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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4

       

        

        

        

        

        

        

        

       “좋아. 이름은?”

        

       “…라플라스 에블린 란디아. 원래 이름은 라스칼 에블린 란디아. 35세. 36만 달러 규모의 사기죄 때문에 15년간 복역 중이었습니다. 1월 초 즈음에 변이자로 바뀌었고…그 즈음 탈옥했고요. 어느 순간부터 밥이 아예 안 나와서, 굶어 죽겠다 싶어 나왔지요.”

        

       “이유는 딱히 궁금하지 않으니 넘어가자고. 그 이후의 행적은…뭐어, 간략하게 적어서만 제출해라. 이미 그쪽 입에서 어느 정도 들었기도 하고, 어차피 같이 온 사람들이랑 교차검증할 예정이니까.”

        

       “그, 뭐…사법거래 같은 건 없습니까? 휘슬블로어라든가 뭐 그런 거 참작해서….”

        

       “그건 신경쓰지 마라. 센트럴 파크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죄수 가둬놓는 데에 여력을 쓰는 건 힘들거든. 사람 가둬놓을 시간 있으면 막노동에 투입하지.”

        

        

        

        새벽 2시, 센트럴 파크 HQ 특수심문실.

        

        바닥과 완전히 고정되어있는 테이블을 정가운데에 둔 채 두 명의 변이자가 서로를 마주했다. 한 명은 중무장한 상태였고, 다른 한 명은 테이블과 직결된 두꺼운 쇠사슬과 수갑에 손목이 묶여있었다.

        

        올리비아 닉스 로렐라이, 그리고 통칭 ‘조디악’이라는 코드네임으로 하이에나 카운슬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던 또 다른 변이자까지.

        

        

        사람 두 명과 테이블 한 개밖에 들어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방 안. 조디악은 벽과 천장이 맞닿는 꼭짓점 부분에 이상하게 생긴 관 같은 게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일반인들은 눈치조차 챌 수 없는 속도로 눈알을 굴렸고, 주변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앉아있는 올리비아와 심문실 밖에서 이쪽을 슬금슬금 쳐다보는 오퍼레이터들이 보였다.

        

        호의적인 반응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적대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얜 또 뭔가 싶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더해 죄수 격리할 여력도 없다는 말까지.

        

        나름 조심하기만 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15년 중 6년 가량을 복역하며 생긴 눈치와 짬은 어디 가지를 않았고, 그녀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저 벽면 끄트머리에 달린 건 뭡니까?”

        

       “화염방사기. 네가 허튼 짓 하면 방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역할이지. 참고로 나는 저거 켜져도 안 죽어.”

        

       “….”

        

        

        

        괜히 물어봤다.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눈을 피했다. 갑작스럽게 나름 편안하게 느껴지던 방이 찜찜하기 그지없게 변해버렸다. 조디악은 어떻게든 방금 말을 무시하기 위해 다른 곳에 집중했다.

        

        그냥 입을 닫고 있어야만 하나.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 보이는 것은 팔짱을 낀 올리비아의 거대한…그 시점에서 조디악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몸이 이렇게 바뀌면서 그녀 자신에게도 비슷한 무언가가 달리긴 했지만, 저건 – 물론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올리비아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조디악을 째려보았다.

        

        신체능력은 살짝 엇비슷할지언정 상대는 살인기예를 극한까지 연마한 사람이었고, 그녀는 다년간의 교도소 생활 덕분에 자신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 잘 굴종하는 법을 배웠다.

        

        

        

       “…그쪽도 몸 바뀐 건 알겠는데. 너무 쳐다보지 마라. 안 그래도 이것 때문에 짜증나니까.”

        

       “넵.”

        

       “아무튼 네가 데려온 민간인들이랑 죄수들 신상도 얼추 다 파악됐고, 앞으로 그 부분은 네가 신경쓸 바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니, 몇 가지는 알려주지.”

        

       “…예, 감사합니다.”

        

       “일단 중범죄자, 마약 유통자들 등은 얄짤없이 수감이다. 전시상황 와중 탈옥에 살인, 방화, 약탈, 강간, 마약 유통 같은 짓거리들은 주(State)에 따라서는 바로 사형이야. 많이 봐준 거다. 알고 있겠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디악 자신이라면 몰라도…아니,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는 어디까지나 방조죄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부정해봤자 서슬퍼런 시선이 주는 부담감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일단 센트럴 파크로 온 이상, 그녀가 자신을 믿고 따라온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이곳에 있는 새로운 간수들의 자비를 바랄 뿐.

        

        조디악은 자신을 따르던 죄수들이 사형 혹은 그에 준하는 중대한 처벌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격리로 끝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것까지는 내가 신경쓸 부분이 아닌가.’

        

        

        

        저들도 분명히 센트럴 파크의 온화한 처벌 강도에 칭송을 아끼지 않으리라.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곳에서 수송기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포트 해밀턴에서 그대로 잿더미가 되거나, 미사일에 맞아 분쇄되거나, 설령 살아남아도 적에게 잡혀 처형당했을 터.

        

        조디악은 그 사실을 알고 침묵했고, 올리비아는 태블릿 화면을 이리저리 넘겨보며 그녀의 공과 죄를 구별하고 있었다.

        

        

        

       “흠….”

        

       “…?”

        

        

        

        올리비아는 법률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게 그다지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

        

        일일이 그런 걸 검토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그런 걸 하나하나 신경쓴다면 현 시점에서 원활하게 돌아갈 일이 없었다. 그저 적당히 플러스마이너스 정도를 살필 뿐.

        

        게다가 기존 판례를 검토하여 뭔가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살핀 것은 조디악의 공로 부분이었다 – 사실 첫 번째는 공로라고 하긴 어려웠지만, 클리너들에게 같은 갱단의 위치를 싸그리 팔아넘긴 것이 첫 번째.

        

        결과론적으로만 보자면 대략 1천 명 가량의 갱단이 브루클린에서 사살되었다.

        

        

        

       ‘…그걸로 끝은 아니지.’

        

        

        

        두 번째, 로어 맨해튼.

        

        거기부터는 확실하게 공로라고 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1천 명이 넘는 탈옥수들을 로어 맨해튼으로 보내 그곳에 있던 러-중 연합군 분견대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포트 해밀턴.

        

        이 또한 확실한 공로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탈출 작전을 막고 조디악을 사살하기 위해 내려온 갱단 무리들은 덤이긴 했지만, 반대로 해석한다면 스스로를 미끼 삼아 갱단을 끌어들였다 할 수도 있었다.

        

        수백 년 전 과거에 태어났더라면 충분히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자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반대로 과오는…사실 꽤 명백했다. 일단 수감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이너스 포인트, 탈옥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이너스 포인트지만, 거기서 굶어죽을 수도 없었으니 그 부분은 판단 보류.

        

        갱단을 이끌고 다니긴 했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거의 200명 가량의 기술자들을 데리고 다녔다는 것은 꽤나 눈여겨볼만한 부분. 거기에 변절한 100명 가량의 부하들은 진즉 포트 해밀턴에서 쓸려나갔다.

        

        허나 단순한 일반인이 아니라 변이자가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조디악은 약간의 경과관찰 이후 공사에 투입되는 것 정도로 끝났어야만 하는 일반인과 달리 여러 번거로운 일들이 더 많았다.

        

        다른 이들이 예상한 그대로였고, 올리비아는 주머니에서 시계 하나를 꺼냈다.

        

        이카루스 워치는 당연히 아니었다.

        

        

        

       “착용해.”

        

       “…요원 나리들이 쓰는 그런 건…당연히 아니겠군요.”

        

       “착각하지 마. GPS야. 네가 도망치기라도 했다간 좀 많이…골치가 아플 예정이거든. 본의는 아니겠지만 신체가 그렇게 바뀌었으니 감내하라고.”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고, 올리비아가 내민 시계를 받아들였다.

        

        좀 많이 골치가 아프다고 표현했지만,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었다. 만약 진짜로 탈출이라도 했다간 금방이라도 뭐가 날아올지조차 몰랐다. 특히나 조디악이 불러온 폭격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적어도 불타죽거나 하늘에서 무엇이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죽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무서울 정도로 순순히 협조했고, 시계를 착용했다.

        

        그제야 올리비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조디악은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조금 배고픈데. 혹시 밥 달라고 하면 줍니까? 아까 초콜릿 바 준다고 할 때 받았어야 할 것 같은데….”

        

       “…뭐, 그 부분은 노력해보지. 나가면서 간식 좀 넣으라고 할 테니까 앞으로 얌전히 협조 잘 하라고.”

        

        

        

        물론 올리비아는 조디악이 갑자기 왜 초콜릿 바를 언급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더 이상 얻어낼 정보는 없었고, 별도의 인텔 교차검증 같은 것은 나중에 다른 오피서들이 할 것이었다. 그리 생각한 올리비아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물론 간식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오퍼레이터들이 말을 걸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은 당연히 유진이었다.

        

        

        

       “저 분은…오퍼레이터가 되지는 못하겠죠?”

        

       “당연한 말을. 영입의 마지노선은 너 정도지. 나중에 잠재적 위험인물 분류가 만료된다면 몰라도…그래도 변이자인만큼 별도의 방에서 지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봤자 별도의 수감실이겠지. 같은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서 지내게 둘 리는 없을 걸.”

        

       “이래저래 불쌍한 놈이로구만.”

        

        

        

        물론 목소리에 실린 감정은 전혀 불쌍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이들이 할 일은 여전히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었고, 당장 이틀 후에는 뉴헤이븐 출장이 예정된 상태였다. 출장이라고 하기에는 뭐했지만 말이었다.

        

        밖은 여전히 끔찍하리만치 어두웠고, 이들은 당장 씻고 자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와중, 누군가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막내.”

        

       “네엥?”

        

       “…얜 아직도 민간인 같네. 군인이 아니라.”

        

       “우에에에….”

        

        

        

        이 즈음 유진은 한 마디 할 때마다 볼을 꼬집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장난은 필요했다. 로건이 앞으로 할 말은 유진이 받아들이기에는 약간의 밑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행한 로건이 입을 열었다.

        

        

        

       “내일 오웬스 팀장님이 널 좀 보자더군.”

        

       “…네?”

        

       “네가 못 미더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사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뭐, 자세한 이유는 그 양반만이 알겠지. 일단 가서 이야기나 좀 나눠봐라. 알겠지?”

        

       “네엥….”

        

        

        

        그 말을 하고 있는 유진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침울했다.

        

        어쩌면 필살 비얌애교가 통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진은 불안해졌다 – 딱히 평소에 애교를 부리고 다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새벽은 깊어가고 있었지만, 낮과 밤의 구분은 진즉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센트럴 파크는 오늘도 바빴다.

        

        

        

        

        

        

        

        

        

        

        

        

        

        

        

        

        

        

        

       

       “…알겠어요? 아직 갈 길 먼 꼬맹이니까, 저 처음 왔을 때마냥 쥐잡듯이 패지 마요. 알겠어요?”

        

       “그러니까, 뭐…대충 딸내미 보듯 다뤄달라는 이야기인가?”

        

       “딸도 없는 양반이 무슨. 하여튼 싹싹한 애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마요. 애가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배우면 잘 할 거예요. 전 그 물개랑 독수리 놈이랑 작전 세부사항 짜러 가야 하니 잘 봐주시고.”

        

       “기왕 말 나온 김에 보다 가는 게 더 나을 텐데.”

        

       “아이씨, 아무튼 바쁘다니까요. 전 갑니다!”

        

        

        

        철컥!

        

        문이 닫히고, 그 여파로 뒤집힌 채 시계를 가리던 종이가 다시 원래 자리를 찾는다.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다음 날이 된 것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우유 색깔의 머리카락을 집어들고 물끄러미 쳐다보던 EX 스쿼드론의 팀장인 오웬스는 어처구니없단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언제 갑자기 저렇게 팔불출인지 뭔지가 됐나.

        

        짐작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로건이 남기고 간 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유진이라는 꼬맹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몇 달 동안 끔찍한 것만 보고 다니다가 저런 꼬맹이 보고 귀여워하는 건 이해한다만….’

        

        

        

        이리 말하긴 뭐하지만, 그리고 당사자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EX 스쿼드론의 다른 인원들은…로건을 보고 비슷한 위안 같은 것을 얻고 다녔으니.

        

        위안을 주는 사람은 무엇을 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대강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상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만, 로건이 그 유진이란 꼬맹이를 여기 데려오는 것도 마찬가지로 필연이었다.

        

        좌우지간, 위안과는 별개로, 이카루스 기어를 착용하고 있는 오퍼레이터라면 이런 혼란한 시대에서 제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어야만 했고, 오웬스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직접, 그리고 처음으로 창설한 태스크포스로 같이 묶여버렸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 유진이라는 꼬맹이를 제 몫은 하는 막내로 키워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는 손가락을 들어올렸고, 간단한 신호를 보내어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한 사람이 쭈뼛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음. 의자에 앉아라. 식사는 했나?”

        

       “네, 아침은 먹고 왔어요.”

        

       “잘 했다. 꼬리가 있다고 해서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가져왔다. 불편하더라도 적당히 참아라.”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서 끼긱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오웬스는 애써 무시하면서 로건이 방을 나가기 전까지 신신당부하던 당사자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초면은 아니었다. 사실 진즉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오웬스는 해당 시설에 처음 온 이후 로건이 그녀를 소개시켜주었을 때, 그리고 같이 작전을 했을 때 유진을 보았고,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말 그대로 처음이었다.

        

        

        한 명은 교관으로서, 그리고 한 명은 훈련생으로서.

        

        그리고 교관으로서 유진을 처음 본 오웬스가 느낀 첫 인상은…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확실한 건 남에게 총질을 하고도 태연할 인상은 아니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잠은 잘 자고 있나?”

        

       “…네?”

        

       “앞으로 반문은 없다고 생각해라. 잠을 잘 못 자거나 악몽을 꾸지는 않냐는 거다.”

        

       “네. 그…다른 분들이 워낙 잘 봐주셔서 그렇기도 하고….”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것만으로도 오웬스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유진이 겪은 일들은 – 적어도 그가 보았던 것에 한하면 –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와중 발생한 가장 끔찍한 일의 축에는 속하지도 않을 것이 확실했지만, 딱히 가장 끔찍한 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숙련된 병사들조차 얼마든지 PTSD로 고통받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런 기색이 거의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마음 속 평가를 조금 상향조정하며, 오웬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안토니 오웬스다. 계급은 원사지. 일단 상급부대로 안 가려고 준위 직을 안 받아든 거긴 하다만…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난 앞으로 너를 가르칠 사람이다.”

        

       “앗, 넵. 앞으로 제가 뭘 하면 될까요?”

        

       “기본적인 자세는 되어있군. 크게 어려운 건 아니다. 난 앞으로 네게 사격에 대한 충분한 양의 근육기억을 주입할 예정이지. 이 말엔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

        

       “더 유닛에 처음 들어온 신병들은 한 사람 당 평균적으로 한 달 안에 10만 발 가량의 사격을 진행한다. 설령 그들이 레인저, 그린베레, SWCC, RRC, 포스리컨, 심지어는 공수사단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 십수 번씩 파병과 실제 작전을 진행한 작전팀장급 인력이라도 말이지.”

        

       “우와.”

        

       “신병들의 일과를 간단히 알려주겠다. 작전 혹은 긴급출동, 훈련이 없는 날 기준이다.”

        

         

        

        팔락.

        

        그가 종이를 펼쳤고, 유진에게 보여주었다.

        

        

         

       “기상한 후 식사를 하고, 08시까지 사격장으로 와라.”

        

       “네.”

        

       “거기에 가서 13시까지 사격(Flat range shooting)을 진행하고, 14시까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사격장으로 가라. 그리고 18시까지 또 사격해라. 전부 실전사격을 기준으로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19시까지 식사를 끝마친 다음, 킬하우스 훈련을 23시 30분까지 계속 반복한다. 이 일과는 네가 총기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겠다. 전담 건스미스 배정이 가능할 정도까지의 실력이 되면, 킬하우스 훈련의 비중을 높일 거다.”

        

       “…넵.”

        

        

        

        순간 굳어지는 표정.

        

        그는 미약하게 입가에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물론 이 스케줄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말이지. 하루가 멀다하고 밤낮없이 긴급출동요청이 밀려드는 것도 그렇거니와, 킬하우스 훈련이랑 후드박스 훈련 같은 건 참관인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거든….”

        

       “오웬스…원사님처럼 고도로 훈련받은 오퍼레이터 분들 말씀이시죠?”

        

       “어느 정도 이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눈치챈 모양이군.”

        

        

        

        그는 종이를 덮으며 덧붙였다.

        

        

        

       “굳이 여기에 목을 매지는 마라. 너도 알겠지만…한 달 동안 사격장에 처박혀 사는 것보다는 한 번의 실전이 더 도움이 되는 법이다. 방금 제안한 사격훈련들은 그저 네가 현장에서 더 나은 결정을, 그리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걸 도와줄 뿐이거든.”

        

       “…그게 실전에서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럼 더 열심히 해야할지도….”

        

       “하하, 이렇게 말하면 몇몇 멍청한 놈들은 멍하니 고개만 끄덕이다 훈련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맥락 파악이랑 허점 발견 능력은 제법이야.”

        

        

        

        그 순간, 다시금 오웬스의 마음 속 평가가 상향조정된다.

        

        그는 아까보다도 조금 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타격팀에 눈치없는 놈이 들어오면 그것만큼 골치아픈 일이 없지. 앞으로 잘 따라오길 바란다, 꼬맹이.”

        

       “네, 넵.”

        

       “옆집 물개…아니, 로렌티나랑 올리비아가 알려준 것과 부합하지 않는 지식이 있다면 네게 가장 편한 걸 찾아라. 알겠지?”

        

       “네.”

        

       “좋아. 지금은 시간이 애매하니, 점심을 먹고 사격장으로 오도록. 대답은 하지 말고 나가도 좋다.”

        

        

        

        그리하여 유진은 고개를 꾸벅 숙인 채 나갔다.

        

        오웬스는 왜 고개를 숙였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녀가 완전히 나간 순간 약한 웃음을 터뜨렸다.

        

        적어도 첫인상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애한테 아무 짓 안했죠?”

        

       “가서 밥이나 먹고 와라, 로건.”

        

       “대답해, 이 양반아-!”

        

        

        

        그리고 오웬스는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팔불출 북극곰에게 습격당했다.

        

        센트럴 파크의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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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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