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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2

    <692 – 충격고백(10)>

     

    황금도시의 침입자 감지기믹 최고단계로 인해 개방된 <황금거신상>.

    황금거신상은 황금도시에 흐르는 무수한 황금의 강으로부터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도시에 침입한 전대미문의 강적을 제거해야 한다.

     

    [신호상실]

     

    강적은 모습을 감추었지만 결국은 강적 또한 살아있는 생명체다.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강적이 금화를 습득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제거해서 숨어지내는 시간만큼 약해지고, 끝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게끔 유도한다.

     

    입력된 사고방식에 따라 황금거신상이 도시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대상부터 도시 내의 모든 생명체를 순서대로 줄 세웠다.

     

    [대상의 최저수준 초과]

    [살상광선 가동]

     

    황금거신상이 거대한 신체의 유지를 허락할 정도의 막대한 마나를 빔에너지로 치환하여 발사하는 순간, 돈 네무조아의 탐식의 갑옷에 금이 갔다.

     

    “…!”

     

    그는 깨달았다.

    이런 일격을 계속해서 허용했다간 갑옷이 부서지고, 그가 얻은 모든 힘도 흩어져 사라질 것임을.

    다행히도 그는 알아차렸다.

    황금거신상의 빔이 도시의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고자 출력과 범위를 엄중히 조절했다는 사실을.

     

    “도시 안으로 달아난다!”

     

    그의 퇴각판단은 유효했다.

    황금거신상은 직접 격퇴를 포기했다.

    그것이 위기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거신상의 몸채에서 황금빛 광휘가 발산되는 순간, 도시를 이루는 건축물과 지형지물의 일부가 갈라지며 수많은 황금수호병이 걸어 나왔다.

    군단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수많은 황금수호병으로 이루어진 황금수호병단.

    그들은 황금거신상의 이동에 의해 파괴될 황금도시를 대신 수색하며 2순위 위험대상부터 모든 감지대상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안 돼! 우리가 암흑황금단을 피해 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제기랄, 이젠 다 망했어. 갑자기 일어난 황금수호병단 때문에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고!”

     

    은밀하게 도시 한구석을 돌아다니며 보물을 모으던 모험가들이 서너 자루의 황금창의 창날이 목끝을 겨누자 저항을 포기하고 두 팔을 들었다.

    죽음을 각오한 이들은 모두 창끝에 찔렸고, 그러지 못한 겁쟁이나 후일을 기약하며 고개를 숙인 이들은 <황금수갑>이 채워진 채로 병단에 끌려갔다.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도시의 깊은 곳에 가두고 더 이상 금화를 지불할 수 없으면 아이템으로 만들려는 걸지도 몰라.”

    “이런 젠장. 차라리 싸웠어야 했는데.”

    “바보 같은 소리는 집어치워. 그럼 넌 진즉에 죽었어. 살아야 기회가 있지.”

    “세상에. 잠깐, 저길 봐. 저거 저 사람, <관문의 저격수> 아니야?”

     

    암흑황금단 단장 <돈 네무조아>보다 강력한 실력자.

    홀로 조직 하나에 비견되는 황금도시의 강자조차도 수갑을 차고 관문 밖으로 끌려나왔다.

    심지어 그를 연행하는 상대는 황금수호병보다 휘황찬란한 갑주와 고마력반응을 보이는 보물을 다수 장착하고 있었다.

     

    “황금근위병이군.”

     

    비교적 도시의 깊은 곳에서 붙잡혔던 모험가가 관문의 저격수의 연행자를 알아차렸다.

     

    “일반 황금수호병으로는 도저히 사로잡을 수 없는 강자들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강을 가로지르거나 도시의 금기를 범하면 출동하는 놈들이지.”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도시에서 이것저것 많이 훔치다 보니 저것들이 쫓아오기 시작하더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카데미에서 좀 더 빡세게 배우고 졸업하는 건데.”

    “아카데미? 당신, 설마 그 아카데미 출신인가?”

    “그 아카데미가 기프트 아카데미라면 맞다만.”

     

    모험가들의 시선이 일제히 기프트 아카데미 출신 모험가에게 집중되었다.

     

    “그쪽 아카데미 졸업생은 전부 괴물이라며. 당신도 겉보기와는 다른 뭔가가 있는 건가?”

    “이 수갑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제하는지 알아차릴 정도로는 배웠지.”

    “정말인가?! 이 봉인수갑은 어떻게 풀면 되는데!”

     

    어차피 사이좋게 연행되고 있는 처지에 깐깐하게 굴 생각은 없었던 남자가 솔직하게 말했다.

     

    “이 <황금수갑>의 봉인해제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달성하면 된다.”

    “빨리 말해! 답답해 죽을 것 같아!”

    “첫 번째. 금화 일천 매의 소유권을 즉시 황금수갑에 양도할 것.”

    “…지금 말고 나중에 풀어야겠군. 황금수호병단이 우리를 덜 의식할 때.”

     

    베테랑 모험가들은 좋은 정보를 얻었다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남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겁이 많고 신중해서 살아남았을 뿐인 약한 모험가들은 한층 절박하게 그의 지식에 매달리며 다른 정답을 갈구했다.

     

    “우린 그 금화 다 주면 살아서 나갈 자신이 없어. 다른 방법을 알려줘!”

    “어렵진 않지. 두 번째. 수갑을 다른 보물에 대고 황금 천 매 가치의 제물을 바쳐 풀려난다.”

    “그건…! 우리가 모은 보물 대부분을 바치라는 말이나 다름없잖아!”

     

    금화 천 매는 +10강 최하급 유물 하나의 가치에 필적한다.

    유물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보물만 잔뜩 모아왔던 모험가들로서는 사실상 전리품을 전부 갖다바치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싫으면 말아. 보물 가지고 죽으면 나중에 다른 모험가나 고고학자들한테 시체가 발견되어도 뭔가 있어 보이고 사연이 궁금해지고 간지도 생기잖아.”

    “…”

    “그럼 세 번째는?”

    “안 알려줘. 나도 먹고 살아야지.”

    “그건…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염치라는 게 있는데. 두 개라도 알려줘서 고맙다.”

    “나는 알 것 같군. 그 세 번째 방법.”

     

    낙담하던 모험가들은 들어본 적 없는, 정확히는 지금 일행 사이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그럼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나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결코 좋은 의미나 좋은 상황에서 들어본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히익, 저기다! 건물 옥상을 봐!”

    “맙소사. 암흑황금단의 단장?”

    “돈 네무조아! 돈 네무조아가 나타났다!”

     

    수많은 모험가를 약탈하고 죽음에 빠뜨린 조직의 수장의 등장에 겁에 질린 모험가들과 달리, 아카데미 출신의 남자는 흥미만을 보였다.

     

    “세 번째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수갑을 내밀어 남의 보물을 제물로 바치는 거지.”

    “…!”

     

    모험가들 사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남자가 크게 웃고는 말했다.

     

    “정답이다.”

     

    그리고는 근처에 선 모험가 한 명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그의 보물을 수갑에 대어 족쇄를 풀었다.

     

    “허억!”

    “배신이다!”

     

    남자의 배신으로 발칵 뒤집힌 일행들은 돌연 지면이 높이 솟구치며 건물 옥상의 단장과 눈높이가 맞아졌음을 깨달았다.

     

    “황금수호병을 치워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안 해도 된다고?”

     

    <황금장갑>의 보조에 의해 부단장의 연금마법이 펼쳐지기 무섭게 단장이 닥치는 대로 수갑을 찬 모험가들을 때려죽이며 그들의 보물을 흡수했다.

     

    “암흑황금단이 우리를 습격한다!”

    “지금 풀어. 더는 뜸 들이면 안 돼!”

    “싯팔, 진짜 믿을 놈 하나 없네!”

     

    수갑을 푼 모험가들이 사방팔방 달아나는 사이, 단장은 그들을 쫓지 않고 스스로를 기프트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밝힌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 또한 자신을 노려보는 돈 네무조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받아내며 피식 웃었다.

     

    “잔챙이들로는 성에 차지 않나?”

    “내버려 두어도 얼마 못 가 황금수호병단에 걸려 죽을 놈들이다. 무엇보다도 저걸 다 합쳐도 네놈 하나가 가진 것만도 못하지.”

     

    단장의 곁에 선 관측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금화 116만 매.”

     

    부하들을 모조리 흡수하기 전의 그보다 두 배 이상 강한 실력자.

    단신으로 저만한 가치를 보유한 기프트 아카데미 졸업생을 놓칠 수는 없었다.

    저것만 흡수해도 단장은 눈에 띄는 전력 증진을 이룰 수 있다.

    아무리 못해도 금이 간 갑옷의 수복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순순히 네가 지닌 모든 유물을 내놓거든 목숨만은 살려주지.”

    “왜? 그런 동정심을 보일만한 이력을 지니지는 않았는데. 당신 속에 죽어나간 모험가가 천 단위까지 올라갔다며?”

    “기프트 아카데미 출신을 건드렸다가는 후환이 두려우니까.”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넘겨주기 전에 잠깐 신세한탄 좀 들어줄 수 있냐?”

    “너무 오래 걸리지만 않는다면.”

    “기프트 아카데미는 말이야, 졸업생에게 <졸업과제>라는 것을 강요한다고.”

     

    남자는 그게 너무 싫었다.

     

    “졸업과제로 삼을 만한 것들은 대부분 선배들이 먼저 저질렀고, 심지어 이 졸업과제는 중복이 되지를 않는다고. 뒤에 나가는 놈들일수록 졸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말이지.”

    “그래도 넌 스스로를 ‘졸업생’이라고 소개했을 텐데.”

    “그래, 졸업은 했지. 교수의 논문을 훔쳐서.”

    “…”

    “덕분에 교수가 내린 수배령으로 조교들과 다른 졸업생들이 뒤쫓는 신세다. 졸업이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충동적인 행동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고 있다고.”

    “한심한 푸념을 하는군.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한 분야의 세계제일을 넘보는 자. 그런 자의 것을 넘보았다면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당연하긴 뭘 당연해. 싯팔 그놈이 자기 논문에 쓸 실험대상으로 재학생을 썼는데. 그 나쁜 년은 도둑질 좀 당해도 싸.”

     

    황금거신병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황금수호병단은 잔챙이들을 쫓아갔다.

    황금근위병들이 대신 그를 의식하고 움직이고 있으나, 이 자리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돈 네무조아는 계산했다.

    의문 하나를 해소할 시간은 남아있다고.

     

    “뭐 하는 교수의 논문을 훔쳤기에 이런 마경까지 흘러들어온 신세가 되었지?”

    “위어드 교수. 재학생에게 모든 종류의 돌과 마석을 먹이는 미친 교수다.”

    “…뭘 먹인다고?”

    “도시가 개판이 났으니 내가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감시자들도 더는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겠지. 곧 위어드 교수와 교수에게 영혼을 판 것처럼 아첨하는 조교들, 교수의 졸업생들이 들이닥칠 거다. 틈은 생기겠지만 혼자 튀기엔 쫄린단 말이지.”

     

    남자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같이 손을 잡고 튀자.”

    “위어드 교수가 저것보다 강한가?”

     

    황금거신상을 흘끗 돌아본 남자가 가늘게 눈을 좁히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 골렘으로는 안 돼. 위어드 교수보다도 약한 플라톤 교수 선에서 정리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가오는 공포, 위어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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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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