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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69화. 신병 받아라 ( 5 )

       

       

       

       

       

       솨아아아ㅡ

       

       

       시원한 바람이 넓은 초원의 끝에서부터 달려오며 애덤을 스쳐 지나갔다. 청량하고 맑은 공기. 애덤은 서둘러 발을 재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에게 주어진 시각은 흐르고 있었으니.

       

       

       “음?”

       

       

       초원 끝자락에 보이던 신전이 제법 가까워지자, 신전 주변에 무언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거리가 좀 있어서 형태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린아이들이 모여 있는지 그 체구들이 작아 보인다.

       

       

       “… 아기 천사님들인가?”

       

       

       애덤은 아기천사들이 신의 부름을 받아 자신을 마중 나온것으로 생각했다. 비록 성지의 풍경이 그가 상상했던 구름이나 음악은 없는 초원이었지만, 천사들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 애덤. 작은 형체들이 한데 모여서 복작복작거리는 것이 보인다. 

       

       헌데…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신체의 형태가 심상치 않다.

       

       

       그 작은 것들은 굉장히 털이 많았다. 아니, 털이 아니다. 수염이었다. 수염이 어찌나 긴 지 상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그리고 우락부락한 팔의 근육. 봉긋하게 솟아오른 삼두근과 이두근이 존재감을 자랑했고, 척 보기에도 강철처럼 튼튼한 근육임을 알 수 있었다. 분명 고된 훈련 혹은 노동으로 만들어진 근육이리라.

       

       

       “음…”

       

       

       애덤은 신음을 흘렸다. 일단 저분들은 아기 천사님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만약 저분들이 아기 천사님이라면…

       

       강철 같은 팔뚝과 덥수룩한 수염을 달고 날아다니는 아기 천사들? 애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ㅡ 떨었다.

       

       

       – “저 인간이 뭐라고?”

       

       – “신입이라고 하던데?”

       

       – “그럼 이제 저 인간이 막내야?”

       

       

       서로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애덤과 드워프들. 드워프 들은 저들끼리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는데 애덤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드워프들은 애덤을 바라보며 처음 생긴 인간 막내에 대해 수군거렸고, 애덤은 드워프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저 굵고 무쇠같은 팔, 두껍다 못해 장갑이나 다름없는 굳은살… 저분들이 신께서 말씀하신 분들인가?’

       

       

       신께서는 애덤으로 하여금 자기 종들에게서 배우라고 말씀하셨다. 그 뜻은 신의 종이라는 분들께서 무기를 만든다는 뜻일 테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첫인상이 제일 중요한 법!’

       

       

       만약 아니라고 해도 잘 보여서 나쁠 것은 없다. 애덤은 가슴속에 있던 장인으로서의 자존심과 고집을 고이 접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장 애덤의 자존심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 배우고자 하는 풋내기 애덤의 마음가짐이다.

       

       

       “애덤이라고 합니다! 늙은 몸이지만 신께서 저를 거둬주시어, 대장간 일에 대해 배우려고 합니다!”

       

       

       애덤은 꾸벅 허리를 숙이며 드워프들에게 인사했다. 완벽하게 직각을 만든 인사.

       

       드워프들이 애덤을 뚫어져라 쳐다 봤다. 애덤은 속으로 조바심을 느꼈다. 자신 또한 그렇지만, 장인이라는 족속들은 어딘가 괴팍하거나 성질이 더럽기 마련이다.

       

       특히 대장장이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고된 노동을 하므로 유독 성격이 거칠었다. 

       

       

       ‘… 내가 인사를 너무 늦게 했나?’

       

       

       허리를 굽힌 애덤을 향해 다가오는 드워프들.

       이윽고 애덤을 빙 둘러쌌다. 그러고는 그를 격하게 반겼다.

       

       

       “신께서 우리에게 일을 배우라고 하셨다고? 그럼 알려 줘야지! 으하하핫!!”

       

       “이거 인간 막내는 처음인데! 재밌는 막내가 생겼구만!”

       

       “막내야, 모르는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라! 이 형님이 성심껏 알려주마! 원래 처음 대장간일이 좀 고되겠지만 참고 꾸준히 배우다 보면ㅡ”

       

       

       애덤의 손을 뚫어져라 보던 드워프가 외쳤다.

       

       

       “이것 봐! 막내 손을 보니까, 쇠 좀 만지다 온 것 같은데?”

       

       “뭐? 어디 한번 봐봐.”

       

       “뭐야, 바깥에서 대장간일하다가 온 거야? 에잉, 그럼 처음부터 가르치는 재미가 없잖아!”

       

       

       우르르 몰려든 드워프들이 화통 같은 목소리로 시끌시끌하게 소리쳤다. 애덤은 쩌렁쩌렁 울리는 드워프 들의 목청에 고막이 괴로워하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의 귀에서 피가 나오리라.

       

       

       “우리 인간 막내도 들어왔는데! 솜씨 한번 봐야지 않겠어?”

       

       “그냥 보면 재미가 없지! 전(前) 막내랑 인간 막내로 술 내기나 한번 하자고!”

       

       “아직 일이 많이 남았는데 술을 먹자고? 그거 정말 바보 같은 소리군.”

       

       “그래서 싫다고?”

       

       “아니, 당장하자!! 으하하핫!!”

       

       “좋아!! 인간 막내… 이름이 뭐라고?”

       

       

       애덤은 태풍에 휘말린 기분이었다. 

       

       

       “애덤… 애덤입니다.”

       

       “막내 애덤이랑 전(前) 막내의 대결이다!! 다들 대장간으로 모여어!! 술 내기다!!”

       

       

       술 내기라는 말에 저들끼리 웅성거리며 떠들던 드워프들이 일시에 애덤을 바라봤다. 애덤은 뭔가 잘못되어감을 느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술 내기라고? 나도 끼어야지!”

       

       “이봐!! 다들 모여어!!”

       

       “술 내기? 나도 끼어야지!”

       

       

       어느새 드워프들이 애덤을 에워싸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어 하는 사이에 드워프들에게 당겨지고 밀리며 달려가는 애덤.

       저 멀리 목적지인 대장간이 보였다. 성지에 있는 대장간치고는 조금 작고 평범해 보이는 대장간이었다.

       

       

       타캉ㅡ! 타캉ㅡ! 타캉ㅡ!

       

       

       아직 대장간에서 한참 떨어져 있음에도 얼굴을 덮쳐 오는 강렬한 열기. 화덕에서 용암이라도 끓고 있는 건지, 폐가 익어가는 듯한 열기에 애덤이 화들짝 놀랬다.

       

       

       “아ㅡ 이런! 우리가 너무 서둘렀구만! 막내한테는 아직 좀 뜨거울 테지?”

       

       

       옆에 있던 드워프가 애덤을 향해 살갑게 말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두툼한 수염을 쓱쓱 잘라 냈다.

       손수건 정도의 크기로 잘라 낸 수염을 슥 내미는 드워프.

       

       

       “막내야, 이걸로 코랑 입을 덮어라. 그러면 좀 괜찮을 거다.”

       

       “가,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거 가지고! 우리가 남도 아니고, 이제 한 식구인데!”

       

       

       어쩐지 맥주 냄새가 나는 수염으로 코와 입을 가리자, 이글거리던 열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애덤은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연 신이 빚어내신 일꾼들이시구나!’

       

       

       겉보기에는 그냥 거칠고 풍성한 수염 같았는데, 열기는 막아 내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애덤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드워프들을 바라봤다.

       

       

       ㅡ 카캉! ㅡ카캉! ㅡ 카캉!

       

       

       느릿느릿 들려오던 망치의 소리가 조금 더 빨라졌다. 애덤은 조심조심 대장간에 들어가며 주변을 살폈다.

       

       여느 곳과 다를 곳 없이 평범해 보이는 대장간이다. 한쪽 벽에는 망치들이 걸려 있었는데, 드워프들의 전용 연장인 듯했다.

       

       그리고 저 앞.

       

       한 드워프가 그들을 등진 채, 연신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그 흔한 화덕 없이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이 있었다.

       

       드워프를 삼켜 버릴 듯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거대하고 뜨거운 불. 하지만 드워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망치질에 전념했다.

       

       

       “막내야ㅡ!!”

       

       

       애덤 옆에 있는 드워프가 크게 외쳤다. 망치질을 뚫고 대장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하지만 드워프는 뒤돌지 않았다.

       

       듣지 못한 걸까?

       

       옆에 있는 드워프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외쳤다.

       

       

       “브란ㅡ!!”

       

       “음? 첫째 형님? 아니, 다른 형님들까지?”

       

       

       그제야 뒤를 돌아본 막내 드워프… 이제는 전(前) 막내가 된 브란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내가 듣지를 못 해서 그만. 이제는 막내가 아닌데, 누가 자꾸 막내를 찾지 뭐요?”

       

       “녀석이 능청스럽긴!”

       

       “그래서, 저 친구가 막내요?”

       

       “그래! 신께서 우리에게 배우라고 하셨다는구나. 손을 보니까 밖에서 쇠를 좀 만지다 온 것 같았는데,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막내 솜씨도 좀 볼겸 해서! 너랑 막내로 술 내기할꺼다!”

       

       

       브란이 첫째 형님이라고 부른 드워프, 오푸스 팔락이 크게 외쳤다. 브란은 붉은 쇳덩어리를 쉬지 않고 두들기며 오푸스 팔락과 대화했다.

       

       

       “내기? 그거 좋지. 뭘로 내기를 하실꺼요?”

       

       “음…”

       

       

       오푸스 팔락이 턱수염을 쓸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인간 막내의 수준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직 굳은살이 손바닥을 전부 덮지 못한 거로 봐서는 그리 숙련된 대장장이 같지는 않았다.

       

       모름지기 쇠밥 좀 먹었다고 한다면, 굳은살이 손바닥은 전부 덮어야지 않겠는가? 저런 얇은 굳은살로는 달아오른 쇠를 잡을 수가 없다.

       

       고민이 깊어져 가는 오푸스 팔락. 그의 눈에 붉게 달아오른 쇠가 보였다. 얇게 피는 중이었는지 엿가락처럼 쭉 늘어나 있는 모양의 쇳덩이.

       

       오푸스 팔락이 무릎을 탁 쳤다.

       

       

       “막내의 수준을 모르니까, 쉬운걸로 하자고! 내기의 주제는 단조술이다!!”

       

       

       단조술. 금속을 열로 가해 망치로 두들겨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기법. 

       

       

       애덤이 평생을 해온 작업이다. 애덤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비록 그 상대가 신의 일꾼이라고 해도, 단조술이라면 어디 가서 꿇리지 않았으니까. 

       

       

       “저 쇳덩이를 최대한 얇고 평평하게 펴봐라! 심사는 나, 오푸스 팔락과 세듀스 팔락이 보겠다!”

       

       “막내야, 할 수 있겠냐?”

       

       “저도 어디 가서 쇠밥 좀 먹었다고 할 정도는 했습니다!”

       

       “으하하하!! 자신감 넘치는 게 보기 좋구만!! 그래도 처음이니까 내가 옆에서 보조로 도와주지!!”

       

       

       애덤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들은 드워프들이 껄껄 웃었다. 그 눈빛은 뭐랄까… 귀엽게 삐약거리는 병아리를 보는 눈빛 같았다.

       

       

       “좋아, 바로 시작하자고!”

       

       

       오푸스 팔락의 외침에 브란과 애덤이 각자 자리로 향했다.

       브란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불길에 달아오른 쇳덩이를 꺼내 망치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덤은… 

       

       

       “어, 어어!! 저저!!”

       

       “누가 금속을 저렇게 두들기나!”

       

       “저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그를 둘러싼 드워프들에게 극한의 훈수를 당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니잇!!!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한스에 대한 독자님의 진심과 열정!!!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끼에에엑!!!!! 이를 위해서는 한스에게 사탕을 잔뜩 먹여야 합니다!!! 한스의 이가 몽땅 썩을 때까지!!!!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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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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