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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1

    <691 – 충격고백(9)>

     

    돈 네무조아는 자신감이 넘쳤다.

    신창을 능가한 전투력.

    일생의 목표로 정진했던 힘을 가볍게 얻었다.

    아끼던 부하들을 잃은 건 아쉽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전투력도 자신과 하나가 되어 한 몸 속에서 살아간다.

    죽은 부하들도 분명 그들을 성장하게 도와준 단장에게 보은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탐욕의 갑옷의 성장재료로 잡아먹혔으리라.

     

    ‘탐욕의 갑옷이 함께 하는 한, 나는 최강이다. 그 최강의 가능성을 시험해주마.’

     

    지금이라면 황금의 도시 2구역, 첨탑 너머에 자리한 <관문의 저격수>도 두렵지 않다.

    저격수의 시선을 끌 미끼로 삼아 더 깊은 구역을 넘나들 필요도 없어진 지금, 사로잡았던 포로들과 밖에 나가 밑천 삼을 보물도 모두 흡수되었다.

    황금의 도시에 존재하는 인간 전력의 대부분이 그 한 명에게 집중되었거늘, 무엇이 두렵겠는가.

     

    ‘최신형 비공정 위에 올라섰던 그 남자나 묘하게 쾌활하던 여아밖에 없지.’

     

    그들의 여유가 몹시 거슬렸다.

    다시 생각해도 그들과 같은 여유를 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마나역장을 발동한다면, 얼마간은 가능하겠지.

    마나가 지속되는 한은 고속이동에 의한 충격을 어느 정도는 방지해 줄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마나역장은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유지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버텨도 문제지.’

     

    설령 버티더라도 효율을 위해 납작 엎드려서 노출면적과 역장크기를 최소화하고, 온 집중을 다 기울이느라 웃음을 짓거나 손을 움직일 여유도 없을 거다.

    전투력 금화 53만 매의 자신은 그랬어도 전투력 금화 524만 매의 자신은 다르겠지만.

     

    ‘비교가 되지 않는다. 524만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의 여유를 허락할 수 있을지.’

     

    스스로 쌓은 힘이 아닌 강제로 흡수하고 체급을 불린 힘은 그 규모와 위력을 가늠키 어렵다.

    그래서 더 호승심이 일었다.

    그는 조금 전 목도한 규격 외 파티에서 자신이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떠올렸다.

     

    ‘악천군 곽조.’

     

    곽조는 이 바닥에서는 유명한 악인이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대감옥>에 수감될 정도의 악인은 애초에 흔치 않으니까.

    그런 그가 자유의 몸이 되어 돌아다닌다는 사실은 기프트 아카데미조차 곽조를 가두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했다.

     

    “곽조는 어느 정도의 강자냐.”

    “일신의 무력은 일개 조직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의 위험성은 인간의 마음을 유린하는 잔혹한 모략과 권모술수에 있다.”

    “호오. 그 권모술수로 아카데미 간수장도 꼬셔버렸다고 생각하는가?”

    “간수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겠지. 평범한 인간 따위, 그의 곁에 있다면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영혼을 바칠 종복으로 전락할진대.”

    “조력자가 있었단 말이군. 그의 탈주를 도왔던. 그건 비공정의 ‘위’에 서있던 그 남자인가.”

    “그 남자의 정체는 몰라도 비공정의 안에 탑승했을 또 다른 이는 짐작이 간다.”

     

    관측병은 한 존재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입에 담았다.

     

    “벨로카시오.”

     

    마치 그 말을 내뱉고 세계의 저주가 자신에게 내리치지는 않는지, 하늘이 노하거나 대지가 갈라지며 그의 영혼을 불타는 지옥 한복판에 던져버리지는 않는지 경계하는 관측병.

    그가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그 모습을 본 단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대체 그게 어떤 존재의 이름이기에 그렇게까지 두려워하는 거지?”

    “벨로카시오는 곽조가 해방된 진정한 이유다. 대감옥에 단신으로 침투하여 감옥 내의 모든 간수를 살해하고 마왕군 사천왕에 필적하는 엄청난 암흑마나 반응을 지하 가득 남긴 희대의 대악인이지.”

    “놀랍군…! 그런 강자가 기프트 아카데미에 제 발로 침입할 용기를 내다니.”

    “모든 탈옥자는 벨로카시오의 수하이며 아무도 그 위험성을 사전에 깨닫지 못한 고도로 치밀한 심계를 지닌 싸이코패스라고도 불리우지. 곽조의 등장 또한 대악인 벨로카시오의 사주를 받은 것이 틀림없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군. 계측불가의 규격 외 강함도.”

     

    관측병의 말에 단장은 아쉬움이 앞섰다.

    곽조가 잡혀가기 전에 영입했다면 대악인조차 탐낼 책사를 진즉에 영입할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곽조와 어울리는 저 강자들마저도 아군으로 활약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지나치게 결과지향적인 발상이군.’

     

    실제로 저런 강자들이 과거에 나타났다면 단장의 자리를 유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바닥은 자신보다 약한 자를 우두머리로 인정해주는 세계가 아니니까.

    벨로카시오라는 대악인이 곽조의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그 역시 강자들보다 더한 절대강자의 면모를 지니지 않고서는 하극상을 당하기 딱 좋다.

     

    지금 와서 탐을 내는 것도 무리다.

    이미 거물이 되어버린 대악당이 제 조직을 벗어나 다른 조직에 넘어올 리가 없다.

    무엇을 주더라도 만족할 수 없고, 어찌저찌 타협하더라도 그가 속한 조직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대악인 벨로카시오. 저력의 한계를 모를 절세강자를 적으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지.’

     

    당장 눈앞의 존재들도 규격 외이거늘 그들의 머리 위에 군림한 진정한 강자의 강함을 어찌 지금의 단장이 논할 수 있겠는가.

    논한다면 저 강자들을 <탐식의 갑옷>의 포식재료로 삼아 소화시키고 더욱 강해진 뒤여야만 한다.

     

    ‘상승욕구를 지니되 결코 선을 넘어서는 안 되지. 제 분수를 넘어선 욕심은 죽음의 지름길이니.’

     

    탐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자부터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황금의 도시.

    이런 도시에서 수년을 살아남은 인내력이 다시금 단장의 욕망을 제어했다.

    넘보지 못할 떡을 노려서는 안 된다.

     

    투웅━

     

    저 살벌한 비공정을 향해 화살을 쏘아올린 <관문의 저격수>처럼 말이다.

     

    “저 미친 모험가 녀석, 앞뒤 분간도 안 되는 건가?! 건드리면 안 될 강자를 도발하다니!”

     

    부단장이 질겁을 할 만도 했다.

    내성의 저격수는 그들 검은황금단이 털어먹어왔던 모험가들과 달리 압도적으로 강한 개인이다.

    황금다리 대신 통과할 수 있는 거대한 관문.

    다섯 개의 다리를 생략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수많은 황금수호병이 주둔한 군사요충지.

    본디 그곳을 지키던 황금수호병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스스로 새로운 수호병을 자처하는 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모든 적을 고슴도치로 만들 기세로 화살을 퍼붓는 대륙십대궁수에 이름을 올릴법한 강자가 <관문의 저격수>였다.

    그러나 이 관문의 저격수조차도 구역보스로는 인정받을지언정 지금의 단장만큼 강하지는 않다.

    단장조차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는데 역으로 도발을 걸고 자빠졌으니 놀랄 수밖에!

     

     

    화살은 맥없이 튕겨나갔다.

    당장이라도 비공정이 방향을 틀어 돌아와 저 거대한 남자가 내성에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분풀이 삼아 주변일대 전부에 마법폭격이라도 쏟아부으면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

    “…”

    “갔냐?”

    “그대로 갔습니다.”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도 비공정은 계속해서 저 멀리 날아갔다.

     

    ‘제발 이대로 영영 사라져라!’

     

    부단장은 단장과 함께 비공정을 찾으러 가면서도 내심 저대로 저 끔찍한 존재들이 사라져서 단장이 헛걸음 치기를 기도했다.

    저것에 도달하는 순간, 단장이 실력에 한계를 느끼거든 다음은 자신을 집어삼키려 들 테니까.

    변수는 그때 발생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별안간 비공정이 추락한 것!

     

    “맙소사.”

    “단장. 저 거리는…”

    “…그래. 우리도 들렀던 곳이다.”

     

    이동속도를 감안하면 단시간에도 엄청난 거리를 움직였으나, 강자인 그들의 기동력을 감안하면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멀지는 않은 거리.

    지형지물을 눈여겨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서 저 대단한 비공정을 격추시킬 또 다른 강자가 숨어있었다.

     

    “이래서 마경을 떠날 수가 없다니까. 이 좁은 마경에도 강자가 하나씩 계속 나오는데 저 밖에는 얼마나 많은 강자가 숨어있겠냐고.”

     

    급정거의 비밀을 모르는 검은황금단은 비공정을 격추시킨 숨은 실력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암흑황금단과 관문의 저격수에 못지않은 실력자가 황금의 도시에도 있는 마당에 <고립무원의 마경>은 도시 너머에도 더 깊은 구역이 존재한다.

    역시 마경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용케도 비실비실 다시 떠오르는 비공정을 보고, 그런 대단한 강자마저 쓰러뜨리고 다시 떠나는 곽조파티를 보며 그들은 새삼 곽조의 대단함을 느꼈다.

     

    “…대결은 포기한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단장의 선택에 부단장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살았다.

    이제 제물로 바쳐지는 일은 없으리라.

    안도하던 그들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머리 위를 뒤덮었다.

    머리만이 아니었다.

    건물 사이.

    거리 전체.

    도시 전체가 마치 밤이 찾아온 것처럼 그늘에 뒤덮였으니까.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본 그들의 시야 한가득 거대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저건 대체 뭐냐?”

     

    그 답을 아는 자는 저 너머, 비공정에 있었다.

     

     

    * * *

     

     

    엄청나게 커다란 황금거신상이 일어났다.

     

    “아이참. 로시난테가 엄살을 부리니까 마경 구역보스가 나타났잖아요!”

     

    특별던전에서 황금거신상은 매턴 추격하는 적들에게 너무 많은 턴 동안 전투를 벌이거나 도시에서 다리를 피해다닌다고 이동에 턴을 낭비할 때 등장하는 <n턴 후에 사망예고> 기믹이었다.

    마주치면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정석대로라면 죽는 것이 당연한 존재.

    평범한 스펙으로 보물이나 잔뜩 챙기고 유물 하나 건져서 스펙 업과 인생역전 역배대박의 꿈을 이루겠다는 초짜들에게는 조용히 로그아웃과 다시하기, 캐릭터 재생성으로 이어지는 리세마라를 재촉하는 악몽이었지.

     

    “머 잡을 수는 있지만요!”

    “진심이냐?”

     

    알파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저것은… 은퇴 직전의 전대용사파티에서도 정규토벌대상으로 삼을 정도의 강적이다. 그런 존재를 네가 토벌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왜 못 해요? 설마 세상에 강한 존재가 용사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알파는 순순히 감탄하였다.

     

    “보고 싶군. 그 실력.”

    “근데 마나 아까우니까 숨을래요!”

     

    <은신>

    <숨기기>

    <은폐역장>

    <마나차폐막>

    <무음>

    <잠행>

    <침묵영역>

     

    줄지어 발동하는 기능들이 생체형골렘전투기 로시난테와 그 위에 탑승한 우리의 존재를 황금거신병의 관측파장으로부터 감쪽같이 지웠다.

    침입자를 격퇴하고자 일어섰던 거신병은 우리가 사라지자 사전에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 후순위 명령을 이행하였다.

     

    [타겟 재지정]

    [2순위 위협대상 검색 중…]

    [검색 완료]

    [개체명 – 돈 네무조아]

     

    앞 구역 보스가 얼떨결에 종결보스한테 딱 찍혔다.

    근데 근처에서 얼쩡거린 쟤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닌 듯!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역종결보스의 딜량을 체크하게 된 전투력측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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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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