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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0

       

       

       사람은 아주 많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이라고 하는데.

       다섯 욕구와 일곱 개의 감정을 오욕칠정이라 하던가.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감정이자, 이를 온전히 벗어나면 해탈의 경지에 닿게 된다고 한다만….

       

       솔직히 거기까진 모르겠다. 

       그쪽 방면은 관심조차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육체를 탐하는 성욕이든.

       돈을 탐하는 물욕이든.

       명성을 바라는 명예욕이든.

       

       그 모든 건 삶을 영위하여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생존욕이 아닐까.

       

       삶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마음. 

       죽고 싶지 않다는 갈망.

       

       어쩌면 그것이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욕망이 아닐까.

       

       무릎을 꿇은 중년인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증거가 바로 이 중년인이었으니 말이다.

       

       맹호구권(猛虎九拳) 황보열위.

       

       중원 백대 고수 반열에 오른 화경 무인이자 묵직한 일권이 일품이라는 무투인이었다.

       

       황보세가의 가주로서 딱히 부족하거나 월등한 무언가를 지니지는 않았고.

       

       딱 명가의 가주. 

       그 정도의 입지를 보여주는 인물이었지만.

       

       “소림이 접촉해왔다고 하던데.”

       

       지금은 타락해 마인이 된 인물이었다.

       

       내 말에 맹호구권이 조심스레 말을 이어간다.

       

       “…맞습니다. 몇 달 전 세가 내부로 접근을 시도했었습니다.”

       

       “이유는.”

       

       “벌어질 비무제에 초청과 이를 축하한다는 가주 공인 서찰을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주 공인 서찰이라….”

       

       맹호구권의 말에 고개를 까딱였다.

       

       ‘참석 요청은 그렇다 치고.’

       

       맹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축제다.

       그곳에 명가인 황보세가를 초청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만.

       

       ‘축하를 위해 가주 공인 서찰을 요구했다는 건….’

       

       턱을 쓰다듬다 눈을 빛냈다.

       

       ‘검선이 조금 더 자리를 확고히 잡겠다는 의미인가.’

       

       지난 맹주들에 비해 입지가 부족한 검선인 만큼, 자리를 조금 더 확고히 잡기 위한 시도가 아닐까 싶다.

       

       여타 명가나 명문이 축하한다는 공인 서찰을 보냈다고 한다면, 이는 그들이 검선을 지지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

       

       ‘그런 의미로 요구했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의아한 건.

       

       ‘소림이 직접 움직였다는 거겠지.’

       

       이러한 말들을 전하기 위해 소림이 직접 황보세가에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맹 소속 검대원이나 하다못해 검선의 문파인 무당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소림이 맹의 일을 전달하기 위해 명가를 찾았다는 것.

       

       거기서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확실히 보여주려는 건가.’

       

       맹 측 일에 소림이 참가했다.

       이는 즉, 소림이 무림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미래를 보고 인율을 읽는다는 소림 방장 천안.

       그가 현 무림맹을 밀어주겠다 선언한 것이니 말이다.

       

       “그 외의 다른 접촉은 없었나.”

       

       “…보고된 바는 없었습니다.”

       

       “쯧.”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이러면 저번에 들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진즉 나히를 통해 받은 정보와 다르지 않다. 그게 문제였다.

       

       ‘분명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산동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나히를 통해 이미 받고 있던 시점이다.

       그때와 뭔가 다른 정보가 있지 않을까 싶었건만.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단 알겠다.”

       

       아쉬움을 감추며 말하자 맹호구권이 고개를 더 깊게 숙인다.

       그런 그를 살피듯 쳐다봤다.

       

       ‘기체가 많이 안정됐군.’

       

       거한의 무인은 보기와 다르지 않게 튼튼하다.

       이는 육체 내에 있는 기감 또한 마찬가지.

       

       무투계열로 화경에 오른 무인이라 그런가, 내부 상황도 안정감이 그득하다.

       다만.

       

       미묘하게 불안정한 것 같은 게 언뜻 보인다.

       

       정말 자세하게 봐야 알아차릴 정도.

       맹호구권의 기운을 이리저리 살피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처음엔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박살이 나 있었는데, 지금은 회복을 끝내고 안정권에 들어선 것 같았다.

       

       “안색이 좋군. 보기 좋아.”

       

       “모두…교주님이 내려주신 축복 덕분입니다.”

       

       말을 듣고 눈을 좁혔다.

       ‘독천단은 거의 흡수를 끝낸 모양이군.’

       

       기운의 양이 늘고 단단해져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세 개나 먹였는데 안 나으면 미친 거지.’

       

       소림의 대환단과 가치가 비슷하다는 독천단.

       나는 그걸 놈에게 세 개를 먹였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 정도는 먹여야 했거든.’

       

       맹호구권의 육체가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던 탓이었다.

       이는 그가 내 손에 타락한 이유기도 했는데.

       

       황보가주가 건강이 안 좋다는 소문이 돌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것이 몇 년.

       쥐죽은 듯 숨어 지내던 그는 일 년 전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소문과 달리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말이다.

       덕분에 조금씩 흔들리던 황보세가가 다시 굳건해졌으나.

       

       이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소문은 사실이다.

       

       실제로 맹호구권은 당시 죽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황보 씨족의 특성 때문에.’

       

       씨족.

       

       직계만이 받을 수 있는 특수 무공의 문제점이 그러했다.

       

       외공을 극도로 단련하고 패도적인 무공을 사용하는 황보가의 무공 특성상, 나이가 들수록 생명력을 갉아먹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몇몇 이들이 신체가 붕괴하는 외병(外病)에 걸리게 된다.

       

       근육이 망가지고 내부 그릇에도 영향이 끼치게 되며 삶이 끝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그게 녀석의 빈틈이었다.

       

       ‘삶에 대한 갈망.’

       

       타락해라.

       

       그럼 살려주겠다.

       

       그게 맹호구권에게 말한 조건이었다.

        

       점차 죽어가던 맹호구권은 너무나 쉽게 이를 수락하게 된다.

       

       마인이 되면서 얻게 될 재생력.

       거기에 더해 망가진 기운을 고쳐줄 독천단까지.

       

       이 외에도 몇가지 과정을 거쳐야 했으나, 결과적으로 맹호구권이 마인으로 타락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토록 바라던 사대세가에 자리에 올려주겠다.

       

       황보세가를 사대세가 자리에 올려주겠다.

       그것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살아남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

       더불어 가주로서 지닌 명예욕까지.

       

       나는 그걸 파고들었고, 예상보다 쉽게 맹호구권은 마인으로 타락하게 됐다.

       

       ‘지금까지 황보세가는 뒷순위였으니까.’

       

       가장 사대세가에 적합하나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명가.

       그게 황보세가에 대한 인식이었다.

       

       이는 분명 지난날 역대 황보 가주들의 업이었을 터.

       

       그런 업을 자신의 세대에서 끝낸다.

       하여, 역대 최고의 황보 가주에 오른다.

       

       그게 맹호구권의 가장 큰 바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건강을 돌려줌과 동시에 이를 실행하게끔 해주겠다 하였고.

       맹호구권은 이에 손을 잡았을 따름이었다.

       

       ‘그저 그 틈을 파고들었을 뿐이야.’

       

       지출이 다소 크게 보이긴 했으나.

       덕분에 쓸만한 장기말을 얻게 된 만큼, 그리 큰 지출은 아니었다.

       

       ‘독천단이야 만들면 그만이니까.’

       

       제조법은 이미 가지고 있고.

       그걸 토대로 이미 제작도 실행 중인 상황.

       

       당연하지만, 이 제작은 당문에서 맡고 있었다.

       아주 비밀리에 말이다.

       

       ‘당 소가주 말로는…. 길어도 올해 안에는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지.’

       

       수 세기 전 잃어버린 것인 만큼 원본처럼 만드는 것까진 기대하고 있지 않다만.

       나오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그 외에 부탁해 놓은 건 어떻게 됐지?”

       

       “방계에 대한 대처는 말씀대로 해결해놓았습니다.”

       

       황보세가의 방계.

       묵권에 대한 얘기다.

       

       “직계 무공까진 아니어도 지금껏 받던 부조리를 줄여놓았으며….”

       

       나는 녀석이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대처를 해놓았다.

       

       “또한.”

       

       맹호구권이 자안을 빛내며 내게 말을 잇는다.

       

       “명하신 대로 소가주로 이공자를 지명하겠다는 장로회 소집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황보 이공자.

       황보철위를 말하는 것이다.

       

       ‘언젠가 말했었지.’

       

       황보척이라는 일 공자는 쓰레기니 처리하고 황보철위를 가주로 올릴 예정이라고.

       이에 대한 실행도 준비 중이었다.

        

       “나쁘지 않네. 고생했어.”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나쁘지 않다.

       계획이 차근차근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여 맹호구권에게 말했다.

       

       “남은 것도 준비하고 있도록. 슬슬 때가 될 터이니.”

       

       “…!”

       

       “이제 가야 하지 않겠어? 사대세가로 말이야.”

       때는 비무제가 끝난 후.

       

       혹은.

       

       ‘비무제 도중.’

       

       상황에 맞춰서 준비할 테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때는 그때일 터.

       

       확실한 발판을 마련할 때였다.

       

       “…이 하찮은 목숨을 모두 교주님께 바치겠습니다.”

       

       맹호구권이 이에 바닥에 닿을 듯 고개를 숙인다.

       

       서늘한 기색이 담긴 눈으로 맹호구권을 쳐다봤다.

       그럼, 목숨을 바쳐야지. 

       

       ‘그러려고 너희를 쓰는 거니까.’

       

       계획에 문제는 없다.

       이변이라 한다면, 소림이 개입한 이유일 뿐인데.

       

       ‘이 부분은 제갈혁에게 조금 더 확실하게 전달해 놓아야겠어.’

       

       이쪽에선 이걸 파악해줄 뛰어난 책사가 있으니 믿어볼 것이다.

       

       그 녀석이 내 뜻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그렇게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을 즈음.

       

       “양천아.”

       

       옆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철지선이다.

       

       시선을 옮기니 녀석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책사 쪽에서의 전달이야.”

       

       “음?”

       

       철지선이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기에 뭔가 했더니, 바로 제갈혁의 서신이었다.

       

       ‘여전히 떨떠름한가 보네.’

       

       신의도 그렇고 철지선은 제갈혁에게도 별로 좋은 감정이 없는 듯 보였다. 

       

       제갈혁이 신의의 손자라는 걸 알게 된 직후부터 저랬으니, 같은 성씨임에도 저런다는 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일 테지만.

       

       ‘알아서 하겠지.’

       

       거기까진 관여치 않고 있었다.

       

       바빠 죽겠는데 그쪽 사정까지 봐줄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사락.

       

       받은 서신을 곧장 펼쳤다.

       

       안에는 짧은 글귀로 몇 줄이 적혀 있었다. 모두 내가 부탁해둔 정보와 명령의 해결책이었다.

       

       -비룡대주의 자식을 확인. 명령대로 배치함.

       

       범동의 딸을 제대로 찾아낸 모양이다.

       이후 감시만 해두라는 지시를 내렸으니 인원을 배치했으리라.

       

       거기에.

       

       -무당 측에서 이상 활동을 확인.

       

       ‘음?’

       

       이질적인 정보가 적혀 있었다.

       

       -파악하기로 암암리에 귀물을 수집 중인 것으로 보임.

       

       ‘귀물을 수집해?’

       

       무당에서?

       

       제갈혁이 적어놓았다면 맞는 정보일 텐데. 무당에서 귀물을 모을 만한 일이 있을까 싶었다.

       

       ‘뭘 하려는 거지.’

       

       신경 쓰인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떤 개짓거리를 하려고.’

       

       무당에서 심상찮은 일을 저지르려고 한다는 걸 말이다.

       

       ‘쯧, 하필 암왕(暗王)이 부재중인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무당에 사람을 보내 정보를 얻어내는 게 가장 빠르다만. 

       저번에 내가 저지른 일도 있고, 검선이 하남에 있는 시점이니 무당의 경계는 평소보다 곱절은 더 심할 터.

       

       이를 뚫고 정보를 얻어낼 만한 인물은 당장 암왕뿐이었다.

       

       ‘복귀하라고 말을 전해놓았는데도 안 오고 있는 걸 보면 그쪽도 일이 좀 있는 모양이야.’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눈을 빛냈다.

       

       ‘…한 가지 있긴 하네.’

       

       무당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방법.

       암왕만큼 확실할지는 몰라도 한 가지 있기는 했다.

       

       이 부분은 가까운 시일 내에 준비하라 하고.

       

       ‘마지막은.’

       

       서찰에 적힌 마지막 줄, 이를 읽어내는 순간.

       

       멈칫-!

       보자마자 잠시 몸을 굳혀야 했다.

       

       “허. 이것 봐라?”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갈혁이 보낸 서신의 마지막 줄은 바로.

       

       -도왕(刀王)이 비무제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농후. 이를 예의주시할 것.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정보였으며. 

       또한.

       

       ‘사람 불안하게 자꾸 일이 잘 풀리네.’

       

       은근히 바라 못지않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

       

       

       

       

       

       일을 끝내고 맹호구권을 복귀시킨 직후.

       

       내가 향한 곳은 신의가 있는 곳이었다.

       

       남궁비아를 만나기 위함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그곳을 찾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함에 가까웠다.

       

       “오랜만이오.”

       

       차가운 인상에 수려한 외형을 가진 미중년.

       알게 모를 섬뜩한 기색이 느껴지는 이를 보며 내가 고개를 까딱였다.

       

       “예. 오랜만입니다.”

       

       중년인의 정체는 현 검왕(劍王)인.

       남궁가의 가주 창천검왕 남궁진이었다.

       

       그는 마침 신의의 처소에서 나오는 길이었는데, 아마 남궁비아를 보고 나오는 듯 보였다.

       

       “그간 잘 지내셨소?”

       

       날 보며 살짝 웃는 표정이 묘하게 거슬린다.

       

       남궁비아의 아비임은 입증하듯 닮은 미소가 보이는데.

       그와 별개로 본능적으로 멀리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예. 가주님께서도 잘 지내셨는지요.”

       

       “그 딱딱한 호칭은 여전하구려.”

       

       “…”

       

       그럼 이거 말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

       

       떠오르는 호칭이 몇 존재했으나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굳이 뽑자면 욕정도? 그건 차마 할 수 없기에 참아내야 했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그것도 일 년 전인가.’

       

       일이 있어 남궁세가에 향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일이 아마.

       

       ‘천존(天尊)의 서찰을 전하는 일이었지.’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모르나, 나가는 김에 전해줬던 기억이 있다.

       

       ‘…겸사겸사 쓸데없이 찾아오지 않게 대처도 해놓았고 말이야.’

       

       남궁가가 잃어버린 남궁명의 검.

       그걸 내게 얻기 위해 달라붙은 남궁진.

       

       이에 관한 대처를 하기 위해 미리 수를 써둔 시점이었다.

       

       나는 남궁진을 잠깐 살피고서 말을 내뱉었다.

       

       “수련은…. 잘 되어 가시는 것 같네요.”

       

       “그래 보인다니 듣기 좋은 말이오.”

       

       내 말에 남궁진이 살짝 웃는다.

       

       입바른 소리는 아니었다.

       실제로 남궁진의 경지는 예전과 달리 확고하게 변해 있었다.

       

       ‘처음 봤을 땐 반쯤 걸쳐진 화경이었는데.’

       

       불과 삼사 년 사이. 

       남궁진은 완벽한 화경으로 거듭나있었다.

       

       여전히 검왕이라 불리긴 부족한 것 같다만, 강자로 불리기엔 충분한 정도.

       

       ‘그 자그마한 이야기가 정말 쓸모가 있었던 걸까.’

       

       처음엔 신 노야가 했고.

       두 번째는 내가 우스갯소리를 뱉었고.

       

       세 번째는 천존의 머리를 빌렸다. 

       서찰을 써주는 대신 좀 도와달라고 했었지.

       

       ‘그 세 번의 정보로 저 정도까지 갔다는 건.’

       

       결국, 남궁진 본인이 애당초 재능을 잘 타고났다는 뜻이리라.

       하기야, 남궁비아의 아비인 만큼 당연한 얘기려나?

       

       “…따님을 만나고 오는 모양이십니다?”

       

       남궁비아가 문득 떠올라 물었다. 그러자.

       

       “음, 비슷하오. 딸도 딸이고….”

       

       말을 뱉는 남궁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왜 저럴까 싶던 찰나.

       

       ‘아.’

       

       저 안에 누가 있는지를 깨닫는다.

       

       ‘괴선(怪仙).’

       

       무당괴선 남궁형. 

       그 또한 저곳에 있었지.

       

       두 사람의 관계가 안 좋다는 것쯤이야 지금 괴선의 소속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잠시 표정을 바꾸던 남궁진은 이내 다시 미소를 띠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조부님께선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하오만.”

       

       천존에 대한 물음이다.

       서찰로 전해 받았듯 그는 천존이 산서에 머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마 잘 지내고 계실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건 가능하면 안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천존을 떠올리니 살짝 골치가 아파온다.

       

       정파의 정상이라 불리는 삼존. 그중 셋이 전부 산서에 머물렀던 전적이 있다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거의 마굴(魔窟)같이 보겠지.’

       

       뻔한 얘기였다. 세상 어느 세가도 하지 못한 짓을 해낸 것이니 말이다.

       

       “…여전히 세가에 돌아올 의향은 없어 보이셨소?”

       

       “그건 직접 여쭤보시지요. 저도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나도 그러고 싶으나…. 아쉽게도 연락을 받지 않으시오.”

       

       남궁가에 서찰을 전해주었던 다음, 천존은 그 뒤로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다.

       

       세가에서 무언가 왔다 하면 읽지도 않고 반환하기 일쑤였다.

       

       ‘와중에 직접 찾아오진 않았다는 건.’

       

       아마 천존이 절대 오지 말라며 뭔가를 해놓은 덕일 것이다.

       

       “하여 가능하다면….”

       

       이에 남궁진이 뭐라 말을 덧붙이려는데.

       

       “그 전에.”

       

       그보다 내가 할 말이 우선이었다.

       

       “일공자께서도 왔다고 하던데. 어디 있는지요.”

       

       뇨룡 남궁천준.

       

       나는 녀석을 찾아 이곳에 왔다. 

       남궁비아의 말로는 분명 같이 왔다고 했었으니, 이곳에 있으리라 보고 온 것인데.

       

       “음?”

       

       남궁진은 내 말에 대답하길.

       

       “일공자는 동행하지 않았소. 따로 해야 할 일이 조금 있어서 아쉽게도 하남에는 오지 못하였소.”

       

       “…그게 무슨.”

       

       예상과 다소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오지 못했다고?’

       

       분명 남궁비아는 온다고 말해놨는데, 혹 중간에 빠진 걸까.

       

       ‘이러면 조금 애매해지잖아.’

       

       남궁천준이 하남, 그것도 남궁비아가 있는 곳에 온다.

       

       이는 내가 걸어둔 금제에 반하는 일이었고, 이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거늘.

       

       ‘남궁천준이 오지 않았다면.’

       

       확인하기 다소 애매 해져버렸다.

        

       이렇게 되면….

       

       ‘금제가 걸려있어 오지 않았을 확률도 있다만.’

       

       오려 해도 불가능했다는 가능성과 더불어.

       

       ‘그게 아닐 가능성도 있는데.’

       

       올 수 있으나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생겨버린다.

       

       느껴지는 바로는 금제가 여전히 잘 걸려있는 것 같았으나 이는 혹시 모를 일이었다.

       

       ‘확실히 해봐야겠어.’

       

       아무래도 나히를 불러 확인을 해야 할 듯싶었다.

       

       ‘원래라면 직접 해야하는데.’

       

       당장 이틀 뒤에 비무제였다. 

       이것까지 확인하기엔 무리다.

       

       ‘쯧.’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미뤄둘 건 미뤄두자. 

       

       그리 판단하며 남궁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말씀 감사합니다. 하면, 밤이 늦었으니 나중에 다시 인사를 드리러 오겠습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오만…. 혹, 대련이라도 잠시….”

       

       그 틈을 노려 남궁진이 은근슬쩍 가르침이 바라는 게 보였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선약이 있어서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오늘은 일정이 있는 터라…. 다음에 정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당연히 남궁진을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아쉬워하는 남궁진을 무시한 채 도망치듯 내 처소로 돌아왔고.

       수련을 동반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 어느덧.

       

       

       

       비무제 당일이 찾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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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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