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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0

    <690 – 충격고백(8)>

     

    고립무원의 마경 제 2구역 황금의 도시에는 악천군 곽조가 언급했던 범죄조직이 한참 현역으로 작업을 치고 있었다.

     

    “대체 왜, 우리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거기서 비켜. 제발, 황금수호병이 쫓아온다고!”

    “너희가 이러고도 인간이야?!”

     

    담패를 문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코웃음을 쳤다.

     

    “돈 네무조아께서 명하셨다. 정당한 자릿세를 지불하지 않은 자는 누구도 우리 조직이 점거한 첨탑출구를 지나갈 수 없다고.”

    “목숨이 아깝다면 돈을 내라. 낼 수 없다면 꺼져라. 이 간단한 규칙이 네놈들의 천한 머리에는 주입이 되지 않는가?”

     

    첨탑 출구를 막아선 남자들을 바라보는 모험가들의 눈길에 독기가 차올랐다.

    절박한 모험가들과 달리, 장창과 샷건으로 무장한 남자들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아무리 그래도 금화 1000매는 너무 심하잖아!”

     

    금화 1000매.

    포인트로 환산하면 10만 포인트.

    +10강 유물 하나에 맞먹는 가치로 오크노디의 소지 아이템 중에서는 <중첩보관의 마석배낭>이 정확히 10만 포인트 상당의 감정가를 지녔다.

    어지간한 대귀족의 자제가 아니고서는 마석만을 보관할 수 있는 가방 따위에 사치를 부릴 수 없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사치품에 매겨지는 금액이다.

    혹은 기프트 아카데미의 1포인트 흑빵을 서른 명이 하루 세 번 30년을 사 먹으며 연구실에서 납치감금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 서른 명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금액이기도 했다.

    정말 악독한 교수라면 식사도 알아서 농사를 지어가며 해결하라고 하거나 아예 언데드로 만들어서 유지비 자체를 만들지도 않겠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한 모험가들은 한가하게 금화 천 매의 가치를 떠올릴 여유조차도 없었다.

     

    “싫다면 그대로 아이템이 되어라. 쓸만한 아이템이 된다면 우리가 주워서 잘 써주마.”

    “그 표정은 뭐지. 우리의 친절한 경고를 무시하고 기어이 덤비겠다는 건가?”

     

    모험가들이 격노에 휩싸여 외쳤다.

     

    “이런 악마 같은 녀석들!!”

    “하자. 여기서 다 털리면 어차피 우린 돌아가도 망한 목숨이야. 귀족 나으리들이 출자금을 잃고 빈손으로 돌아온 우릴 살려줄 리가 없어.”

    “이래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라면 너희 모가지를 한 놈이라도 따고 죽어주마!!”

     

    처절한 생사 결전이 시작되었으나, 그 끝에 온전히 서 있는 자들은 모두 조직의 인간들이었다.

    탕!

    한 발의 총성에 인챈트된 마나의 총량은 모험가들이 건져낸 보물 하나에 필적했으니까.

     

    “부단장이 연금술사라서 참 다행이군. 이 좋은 마법탄을 무제한으로 퍼부을 수 있으니.”

    “수확은?”

    “금화 3200매.”

    “귀족들이 힘 좀 꽤나 썼군.”

    “쓰긴 뭘 써? 유물이라고 생색이나 겨우 낼 만한 마도구 세 개 사면 끝날 돈인데. 정말로 작정하고 뭔가를 이루려고 했다면 모험가가 아닌 기사를, 어중간한 투자금이 아닌 유물 최상급 마도구에 비견되는 군자금을 쓰고 왔겠지.”

    “그건 그래.”

     

    마경은 애들 놀이터가 아니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모험의 장도 아니다.

    많은 모험가들이 쓰러지고 죽어나간, 보물의 수만큼이나 많은 절망이 겹겹이 쌓인 전장이다.

    귀족들은 어설펐다.

    그들의 의뢰를 받은 모험가들도 그랬다.

    범죄조직 <검은황금단>만이 마경의 진정한 위험을 깨달았다.

    그들은 결정했다.

    도시에서 보물을 훔치는 방향으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그래서 보물을 훔치려는 모험가들을 털어먹는 방향으로 노선을 전환하였다.

     

    검은황금단의 전략은 그들의 성공과 부흥, 조직의 존속으로 증명되었다.

     

    수배를 피해 마경으로 달아났던 범죄자들은 어느덧 그들을 뒤쫓던 기사들조차 나서기 두려워할 강자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모험가가 지녔던 장비, 귀족들의 후원금, 그들이 발굴한 전리품 등을 모은 결과였다.

    이번 모험가들을 죽이고 얻은 전리품의 1할을 부하들에게서 상납받던 단장의 눈이 첨탑의 창가를 돌아보았다.

     

    와장창!

     

    습격자는 앞서 죽은 모험가들의 동료였다.

    혼자만 죽을 수는 없다며 마석폭탄을 잔뜩 몸에 두르고 달려드는 그의 모습에 급히 사격을 가하려던 조직원들이 흠칫 놀랐다.

    여기서 저걸 쐈다간 유폭으로 첨탑 전체가 증발한다.

     

    “방해다. 부단장.”

    “구조변경의 술식전개!”

     

    부단장이 첨탑의 반절을 무너뜨리며 폭발의 가동범위에서 급히 피한 직후, 눈부신 폭발이 첨탑 꼭대기층에서 일어났다.

    수많은 보물을 두른 조직원들도 폭발의 여파가 지상까지 내리꽂히며 가해지는 충격에 피를 토하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엄살떨지 말고 포로 새끼들 똑바로 감시해라. 도시의 다음 구역에 진입하려면 놈들이 필요하니까.”

     

    무너뜨린 첨탑의 반절을 역으로 다시 솟구쳐오르게 만든 부단장은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게 시가를 문 단장을 보며 기가 막혔다.

     

    “오늘은 시가에 불이 잘 붙는군.”

    “미친. 그 폭발에 휩쓸리고도 그걸 시가에 붙일 불 취급을 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단장은 정말 인간이 맞기나 합니까?”

    “시답잖은 소린 집어치워라. 기사단에 쫓기던 조직도 이제는 역으로 기사단 사냥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단장은 더 강해져야지.”

    “돈 네무조아. 단장이 강한 겁니까, 단장이 입은 그 기가 막힌 유물 <탐욕의 갑주>가 좋은 겁니까?”

    “대규모 구조변경술식을 밥 먹듯이 전개할 수 있는 네놈의 <황금장갑>만 보면 아직도 배알이 꼴린다. 아부는 집어치워라.”

     

    제 1 구역 발굴지대에서 호수의 기사들이 작심하고 오랜시간 발굴작업을 벌여 건져낸 <지팡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유물들.

    제물로 바친 아이템을 흡수하여 성장하며 성장한계에 끝이 없는 탐욕의 갑주와 소유한 자산에 비례하여 성능이 강화되는 황금장갑.

    조직의 일원들은 모두 단장과 부단장의 유물만큼은 아니어도 능히 조직원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대단한 유물을 하나쯤은 지니고 있다.

     

    “단장. <거물>이 걸렸다.”

     

    천리안의 안경. 멀리서 접근하는 고가치 대상의 속도와 위치, 가치를 감지할 수 있는 마도구가 정찰에 특화된 조직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늘은 두 탕이군. 이 짓을 졸업할 날도 머지않겠어. 그래, 이번 손님은 얼마 뒤에 도착하지. 이제 막 감지범위에 들어왔다면 30분인가?”

    “3분. 아니, 30초면 충분하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정도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대상을 <규정위반>으로 체포하는 황금수호병들이 돌아다니는 도시에서 30분을 30초로 좁힐 속도로 다니는 무언가가 있다고?”

     

    규격 외다.

    단장과 부단장, 관측병과 조직원들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강력한 고위계 보스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천령산맥 레인저부대에서 10년을 근무한 레인저 출신의 관측병이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다.

     

    “놈의 가치를 판별해라.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도 내 전투력에 비견되기는 쉽지 않을 거다. 네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나? 내 전투력은 금화 53만 매라고.”

     

    천리안의 안경이 계산한 단장 돈 네무조아의 가치는 금화 53만 매.

    방랑기사의 전투력이 금화 100매에서 1000매 사이를 오가고 황금수호병 한 기의 전투력이 금화 1만 매에서 2만 매 사이를 오감을 고려하면 단장의 전투력은 압도적으로 대단하다.

    기사 서른 명이 모인 기사단의 일제돌격을 맞이하더라도 그 전투력은 금화 30만 매를 능가할 수 없으니, 단장은 이미 홀로 기사단의 무력을 아득하게 능가했다.

     

    “계측불가.”

    “…진심이냐? 대륙십대창수조차 계측했던 네가 계측불가를 논한다고?”

     

    마경탐사는 거물들도 간간히 진행한다.

    개중에는 제국의 랭킹보드에 이름을 올린 세계 제일의 창술사 <신창>도 있었다.

    신창의 전투력은 금화 300만 매.

    세간에서는 기프트 아카데미의 ‘정교수’급으로 여겨지는 강자다.

    헌데 그보다도 더한 계측불가의 전투력이라니.

     

    “가장 최근에 마경에 나타났던 대륙십대도적의 일원, 목숨도둑 제토의 전투력도 금화 195만 매에 불과했다. 저것이 그런 괴물들보다 더하단 말이냐?”

     

    백만 자리까지 계측할 수 있는 천리안의 안경이 계산할 수 없다면, 그 전투력은 최소 금화 천만 매에 도달해야 할 터.

    그 강함은 신창의 세 배 이상이나 다름없다.

    검은황금단 단주 돈 네무조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것>이 굉음을 동반하며 나타났다.

    인지했을 때는 이미 그들의 영역을 관통하며 저 멀리 지나가 버리는 그것.

    귀청이 찢어지듯 날카로운 굉음이 뒤늦게 울렸다.

    위협적인 바람은 몸을 가누기도 힘들 풍압을 냈다.

    충격파로 조직원들이 거리의 쓰레기처럼 뒹굴었다.

    두 다리로 버틴 것은 <황금장갑>으로 벽을 세워 버틴 부단장과 <탐욕의 갑주>의 증강효과를 받은 단장 두 사람뿐이었다.

     

    “비공정…? 단장, 저거 비공정 맞습니까?”

    “비공정이 아니다.”

     

    단장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리 작고 초고속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저건 비공정이어야 합니다. 비공정이 아니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병기가 나타났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게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건 비공정이 아닌 그 위에 있던 사람이라는 말이다.”

     

    단장은 똑똑히 목격했다.

    정말로 무서운 건 저 비행마도구, 초소형 초고속 최신형 비공정이 아니었다.

    그 위에 안전장치도 없이 팔짱을 끼며 올라탄 로브를 두른 괴인과 비공정을 손바닥으로 탕탕 내리치며 깔깔 웃는 아이야말로 두려워해야 마땅했다.

    심지어 그중 하나.

    로브의 괴인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인지했다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천리안의 안경이 없어도 알겠군.’

     

    신창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엄청난 강자다.

    그가 감당할 수 없을 괴물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심지어 그건 혼자도 아니었다.

     

    “곽조?”

     

    단장과 함께 ‘그것’의 위를 목격한 자.

    관측병의 입에서 귀에 익은 이름이 언급되었으니까.

     

    “곽조. 우리가 영입하려면 동방의 모략가, 기프트 아카데미에 압송되었던 악천군 곽조가 새로운 파티와 함께 나타났단 말인가?”

     

    ‘곽조파티’의 등장에 단장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부하들과 함께 영지 하나를 점령하여 대영주의 꿈을 키우겠다는 미래를 저버리고, 자신의 부하들이 지닌 보물과 힘을 모조리 <탐욕의 갑옷>에 쑤셔 박아 당장 힘을 키워야만 한다는 충동을.

    저런 규격 외의 괴물들이 나타난 시점에서 이 도시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부단장. 관측병. 그간의 충정을 고려하여 너희 둘만은 봐주마.”

     

    곽조파티가 떠나간 하늘을 올려다보는 단장의 발치로 그림자가 급격하게 꿈틀거리며 조직원들의 발치로 손을 뻗었다.

     

    [구역보스 <돈 네무조아>가 포식패턴을 발동합니다.]

    [돈 네무조아의 위계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곽조파티의 등장만으로도 위기감을 느낀 돈 네무조아는 기어이 자신의 손으로 키운 조직을 단 두 명만을 남기고 모조리 제물로 삼았다.

     

    “말해라. 지금의 내 전투력은 얼마나 되는지.”

    “…금화 524만매.”

    “그런가. 이제야 신창의 경지를 넘어섰군. 이 도시에 보낸 시간이 마냥 헛되지만은 않았어.”

     

    그런 자신보다도 강한 금화 천만 매 이상의 강자.

    그건 ‘전부’를 합한 결과였을까.

    아니면 로브를 두른 거인의 단독 결과였을까.

     

    “시험해야겠다. 따라와라.”

     

    구역제한으로부터 벗어난 필드보스 <돈 네무조아>가 플라잉전투기골렘 로시난테의 뒤를 쫓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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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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