼽을 드러내다 못해 밑가슴까지만 가리고 있는 걸 빼면 참 좋았을 텐데.

       

       걸쳐 입는 상의가 하얀색이고, 파레오도 비쳐 보이는 재질이라 전혀 가려지지 않는다.

       

       ···이러면 상의랑 파레오는 도대체 왜 있는 거야?

       

       

       “아르테, 멀었어?”

       

       “···그, 금방 입을게요.”

       

       

       아, 젠장.

       

       이거 입어야 해? 진짜?

       

       아멜리아는 나름대로 배려해 준거겠지.

       

       수영 시간 때 다들 비키니를 입고 있을 때, 나만 경영 수영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배려해줄 거면 조금만 더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봐도 입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 옷이었다.

       

       

       “아르테?”

       

       “···자, 잠깐만요. 잠깐만.”

       

       

       

       ***

       

       

       

       “무슨 기분이야?”

       

       “나가고 싶어.”

       

       

       아멜리아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가고 싶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여성용 수영복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 자체가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좋아, 나가게 해줄게.”

       

       “정말?!”

       

       “응. 아르테를 보고 감상만 말해주면.”

       

       “어?”

       

       “금방 나올 거야. 기다려.”

       

       

       그제야 깨달았다.

       

       도로시와 아멜리아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르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수영복들이 민망해서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더니 다른 것들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스윽, 스윽.

       

       닫혀있던 감각이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저 안에, 아르테가 있다고 했던가?

       

       쓸데없이 좋은 청력과 직감이, 아르테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모티콘이 나왔슴미다

    다들 실눈흑막콘 사랑해주세오

    ***

    yks271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딥판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음, 제가 가능하다면 연참을 하고싶기는 한데, 요즘 다이어트중이라 몸상태가 영 아니라서요. 하루 한편도 조금 버겁네요.

    일요일부터는 시간이 많이 남을 예정이니, 일요일이나 월요일쯤에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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