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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박수와 함께, 두 번째 날이 저물고 있었다.

        

        방이 떠나가라 울린 환호성이 점차적으로 잦아들고, 백 명에 달했던 – 사실 백 명이 넘는 – 인원들은 옅게 발광하는 빛의 파편을 남기며 하나둘씩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해당 세션에서 로그아웃했다는 말이 맞겠지.

        

        어느덧 예선 랭크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스크림은 날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고, 적잖아 수천 명에 달하는 이들 중 상위권을 차지할 백 명만이 코리아 셀렉션 매치에 참여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사람의 숫자가 숫자이니만큼, 각자의 행선지는 몇 가지의 방향성으로 수렴할지언정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별다른 간택을 받지 못하거나 이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들은 빠르게 방에서 나갔고, 한 세션에 평균적으로 열다섯 명 정도 존재하는 프로게이머들에 의해 픽업된 이들은 새로이 만들어진 프라이빗 세션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중, 오늘 – SSM이 주최한 스크림 세션.

        

        해당 방에 소속된 프로게이머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받은 유진은, 언제나 그렇듯 근래 우연찮은 기회를 통해 알게 된 SSM의 프로게이머인 다이스를 방패 삼아 훌륭한 기동방어를 선보였다.

        

        요컨대, 언제나 그렇듯 – 다른 사람들에게는 둘이서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는 등, 도대체 언제부터 알게 됐냐는 등의 무성한 궁금증만을 남기고선 도망쳤다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또다시 다이스의 프라이빗 부스 안.

        

        이제는 꽤나 말을 편하게 하게 된 두 명이었다.

        

        

        

       “…내일은 죽어도 못 하겠어요. 오늘 스크림 돌리면서도 하루종일 머리아파 죽을 뻔했는데, 도대체 유진 씨는 체력이 어떻게 되먹으신 거예요?”

        

       “더 분발하셔요. 시간 내서 유산소 운동이라도 하시구요.”

        

       “말로만 하면 누군들 못해요….”

        

        

        

        철퍼덕.

        

        뺨부터 엎어진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이 책상 위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적잖아 세 시간 동안 최고 어려움 미션을 돌고 난 후 바로 이어진 스크림은 강행군 그 자체였다. 다이스의 입장에서는 그저 평범한 연습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상황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물론,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단 말이 온건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매 순간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버둥이었단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이스를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저 유진이라는 플레이어는 최고 어려움 미션을 돌면서 캐리란 캐리는 다 해놓고, 그 후 바로 이어진 SSM 스크림에서는 어제 Xi에서 한 것마냥 25판 중 17판 가까이 1등을 놓치지 않는다.

        

        사람인가?

        

        그런 물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걸 그대로 정면에서 내뱉기에는 그동안 겪은 일도 있었고…그리고 단순하게 생각해도 그건 실례 그 자체였다.

        

        게다가 굳이 가능성을 따져보자면, 그녀는…세간에서 종종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 발현자일 수도 있었다. 끝을 모르는 체력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근력 등을 감안하면 되려 그게 더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은 일종의…개인적인 디브리핑 시간이었으니까.

        

        

        

       “그 연습법, 효과는 있나요?”

        

       “글쎄요…음, 그래도 오늘은 가시적으로 도움이 좀 됐던 것 같기도 하네요. 반응속도가 늘어났다기보단 좀 처절하게 싸웠다는 면에서 한 말이긴 한데….”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거죠, 뭐.”

        

       “저 그거랑 비슷한 말 경기하면서 환청으로 들은 것 아세요?”

        

       “저런, 병원에 가셔야겠네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라고 말하기엔 상대방이 너무 강했다.

        

        다이스는 매사에 강약약약을 잊지 않는 사람이었고, 스탠스 자체도 투덜대기보다는 그냥 훈육당한 애완동물마냥 방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힝잉잉 소리를 내는 타입이었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유진은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궁금증 덩어리였다. 도대체 뭔 일을 하다 왔길래 이런 실력을 가진 건지, 무슨 연습을 했길래 일체의 기복도 없이 이런 결과를 내는지.

        

        그 점을 하나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악질 그 자체긴 했다.

        

        물론, 그것 말고도 이 사람의 골치아픈 점이 하나 더 있다면,

        

        

        

       “아, 지난 번에 제안하신 단기 계약 말인데.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해당 AP 디비전에 전해주시겠어요? 저로선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유진 씨는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개인적인 흥미라고 해주세요.”

        

        

        

        대놓고 말하긴 뭐했지만, 그야말로 예측이 불가능했다.

        

        어쩌면 그녀가 했던 말이 맞다고 볼 수도 있었다. 말 그대로 개인적인 흥미가 아니라면 설명 불가능한 행동 원리였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다이스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과연 당사자도 같은 대답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는, 대충 그런.

        

        

        공중에 몇 개의 스크린이 떠올랐다.

        

        틀어지고 있는 것은 특정 시점 이전까지는 외부로 방출될 이유조차 없는 당일 플레이 영상의 일부였는데, 이는 프로게이머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파편에 가까웠다.

        

        화면 너머로는 유진과 다이스의 플레이 화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한쪽은 비교적 여유로웠지만 다른 한 쪽은 오늘따라 유달리 힘겨운 싸움을 벌였으나, 그럼에도 그 실력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다.

        

        가끔가다 유진이 스스로를 불살라 – 하나의 폭풍이 되어 근처 모두를 산화시키며 세션에서 탈락했을 때면 어김없이 최상위권에 드는 것도 그녀였고.

        

        결국 프로게이머로서의 이명이 어딜 가는 건 아니었다.

        

        뜬금없이 나타난 유진이 좀 많이 비정상이었을 뿐.

        

        

        

       “…아무튼, 잘 됐네요. 오늘 스크림으로 어제만 잘하는 게 아닌 게 밝혀졌으니, 다들 오만가지 방법을 통해 유진 씨랑 함께 하려고 들 텐데. 저희 측에선 좋아라 하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짤막한 정적 이후 유진이 덧붙였다.

        

        

        

       “계약서를 읽어봤는데,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도 없었고…시간적 여유가 항상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볼게요. 남을 가르치는 게 능숙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요.”

        

       “그렇게 말해놓고선 잘 하실 거죠?”

        

       “하하….”

        

        

        

        그런 멋쩍은 웃음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일반]유진방송켰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적당한 자짤>

        

        

        

       돌격해 싀바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전체 댓글][등록순]

        

       -지랄ㅋㅋ 유진은 프로하러 미국갔어

       ㄴ[작성자]응아니야~~~~돌아왔어~~~~~~

        

       -19218913년간 존버하던 유진빠들 개같이 떡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나부터 개같이 물고빨러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친련 고작 이삼일 방송 안켰는데 왤케 그립노 ㅋㅋㅋㅋㅋㅋㅋ

       ㄴ삐빅 사랑입니다

        

       -좋다 ㅋㅋ 들가자마자 스크림썰 풀어달라고 개처럼 조른다 ㅋㅋ

        

        

        

        

        

        

        

        

        

        

        

        

       “…아, 여러분. 오랜만이네요. 가능만 했었더라면 스크림이랑 방송을 동시에 진행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에서야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요?”

        

        

        

       <눈에레몬즙뿌리기 님이 1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3일간방송을껐는데어떻게잘지냈을거라생각해개처럼너만기다렸어제발방송해줘닥존해줘소통해줘어어어어

        

        

        

       -선생님 저희들은 저런 새1기랑 관련이 없습니다

       -십라 도네꼬라지보고 방송켜자마자 놀라서 도망가겠노 ㅋㅋㅋㅋㅋㅋ

       -팩트)금단증상이다

       -챗창 비율이 시바 사람이 20%고 목줄풀린 개새1기들이 80%네 ㅋㅋㅋㅋㅋ

       -아 ㅋㅋ 꼬우면 그만 재밌으라고~~

        

        

        

        ….

        

        어….

        

        채팅창이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내가 여태까지 한 방송이 그렇게 알차다고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이랑 크게 교류한 적도 없는데…왜 7천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오만가지 난리법석을 떠는 중이지.

        

        분명 3일 전에 스크림 준비 및 참여, 그 외 기타 등등의 이유로 3일간 휴방을 한다고 얘기를 해놓긴 했는데, 그게 이 정도의 참사를 불러올 줄이야.

        

        쪼끔, 아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사실 오늘 방송을 켠 것도 그리 많은 걸 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조금 더 원활한 공지사항 업로드를 겸해서 트리키 개인 커뮤니티를 신설하겠다는 얘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방송을 켜자마자 도대체 어디서 다들 듣고 왔는지, 스크림 관련 이야기들로 아주 떠들썩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 시간을 들여 그 내용들을 살펴본 결과 도대체 어떻게 프로까지 껴있는 스크림에서 15승을 했냐는 물음이 많았다.

        

        까놓고 말해서, 이거였다.

        

        

        

       ‘잘 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략 그런 내용들과 도네이션이 열심히 쏟아지고 있었다.

        

        이미 일을 이만큼 거대하게 벌려버린 이상 여기서 겸손을 부리거나 해도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화자찬을 시작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할 수 있는 말을 하도록 하자.

        

        

        

       “스크림 관련으로 다들 이런저런 궁금증이 많으신 것 같은데…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저도 15승이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덟 번 정도 죽었네요. 정말 잘 하는 분들만 계셔서.”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하긴 잘하나보네 이 터미네이터를 8번씩 죽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어떤 립서비스도 필요없이 그저 ‘8번 죽었다’로 설명 끝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AP 솔로잉의 미래? 든 든 하 다 !

       -인간이랑 장갑차랑 23번 싸워서 8번이나 이김 ㅋㅋㅋㅋ

        

        

        

        풍평피해가…너무 심한데….

        

        도대체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에게 있어 나는 이제 한 명의 유저가 아니라 무슨 걸어다니는 장갑차에 준하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저 말을 하면서도 스크림에 참여했던 다른 유저 분들의 실력을 어떻게 하면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건만…그냥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죽었다는 것만으로 다들 납득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걸 반박하기도 좀 어렵긴 한데.

        

        나는 그냥 떨떠름하긴 해도 넘어가는 걸 택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번 스크림으로 많은 곳에서 오퍼를 주셨는데, 현재까진 프로게이머로 전향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거절했습니다. 대회야 조건만 만족하면 참여 가능하니까요. 그러면 나중에 무소속이라고 나오려나….”

        

        

        

       <라일락오피스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이번 오퍼 때 와일드카드만 다섯 개 받았다는데 참트루?

        

       “네. 물론 말씀드렸다시피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지점에서는 상당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이건 내 개인적인 선택인 것을.

        

       

        더 이상 이 부분에 이야기가 국한되지 않도록, 나는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도 이렇게 방송을 켠 만큼, 오늘만큼은 다크 존에서 좀 벗어나서 조금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고 싶네요. 게다가 여러분들을 위한 소식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오

       -뭐임? 큰거오나?

       -큰거온다다들준비해!!!!!!!!!!!!!!

       -아 ㅋㅋ 여기서 기대하는 흑우새기들없지?

       -솔직히 하나도기대안됨ㅋㅋ(심장박살날준비중)

        

        

        

       “다름이 아니라…네. 앞으로 제가 따로 방송을 켜거나 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공지사항도 올리고 여러분들이 합법적으로 드러누울 수 있는 트리키 개인 게시판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질문 칸도 따로 신설할테니, 추후 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그곳을 이용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개나리뉴욕버거칩 님이 4,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아잇싯팔내가 이럴 줄 알았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기대해도 좋다거나 하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아무튼, 채팅창은 혼자서 발화하고 혼자서 신나게 타오르는 중이었다 – 시청자들의 생리를 예측 가능한 거랑 그것의 물줄기를 트는 건 당연히 달랐고, 하여간 좋게 말해도 난장판이었다.

        

        벌써 채팅창은 드러눕는 사람들로 태산이었다.

        

        나름 이해는 간다. 내 사정 때문에 말할 수 없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맨날…더 이상 나와는 연관이 없게 된 말이지만, 그야말로 사정관리를 당하고 있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스트리머의 입장을 간과하는 녀석들은 용서하지 않아요.

        

        나는 하모니가 알려준 비기를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오늘따라 여러분들의 마음이 듬뿍 담긴 채팅이 상당히 많으니, 이 부분을 조금 식히기 위해서라도 조금 잔잔한 게임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위기가 차분해지면 그때 조금 더 논해보도록 하죠.”

        

        

        

        스윽.

        

        그러고서 눈 앞에 떠오르는 화면은───

        

        

        

       <매드포유진 님이 1,000원 후원>

       -시잇팔ㅋㅋㅋㅋ 선생님 제발 저희들이 뭘 잘못했단 말입니까ㅏㅏㅏㅏㅏㅏㅏㅏ

        

       “다들 집착을 버리고, 심리적 안정을 찾길 바라는 제 마음입니다.”

        

        

        

        점프 마스터.

        

        자고로 하나의 화제는 더 큰 화제로 진압하는 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러길래 뭘 자꾸 알려달라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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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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