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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4

    <694 – 충격고백(12)>

     

    위어드 교수의 조교들과 그녀의 연구실 출신 졸업생들은 여러모로 운이 안 좋았다.

     

    “오크노디라는 1년생이 돌을 먹었다며?”

    “하하. 참 별난 녀석이네.”

     

    981기 입학생 오크노디.

    마석을 먹고 능력치가 오르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위어드 교수가 알았으니까.

     

    “화강암을 먹고 화염내성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교수님, 사람은 돌을 먹고 화염내성이 오르는 스톤골렘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렇지요. 하지면 당신은 자연마법을 배운 자연마도학의 종사자이지 않습니까? 자연의 은혜와 소중함을 그 몸으로 체득할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아니 시발 이건 돌이잖아요. 사람은 돌 못 먹는다고요!!”

    “그럼 대안으로 화염저항포션을 마신 다음에 마그마에 직접 뛰어들고 버티는 훈련이 있습니다만, 돌을 먹겠습니까 뛰어들겠습니까?”

    “살려줘!! 나 이 강의 그만둘…”

    “어라?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위어드 교수의 천연덕스러운 한마디와 함께 눈도 뜨기 힘든 매서운 강풍이 4학년의 안면을 마구 두들기며 때렸다.

     

    “그마아아우푸우으어어”

    “네?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그만둘…”

     

    위어드 교수가 고개를 갸웃하자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내리치더니 4학년의 몸통에 연달아 내리쳤다.

    새하얀 김을 뿜어내며 꿈틀거리는 학생에게 위어드 교수가 가슴을 가린 잎사귀를 뻗어 입을 가리고는 조신하게 놀란 척을 했다.

     

    “저런. 괜찮으신가요? 아무래도 오늘은 날씨가 많이 안 좋나 보네요. 자연친화적이지 못한 발언으로 대자연이 분노하고 있나 봐요.”

    “으그그그그…”

    “다른 교수님들에게는 강의 도중에 부상을 입어 정상적인 커리큘럼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씀드릴 테니 당분간은 연구실의 급속회복캡슐에 들어가도록 하죠.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화강암에 제대로 자연치유의 회복마법을 새겨서 삼키도록 도와드릴 테니까요.”

     

    돌 먹기에 저항하던 학생이 이토록 처참한 꼴로 캡슐에 집어넣어지는 꼴을 본 동기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여러분, 왜 울고 계시는가요?”

    “자연의 은혜를 이 몸으로 받아들일 생각에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그치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정말 바람직한 마음가짐이군요. 4년간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아 교수님은 지금 무척 기쁘답니다. 자, 그러면 입을 벌리세요.”

    “으그극… 교, 교수니임… 이렇게 큰 건 무리예요… 안 들어가요… 너무 아파…”

    “그럴 땐 씨앗과 식물을 보관하는 압축마법을 발현하면 된답니다. 자연을 원형 그대로 먹는 버릇을 들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만, 능력에 맞는 섭식을 해야 식도가 상하지 않는답니다.”

     

    그냥 돌을 안 먹으면 그럴 일이 없잖아.

    조교들은 눈물을 머금고 속으로 욕을 삼켰다.

     

    “도대체 위어드 교수가 왜 갑자기 미쳐가지고 돌을 먹으라고 이러는 거야? 전에도 압축버섯을 먹으라고 시킨 적은 있지만 돌을 먹으라는 미친 소리를 한 적은 처음이잖아.”

    “드디어 광증이 골수까지 치밀어서 인간의 마음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신 건 아닐까?”

    “그런 게 아니야… 오크노디 1년생이라는 돌을 먹는 미친 애 때문이라고!”

     

    위어드 교수의 광증의 원인을 찾아낸 4학년들은 정말 흔치 않게도 1학년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는 엄청난 결심을 했다.

     

    “인간적으로 쟨 선을 넘었어.”

    “요즘은 박쥐 피도 마신다며?”

    “엄마… 나 피 마시기 싫어… 살려줘…”

    “전기 다루는 카시아라는 친구도 있대. 이러다 전기의자에 묶일지도 몰라.”

    “잠깐, 아니 시발 잠깐만. 얘 왜 수강중인 강의가 13개나 되는 거야?”

    “……교수님이 1학년을 보고 본받으라며 우리한테 강의를 더 들으라고 협박하면 어쩌지?”

    “좋아, 다음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얜 묻어버리자.”

     

    지난 981년 2학기.

    이들은 이미 오크노디 암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했었다.

     

    “1학년에게 4학년이 접근할 기회는 많지 않아. 교관들의 눈뿐만 아니라 교수급 실력을 지닌 <사감선생>의 눈을 피해야 한다고.”

    “그거라면 나한테 맡겨라. 1학년 신입생기숙사 사감선생은 엘리자베스라고 이름 붙인 애완 돌멩이가 사라져서 광인이 되었다더군. 엘리자베스가 발견되었다고 거짓정보를 흘리면 일도 내팽개치고 알아서 어디론가로 사라질 거다.”

     

    4학년 한 명은 행정학부에서 수많은 왕족과 귀족을 대하며 단련된 정보전을 능숙하게 발휘하여 사감선생을 저 멀리 내보냈다.

     

    “아니 사감선생님, 애들 내팽개치고 어딜 가시는 겁니까! 기숙사에 계셔야죠!”

    “엘리자베스가, 엘리자베스가 바위산의 스톤골렘에게 잡아먹혔다는 정보를 입수했어. 우리 애기를 구해주러 가야해!!”

    “이런 시발, 애가 잡아먹혔다고?”

    “미친.”

    “뭔진 모르겠지만 보통 일이 아니잖아. 빨리 가서 사감선생님을 도와주자. 얼른 지원도 요청해!”

     

    사감선생님의 엘리자베스가 애완돌멩이라는 사실을 아는 고참교관들은 돈 안 되는 치안교관 노릇에 관심이 없었기에 휴게실에서 포커를 치기 한창이었다.

     

    “야 시발, 신입교관들이 한 소리 들었냐?”

    “애들이 기숙사에서 몰래 탈출하다가 접착마법에 걸려서 구조요청이라도 한다고 했냐?”

    “애가 골렘한테 잡혀가서 그거 구하러 간댄다. 존나 비상이야!”

    “미친, 바위산은 1학년 출입금지구역인데 어떻게 기어들어간 거야?!”

     

    돌멩이가 아닌 애라는 표현을 전달해버린 신입교관들의 실수는 고참교관들의 오해를 초래했고, 그렇게 고참교관들까지 지원을 위해 기숙사를 비우고 단체로 바위산으로 뛰쳐나갔다.

    위어드 교수 연구실 소속 4학년들에게는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인드링크>

     

    [정지. 저 앞에 그림자가 일렁거린다.]

    [비밀호위가 기숙사를 지키고 있는 건가?]

    [그림자를 다루는 교수… 브론즈 교수는 아니다.]

    [쏜즈 교수의 저주술도 아니군.]

    [평범한 은신술이다. 게다가 저 실루엣, 단궁을 지녔군. <엘프 암살자>들이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천운마저도 따라주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공백을 틈타 엉뚱한 엘프 암살자들이 기숙사 건물을 향해 몰려들었으니까.

    노리는 목표마저도 오크노디의 기숙사실이었다.

    저대로 저것들이 오크노디를 암살한다면?

    그들은 손 하나 대지 않고 코를 푸는 격이다.

    실패하더라도 오크노디가 지친 틈을 타서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4학년들이 계산적인 판단하에 숨죽이는 사이, 엘프 암살자들이 창문에 걸린 경보술식을 해제하고 단검으로 유리창을 도려내었다.

     

    <조건부 술식발동>

    <감속>

    <감각박탈>

    <석화의 저주>

    <보호막>

    <이탈불가>

    <강제봉인>

    <60초 내로 침입자가 해법술식을 전개할 경우, 시전자가 모든 저주를 돌려받는 대신에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저주가 10배 강하게 들어가는 저주>

     

    “…!!”

     

    엘프 암살자들은 별안간 쏟아져나오는 상태이상에 시달리면서 보호막을 캉캉 내리치거나 급히 술식을 따라 그어보았지만 어느 하나도 성공하지 못하고 모조리 시간초과로 석화에 당했다.

     

    <잡템자동수집배낭>

    <자동수집의 손>

     

    깨진 창문 너머로 뻗어 나온 손이 보호막 안의 조각상들을 배낭에 쓸어 담으려다가 <살아있는 생명체> 판정을 받아 담기지 않자, 배낭에서 망치를 꺼내 조각상을 부수고 쓸어담았다.

    손은 도로 창문을 재생시키는 치밀함까지 보이고는 살포시 창문을 닫았다.

    침입자의 흔적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정리된 사건현장을 보며 그들은 깨달았다.

     

    [저딴 게 어떻게 1학년…?]

    [마법사의 공방이 따로 없군. 한 놈은 확실히 초상 치르겠어.]

     

    화풀이를 위해 찾아간 1학년 치고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방어 수준에 그들은 이번에도 눈물을 꾹 참고 물러서야만 했다.

     

    [잠깐. 투시마법으로 내부구조도를 이미 확보했다. 오크노디는 혼자서 침대에서 자고 있어. 환몽초를 들여보내기만 하면 돼.]

    […그만둬라. 넌 이미 한 번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하고 내 말을 들어.]

    [무슨 근거로?]

    [사전조사에 따르면 녀석의 방에는 ‘응애’라고 불리는 만드라고라가 있다. 넌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지. 네 투시는 오크노디가 보여준 가짜라는 말이다.]

    […!]

     

    몇 중의 함정이 펼쳐졌는지 헤아릴 수도 없는 오크노디의 방!

    결국 그들은 오크노디 암살을 확실하게 단념했다.

    그마저도 그들에게는 운이 미치도록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밤놀이는 잘 즐기고 오셨나요?”

     

    돌아온 연구실.

    불 꺼진 연구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위어드 교수가 활짝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으니까.

     

    “허억! 평소라면 조교들을 연구실에 박아두고 지 혼자 어디로 놀러다니는지도 모를 교수님이 불 꺼진 연구실에 홀로 출근해 계시다니!! 게다가 이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잖아!!”

    “그렇답니다. 그럼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조교들에게 물어볼까요. 방금 어디서 뭘 하고 오셨나요?”

    “오크노디의 암살각을 재려다가 너무 빡세보여서 도망쳤습니다!!”

    “그렇군요. 자연에서도 어린 천적을 미리 죽여서 없애놓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피식자의 영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위어드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행위의 당위성을 긍정하였다.

     

    “저, 저희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살기 위해선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인정해주셔서…?”

    “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여러분이 지금 살아있는 이유는 논문실험대상이 변경되면 논문완성 및 심사제출기한이 늘어나서 귀찮아지니 그런 거랍니다.”

    “…”

    “물론 오크노디 1년생이 다치거나 자칫 죽기라도 했다면 그땐 공동묘지를 하나 새로 만들어야 했을 테지만요.”

    “……”

    “하나만 기억하세요. 오크노디가 다치면 여러분도 다치고, 오크노디가 죽으면 여러분도 죽는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오크노디가 겪는 모든 일을 고스란히 겪는 논문실험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나긴 회상이 파괴광선에 끝내 불타버린 논문페이지 하나와 함께 떠올랐다.

    조교들은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방금 파괴광선이 지나가면서 걷힌 길의 저편에서 새어 나왔던 그 냄새는…”

    “틀림없다. 오크노디의 <배낭배낭>에 새겨둔 추종향의 냄새다.”

    “오크노디의 심장박동수가 150을 넘으면 울리는 손목시계도 울리고 있어.”

    “오크노디가 12시간 이상 식사를 하지 않으면 무작위 음식메뉴를 소환하는 룰렛도 회전 버튼이 계속 깜빡이고 있어!”

    “저 안에 오크노디가 있는 건가? 12시간 이상 굶주리며 심장박동수가 요동치는 상태로?”

     

    오크노디가 위기에 처했다.

     

    “논문 원본 페이지 한 장이 불탔는데 위어드 교수님은 우릴 용서해 주실까?”

    “어림도 없겠지. 그만한 공적을 쌓지 않고선.”

     

    논문이 불타며 그들도 위기에 처했다.

    이미 불타버린 논문 때문에 여생을 조져버린 그들이 살아남을 방도는 하나뿐이었다.

     

    “오크노디를 구하느라 논문을 지키지 못했다고 변명하면 위어드 교수도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그런 방법이!”

    “외부에서 간이나 보고 있어서는 안 되겠어. 당장 들어가서 오크노디를 꺼내오지 않으면…!”

     

    조교들이 마경 2구역에 폭탄 씨앗을 뿌려 성장과 동시에 폭발시키고는 뻥 뚫린 구멍으로 난입했다.

    그들을 이용한 <졸업생>과 열심히 도망치던 오크노디가 동시에 기겁할 등장이었다.

    돈 네무조아에게는 뻥 뚫린 역장을 통해 탈출할 수 있다는, 간절히 바라던 탈출의 기회이기도 했다.

     

    “잠깐. 그런데 아무 위험도 없이 우리가 가볍게 오크노디를 구출했다고 위어드 교수님이 의심하면 어떻게 하지?”

    “…위험을 만들어야겠군!”

    “저 녀석을 써먹자.”

     

    돈 네무조아는 자신을 보물처럼 바라보는 조교들의 탐욕스러운 눈빛에서 그들이 조금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륙십대도적이나 대륙십대창수도 능가하는 자신을 일개 교수의 ‘조교’들 따위가 어찌하려 하다니 그로서는 황당할 노릇이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너희 전원을 합쳐도 나 하나의 전투력에 닿지 못할 터인데, 대체 무슨 깡으로 그딴 소리를 해대는 거지?”

    “논문이 한 장 불탔으면 죄다 불타도 상관없는데 우리가 알 바는 아니라는 거지.”

     

    조교들이 살포한 씨앗이 황금거신상에게 닿았다.

    그리고 황금거신상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방금 뚫린 황금영역이 도로 닫히고, 고갈되었던 파괴광선의 에너지가 재충전될 정도로.

     

    “이런 미친?!”

     

    기겁하던 돈 네무조아는 문득 자신의 몸에 정체 모를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원인은 어느 틈에 그의 어깨에 뿌리를 내리며 힘을 공급하던 <신성초>에 있었다.

     

    “교수님도 인정할 정도로 크게 싸워라!”

    “넌 이제 마왕군 사천왕급의 괴물이다!”

    “강해졌으니 돌격해!”

    “닥쳐라! 하란다고 순순히 이용당할… 컥?!”

    “힘을 쓰지 않으면 몸이 터져 폭발할 때까지 무한대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마!”

     

    돈 네무조아는 자신의 <탐식의 갑옷>이 조교들이 넘겨주는 힘을 무절제하게 흡수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 힘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어 외부로 쏟아붓지 않으면 산 채로 전신이 폭발할 것을 느꼈다.

    힘의 공급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은 황금거신상도 마찬가지였으니, 결국 조교들이 성장시킨 황금거신상과 조교들이 성장시킨 돈 네무조아의 피할 수 없는 대격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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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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