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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3

        

         

       미국은 항상 세계의 패권에 관심을 가져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손에 넣은 세계의 패권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구대륙에서 넘어와 신대륙을 개척한 자들로서 자부심을 마음에 품었고, 세계 2차 대전 때 얻은 최강이라는 자신감으로 세계를 경영하는 존재라고 자신하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패권이라는 것은 그냥 한 번 손에 쥔다고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후발주자는 언제나 존재하였고,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위치에 서기를 바라왔다.

       한때 그를 억압하였던 영국, 말을 뒤지게 듣지 않는 프랑스 놈들, 구대륙에서 세를 떨쳤던 파시즘 국가들, 저 멀리 동방에서 나타난 광기의 제국, 그리고 잠시 고꾸라졌다가 다시 비상하려는 동방의 용, 낫과 망치를 든 채 전 세계를 빨갛게 물들이려다가 실패한 공산주의자들, 낫과 망치의 산에서 태어난 러시아….

         

       많다.

       미국의 위치를 위협하는, 미국의 패권을 끌어내리려 하는 존재가 이토록 많다.

         

       그렇기에 미국은 쉴 수가 없었다.

       쉬어서는 힘겹고 지루한 싸움을 하게 될 테니까.

       자신의 위치가 위협을 받게 될 테니까.

         

       그것은 개척 정신과 세계 최강의 패권국으로의 자부심이 가득한 미국인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일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것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어떤 것은 그럭저럭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어떤 것은 돈을 끊임없이 쏟아부어야 하지만, 대신에 그 리턴은 어마어마한.

         

       그런 수많은 프로젝트.

         

       미국은 막대한 자원으로,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물처럼 쏟아부으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더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중요도는 갈리는 법.

       중요도라는 것은 예산을 분배할 때 참고하기 가장 좋은 지표이기에, 반드시 분류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프로젝트 사이에 중요도가 중간쯤에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CIA와 IT 쪽의 거대 기업 몇이 힘을 합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성공하기만 한다면 우주 패권을 얻는 것에 유리해지며, 전 세계의 IT 서비스를 장악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스타오션 프로젝트(Star ocean project).

         

       지구 주변에 별의 바다를 만들겠다는 광오하기까지 한 이름의 프로젝트.

         

       미국이 만들어낸 수많은 위성으로 도배를 하려는 프로젝트다.

         

       적성 국가의 위성은 요격하여 우주에 진출하는 것을 방해하고.

       동맹국은 미국의 허락과 통제하에서만 인공위성을 쏠 수 있게 만들고.

       인공위성을 통하는 모든 서비스는 아예 독점하듯이 미국이 먹어버린다.

       그리고 전 세계의 위성 정보를 사방에 깔아놓은 위성으로 관측하기까지 할 수 있으니.

       전 세계에 미국의 눈을 깔아놓고 전 세계를 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라 할만했다.

         

       당연하게도 이 프로젝트는 다른 나라가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국가뿐만이 아니라, 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에도 말이다.

         

       아예 후발주자가 올 수도 없게 사다리를 뻥 차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리고…능력자들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환영하기 힘든 것이기도 했다.

       미국이 전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능력자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되고 있으며,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암살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미국이 별의 관측을 막는 위성을 띄울 것을 생각한다면, 점괘를 볼 때나 별과 관련된 주술을 사용할 때도 방해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일 터.

         

       그 때문에 이 스타오션 프로젝트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미국의 독주를 막고 싶어 하는 타국에 의해서,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던 능력자들에 의해서, 그리고 때로는 주술사들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회귀 전에 그러했다고 회귀 후에도 그러할 것이라 자신할 수는 없다.

         

       특히나 나비효과 때문인지 점점 미래가 바뀌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별의 관측을 방해하는 위성이 하나라도 더 생기는 것은 악재(惡材)라 할 수 있도다.’

         

       그렇기에 박진성은 재앙이라 불리게 될 무인을 지구로 불렀다.

       아주 높은 가설을 토대로 설득을 시작하였고,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알렸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하는 이들이 한데 모일 가능성이 높은 곳을 말해주기까지 했다.

         

       그것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

         

       무인에게는 우주를 개판으로 만들 작자들을 죽이는 일이니 좋은 것이요.

       박진성에게는 별의 관측을 방해할 작자들을 죽이고, 미국에 혼란을 일으켜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입국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혼란.

       중요한 것은 혼란이다.

         

       그 혼란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정신이 팔린 사이, 그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미천한 주술사 하나가 국가와 얽혀 이득을 보는 방법이 이것이니.

       이것은 자연에서 얻은 교훈이요 지혜라.

         

       그렇기에 박진성은 기생술사라 불린 것이다.

       그리하여 용병 시절 사람들에게 기생술사란 멸칭으로 불린 것이다.

         

         

         

         

        * * *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항상 좋다.

       여름은 따뜻하고 겨울은 포근한 곳. 바닷가의 파도가 쏴아아 쓸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햇살을 받고 있자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따스하게 데워지는 것만 같은 꿈결 같은 공간. 춥다고 한들 영하까지 내려가지 않고, 눈이 많이 내려 번거롭게 한다고 해도 고개를 들면 소복이 쌓인 눈이 절경을 만들어내곤 한다.

       폭포가 쏟아지는 봄, 숲속에서 즐기는 가을.

       해변에서 즐기는 여름, 산에서 즐기는 겨울.

       은퇴한 이들이 이곳으로 와 여생을 보내려고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듯, 이곳은 정말로 축복받은 땅이었다.

         

       사람이 지내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이러한 축복받은 땅에서 조금 나아가면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숲.

       캠프를 즐기기에 참으로 좋아 보이는 숲을 볼 수 있다.

         

       골프장은 넓고 아름다우며.

       강은 물놀이하기에 나쁘지 않다.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나, 나무를 부수고 포장해서 만든 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휴가지로는 제격인 곳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때로는 휴가에도 자격이 필요한 법.

         

       어떠한 곳은 철저하게 통제가 되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백 년도 더 전에 지어진 건물 하나.

       온갖 아티팩트와 울타리로 통제되고 있는 숲속의 공간.

         

       그곳은 자격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너무나도 철저한 통제.

       회원이 아니라면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게 하는 태도.

       그 때문에 오랜 시간 음모론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던 이곳.

         

       캘리포니아주의 소노마 카운티에 자리 잡은 보헤미안 클럽(Bohemian Club)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보헤미안 그로브(Bohemian Grove)라고도 불리는 이 독특한 조직은 140년이 넘도록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었으며, 회원이 아닌 이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게끔 철저하게 통제해온 비밀스러운 조직이었다.

         

       혹자는 그냥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교모임에 비밀스러움을 조금 더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숲속에서 행하는 뭔가 수상해 보이는 의식이라거나, 이 조직에 속해있었던 많은 유명 인사들 때문에 오늘날에도 수많은 음모론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기도 했다.

       특히나 두건을 쓴 사제들이 거대한 부엉이 석상 앞에서 관을 태우는 ‘근심의 화장(The Cremation of Care)’이라는 이름의 의식은 우상숭배나 다름없는 기괴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음모론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모임에 속해있는 놈들은 적그리스도를 섬기는 이교도다.’, ‘구대륙에서 건너온 사악한 이교의 신을 모시는 놈들이다.’ 등의 이야기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보헤미안 그로브의 회원들은 이러한 추측을 일축하며 ‘우리는 그저 전통 있는 비밀스러운 사교모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만 말할 뿐, 외부에 자신들의 시설을 공개할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외부에 알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되는, 비밀스러운 공간.

       오직 회원들과 회원이 보증하는 동행인만이 누릴 수 있는 그 공간에.

         

       저벅.

         

       불청객이 발을 들였다.

         

       일본에서 만난 주술사가 준 주물을 몸에 둘둘 두른 남자.

       허공답보로 정지궤도(停止軌道)에 서 있는 인공위성 몇 개를 부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의 숲에 착지한 경지에 이른 무인.

         

       이반.

         

       우주에게 홀린.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숲속을 방문할 보헤미안 그로브의 회원들, 그로버스(Grovers)들에게 재앙이 될 자가.

         

       지금 이곳에 당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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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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