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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5

       

        

        

        

        

        

        

        

        

        

       “그 꼬맹이는?”

        

       “진즉 점심 먹고 사격장 가있지.”

        

       “…뭐야. 딱히 쉬는 시간 동안 사격장 가서 연습하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오웬스 팀장이 커리큘럼을 줬거든. 아마 지금쯤 직접 가서 봐주고 있을 걸.”

        

        

        

        오후 2시, 센트럴 파크 HQ 식당. // 뉴헤이븐 강습 전까지 2일 남은 시점.

        

        유진과 오웬스, 그리고 그 외에도 두어 명 가량을 제외하여 – 대략 일곱 명 가량의 오퍼레이터가 모여있는 식당. 테이블 위에 올려진 접시 위에는 여러 음식들이 올려진 상태였다.

        

        양은 많았고, 종류는 무난했으며, 퀄리티도 마찬가지였다. 대략 2천 명이 약간 안 되는 인력이 머물고 있는 센트럴 파크가 현재 제공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괜찮은 음식들이었다.

        

        그것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리저리 열화된 잠수함 식사에 가까웠다.

        

        

        

       “그럼 이젠 땅개 놈들이 막내를 데려가는 건가?”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요, 올리. 아나콘다는 물이랑 훨씬 친하다고요.”

        

       “바다뱀 아니면 바다랑은 별로 안 친하지. 그리고 우리도 수상작전훈련 엄청 많이 하거든, 임마.”

        

       “생각해보니 아나콘다도 그렇지만 당신도 북극곰이죠. 충분히 해군으로 올 만해요.”

        

       “꺼져, 임마.”

        

        

        

        로건은 질색하며 손을 내저었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다른 이들은 킬킬대며 웃었다. 근래 들어 보이는 로건과 로렌티나가 티격태격대는 모습은 실로 즐거운 구경거리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계급 차이를 생각하면 로렌티나는 로건의 상관 격이었으나, 둘 다 그런 것들은 상관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이는 전부 같은 태스크포스로 묶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영역에 있었고, 오늘은 공공연히 팀의 막내 취급을 받고 있는 유진에 대한 것이었다.

        

        

        

       “올리, 당신도 말 좀 해봐요. 갑자기 땅개 놈들이 막내를 데려갔잖아요.”

        

       “…뭘 데려가. 게다가 더 유닛 애들은 팀장급이 시간 내서 직접 유진 가르치러 갔잖아. 투덜댈거면 너도 그 정도는 해줘야지.”

        

       “저 친구들은 팀원 싸그리 다 데려왔잖아요. 팀장들 빠져도 딱히 문제없이 돌아간다고요. 전 혼자고. 제 팀원도 워싱턴에서 건너온다면…우리 귀여운 꼬맹이를 뺏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얜 왜 이렇게 유진한테 집착하는 거야?”

        

       “로건, 너도 팀장이 그 꼬맹이한테 심리상담 하기 전후로 온갖 신신당부했잖아. 이미 얘기 다 들었어.”

        

       “뭐, 뭣? 씨발, 누가 불었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웃음.

        

        특수부대원들이 나누는 대화라고 하기에는 실로 기묘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는 변이자들이 어느 정도 의도하고 서로 합의한 바였다. 쉽게, 그리고 좋게 말하면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 나쁘게 말하면 당하는 역할이었다.

        

        고도로 훈련된 오퍼레이터들의 단단한 정신조차 깎여나가는 극도로 끔찍한 상황의 연속. 원래부터 귀여움을 받고 있는 유진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리고 태스크포스 대거로 같이 묶인 이들 사이에서 각 변이자들의 이미지는, 그리고 변이자 전체의 이미지는 조금씩 굳혀지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말이 그 이미지를 대변했다.

        

        

        

       “변이자가 되면 조금…그런 게 있나? 모성애가 좀 늘어난다든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너희들 아니면 누구한테 물어보겠어.”

        

       “망할, 숨만 쉬어도 테스토스테론 뿜어져나오는 칙칙한 놈들 사이에 병아리 한 마리 있는데, 그걸 어떻게 가만 놔두라는 거예요? 남자들은 어련히 잘하겠지 하고 놔두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방임해두면 되는 것도 안 된다고요.”

        

       “언제는 남자 아니었던 것처럼 말하는구만.”

        

       “남자였던 때도 있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 자식들아.”

        

        

        

        로건은 관자놀이를 긁으며 덧붙였고, 이어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른 이들은 옆으로 은근슬쩍 눈을 흘겼고, 무어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변이자를 제외한 오퍼레이터들은 슬슬 주제를 바꾸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품었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질문의 방향은 로렌티나와 올리비아였다.

        

        

        

       “누가 가르치든 그건 상관없어. 최대한 빨리 제 앞가림은 하도록 만들어야지. 당장 작전 결행일이 2일 후야. 불확실한 사람을 데려가는 것만큼 작전 실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없어.”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에요. 여태까지 몇 번이고 같이 다녔을 때도 문제는 없었거든요. 이쪽이 보장하죠.”

        

       “보장? 뭘로?”

        

       “뭐, 어깨에 붙어있는 골드 스쿼드론 패치라도 걸까요? 진짜 애새끼였으면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지요. 꼬맹이가 당신들 오기 전에 어떤 작전에 참여했는지라도 알려주면 되는지?”

        

       “남 신경 좀 그만 긁어, 임마. 로어 맨해튼 작전 때도 한 건 했잖아. 떡잎 괜찮은 애라는 거 알면서도 그러냐?”

        

       “젠장, 악마의 대변인도 한 명쯤은 있어야지. 한 번 입 잘못 놀렸다가 골로 가게 생겼네…CQC 훈련 때 로렌티나랑 나랑 붙이지 마라.”

        

        

        

        그에 로렌티나마저 피식 웃어버렸다.

        

        정당하지 않은 걱정은 결코 아니었다. 총알이 오가는 상황에서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란 보통 죽음으로 이어졌으니까. 이카루스 기어는 그저…그 죽음이라는 기회를 여러 번 만회시켜줄 수 있는 물건이고.

        

        그치만 반대로,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유진을 끼워넣은 것도 결코 아니었다. 더군다나 가만히 놔두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성장을 도와주고 있었기에.

        

        그리하여 결론은 났고, 주제는 또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격투훈련 말 나왔으니 한 마디 하자. 그 꼬맹이한테도 슬슬 근접격투술 알려줘야하지 않나?”

        

       “…필요하긴 하지. 제대로 배우면 엄청날 걸. 대신 가르치는 건 변이자가 맡아야지. 우리는 변이자의 시간감각이랑 반응속도 자체를 따라갈 수가 없어.”

        

       “그 정도인가?”

        

       “인간보다 반응속도가 열 배 이상 빠른 사람을 가르치라고?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하지, 그 애 입장에선 뭔가 가르쳐주려고 해도 눈 앞에서 휘적거리는 슬로우모션처럼 보일 걸.”

        

       “변이자는 변이자가 가르치는 게 좋긴 해. 게다가 나도 근접격투술에 다시 익숙해져야 해서….”

        

       “다시 익숙해져야 한다고?”

        

       “몸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없던 관성이 막 생기더라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터져나왔지만, 사실이었다.

        

        로렌티나와 올리비아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고, 해당 사실에 공감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 뒤에 이어질 대화는 정해져있었다 – 마치 짠 것마냥 세 명의 변이자가 입을 열었다.

        

        

        

       “옛날 교범에 의하면 급소 공격을 메인으로 삼았지만, 이 정도의 신체능력이면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죠. 어딜 때려도 사람을 즉사시킬 수 있는 물리량을 낼 수가 있으니.”

        

       “교범을 새로 짜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할 일이 많겠어.”

        

       “다른 건 몰라도 뼈를 어떻게 꺾어야만 하는지 알려주는 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거랑…근접무기를 칼만 쓸 필요도 없겠지. 손도끼 같은 것도 괜찮지 않나? 어딜 후려갈기든 너덜너덜해질 것 같은데. 팔로 막았다간 팔은 고사하고 쇄골이랑 늑골까지 싸그리 박살날 걸.”

        

       “…야, 이 미친 놈들아. 식사 중에 꼭 그런 말을 하고 다녀야겠냐?”

        

       “중요한 이야기라고요, 거참.”

        

        

        

        물론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다른 오퍼레이터들의 표정은 실로 기이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별 건 아니었다. 이 세 명의 변이자들이 간혹 보여주었던 근접전투는 으레 말 그대로 스플래터 무비를 연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적과 극도로 가까운 위치에서 마주친 후 들이받는 순간 적의 늑골과 골반이 싸그리 으깨지고, 업어치기를 위해 팔을 잡고 업어친 순간 팔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단검을 쓸 필요도 없었지만,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더욱 가관이었다. 힘차게 내던진 단검은 총알에 준하는 파워로 날아가 방탄복을 뚫고 박히거나, 방탄복이 없는 경우 몸을 뚫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오퍼레이터들이 변이자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기존에 배운 대로 했다가는 말 그대로 오버킬이 나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말을 식사 와중 하는 것은…교전 와중 벌어졌던 끔찍한 스플래터 무비를 머릿속에서 재생하는 트리거에 가까웠기에 질색한 것이었지만.

        

        

        

       “…일단 나는 식사 다 끝나면 막내 뭐하는지 보러 가야겠다. 알려줄 게 산더미처럼 많구만…그동안 배운 거 알려주고 근육기억으로 적용시키게 도와주는 것만 해도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체력까지 약했으면 그냥 센트럴 파크에서 간단한 일만 시켰겠지. 좋게좋게 생각하자고. 교관만 10명 가량이잖아. 그보다 짧을지도 모르지.”

        

       “훈련생은 한 명인데 교관은 10명이라고? 나였으면 자살했을 걸. 퇴교 종 있었으면 그것부터 흔들러 갔겠지.”

        

       “지금은 퇴교 종 울려도 집에 안 보내주잖아. 별 수 있나.”

        

        

        

        어느덧 테이블 위에 수북히 놓여있던 대량의 음식들은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거의 50% 가량은 변이자들의 뱃속에 들어갔으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오퍼레이터들의 식사량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특히나 이카루스 기어는 기초대사량을 상당히 증가시켰고, 이는 누구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원이 빵빵한 배를 두드리며 일어섰고, 접시를 반납한 후, 쓸데없이 좋은 날씨 아래 공기에 은은하게 배어있는 꿉꿉한 향기를 느꼈다. 겨우내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썩어가며 나는 냄새였다.

        

        바이러스 아포칼립스의 향기였다.

        

        변이자 세 명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고, 숨을 내뱉으며 덧붙였다.

        

        

        

       “이 닦고 막내 보러 갈 사람?”

        

       “…이러니까 다들 우리를 그런 이미지로 보는 게 아닐지?”

        

       “거참, 이게 다 훈련을 위해서라니까.”

        

        

        

        물론 당연하게도, 자기들도 믿지 않는 핑계였다.

        

        최소 3명, 혹은 그 이상의 시어머니들이 사격장을 습격하기까지 10분 전이었다.

        

        

        

       

        

        

        

        

        

       “…그, 갑자기 왜…그거 진짜 단검이예요!?”

        

       “그럼 가짜겠니, 막내?”

        

       “진짜 칼 쓰면 일주일 동안 말도 안 걸 거예요.”

        

       “…협박이 능숙해졌구나, 유진.”

        

        

        

        그리고 얼마 후.

        

        유진은 자신의 위치를 통해 할 수 있는 협박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우와악…!”

        

       “생각보다 잘 피하는데, 막내!”

        

       “이건 너무하잖아요-!’

        

        

        

        부우웅!

        

        사람의 팔과 다리가, 그리고 홀로그램이 덧씌워진 막대기가 허공을 찢어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파공성이 들려올 정도였다.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덧씌워진 홀로그램. 단순한 막대기는 택티컬 나이프가 되었고, 로건과 유진은 각기 한 자루씩 그것을 든 채 서로를 마주했으며, 이어 룰 따위는 없는 근접전투를 시작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변이자가 되기 한참 전부터 사람을 체계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배우고 실전에서 사용한 로건과는 달리, 유진은 평범한 일반인이었기에 싸움이 될 리는 없었지만-

        

        

        

       “히익…!”

        

       “이걸 피해?”

        

       “안 피하면 맞잖아요-!”

        

        

        

        당연한 소리였다.

        

        하지만 유진은 로건이 휘두른 단검을 실로 무난하게 피해낸다. 완전한 사각에서 들어간 공격 자체를 읽는 것이었다. 놀라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진에겐 로건이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었다.

        

        그것이 뱀 특유의 진동감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는 유진조차도 그러했다 – 그녀는 그저 그것을 일종의 육감으로 여기고 있을 터였다.

        

        좌우지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모두는 로건이 일방적으로 막내를 귀여워해줄 것이라고 여겼으나,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예정된 결과마저 뒤트는 것은 아니긴 했다.

        

        총으로 사람을 쏘는 방법은 알았지만, 사람을 직접적으로 공격해본 경험은 없는 유진. 누군가를 때려본 적도 별로 없는 그녀였다. 훈련 결과가 어떨지는 구태여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로건은 무난하게 유진을 관절기로 제압하였고, 그녀를 살포시 깔고 앉은 채 볼따구를 주물거리면서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랑 스파링을 붙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번 우리가 한 명씩 붙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별 수 있나, 그러면. 근접전투실습용 안드로이드 같은 거라도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어디 없는 건 아닐 것 같긴 한데, 어디 있는지는 감도 안 잡혀서 문제지. 흔한 것도 아니고, 최소 씰이나 그린베레 기지 뒤져봐야 나올 걸.”

        

       “그나마 제일 가까운 곳이…뭐야. 댐넥인가? 있을 법한데. 로렌, 뭐 없어?”

        

       “뒤져보면 나오긴 하겠죠. 어디에 비치되어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근데 여기서 DEVGRU 본부까지 왕복 900km인 거 알고 있죠?”

        

       “아직 수송기 보내주는 공군 사령부 친구들한테 좀 보내달라고 하면 되겠어.”

        

       “…저기. 저 깔고 앉은 다음 볼따구 주무르면서 그런 얘기 하는 거 그만두지 않을래요!?”

        

        

        

        스륵.

        

        유진은 슬그머니 로건의 허리에 꼬리를 감았고, 그대로 뒤로 잡아당겨 내동댕이쳤다.

        

        순간적으로 몸뚱아리 전체에 걸리는 엄청난 부하. 로건은 부드러운 격투장 바닥을 힘없이 굴렀고, 유진은 그 상태에서 한 바퀴 굴러 힘겹게 앉았다.

        

        그걸 보던 로렌티나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렇죠, 막내. 그동안 꼬리 움직이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모양이로군요!”

        

       “어으. 이 꼬맹이, 꼬리 힘이 어떻게 이렇게 센 거야?”

        

       “그동안 많이 먹고 많이 운동했거든요!”

        

       “꽤 제법인데. 나를 옆으로 밀어낼 정도면 힘이 엄청나단 소리야. 저 정도면 일반인들은 꼬리로 잡고 내던져버릴 수도 있겠어.”

        

       “…그거 좋아해야하는 거 맞아요?”

        

       “남들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제3의 손을 가지고 있는 건데, 당연히 기뻐해야지.”

        

        

        

        로건은 유진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고, 이어 덧붙였다.

        

        

        

       “네 꼬리는 제대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해낼 거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람의 목을 휘감아 꺾어버릴 수도 있겠지. 대신 그런 걸 하려면 네가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하겠지만.”

        

       “…우우.”

        

       “그건 네 선택이지만, 근접전투는 현실이다. 피할 수 없지.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해둬야만 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게 뭐가 이리 많은지.

        

        유진의 표정은 또다시 침울해졌고, 다행히도 그 자리에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은 고작해야 이제 스무 살 가량 된 막내를 험하게 키운다는 것에 죄책감과 불쌍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유진이 울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슬슬 눈시울과 코 끝이 발개질 즈음, 로건은 손수건을 꺼내었고, 촉촉해지기 시작하는 유진의 눈가를 닦아주면서 말했다.

        

        

        

       “…참고로 나는 저기 있는 부엉이처럼 안아주는 건 창피해서 못 한다. 알겠지?”

        

       “뭣, 아니. 잠깐만. 난 내가 그랬다고 한 적 없는데…망할, 로렌티나 이 새끼, 네가 불었지! 어딜 은근슬쩍 도망치고 있어! 어디 가냐, 이 자식아!”

        

       “아, 아니. 요즘 키우고 있는 식물에 물 주는 걸 깜빡해서…무, 무슨, 옷 찢어져요! 찢어진다고요!”

        

       “한 달에 한 번 물 주면 끝인 식물에 그저께 물 줘놓고 오늘 또 물을 준다고? 내가 그거 어디 가서 말하지 말랬지, 이 새끼야-!”

        

        

        

        우당탕.

        

        그렇게 로렌티나와 올리비아는 뒤늦은 스파링 수업 참여생이 되었고, 로건은 막내를 일으켜 세우며 덧붙였다.

        

        

        

       “자, 가자. 해군에 가면 대가리에 소금기가 차서 저렇게 된다. 너는 해군 가지 마라.”

        

       “네에.”

        

        

        

        유진이 해군에 가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히 로렌티나의 탓이리라.

        

        로건은 그리 생각하며 멍청한 짓이 벌어지고 있는 훈련장에서 나왔다.

        

        센트럴 파크는 오늘도 조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평화로운 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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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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