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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

        ​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됐지만 일어난 일이니 안 믿을 수도 없다.

        ​

        처음에는 이곳의 신을 받은 줄 알았다.

        ​

        그런데  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몸주신이 직접 점지해서 태어난 루나를 보면 더 이상 생각해 볼 여지도 없었다.

        ​

        “허…물병 안에 바다를 담는 꼴이네.”

       

       아무리 신가물로서의 그릇이 크다고 하더라도 감당이 가능할지 걱정이었다.

       

       그러니 아직도 ‘나는 어디의 어떤 신령이다.’하고 공수가 내려오지 않는 것이겠지.

        ​

        새근 –

        ​

        새근 –

        ​

        루나의 작은 숨소리가 마차 안을 채웠다.

        ​

        지금 우리는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

        마차의 밖에서는 말을 탄 성기사들이 우리를 호위하는 중이었고.

        ​

        “신기하네.”

        ​

        마차에 얼마나 돈을 들이 부은 건지 곳곳에 마나의 흔적이 가득했다.

        ​

        열심히 달려도 흔들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차.

        ​

        교황이 직접 움직이니 이 정도는 돼야 구색이 맞춰지려나?

        ​

        워낙에 소탈한 사람이라 자꾸 교황이라는 걸 까먹는다.

        ​

        “…”

        ​

        “….”

        ​

        “….”

        ​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안 까먹을 수가 있겠냔 말이다.

        ​

        행여나 루나가 깰까 봐 숨도 조용히 쉬고 있는 모습.

        ​

        심지어는 눈동자도 조용히 굴리는 것 같았다.

        ​

        “저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될 텐데…”

        ​

        교황아저씨와 클라인 영감.

        ​

        나와 세레나.

        ​

       잠들어 있는 루나까지,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은 총 다섯이었다.

        ​

        그리고 나를 빼고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영감님.”

        ​

        클라인 영감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영감님은 교단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나만 말이냐?”

        ​

        “네.”

        ​

        다시 말하지만 이 영감은 돌아다니면 돌아다닐 수록 인생이 피곤해지는 사람이다.

        ​

       오래된 성벽처럼 한 자리에 머무는 게 좋은 사람이었다.

        ​

       그것이 영감에겐 나쁜 팔자도 아니었고 거슬러서 좋을 게 없다는 거다.

        ​

        “기억하시나요? 성벽이라고 했던 말.”

        ​

        “물론 기억은 하고 있다.”

        ​

        “영감님 팔자는 혼자만의 팔자가 아니라 여러가지가 엉켜있어요.”

        ​

        “그럴 수도 있는 것이냐?”

        ​

        “네. 영감님의 삶이 특이하기도하고…”

        ​

        오래된 성직자라 그럴 수도 있다.

        ​

        거의 교단과 동일시 되는 삶이었으니까.

        ​

        “있어야 할 자리에 성벽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거에요.”

        ​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지만 그럴 수록 잊기 쉬운 법.

        ​

        “자리를 찾아가야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

        “….그것 또한 신탁이냐?”

        ​

        “비슷해요.”

        ​

        일단은 공수가 그렇게 내려왔었다.

        ​

        가만히 있어야 할 사람이 돌아다니니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영감이 교단에 틀어박혀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

       

       교황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

        “클라인경이 신전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듯 하오.”

        ​

        “하오나…”

        ​

        “믿음직한 성기사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

        영감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

        저런 성정을 가졌으니, 지금까지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겠지.

        ​

        “나 또한 약하지는 않소.”

        ​

        아저씨의 말에 영감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계속 루나를 힐끔거리는 것이 여전히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교황이 버티고 있는데 더 나서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

        “그쪽의 상황은 들은 게 있나요?”

        ​

        “지원군이 무사히 합류했다고 하더군. 여러 가지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

        “조사요…?”

        ​

        “산으로 오르지 말라 했다지? 이유를 알 수 있겠느냐?”

        ​

        이유라….

        ​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

        “거기는 지옥이에요.”

        ​

        “…음?”

        ​

        “그것도 불지옥.”

        ​

        분명히 산에 올랐을 때 땀이 비 오듯 쏟아 졌었다.

        ​

        그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나왔던 점괘도 심상치 않았고 말이다.

        ​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이 산이랑 얽히면 운수가 급격히 안 좋아 지기도 했다.

        ​

        “음…그것도 해결해야겠네.”

        ​

        그 이후로 그곳의 점을 보지 않았으니, 또 바뀐게 있을 수도 있었다.

        ​

        지원군도 합류했고, 우리도 그곳으로 가는 중이니까.

        ​

        이 정도의 병력에 심지어 전원이 신관이 아닌가.

        ​

        “잠시만요.”

        ​

        루나를 안은 채로 방울을 꺼내 올렸다.

        ​

        딸랑 –

        ​

        “…이거 왜 이래?”

        ​

        “문제라도 있소?”

        ​

        “아니요.. 문제는 아니고…”

        ​

        영기가 너무 수월하게 움직였다.

        ​

       경지가 상승한 느낌.

        ​

       기절하기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기분이다.

        ​

        딸랑 –

        ​

        희끗한 장면들이 머리를 지나다녔다.

        ​

        여전히 어둑어둑한 산의 정상.

        ​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뜨거움.

        ​

        딸랑 –

        ​

        “온 산이 불구덩이네.”

        ​

        정말 큰불이었다.

        ​

        꿈에서 봤다면 당장 복권을 사라고 했을 정도.

        ​

        “뜨겁네 뜨거워…”

        ​

        여전히 산 정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보이지가 않았다.

        ​

        무언가 부정한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은 느껴졌지만.

        ​

        “마족의 소환을 의심중이라더군.”

        ​

        “마족이라…”

        ​

        딸랑 –

        ​

        지금 머리를 지나다니는 냄새 나는 것들이 마족의 기운일까?

        ​

        “이것도 가서 봐야 알겠네…”

        ​

        확실한 건 아직 산으로 올라가서는 안 됐다.

        ​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세레나와 눈이 마주쳤다.

        ​

        “음…? 아, 그러네.”

        ​

        엘프들에게는 정령이 있지 않은가.

        ​

        불이 나면 물로 끄면 그만이다.

        ​

        거기다 산에서 엘프보다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종족은 없다.

        ​

        “세레나.”

        ​

        “네, 말씀하세요.”

        ​

        “로메넬한테 연락 좀 해 줄래?”

        

        우리의 대화를 듣던 영감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

        “가지고 가거라. 통신용 수정구다.”

        ​

        “예…?”

        ​

        “사용법은 간단 할 것이다. 거기다 내 것은 파라몬 그 친구와도 연락이 가능하니.”

        ​

        저걸 나한테 왜 준단 말인가?

        ​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생각보다 너는 더 중요한 인물이다.”

        ​

        “아니, 그게….”

        ​

        나라고 가지기 싫어서 안 가진 게 아니다.

        ​

        딱히 연락할 일은 없지만 있으면 좋을 테니까.

        ​

        영감님들께 달라고 하면 여분으로 몇 개는 더 챙겨 줬을 것이다.

        ​

        하지만 내가 저걸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

        “전 마나를 쓸 줄 모르는데요…?”

        ​

        “….”

        ​

        “….허.”

        ​

        교황아저씨와 영감의 황당한 시선이 내 얼굴로 쏘아졌다.

        ​

        “신성력도 없는데…”

        ​

        “…도대체 내가 뭐에 휘말린 건지 모르겠군. 어떻게 마나도 없는 일반인이…”

        ​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새삼스럽지 않나…?

        ​

        세레나가 옆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마나가 필요한 일은 제가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역시 세레나가 최고다.

        ​

        밥을 잘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무려 나와 함께 굿을 할 수 있는 동료.

        ​

        내 앞에 앉은 아저씨와 영감의 시선이 더 이상해졌다.

        ​

        “그대는 알기가 힘든 사람이오. 과연…계시에 나온 인물은 다르구려.”

        ​

        “저 또한 성하와 같은 생각입니다.”

        ​

        이러다가 이 양반들도 우리 영감님들 처럼 나한테 달라붙는 게 아닌가 싶었다.

        ​

        그러면 인원이 좀 많아질텐데….

        ​

        “초를 더 피워야 하려나…”

        ​

        일단은 루나 것부터 하나 더 피워야 할 것 같다.

        ​

        아닌게 아니라 루나는 몸주신이 직접 점지 해준 나의….

        ​

        “크리스, 연락 됐어요.”

        ​

        ​

        ***

        ​

       

        스으으 –

        ​

        어두운 마나가 바닥을 타고 잔잔히 흘렀다.

        ​

        그것이 닿은 곳은 시체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

        콰드득 –

        ​

        콰득 –

        ​

        마나가 닿은 시체에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

        이윽고 몸을 빠져나온 마나가 어딘가로 흘러 갔다.

        ​

        “영혼이 있는 곳으로 마나를 인도하거라.”

        ​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

       제물로 쓸 영혼마저 다듬어야 하다니.

        ​

        “이번 공격은 어찌 되었느냐.”

        ​

        퀭한 눈을 한 네크로맨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계획대로 언데드들은 소모시켰으나, 저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

        “해괴한 일을 다 보겠군.”

        ​

        네크로맨서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이 제국 놈들이다.

        ​

        이렇게 노골적으로 티를 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되지 않았다.

        ​

        “그 두 놈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로군.”

        ​

        성을 지키고 있는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

        ​

        일찍이 대륙전쟁에서조차 그 이름을 날린 제국의 개.

        ​

       사사건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놈들이었다.

        ​

        그들의 이름을 보고하자마자 그분들이 출발했으니, 어쩌면 잘되었을지도 몰랐다.

        ​

        “영혼의 타락은 어찌 되었느냐.”

        ​

        “육신과 연결된 영혼들이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습니다.”

        ​

        명령을 내리던 네크로맨서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언데드가 완성되는대로 공격을 보내도록.”

        ​

       자신의 몸이 언데드가 되어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영혼들이다.

        ​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념들이 상당했다.

        ​

        진작에 이렇게 움직였다면 계획이 훨씬 더 빨라졌을 것을.

        ​

        성으로 보낸 언데드들이 망가질 때마다 그 타락의 속도가 빨라졌다.

        ​

        “열심히도 싸워주는구나…”

        ​

        첫 전투때는 많은 수의 언데드가 살아 돌아왔지만, 그 뒤로는 보내는 족족 소멸하고 있었다.

        ​

        그 덕에 계획이 한층 더 빨라지리라.

        ​

        걸음을 옮긴 네크로맨서가 도착한 곳은 영혼들을 가두어 놓은 마법진의 앞이었다.

        ​

        “…”

        ​

        마법진의 안에서 요동치는 검은색의 마나들.

        ​

        그 안에서 영혼들이 뒤엉켜 제물로 거듭나고 있었다.

        ​

        “영혼을 보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잡아서 연구를 해 보아야겠군.”

        ​

        분명 네크로맨서의 마법에 새로운 혁신이 될 것이다.

        ​

        영혼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기에.

        ​

        “실체를 가지지도 못한 영혼을 어찌 본다는 말인가…무슨 마법인지 궁금해 미치겠군.”

        ​

        그가 손짓하자 뭉쳐 있던 마나가 검은색의 돌 속으로 흡수되었다.

        ​

        “제물로 쓸 것이니, 가져가거라.”

        ​

        “예!”

        ​

        네크로맨서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

        “곧, 그분들이 오실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

        “다시 한번 확인하라 지시하겠습니다.”

        ​

        “성안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제물로 쓸 수 있다면…”

        ​

        상상 이상의 결과가 탄생할 것이다.

        ​

        도착했다는 지원군마저 모두 제물로 보일지경이었다.

        ​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에 네크로맨서가 몸을 떨었다.

        ​

        “언데드의 규모를 늘리거라. 최대한 저들의 힘을 빼놓아야 한다.”

        ​

        이곳으로 유인해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지치게 만들어 놓아야 했다.

        ​

        “부디, 그분들께서 마음에 들어하셨으면 좋겠군.”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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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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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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