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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3

    <693 – 충격고백(11)>

     

    남자는 황금거신상이 노릴 정도의 거물범죄자인 암흑황금단 단장 돈 네무조아와 손을 잡고 위어드 교수의 포위로부터 벗어날 작정이었다.

    그러나 돈 네무조아는 황금거신상보다 강하다는 위어드 교수의 무력을 듣고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위어드 교수의 무력을 이용해서 황금거신상을 쓰러뜨리고 탈출하는 것이 정답이다.”

    “…내 말 똑바로 안 들었냐? 위어드 교수가 이곳까지 온다고. 그 전에 튀어야 한다고.”

    “그건 불가능하다. 저 황금거신상이 전개한 황금영역은 이미 도시 전 구역을 뒤덮었지. 녀석을 쓰러뜨리지 않는 이상, 막대한 보물의 손실을 대가로 <지불>하지 않고서는 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기까지 살아남은 강자들이 그만큼의 커다란 대가를 지불한다면, 지금껏 마경 2구역 황금의 도시 아발론에서 버텨온 의미가 없어진다.

    오크노디의 플레이어 지식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전투 중 퇴각하기 : 지금까지 습득한 전리품의 50%를 상실합니다. 그래도 퇴각하시겠습니까?>에 해당하는 상황!

     

    “오호라. 네놈, 날 이용해서 널 죽이려는 저 퀸급 거대골렘을 어떻게 해보고 싶었군?”

    “…눈치 챘더라도 너 역시 <위어드 교수>라는 저것보다 심한 적에게 몰려있는 처지일 터. 여기선 서로 협력하는 것이 현명할 텐데?”

    “그것도 방법의 한 가지겠지.”

    “착한 어른의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네놈도 떠올리지 않았나? 우리 같은 나쁜 어른들이 교섭결렬이 되거든 어떤 수를 쓰는지.”

     

    아카데미 졸업생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잔상을 남기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선 자리의 발판이 한발 늦게 주저앉자 부단장이 낭패를 감추지 못했다.

     

    “염탐안에 황금장갑의 마력반응이 걸렸군. 유물의 힘을 졸업하지 못하고 의지한 결과다.”

    “잘난 체는 나중에 하시고 저것부터 잡으시죠, 단장님?! 두 배로 성가신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만!”

    “무얼 위한 대화였다고 생각하는 거냐. 당연히 어디로 도망쳐도 쓸모없게 만들기 위한 대화였지.”

     

    눈빛만 봐도 순순히 그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을 것처럼 생긴 기프트 아카데미 졸업생과 굳이 대화를 나눈 이유는 탐식의 갑옷에 흡수한 보물의 능력을 꺼내 쓰기 위함이었다.

     

    <탐식의 갑옷 – 저장슬롯 개방>

    <3번 슬롯>

    <효과 : 강제부름. 당신과 대화를 나눈 대상을 눈앞에 소환한다. 이때, 소환최대거리는 대화를 나눈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관측병. 악천군 곽조를 알아차리고 대악인 벨로카시오의 정보를 입수할 정도로 정보에 밝은 너라면 알겠지. 위어드 교수의 전공은 무엇이고 그자의 학부생이라면 어떤 기술을 익혔을지 말해보아라.”

    “…위어드 교수는 자연의 정령 드라이어드. 자연마법의 개척자이자 신비의 영역에 닿은 마법을 구사하는 오색마탑을 넘어선 진정한 대마도사다.”

    “자연마법? 그거 씨 뿌려서 넝쿨 키우기 발목 잡거나 목마를 때 나무 키워다가 수액이나 빨아먹는 숲거지 놈들의 전유물 아니냐?”

     

    오늘날 자연마법의 위상은 돈 네무조아의 인식만큼이나 시궁창에 박혀있었다.

    오색마탑이 워낙 굳건하게 제국에 뿌리를 내리기도 했고, 그들이 다른 모든 종류의 마법을 비주류로 몰아내며 마법시약과 재료를 오색마탑 외의 비주류들과는 공유하지 않으면서 잡다한 속성마법의 성장 자체를 봉쇄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연마법의 발원지라고 여겨지는 엘프들의 세계수도 불타고 무너진 마당에 이제는 자연마법을 가르치는 사람을 찾기도, 구사하는 사람을 찾기도 모두 힘들어졌다.

     

    이제 자연마법의 위치는 바닥이 없다.

    그런 마법으로 세계제일이 되었다고 아카데미 교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돈 네무조아는 우습게 여겨졌다.

     

    ‘혹시 허풍이라도 떤 것은 아닌가?’

     

    그가 진실을 강제로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콜록콜록.”

    “관측병. 너 지금… 기침을 한 건가?”

    “감기라도 걸린 것 같다. 오랜 외지 생활을 했으니 이상하지도 않지.”

    “아니, 이상하다. 네가 얻은 장비 중에 하나의 효과가 <기상적응>이며 그 부가효과에는 일교차에 의한 만성질환의 면역이 포함되어 있을 텐데?”

    “…!”

     

    관측병은 두 가지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그 많은 보물을 탐식의 갑옷에 흡수하고도 만족하지 못해서 자신의 보물의 상세효과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돈 네무조아의 잔혹할 정도의 치밀함에.

    그리고 실제로 감기에 걸릴 수 없는 자신이 기침을 내뱉은 명백한 이상현상에.

     

    ‘지금…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염탐안.

    두 눈에 마나를 불어넣되 아카데미 생도들만큼 능숙하고 올바른 교육을 받아 펼쳐내는 마안이 아닌, 레인저부대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결을 암송하여 펼쳐내는 기술.

    관측병의 두 눈가에 빠르게 핏줄이 솟아오르며 마나가 눈 위로 막을 형성하였다.

     

    중간계의 마나를 머금은 동식물들이 발산하는 다종의 독소와 포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레인저들은 두 눈의 수명을 깎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내면을 관조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시신경의 작용기전과 지정대상을 왜곡하여 포착하는 신체 내부의 마나 흐름.

    관측병은 자신의 ‘기침’이 무엇에서 기인했는지 즉시 알아차렸다.

     

    “압축씨앗이다! 공기를 정화하지 못하면 씨앗을 퍼뜨린 자가 <압축해제>를 발동하는 순간-”

     

    관측병의 다급한 보고는 끝날 수 없었다.

    폐부 가득 차오르는 식물줄기가 순식간에 체내에서 그의 몸을 뚫고 자라났으니까.

    마나에 의한 보호조차도 무시하며 오히려 마나를 먹고 솟아나는 씨앗은 관측병이 지닌 보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드득

    꽈드드득

     

    관측병의 칠공 너머로 솟아난 식물줄기가 그를 쥐어짜듯 뒤덮더니, 부자연스럽게 덜덜 떨며 관절이 향해서는 안 될 방향으로 뒤틀린 신체가 팔다리를 거꾸로 뒤집은 채로 지면에 엎드렸다.

    마치 먹이를 발견하고 습격하기 위해서 도약 자세를 취하는 맹수처럼.

     

    퍽!

     

    “훌륭한 조언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무시무시한 교수로군. 위어드 교수. 설마 도시 내의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도 있는 압축씨앗을 대기 중에 가득 퍼뜨릴 정도로 위험한 작자였다니.”

     

    씨앗이 자라나려던 것은 부단장과 단장의 폐부 속에서도 마찬가지였으나, 단장은 막대한 마나의 힘으로 씨앗을 짓뭉개 사멸시켰다.

    부단장은 간발의 차이로 황금장갑의 힘을 빌려 자신이 외부에 흩뿌린 마나와 폐부 내의 씨앗들의 위치를 역전시켰다.

     

    “크윽… 호흡을 하더라도 안전한 <결계 외부>까지 능력을 전개하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한계입니다. 이제 저까지 보낼 겁니까?”

    “부단장. 그대의 충성과 노고를 어찌 내 모르겠는가. 걱정하지 말도록. 자네가 나와 하나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순간은 지금이 아니다.”

     

    돈 네무조아는 몸을 가누기도 벅찬 부단장을 어깨에 짊어진 채, 대기중에서 제멋대로 성장하며 비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씨앗들을 피해 <상시영역전개>에 돌입하였다.

    거대황금역장을 피해 자연스럽게 능력을 전개하는 위어드 교수의 졸개들과 달리, 그는 거대황금역장의 파장값의 계산식을 알지 못했다.

    파훼가 불가하니 선택하는 방법 또한 무식했고, 돈 네무조아의 무모한 저항방식은 사방에 그가 영역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광휘의 시선>

    <황금의 손>

     

    눈부신 섬광과 함께 세상이 황금빛에 가득 물들며 시야가 마비되는 사이, 근방의 건물 몇 채가 뒤틀리며 돈 네무조아를 붙잡고자 뻗어졌다.

     

    <탐식의 갑옷 – 저장슬롯 개방>

    <31번 슬롯 – 빛의 성소>

    <효과 : 빛이 강림하는 자리에서 당신은 빛의 세기에 비례하여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다.>

     

    <17번 슬롯 – 죄악의 부츠>

    <효과 : 자신의 행보에 떳떳함을 느끼지 못하는 자의 발걸음은 무거우나,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이 능력이 깃든 보물들의 원 소유자들은 능력의 진정한 사용법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램프로 빛을 비추며 황금수호병의 공격을 막고, 선행에 집착하다가 모든 금화를 잃고 기능을 상실하다가 아이템이 된다. 참 어리석은 모험가들이었지.’

     

    그는 달랐다.

    빛이란 곧 에너지의 발산.

    자신의 힘을 써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강력한 공격으로부터 비롯되는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다면 일방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

    적의 에너지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으니까.

    사실상 그의 소모는 하나도 없는 채로 일방적인 역공이 펼쳐질 수 있다.

     

    죄악의 부츠는 더욱 좋다.

    악행을 저지른들 그 사실에 죄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의 걸음이 어찌 무거워지겠는가.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죄가 있다면 약자에게 있을 뿐.

    한없이 오만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떳떳한 사고를 통해 그는 빌딩만큼 커다란 황금의 손을 피해 높이 도약하였다.

     

    <당기기>

    <가속>

    <견고>

    <버티기>

    <괴력>

    <신체증강>

    <마나부스트>

     

    하늘 높이 솟아오른 그가 손을 잡아당기는 순간, 영역 내부에서 펼쳐지던 마나의 흐름이 실의 형태로 그의 손에 휘어 감겼다.

     

    -히에엑! 위어드 학파의 마법이에요! 비상! 비상! 도망쳐! 빨리 출발해요, 이 멍청한 로시난테!

    -저 녀석, 허공에 떠서 지금 뭘 하는 거지?

    -관측지점 내에 고에너지 발생.

    -대상이 아니다.

    -논문도둑은 어디에 있지?

    -물은 답을 알아. 담그자.

    -아닌데? 흙이 더 잘 아는데?

    -싸우지 말고 둘 다 해. 흙에 담그고 물도 부어.

    -교수님이 오기 전에 잡으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침입자가 도시 파괴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스스로 이탈. 즉시 고강도의 공격을 개시한다. 나의 주인, 아발론님을 위하여.

     

    그것은 단순한 실이 아니라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마인드링크> 마법을 이루는 마나술식의 실이었다.

     

    ‘위어드 교수… 본인이 힘을 쓴 것도 아니고 그 밑의 졸개들이 벌인 짓이 이 정도였다고?’

     

    충격적이기는 하나,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이렇게 대단한 녀석이라면 방패 노릇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테니까.

     

    [강제부름]

     

    마나의 실이 붙잡혀 공중으로 딸려오던 <졸업생>이 범위 내에 진입하는 순간, 그의 몸이 황금거신상의 파괴광선이 쏘아지는 허공에 소환되었다.

     

    ‘자, 막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막는다면 내 탈출을 위해 만신창이가 된 채로 죽는다. 원하는 죽음을 선택해라.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여. 내 소중한 수하 하나를 죽음으로 빠뜨린 대가를 치르는 거다.’

     

    강적을 앞두고도 상대를 어떻게든 이용해먹겠다는 악당의 사악함을 발위하는 돈 네무조아.

    졸업생은 이를 악물고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논문원본전개>

     

    “?!”

    “!!”

     

    파괴광선을 향해 전개된 위어드 교수의 논문 원본을 감지한 ‘위어드 학파’, 정확히는 위어드 연구실에 인생을 저당잡힌 노예들이 모든 힘을 쏟아 부어가며 논문과 파괴광선 사이를 틀어막았다.

    적의 힘을 이용해서 적의 힘을 저지한다.

    돈 네무조아가 펼쳤던 기교를 한 단계 위에서 펼쳐낸 졸업생의 임기응변은 두 사람 모두를 무사히 살려낼 수 있었다.

     

    “너 이 자식, 힘의 소모를…!”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얼간이 같았으면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졸업할 수 있었겠냐? 꿈 깨라. 넌 죽어도 나랑 같이 죽는다.”

     

    졸업생의 악에 복받친 눈이 단장을 노려봤다.

    하지만 적의 힘으로 적을 저지하고 있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빨리, 더 빨리 도망쳐요!”

    “의문. 다크프린세스는 위어드 교수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크루엘의 순진무구한 물음에 오크노디가 억울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저지를 계획은 잔뜩 있지만 아직 행동으로 옮긴 건 몇 개 없었어! 게다가 교수님은 잘못한 게 없어도 자기가 다녀간 곳에 목격자를 남겨두면 귀찮으니까 마주치는 생명체를 다 죽이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분이라고!”

    “…그 사람, <숲과 자연에 대하여> 교양강의도 가르치지 않아? 평화나 존중, 그런 걸 가르쳐야 할 사람이 그런 짓을 저지르고 다녀도 되는 거야?”

    “위어드 교수님의 자연은 ‘자연재해’의 자연이야!”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연재해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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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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