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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햄스터가 갑자기 두 발로 서는 기행에 모두가 흠칫 놀랐다.

       진지하고 늠름한 표정, 통통한 뱃살. 꼬물꼬물 움직이는 작은 발과 손.

       이건 보는 사람들을 죽이려고 작정한 위험한 동작들이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귀여움…!

       햄찌의 충격적인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굳었다.

         

       “…!”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햄찌에게 주목되는 상황.

       햄찌가 여기에서 스텝을 한 번 더 밟는다면.

       모두의 심장에 무리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귀엽다. 귀엽지만. 효과가 부족했다. 햄스터라 당연히 말도 통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깬 사람은 베아트리스였다.

         

       “저 사내를 감옥으로 끌고 가세요.”

       “햄스터는요?”

       “그것도.”

       “쮜익!”

         

       돌프. 왕국 지하 감옥에 투옥되다.

       그날 햄찌는 해바라기 씨 3개를 받았다.

         

         

       ***

         

         

       갤러리의 경매장이 마비됐다는 건. 대륙의 경제가 멈췄다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그런 흉악한 짓을 저지른 범인을 잡는데 성공했다.

       범인을 잡아, 왕궁 별채의 임시 지하 감옥에 투옥시키기까지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제 남은 건. 이 놈이 어떤 놈인지. 왜 그랬는지. 알아낼 생각이었다.

       여왕과 주딱의 주도 하에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이름.”

       “….”

       “이름.”

       “….”

         

       쉽지 않다. 사내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묻는다고 전부 답해주는 솔직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하긴, 묻는다고 술술 불면 그게 이상하죠.”

       “이럴 거라 예상했어요. 붙잡힌 사람은 대개 이런 법이니까요.”

       “그래요?”

         

       그걸 여왕님이 어찌 알고 있는 걸까.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나?

       주딱이 잠시 베아트리스를 쳐다보는 동안, 사내의 입이 열렸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흠.”

         

       진짜 쉽지 않네.

       마음 같아선 오케이. 하고 바로 보내주고 싶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저승으로 보내준다면 일의 차질이 생긴다.

       그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죠?”

       “예. 많죠.”

         

       마법 공학 기술. 뒷배. 그리고 경매장 분탕의 목적.

       물을 건 많지만, 사내가 입을 순순히 열 ` 것 같진 않았다.

       조금 물어본다고 답해주면 세상에 비밀이 없겠지.

       어떻게 해야 입을 열지?

       방법을 고민하는 주딱과 달리, 베아트리스는 입을 열게 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럼 억지로라도 입을 열어야겠죠. 심문이 필요해요.”

       “심문이라. 용사님은 못 해요? 심문 같은 거?”

       “검. 꺼낼까요?”

       “아뇨 됐어요.”

         

       심문(물리)을 바라진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보여서, 주딱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잠을 설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을 원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주딱은 딱히 심문과 관련된 능력이 없고.

       용사도 딱히 심문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했다.

         

       “그럼. 심문관을 부르도록 하죠.”

       “심문관?”

       “헉…!”

         

       주딱이 의아해하는 동안, 입구를 지키던 기사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왜 그렇게 놀라지?

         

       “심문관이 뭔데 그래요?”

       “제 직속 기사단에 소속된 심문 담당 기사에요.”

       “뭐 마법 같은 걸 사용하나요?”

       “비슷한 걸 사용해요.”

       “?”

         

       베아트리스의 대답에.

       입구를 지키던 기사들의 눈이 두려움에 물들었다.

       심문관과 했던 훈련들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심문관을 데려오세요.”

         

       그런 잔인한 심문관을 데려오라니…!

       기사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여왕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

         

       여왕 직속 기사단이란, 기사 중에서 최고들이라는 걸 의미한다.

       능력, 작업속도, 단결력, 신실함 등등.

       어느 분야 하나 정도는 정상에 도달한 이들이 여왕의 기사단이었다.

         

       하지만 어느 분야에 최정상에 오른다는 건 쉽지 않았다.

       일반인은 불가능한 경지다.

       천재들만이 엿볼 수 있는 편린이며, 그 조차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재능과 노력. 그 두 개를 갖춰야 겨우 가능한 경지!

       하지만 그런 천재가 이 세상에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러한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 없진 않았다.

         

       천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해답은 간단하다. 그냥 미치면 된다.

       천재가 아니라면 미쳐야 가능한 경지였기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기사단엔 정상인 대신, 머리어디가 맛 간 이들만 모였다.

       능력 좋은 미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이곳. 마굴이 여왕 직속 기사단이었다.

         

       평화로운 여왕 직속 제1 기사단.

       그들의 일상은 평소와 같았다.

         

       “크큭큭….”

       “크후후… 오늘 일과는 쉬웠군.”

       “흐흐… 오늘 근무가 말전전이라니.”

       “나는 둘 번. 크하하…! 잠은 다 잤군.”

       “큭큭. 나였으면 이 자리에서 목을 매달았을 거다.”

       “어이 넌 뭐냐?!”

       “나? 나를 묻는 거냐? 아아. 나는 오늘 근무제외다.”

       “이 녀석을 죽여라!”

       “이런 근무 배신자가 기사단에 존재해선 안 된다!”

       “크하아아아악…!”

         

       혼자 휴식을 누리는 못된 전우로 인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모두 근무를 서는데 혼자 빠져나가다니.

       사내는 동료들에게 짓밟혔다.

         

       그럼에도 활짝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2주일 만에 처음 맛보는 휴식은 달콤했으니까…!

       그리고 얻어맞는 것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크크큭…!”

         

       어차피 내일이 오면 또 다시 쉬는 놈이 나온다!

       그땐 또 그 놈을 때리면서 스트레스를 풀면 된다.

       그들에게는 경계근무를 빠진 기사를 폭행하는 게 하나의 스포츠이자, 일상이었다.

       이 지옥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어이어이… 신병은 언제 오는 거냐….”

         

       부족한 인력을 메우면 된다.

       하지만 최고의 사람만 뽑다보니, 인력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

       어리바리한 신병이 오는 건 그들도 원하지 않았다.

         

       “신병? 아. 그런 녀석도 있었지.”

       “한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 같은데.”

       “크크크… 터무니없는 걸 바라다니. 너희들은 아직도… ‘희망’ 이란 녀석을 버리지 못한 거냐?”

         

       신병이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들이 바라는 동안, 기사단장 마일스가 그들의 막사에 들어왔다.

         

       “야. 왔다.”

       “뭣?!”

       “신병인가?!”

       “신병일 리가. 제국의 기습이다!!!!!!”

       “전쟁! 전쟁을 준비하라!!!!!!!”

       “휴가다아아아앗!!!!!”

       “기사단 이 미친새끼들.”

         

       신병을 받고 싶은 건지. 전쟁을 원하는 건지. 휴가를 원하는 건지.

       아무튼 나사가 빠져버린 기사단원들을 보고 있으니. 마일스는 한숨만 나왔다.

         

       “야 다 아니니까. 조용히 하고. 심문관 셀리하고 기록담당 데려와.”

       “헉.”

       “시, 심문….”

       “꺄아앙아아악 내 머릿속에서 나가아앗!”

       “도대체 누구를…!”

         

       오들오들오들.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심문관 셀리…! 여태까지 잊고 있었던 기억이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그런 끔찍한 인물의 심문이라니… 도대체 왜…!

         

       “여왕님이 직접 잡아온 인물이다. 정보를 캐내야 한다.”

       “헉….”

       “누구인지 몰라도 그 녀석은 죽었어….”

       “셀리 데리러 가야 하는데. 갈사람 있나? 구경 가도 되고.”

       “나, 난 됐어….”

       “그거 보면 오늘 잠 못 자….”

       “흑… 엄마가 그리워….”

       “….”

         

       심문관 셀리. 그녀를 데리러가는 건 누구나 원치 않았지만. 누군가는 데려가야 한다.

       결국은 모두가 공정한 방법으로 결정했다.

         

       “가위바위… 보!”

       “키에에엑!”

         

       가위 바위 보에서 패배한 기사가 셀리를 데리러 떠났다.

         

       “셀리….”

         

       임무와 일과를 끝내고 아마, 어딘가에서 쉬고 있을 터.

       체력단련실로 향하자. 그곳엔 팔을 기묘한 위치로 꺾으면서 몸을 푸는 셀리가 있었다.

         

       “어 뭐야. 심문?”

       “…어떻게.”

       “뻔하지.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데. 자 빨리 안내해줘. 오랜만에 심문 좀 해보게.”

       “…!”

         

       셀리가 씨익 웃었다.

       심문관 셀리. 그녀가 안내를 받아 향한 곳은 임시 지하 감옥이었다.

       왕궁 별채 지하에 위치한 감옥.

       그곳으로 가자, 여왕과 용사. 그리고 후줄근한 사내가 먼저 보였다.

       심문 대상은 아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콧수염 아저씨겠지.

       햄스터는 심문 대상이 아닐 테고.

       대상을 파악한 셀리가 여왕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왕님. 부르셨습니까?”

       “정보를 캐내주세요.”

       “어디까지 캐내면 될까요?”

       “그가 일을 저지른 이유. 뒷배. 그리고 자세한 인적사항까지”

       “예. 어릴 적 옆집 소꿉친구 이름까지 불게 해드리죠.”

         

       자신만만하게 셀리가 사내의 옆에 앉았다.

       심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리감이 가깝다.

       그녀가 사내와 어깨동무를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자, 저기 보고. 저기 기록 담당하고 눈 마주치고 얘기하시고.”

       “….”

       “그럼 자기소개부터 들어갈까?”

         

       셀리가 사내의 손목을 붙잡고 살짝 비틀었다.

       우두두둑─!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캬아아악…!”

       “자, 이름은?”

       “크아악….”

       “이름?”

       “제, 이, 이름은… 돌프라고 합니다….”

       “나이?”

       “나이… 서, 서른아홉….”

       “심문은 처음이니?”

       “네, 네에에엑…!”

         

       손목부터 어깨, 허리까지 모든 뼈를 건드리며 묻는 심문에.

       돌프의 입이 시원하게 열렸다.

       심문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고문에 돌프의 기세가 꺾였다.

         

       “허억… 허억….”

         

       자신의 인적사항부터 어릴 적 소꿉친구의 이름을 불기까지. 단 15분.

       전문적인 분근착골에 돌프가 눈물과 침을 질질 흘렸다.

         

       “크흐윽….”

         

       이 고통… 분명히 뼈와 근육이….

       부서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개운해진 몸 상태에 돌프가 놀랐다.

         

       “이건….”

       “아. 근골이 뒤틀린 곳이 많길래. 심문 겸 교정해줬지. 동료들한테도 자주 해주거든.”

       “…!”

         

       무지막지한 고통이 따라온 이유가 그거였던가.

       많은 시간 동안 잘못된 자세로 연구한 결과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돌프는 안심했다.

       몸을 교정하는 겸 고통을 주는 게 심문이라면.

       이 다음 심문은 없지 않을까?

       이제 심문은 끝이라고 생각한 돌프와 달리,

       셀리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

         

       니퍼다. 꽤나 사용감이 있어 보인다.

       낡아서 벗겨진 부분이 많은 니퍼를 손에 쥐었다.

         

       “안심하긴 이르지.”

       “어?”

       “방금은 맛보기였고 이번은 진짜 심문이야. 몇 배는 아플 걸?”

         

       말하지 않으면 어떤 꼴이 될진 뻔하다.

       손톱을 톡톡 건드리는 니퍼의 촉감에. 돌프가 화들짝 놀라며 오들오들 떨었다.

         

       “마법 공학은 어디서 배웠어? 대답.”

       “마, 마, 마탑에서요….”

         

       돌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심문이 점차 진행될수록 돌프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튀어나왔다.

         

       근사한 콧수염을 기르는 걸 즐김.

       마법 공학에 뛰어난 재주가 있음.

       마탑에서 오랜 시간 마법 공학을 연구.

       마탑 내에서 연구비로 인한 잦은 마찰을 일으킴. 등등.

         

       정보가 누적되기를 한참. 이제는 주딱이 궁금해하던 질문의 차례였다.

         

       “이번 일을 저지른 이유는?”

       “그건….”

         

       톡.

       니퍼로 손톱을 건드리는 작은 행동으로 대답을 불러일으켰다.

         

       “일을 잘 처리한다면… 내게 행복을 약속했으니까.”

       “행복?”

       “쳇바퀴처럼 마법 공학을 연구하고… 지원 받는 삶.”

       “되게 소소하네요.’

       주딱과 용사 그리고 베아트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바람 정도는 소소하지 않은가.

         

       “그럼 그걸 지원해주는 사람은?”

       “….”

       “뒷배. 누구야.”

       “그, 그건….”

       “빨리? 말해야지?”

         

       협박과 함께 니퍼가 손톱에 악수를 요청했다.

       손톱이 손과 바이바이 인사를 하기 직전.

       돌프의 입이 가까스로 열렸다.

         

       “질서….”

       “질서?”

       “그 분은… 스스로를 질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질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가?

       아는 정보가 많은 주딱과 베아트리스지만, 그 이름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그 분이라고?”

       “그 분은… 우리 같은 필멸자가 아냐…. 그보다 훨씬 높은 존재…. 히익…!”

         

       돌프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이 밝아지며, 빛이 두둥실 떠올랐으니까.

       불빛이라고는 없는 지하에 찬란한 빛이 나타났다.

         

       “….”

         

       저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될 무언가다.

       이질적으로 빛나는 구체에서부터 느껴지는 흉흉함에 모두 움직이지 못했다.

         

       구체에 담긴 빛이 순식간에 돌프를 향해 쏘아진다.

       모든 것을 태우고도 남을 벼락. 천벌이 돌프에게 꽂혔다.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이대로라면 불타버려 재만 남겠지.

       돌프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다가올 고통과 현실에서부터 도피를 선택했다.

       그 순간에 카이라가 먼저 반응했다.

         

       번쩍!

       모든 방향으로 쏟아지는 빛과 번개를 향해 카이라가 움직인다.

       가속하고 또 가속하여, 그녀의 검이 단숨에 빛을 베어 넘겼다.

       손아귀가 얼얼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남은 목표는 두둥실 떠올라 있는 빛의 구체 뿐.

       카이라의 쾌검에 구체가 반으로 쪼개졌다.

         

       “…후우.”

         

       구체까지 마무리해낸 카이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이름. 말하면 안 되겠어.”

       “존재를 인식한 것만으로도 반응을 하는 거군요.”

         

       어떻게 이런 위험한 존재가 엮여있는 것인가.

       용사와 베아트리스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아?”

         

       주딱은 뭔가 깨달았다.

       이름을 불리는 것만으로도 초월적인 능력.

       갤러리의 멸망을 원하는 세력.

         

       그들이 같은 존재라면.

       혹시 갤러리 중간 중간 이상하게 사라진 글들도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주딱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끼워 맞춰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PIA1641621728749, 빛바랜마틴님 후원 감사합니다…!!!

    주화입마가 와서 글이 잘 안써지네용
    열심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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