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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5

    <695 – 충격고백(13)>

     

    돈 네무조아와 황금거신상이 넘쳐나는 힘을 해소하지 않으면 신체가 붕괴할 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힘을 퍼붓는 사이, <논문도둑>은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조교들의 태도에 당황했다.

     

    “날 견제하지 않는 건가? 이대로라면 위어드 교수가 쫓아오기 전에 도망칠 수 있을 텐데.”

    “상관없다. 논문 원본이 소실된 시점에서 넌 이미 망령이나 다름없어. 어떻게든 죽게 될 운명이지. 대자연을 거스르고 살아남을 생각은 추호도 말아라.”

    “…!”

     

    논문도둑은 깨달았다.

    위어드 교수가 지금껏 자신을 초장거리에서 죽이지 않았던 까닭은 논문이 함께 훼손되는 것이 신경 쓰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논문이 훼손된 이상, 원본은 가치를 상실했다.

    언제라도 위어드 교수의 보복이 시작될 수 있다.

    조교들은 논문도둑과 괜히 엮였다가 옆에서 불똥이라도 튈까 무서워서 도망치고 있는 셈이었다.

     

    “우리와 다르게 여유가 있는 <졸업생>들이 저 앞을 지키고 있기도 하고.”

    “…그런가.”

    “잠깐. 너 왜 자연스럽게 오크노디를 쫓는 우리를 따라오고 있지?”

    “적이 싫어하는 일을 하라. 자연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한 가지가 아니었나? 내가 공격받으면 너희도 휘말린다.”

    “이 미친새끼가 왜 우리한테 이래! 우리도 연구실 소속이야. 당신도 조교 해봤잖아. 위어드 교수 밑에서 구르는 우리가 불쌍하지도 않아?!”

     

    지금은 논문도둑이지만 그 또한 한때는 위어드 교수에게 이용당하던 불쌍한 일개 조교에 불과했다.

    이들의 심정과 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너라도 나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면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을 거다.”

    “크윽… 분하게도 반박할 수 없군.”

     

    논문도둑의 말에 담긴 분노와 상실감은 조교들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처지임은 서로가 마찬가지였으니까.

    결국 추격자와 도망자와 함께 이동하는 불편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미궁의 2구역, 실제로는 이런 느낌인가?]

    [황금스택… 다리를 하나 통과할 때마다 자동지출되는 금화가 두 배…]

    [우회를 시도하면 황금수호병이 일어나고 황금강에 감지된 적의 강함에 따라 더 강한 황금수호병이 파견된다… 그 끝판왕이 <저거>란 말인가.]

     

    조교들은 자연을 헤아리는 능력을 적극 발휘하여 구역 내의 진행상황을 단숨에 파악했다.

    전장을 파악하지 못하면 위어드 교수에게 자연의 혹독함을 체험하게 되었던 처지이니 <전장분석> 기능의 습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내성에서 더욱 안쪽으로 향하는 길이 있군.]

    [열 개의 다리와 그 너머에 자리한 거대한 외딴 섬.]

    [‘지하’로 가는 길이 느껴진다.]

    [어마어마한 힘과 황금의 강들이 쏟아지고 있어.]

    [아무래도 저기는 고립무원의 마경 <제 3구역>으로 향하는 길인가 보군.]

     

    여기까지 단 하나의 금화도 지출하지 않았어도 2046매의 금화를 지불해야 하는 최종코스의 악랄함은 황금의 도시가 다음 구역으로 향하는 길을 어떻게든 틀어막고자 한다는 악의를 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한 번 제 속에 들어온 곤충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가두는 식충식물이나 침입자를 집어삼키며 성장하는 늪지대를 보는 기분이다.

    자연 자체가 인간에게, 모든 침입자에게 적대적이며 그들을 먹이로만 바라보는 느낌!

     

    [비행마법으로 지나치자. 어차피 이 도시가 가동할 수 있는 황금수호병들은 이미 발동했다.]

    [잠깐. 모험가 몇이 발버둥 친 흔적이 다리에 남아있다. 그것도 상당히 최근이야.]

    [흔적의 방향이 이상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흔적이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난간을 붙잡고 저항한 흔적이야.]

     

    느낌이 싸했다.

    너무 많은 마나가 소용돌이쳐서 투시도 먹히지 않는 시커먼 내리막길 아래.

    몇 명인지 모를 사람들이 모종의 목적으로 황금의 도시 아발론이 결코 사람들을 통과시키지 않으려고 작정한 최종난관 너머로 끌려갔다.

    평상시에 하지 않던 짓을 하는 황금의 도시.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마치 더는 침입자를 가두어서 천천히 죽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영역>

    <수호초의 보호장막>

    <음양초의 속성장막>

    <바람초의 살기감지>

    <기관초의 사격태세>

    <관제초의 동시조종>

     

    어지간한 보물 하나의 가치를 상회하는 레어등급 씨앗들이 조교들의 품에서 무수히 흘러나왔다.

    관제초의 다중조종능력에 의지하여 모든 종류의 공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한 공방체제를 갖추는 합동경계술은 어떤 속성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식물동아리 3학년들은 감히 따라할 수도 없을 기습감지 및 방어에 가장 특화된 진형!

     

    “…마인드링크가 들리지 않는군. 지근거리에서도 마법이 발동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야.”

    “으읏. 숨쉬기가 어려워. 마치 바다 속에 들어온 것처럼 귀까지 먹먹해.”

    “살벌할 정도의 마나밀도. 말로만 듣던 <용의 고수 봉우리>의 용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수준인데… <수련자>가 있지 않으면 왜 이런 짓이 필요하지?”

     

    누군가가 내뱉은 말에 4학년 조교들이 일제히 불길한 예감이 들며 오싹한 공포심에 휩싸였다.

    무언가가 있다.

    황금의 도시가 오래도록 침입자를 가두고 기능을 빼앗고 침입자를 아이템화 하면서까지 모았던 힘이 지하에 모조리 결집 된 이유.

    그 이유가 이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스스스

    휘오오오

    파직, 파지직━!

     

    점점 높아지는 마나밀도 속에서 그들은 문득 끌려가는 모험가들이나 기이하게 생긴 초소형비공정에 올라탄 사람들의 모습, 한 무리의 로브를 뒤집어쓴 수행자들과 고급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건… 무슨 현상이지?”

    “시공간 왜곡이다. 고도로 압축된 마나가 새어나가지 못한 과거의 잔상을 보여주고 있어.”

    “어쩌면 이 공간에 깃든 <선발대>가 <후발주자>들에게 남기는 경고일지도 모르지.”

    “재수 없는 소린 집어치워. 오크노디가 이 안에 들어간 이상, 우린 뒤에서 쫓아올 위어드 교수님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가자.”

     

    어차피 물러서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모두가 오싹한 공포심을 애써 떨쳐내며 전진했다.

     

    보글보글

    쏴아아아

     

    그들은 <황금의 강>의 동력원이 될 보물들이 재련소에서 녹여져 특수한 용액에 뒤섞여 방류되고 위에서 쏟아지고 위로 쏘아져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도시의 상하수도 시스템처럼 황금의 강이 보급되는 기술력은 이 강이 분명한 의도를 지니고 제작된 고대기술의 정수임을 증명했다.

     

    달각달각

    아아아아, 살려줘어, 끌려가기 싫어…

     

    희미한 비명과 절규, 도움 요청이 들리는 보물고.

    그 앞에서 귀를 기울이던 조교 한 명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여긴 들어가지 마.”

    “왜?”

    “에고아이템으로 전환된 녀석들이 보관된 곳이야.”

    “얼마 동안이나…?”

    “오래. 아주 오래, 기약 없이 갇혀 지냈겠지.”

    “…이 마경이 만들어진 것도 천 년도 넘게 지난 과거의 일인데?”

    “일 년만 연구실에 갖혀 지내도 사람의 마음이 망가지는데 천 년이 넘는 감금생활이라니…”

     

    문득 자신들이 지닌 금화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드는 끔찍한 말로였다.

    혹은 연구실 조교생활의 끝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생의 말로였거나.

     

    “저기군. 슬슬 중심에 도달한 기분이야.”

     

    도시의 주요시설들이 배치된 깊은 구덩이의 저편.

    눈이 부실 정도의 황금 광채가 번뜩이는 건축물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건축물의 입구는 거대한 황금의 벽의 중앙에 문이 달려있었는데, 벽 자체가 거대한 벽화가 되어 수많은 생명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벽화 속 생명체들은 모두 하나같이 겁에 질리거나 중앙으로부터 달아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는데, 기이할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마치 진짜 사람들이 그 안에 갇힌 것처럼.

    불쾌함을 넘어선 공포를 선사하는 벽화가 어쩌면 단순한 벽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현시점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도 모른다.

     

    “…들어가자.”

     

    황금영역의 중심부.

    황금의 도시의 심장이라 불릴 장소에 들어선 순간, 공간 전체가 그들에게 속삭이듯이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를 알려주었다.

     

    <황금의 성소>

     

    이곳은 황금의 도시 심부.

    도시 전체에서 축적된 에너지를 모아 위대한 자의 재림을 위해 의식을 거행하는 제단.

    인간의 몸으로 신의 자리를 노렸으나, 그 오만함이 신의 분노를 사버려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에 의해 절명한 위대한 대마도사의 부활의 터전.

     

    “오늘은 부활 재료가 잔뜩 들어오는군요. 주인님의 부활이 앞당겨져서 저, 황금의 무희 리스크는 무척이나 기쁘답니다.”

     

    세상의 모든 황금이 지닌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응집시킨 것처럼 아름다운 황금빛 소녀.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치맛단을 곱게 집어 양손으로 살포시 들어 올리며 자세를 낮추어 예스러운 인사를 취했다.

    조교들은 무희의 아름다움보다 그녀의 뒤에 늘어선 만찬의 테이블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서로 따로 놓인 테이블에는 이미 선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편에는 겁에 질린 모험가들이.

    다른 한편에는 히에엑! 하고 겁에 질린 소리를 내는 오크노디와 그 일당들이.

     

    “이게 다 뭐지?”

    “지식의 만찬을 펼칠 황금의 식탁이랍니다. 주인님의 부활을 위한 <신체재료>는 충분히 많으나, 정작 위대한 황금의 마법사가 갖출 <지식재료>는 부족하지요. 그래서 이 소녀, 리스크가 떠올렸답니다. 제가 쌓아온 지식을 대가로 서로의 지식의 총량과 그 가치를 겨루는 지식의 만찬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지?”

     

    공간의 황금마나밀도가 무섭도록 상승했다.

    그 수준은 감히 ‘교수님’들을 떠올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여러분을 주인님에게 바칠 <신체재료>로 이용해야겠지요.”

     

    어설프게 커다란 몸으로 고위력의 파괴광선이나 발산하고, 대량의 군졸들을 일으킬 줄이나 아는 황금거신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크노디가 저렇게 겁에 질린 걸 보면 정말 보통 강한 녀석이 아닌가보군.”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어.”

    “이건… 순순히 만찬의 연회석에 자리하는 수밖에 없겠어.”

    “그런데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

     

    모험가들이 급히 소리쳤다.

     

    “여깁니다! 우린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모험담과 온갖 비밀이야기를 수집했습니다. 우리와 힘을 합치면 지식의 만찬에서 살아 나갈 수 있습니다!”

    “히에에엑!! 위어드 교수님의 하수인들!! 나 죽어, 빨리 도망쳐야 해!!”

     

    …어째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아니라 자신들을 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크노디의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며 그들은 결정했다.

     

    “오크노디는 아무래도 공포에 이성이 마비되었군.”

    “여기선 모험가들과 손을 잡아야겠어.”

     

    조교들은 모험가들이 모인 연회석에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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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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