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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0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뭐가요?”

        

       “아르테미스의 협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저들이 어떻게 로어 맨해튼에 자리를 잡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네. 어떻게 저렇게까지 깊게 들어온 거지?”

        

       “어…잠수함이라도 타고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잠수함이든 구축함이든 항공모함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위치가 로어 맨해튼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뭘 타고 왔든 2개 중대 규모의 분견대를 로어 맨해튼에 드롭시키려면 어퍼 만까지 진입해야 해.”

        

       “…그게 가능한가요?”

        

       “옛날마냥 어퍼 만이 깨끗했다면 몰라도, 쓰레기랑 기뢰에 뒤덮인 지금이라면 당연히 불가능하니까 이러고 있는 거지.”

        

        

        

        트라이베카 포인테, 다음 날.

        

        5월의 맨해튼은 실로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조용했다. 주변의 수십 채가 넘는 고층건물의 옥상 절벽에 설치한 캠을 통해 내려다보아도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직접 눈으로 볼 필요도 없었다. 이카루스 기어와 연동된 캠의 능동감시기능의 성능이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드론캠까지 합해지니 굳이 사람이 볼 필요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창문 없는 빌딩이라고 불리는 33 토마스 스트리트 건물, 동시에 현재 러-중 연합군 분견대의 지휘부로 쓰이고 있는 바로 그곳 및 그 근방을 돌아다니는 순찰대, 요새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 중이었다.

        

        무언가 특별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어와 연결된 캠이 잡아내 센트럴 파크 HQ로 전송할 수 있었기에, 나와 올리비아 씨는 아주 중요한 사항만 직접 대응할 예정이었다.

        

        가령 분견대가 센트럴 파크 인근까지 정찰하러 올라가는…그런 건 좀 곤란했다.

        

        

        

       ‘저 분견대는 딱히 정찰에 관심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뭐라고 해야 하나, 맨해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하러 온 듯한 느낌 같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나는 올리비아 씨가 어떤 맥락에서 의문을 제기한 건지 잘 몰랐기에, 그 부분을 이해하려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 분이 갑자기 왜 이렇게 고민을 하고 계시는 걸까 싶었다.

        

        그런 와중 올리비아 씨는 맨해튼 뿐만이 아니라 뉴욕 시 대부분이 보이는 지도를 보여주었고,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분견대가 로어 맨해튼으로 온 방법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추측해볼 수 있어. 첫 번째는 맨해튼 북쪽을 통해, 두 번째는 브루클린 혹은 퀸스 쪽을 통해, 세 번째는 뉴욕 만을 통해, 네 번째는 뉴저지 쪽을 통해서인데…이 중 세 번째랑 네 번째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왜요?”

        

       “허드슨 강과 뉴욕 만은 정찰 드론이 쫘악 깔렸거든. 그쪽으로 왔다면 진즉 들켰겠지.”

        

       “그럼 두 번째 선택지면…브루클린이랑 퀸스는 탈옥수 엄청 많지 않나요? 거기에 클리너 분들까지 있으니 그쪽으로 왔으면 바로 난리났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게다가 조디악은 북쪽에 분견대가 있는 걸 잘 모르는 눈치였어. 아무리 새벽에 이동한다고 가정한들 탈옥수와 클리너의 눈에 띄지 않게 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확실히 그렇다.

        

        그렇다면 마지막 가능성은 맨해튼 북쪽에서부터 온 건데…그것도 불가능하지 않나? 그럴 필요도 없고. 차라리 그럴거면 맨해튼 북쪽에 있는 편이 훨씬 낫겠지.

        

        게다가 맨해튼 북부에서 로어 맨해튼까지 내려올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미드타운에는 브루클린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중한 경계가 펼쳐진 상태. 무장한 200명이 로어 맨해튼까지 내려올 이유도 없고, 내려와도 들킨다.

        

        올리비아 씨는 거기까지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제야 올리비아 씨가 염려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금 화면에도 보이고 있는 러-중 분견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와있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동일한 방법으로 뚫리게 될 테니까.

        

        

        …근데 생각해보니, 그 조디악이라는 사람한테 한 번 물어보면 뭔가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나는 그리 말했고, 올리비아 씨는 마뜩찮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한 번 시도는 해본다고 말했다. 나 역시도 뭐…딱히 의미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통신라인은 연결되어있었고, 나름의 연락 방식도 정해진 상태였기에, 우리는 즉각 채널을 이리저리 조작한 후 시그널을 보냈다.

        

        

        그리고 대략 10분이나 지났을까, 통신기 건너편에서 약간 허스키하면서 다소곳한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조디악입니다.

        

       “당소 스토커 액츄얼. 현재 통신 가능한지?”

        

       -예. 있다고…알립니다. 무슨 일입니까?

        

       “브루클린에서 중무장한 병력의 이동을 본 적 있나? 규모는 대략 200명 전후, 무장 수준은 미군에 필적함을 기준으로 잡음.”

        

       -어…제 기억상으로는 없습니다. 하이에나 카운슬에서도 관련 안건은 올라온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 이거면 충분한 대답이 되었습니까?

        

       “확인. 작전 진행 전 다시 연락하겠음.”

        

       -알겠습니다. 근데, 음….

        

        

        

        그리고 이어지는 약간의 정적.

        

        그러더니 그녀의 말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 확실한 건 아니지만, 요즘 북쪽에서 클리너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브롱스랑 그 위쪽…그러니까 포덤 방면이었을 겁니다. 듣자 하니 거기 철도 근처에 뭐가 좀 많은가 봅니다.

        

       “…그것 뿐인가?”

        

       -중무장한 병력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말입니다. 뭔가 좀 더 괜찮은 정보가 들어오려면 그보단 좀 더 시간이 걸릴 거고요.

        

       “…지하철?”

        

        

        

        마지막 말은 내가 중얼거린 거였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흩어져있는 모든 퍼즐 조각들이 순식간에 조립되어 하나의 그림을 그렸다 – 당연하겠지만 올리비아 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무언가 좀 알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방법을 왜 몰랐을까 싶기도 하다. 당장 지하철만 있다면 선로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지하로 무난하게 이동이 가능했고, 지상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니 들킬 걱정도 없겠지.

        

        거기에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면, 일단 선로만을 기준으로 한다면…어디서 상륙하든 로어 맨해튼으로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지하철 통로는 전부 수몰되었단 점까지 감안해야 하니….

        

        그러는 와중에도 올리비아 씨는 황급히 화면을 조작해 맨해튼의 모든 전철라인을 확인하고 있었고, 이어 주변 곳곳으로 혈관처럼 뻗어나가는 노선도 중 한 군데를 짚었다.

        

        

        맨해튼도, 뉴욕도 아니었다.

        

        뉴욕 주의 우측에 있는 코네티컷 주의 뉴헤이븐이라는 항구도시가 거기 있었다.

        

        

        

       “메트로 노스 철도 뉴헤이븐선. 할렘부터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까지는 지하 운행이야.”

        

       “그럼 지상운행을 할 때는 어떻게 안 들켰을까요?”

        

       “그걸 우리에게 알려줄 사람이 어디 있겠니, 다 죽거나 피난갔겠지.”

        

        

        

        …시니컬하지만, 그 외의 대답은 사실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애초에 우리가 센트럴 파크를 전부 쓰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원 절반 정도를 기점으로 했을 때 남쪽은 온갖 신규 시설로 가득했지만, 북쪽은 파크에 머무는 민간인들이 대거 빠져버렸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공사와 건축이 지연되고, 수도관도 깔리다 만 상태. 다시 말해 맨해튼 남쪽에 대한 통제권은 어느 정도 있지만 반대로 북쪽 부분은 정부의 힘이 그닥 잘 닿지 않는단 뜻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외부와 통하는 지하철 통로까지 싸그리 막아야만 하는 건가? 그리고 거기서 무슨 일이 터지면 거기도 우리가 가야만 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거겠지.

        

        

        아무튼, 우리가 그렇게 둘이서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남겨진 저쪽이 입을 열었다.

        

        

        

       -…스토커, 그 뭐시냐…액츄얼? 뭔가 문제 있습니까?

        

       “당소 스토커 액츄얼. 문제 없다고 알림. 충분한 도움이 되었음.”

        

       -뭐어, 알겠습니다. 나중에 이쪽 보이면 쏘지나 마시죠. 그리고 그 뭐냐, 그…가능하면 방독면 좀 줄 수 있습니까? 한 300개 정도만 부탁합니다. 백린 뿌린다면서요. 폭격 후에 가루나 연기 날아올까 봐 무섭거든요.

        

       “브루클린 하부까진 날아가지 않을 확률이 높음.”

        

        

        

        지금 그 범위를 조절하고 추후의 착탄 지점을 표기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걱정하는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대도심에서 백린은…효과가 조금 미미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숨어드는 친구들을 싸그리 잡아내기 위해 그만큼 많이 뿌릴 거라고 했고.

        

        로어 맨해튼 하부가 불바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뭐어. 이 시점에서 그런 걸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애시당초 맨해튼 아래쪽에는 민간인이 싸그리 사라진 지 한참 됐으니까.

        

        드론으로 몇 번이고 확인한 사항이었다.

        

        

        통신이 끊어지고, 우리는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두 개의 다리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근방의 가장 높은 빌딩에 설치된 캠으로 화면을 전환했다.

        

        다리 위에는 십수 명의 폭도들이 있었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젠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넘어온 사람 수만 대략 수백 명 가량이었다.

        

        계속해서 화면을 전환하며 로어 맨해튼의 중부와 동부로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탈옥수들을 확인하고, 좌표를 찍으며, 3D 맵을 만들어 센트럴 파크에 전송한다.

        

        다른 화면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HQ와 대화를 나누던 올리비아 씨가 말했다.

        

        

        

       “유진.”

        

       “네?”

        

       “현재 시각 21시 33분. 정확히 2시간 27분 후 작전 개시한다. 맨해튼으로 넘어오는 탈옥수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아. 더 이상 퍼질수록 폭격이 필요한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져.”

        

       “넵. CP에 AOE 데이터 전송하겠습니다. ICE(개별화학장비)세팅도 완료됐고요.”

        

       “좋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준비는 됐겠지, 막내?”

        

        

        

        솔직히 영 자신은 없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올리비아 씨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히 머금으며 버튼을 눌렀고 – 콰앙. 나는 그것이 올리비아 씨가 로어 맨해튼 곳곳에 숨겨놓은 IED를 일제히 기폭시킨 것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슬슬 준비하자고.”

        

       “백린탄 떨어진 거리에서 작전하는 사람은 저희가 처음일 거예요.”

        

       “좋게좋게 생각하자고.”

        

        

        

        그게 쉽게 되려나 모르겠다.

        

        세계 최초로 백린 연기 가득한 대도시 내를 가로질러 작전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소 발키리 1부터 4까지, 이륙 준비를 마쳤다.

        

       -파트모스 1부터 4까지, 이륙 준비 완료.

        

       -백린탄 장착 완료. 안전장치 정상 작동. 활주로로 이동하겠다.

        

       -당소…폴라베어 1. 킵스 베이에서의 교전이 종료되었다. 아르테미스 잔당 소탕 완료. 현재 센트럴 파크로 복귀 중, 네트워크 기기를 일부 획득했다.

        

       -확인. 현 시간부로 자정의 태양 작전을 시작한다.

        

        

        

        부우우웅!

        

        귀가 울리고 몸이 진동할 정도의 위용도, 엔진 노즐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새파란 불꽃도 없다. 기술력의 발전이 가장 먼저 가져온 것은 항공기와 드론의 정숙성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폭격 드론에 달려있는 것은 결코 괄시할만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 누구도 이것을 써야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과 불안감을 가질 정도의 물건이었다.

        

        백린탄.

        

        군용 무기로서 사용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의 물건이자, 동시에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결코 사용할 일 없는 특수한 소이탄. 산소를 차단하지 않으면 살과 뼈를 녹인 이후에도 끝없이 타오르는 물건.

        

        오늘 이들은 그런 물건을 수십 톤 이상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수백 대의 드론이, 그리고 그 뒤를 따라 UAV와 유인 항공기 등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사전에 조율된 비행 궤적을 따라 로어 맨해튼을 향해 축차로 날아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수천 미터 아래에서 이 새벽까지 교전 중인 분견대와 일부 탈옥수들만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딱히 기다린 것은 아니긴 했지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발키리 편대에게 알림, 당소 스토커 액츄얼. 타입 2를 요청한다. 타격 종류는 BOC(Bomb On Coordinate). 준비되었다면 말하라.”

        

       “당소 발키리 1, 브라보 15. 말하라.”

        

       “IP 알레프로 진입하라. 목표 위치 2마이크. 4는 N/A. 타깃 위치는 사전에 보낸 오프셋 좌표 데이터를 참고하라. 레이저 코드 1358, 수직 레이저. AO 내 아군 없음. 임무중지 코드는 벌쳐다. 추가사항 대기 중.”

        

       “확인. 브리핑하라.”

        

       “최종공격방향 그대로 유지할 것, 이탈방향 방위 225. 체공시간은 20초를 넘지 않길 바란다. 대공위협 없음. 입감하였는지?”

        

       “입감하였다. IP 진입까지 15초.”

        

        

        

        그와 동시에 UAV 조종사들의 HMD 전면에 표기되는 선명한 녹색의 레이저.

        

        수직 레이저. 빌딩의 숲으로 뒤덮인 맨해튼에서의 CAS를 위해 새로이 개발된 표적지시 방법이었다. 말 그대로 타격해야만 하는 위치를 기점으로 하늘로 레이저를 쏘아 원점을 찾는 방법이었다.

        

        그것을 인식한 순간 사전에 입력되었던 오프셋 좌표 데이터가 가동되고, 조종사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목표물과 남은 거리와 IP 진입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초 단위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네 대의 무인기가 IP를 통과하였다.

        

        

        

       “발키리 1이 스토커 액츄얼에게 알림. 준비 완료(In hot).”

        

       ” 적 움직임 없음. 공격 개시하라(Cleared hot)!”

        

       “확인. 공격 개시하겠다. WP 폭탄 투하(WPB away).”

        

        

        

        그리고 하늘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백색의 폭탄이 떨어져내렸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인기의 한계까지 실은 백린탄이 아무런 소리조차 없이 허공을 가로질렀고, 지연신관이 작동되었다. 특정 고도에서부터 발화가 시작되게끔 일괄적으로 설정해둔 것이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당소 스토커 액츄얼, WP(백린탄) 점화를 확인하였다.”

        

        

        

        하늘에서부터 백색의 화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순간 로어 맨해튼 전체가 백색으로 물든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엄청난 양. 그것이 기이할 정도로 느긋하게 허공에서부터 떨어져내렸고, 허공에서 총 116개의 웨지로 분리되었다.

        

        그것이 폭탄 한 발이었고, 축구장 네 개 가량의 영역을 불태울 수 있는 분량의 자탄이 담긴 폭탄 16발 가량이 소강 상태에 돌입한 분견대와 탈옥수 간의 교전 지대 위로 쏟아졌다.

        

        당연하겠지만,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기 짝이 없었다.

        

        

        

       “지휘부, 당소 빔펠 1.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밝은 빛이-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어어…!”

        

       “모, 몸이, 끄아아악, 하늘에서 불이 떨어진다…!”

        

       “아아악! 흐아아악, 제발, 살려줘! 끄윽…!”

        

       “빔펠? 빔펠 1, 응답하라! 무슨 일인가!”

        

        

        

        하지만 이들이 하얀 빛을 본 순간, 발키리 편대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다음으로 로어 맨해튼에 있는 적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트모스 편대를 위시한 무수히 많은 드론 편대들이었고, 이들 하나하나가 적어도 수십, 많으면 수백 킬로그램의 백린탄 뭉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이 이후로는 가지고 있어봐야 폐기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맨해튼에 상륙한 연합군과 탈옥수들에게 지옥이 펼쳐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지…?”

        

       “망할, 연기가, 연기가 온다! 다들 입 막아!”

        

       “흐아악, 뜨거워, 숨이 안 쉬어져…!”

        

       “씨발, 주변 세상 전부가 불타고 있다고! 어떡해야하는데!?”

        

        

        

        그 대답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평방킬로미터 단위의 아파트 단지와 교전 장소, 그 외에 사람이 있을 법한 모든 곳이 전부 백색 화염과 연기, 그리고 그로 인해 생성된 대규모 화재까지.

        

        당연하겠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좀 살 수 있겠구만, 빌어먹을.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

        

       “…잠깐만. 1층에 드론 하나가 들어온 것 같은-우와아악!”

        

        

        

        퍼어엉!

        

        적들이 숨어든 건물 1층에서 정교하게 격발한 10킬로그램 단위의 백린과 드론 자체에 부속되어있던 폭약이 일제히 터지는 순간 로비는 난장판이 되었다.

        

        건물 1층이 불타오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시다발적이었으며 한 번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로어 맨해튼이 화려하게 타올랐다.

        

        그것이 시작에 불과하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좋아, 밀폐 정상. 공기순환 정상, 화염방지 정상, 실드 정상 작동 중. 슬슬 출발하자고. 연합군 친구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줄 때가 왔어.”

        

       “…제가 가도 괜찮은 거겠죠, 이거?”

        

       “그거야 까보면 아는 일이지.”

        

        

        

        한편, 로어 맨해튼 인근. 

        

        기이한 복장을 한 두 명의 인원이 서서히 덮쳐오기 시작한 백린 연기, 그리고 화염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CAS를 도와주는 키홀입니다

    브라보 15 -> 진입방향 동쪽, 목표까지 15해리 남았다는 뜻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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