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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6

    <696 – 충격고백(14)>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벌이는 지식의 만찬.

    제 2 구역 황금의 도시의 숨은 조종자인 그녀가 지닌 지식과 도시의 가장 깊은 심처, 황금의 성소까지 도달한 존재들이 벌이는 대결.

    모험가들은 이 대결을 앞두고 이미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었다.

     

    “오는 길에 봤던 그 사람들, 우리보다 앞선 시기에 끌려온 모험가도 있었어.”

    “나도 봤어. 삼대금림 탐험가부터 세계의 끝 탐색자까지 진짜 유명한 모험가들만 있었다고.”

    “우리 같은 녀석들이 지닌 지식이 과연 저 황금의 무희에게도 통용될 수 있을까…?”

     

    졸업생들도 초고밀도의 마나가 밀집됨으로써 발생한 시공간 왜곡에 비친 로브를 두른 현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골머리를 앓았다.

     

    “마법학부 지식은 하나도 써먹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그 사람들이 고대마법사면 옛날술식과 현대술식의 차이로 버텨 봐야지.”

    “그런데 여기서 <대도서관>의 기록을 반출하다가 접속술식을 들키면 우리들 기밀마법 유출혐의로 교장한테 잡혀 죽는 거 아니야?”

    “…”

     

    자신들이 배운 지식만으로는 자신이 없는데, 그렇다고 아카데미의 지식을 함부로 엿보면서 전달하다간 저 만만찮은 존재에게 밑천 다 털리고 눈앞의 맹수보다 위험한 세계최흉의 생명체 드래곤교장 오모시로이의 한 끼 먹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뒷세계의 사악한 지식이라면 제가 이것저것 알고는 있습니다.”

    “…용사파티의 모험담을 풀어야 하는가.”

    “기억. 크루엘은 조나의 하루 일과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정말? 그거 나도 들을래!”

    “우우… 내게도 골렘전투기가 아닌 늑대인간으로 살아있던 시절의 기억이 있다…”

     

    위어드 교수가 다가온다는 공포심에 미쳐가던 오크노디도 조나라는 말에 조금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지식의 만찬에서 패배하면 한줌의 핏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앞에서, 혹은 위어드 교수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공포 앞에서, 이유는 달라도 모두가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테이블에 지식정보를 기재한 종이를 내려놓았다.

    기억을 떠올리며 펜으로 적은 문장은 곧 만찬이 펼쳐지는 연회석의 중앙에 달린 모니터에 금화 수치로 갱신되었다.

     

    <참석자 – 철패급 모험가 다그다그>

    <지식 – 지하도시 발굴담>

    <측정가 – 금화 1만 3115매>

     

    <참석자 – 은패급 모험가 수르체>

    <지식 – 해양모험가길드가 지부파산을 걸고 탐사한 해저도시 썰 푼다>

    <측정가 – 금화 7만 5220매>

     

    <참석자 – 은패급 모험가 삼스>

    <지식 – 금패급 모험가 녹스와 일곱 자식들의 유산쟁탈을 위한 모험담에서 셋째 삼스가 쫄딱 망함>

    <측정가 – 금화 5000매>

     

    모험가들의 모험담은 크고 작은 가치를 평가받았으나, 대체로 성공한 모험담일수록 가치가 높고, 실패한 모험담일수록 가치가 낮았다.

    특이하게도 흥미를 잔뜩 유발하는 모험담은 성공실패유무와 상관없이 높은 가치가 측정되었다.

     

    “이거, 황금의 상인 아발론이라는 녀석이 부활장치 속에서 듣고 가치를 평가하는 거 아니야?”

    “그렇군! 청자의 니즈만 충족하면 반드시 유익한 지식이 아니라도 충분한 금화를 얻을 수 있겠어.”

    “…교수님한테 개겼다가 존나 처맞은 썰 풀면 삼스 저 녀석처럼 헐값 받겠지?”

     

    금화 5000매가 동네 개 이름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함께 어울리기엔 격이 부족했다.

    마치 조별과제라는 이름의 커다란 통나무를 짊어지면서 혼자만 손에 힘을 풀고 드는 시늉만 하는 행위처럼 보일 상황!

    삼스의 고개가 무거워질수록 위어드 교수 연구실 소속 4학년 조교들은 자신감 있게 자신들의 지식을 연회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참석자 – 기프트 아카데미 4학년 나나세>

    <지식 – 학생들에게 돌을 먹이는 교수와 불쌍한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측정가 – 금화 11만 5250매>

     

    <참석자 – 기프트 아카데미 4학년 오즈>

    <지식 – 현대술식마법으로 멸종한 생명체를 재현했더니 고대바이러스도 같이 부활해서 랩실이 초토화된 사건의 생존담>

    <측정가 – 금화 117만 5900매>

     

    <참석자 – 기프트 아카데미 4학년 핀>

    <지식 – 현대술식마법에서 새로운 술식을 개발했다고 자랑했더니 인용한 이론은 제가 만들었습니다만으로 시작되는 교수님의 질문을 받은 썰>

    <측정가 – 금화 32만 8890매>

     

    이들은 현대술식에 대한 정보와 난장판이 된 상황, 흥미로운 해결방법 모색에 대한 정보를 적절히 섞어서 모험가들보다는 평균점이 높은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나 랩실의 생존담을 드러낸 오즈의 기억을 옆에서 본 4학년들은 자기들끼리도 경악했다.

     

    “기수 하나가 생존자 한 명만을 남기고 몰살당한 절멸기수가 있었다더니, 그 기수의 생존자가 당신이었어?!”

    “미친. 고대바이러스를 지우기 위해 랩실을 이계에 던져버리고 이계에서 올라오는 정령군단과 전쟁을 치르다니, 젠장. 차원문 마법은 오늘도 1승인 거냐고.”

    “새삼 현존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원문 생성마법이 대단하게 느껴지네…”

     

    차원문마법 기습숭배를 하는 4학년들과 달리, 건너편 오크노디 일당들이 모인 테이블에서 곽조가 신중한 얼굴로 염탐한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된 지식이 <만찬>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정보를 즉각 부활장치 속 황금의 마법사 아발론이 취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정신을 파괴하는 금기와 사악한 지식을 이 테이블에 올려서 아발론을 파멸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방에서 넘어온 잔인한 책사이자 나라 하나를 멸망시킨 악인답게 곽조는 오크노디 일당들의 동네북 신세를 벗어나 본연의 사악한 지혜를 발휘했다.

     

    “정말? 그것도 재밌기는 하겠다!”

     

    배낭배낭에 집어넣은 자그마한 오크노디의 손에 <981기 1년차 공략집>, <981기 2년차 공략집>, <981기 3년차 공략집>, <981기 4년차 공략집>이 집혔다.

    바라만 봐도 정신방어, 저주내성, 마나제어술 판정을 강제하는 금단의 지식, 격을 갖추지 못한 존재를 파멸시키는 사악한 공략집 시리즈 금서!

    그 위력은 사다코 교수에게 주기적으로 고문을 받으며 저주템을 복제하여 모브의 장비를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갈고리귀신부터 최단기물로켓황제의 충직한 수하인 고관대신이 쓰러지고 영웅의 그릇들이 지배권한을 빼앗길 정도로 대단했다.

     

    <참석자 –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지식 – 금서, 981기 공략집 시리즈(전집 4권)>

    <측정가 – 금화 3185만 9900매>

     

    금화 3185만 매.

    포인트로 환산하면 무려 31억 상당의 금액.

    어마어마한 규모의 측정가 앞에서 모험가들과 4학년 조교들, 심지어는 오크노디의 일당들마저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종이를 쳐다봤다.

     

    “대체 저게 무슨… 넘버즈 아티펙트로 1억 포인트 전후로 감정가가 매겨지는 마당에 31억 포인트에 육박하는 금서라니, 저게 말이 돼?”

     

    호기심을 참지 못한 모험가 삼스가 정보가 담긴 종이에 손을 올렸다가 외마디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모든 생기가 소실된 미라의 형체로 바스러졌다.

    금기연구소에서 고관대신이 부리던 영혼이 없다시피 했던 영웅의 그릇들과 달리, 멀쩡하게 영혼이 있던 모험가 삼스는 금서의 데미지를 100% 받았다.

    심지어 금서는 페이지 하나를 넘길 때마다 별도의 피해를 받는 방면, 종이는 모든 페이지의 데미지를 한 번에 모조리 받는 형식이었다.

    인간의 연약한 정신.

    영웅조차 되지 못할 일개 모험가 따위가 감당하기엔 처음부터 무리였던 물건이었다.

     

    “맙소사… 접촉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불길한 지식… 실로 금기 그 자체야…”

    “다크프린세스… 그 이름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어. 이 얼마나 사악한 아이인가…”

    “위어드 교수님이 괜히 오크노디의 행동을 연구한 것이 아니었어.”

    “저런 사악한 어둠의 힘을 얻기 위해서 섭식연구라는 핑계를 대고 뒤에서는 오크노디 행동연구학을 시작하고 계셨겠지…?”

     

    경악한 일동의 논의가 오가는 사이, 만찬의 연회석 위로 지식대결에 사용할 지식을 고르던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곤란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분의 지식수준을 제가 너무 얕본 모양이군요. 3급 기밀정보까지는 꺼내지 않으려 했지만… 정보등급을 아끼지 않고 개방하겠습니다.”

     

    리스크의 왼손이 좌측 모험가와 4학년 조교들이 모인 연회석에 닿았다.

     

    <주최자 – 황금의 무희 리스크>

    <지식 – 기프트 아카데미의 어느 특별졸업생이 마왕이 되었던 이유>

    <측정가 – 금화 2000만 매>

     

    리스크가 뽐낸 단 하나의 지식 앞에서 금역을 넘나들 정도로 대단한 금역모험가들과 위어드 교수 밑에서 다년간 살아남았던 4학년 조교들조차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절망감을 엿보았다.

    현존하는 절대자의 탄생비화가 연회석에 앉은 모두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들은 먼 옛날부터 이 도시를 방문한 강자들 사이에 마왕군 소속의 강자나 기프트 아카데미의 초기 졸업생마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만찬… 이기려면 지금껏 연회석에 앉았던 모든 사람들의 지식의 총량과 대결해야 하는 건가?!”

    “우연찮게 이곳까지 굴러 들어온 역대 졸업생들이 지닌 지식 전체와 겨루라고…? 내부기밀정보 유출 없이 그런 짓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모험가들은 마음이 꺾였으나, 4학년 조교들은 살 길이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절망감을 느꼈다.

    교장의 추적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금기를 범하고 기프트 아카데미를 배신하는 기밀정보 유출을 저질러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달았으니까.

    심지어 이 방식으로 살아남은 선배들이 많을수록 그들이 범해야 할 금기의 수준과 유출정보는 더욱 많아야만 했다.

    이제 그들의 말로는 정해졌다.

    살아남을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사악한 대국의 고관들의 유혹과 꼬드김에 넘어갔다가 돈과 명예, 이성과 미래까지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하는 산업스파이들이 겪는 말로를 감수하는 것!

     

    ‘다크프린세스… 너는 우리와 다를 수 있겠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저 미운 오크노디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심정으로 옆자리 연회석을 돌아본 4학년 조교들의 눈이 바보처럼 끔뻑거렸다.

     

    <주최자 – 황금의 무희 리스크>

    <지식 – 세계가 멸망하기까지 남은 시간과 멸망의 분기점에 대한 금단의 파멸적인 지식>

    <측정가 – 0매>

     

    “?”

     

    뭐지. 버근가?

    리스크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허어억!”

     

    같은 테이블에 앉은 곽조가 겁에 질린 얼굴로 부르르 떨었다.

     

    “우, 우리들… 다 죽을 뻔했습니다. 금기로 아발론의 정신을 공격하려던 시도를 더 큰 금기로 받아쳤으니, 만일 오크노디 님의 뒤를 이어서 우리도 지식을 올렸다간 올린 지식의 <대가>로 함께 저 불길한 지식을 공유받았을 겁니다.”

     

    곽조와 로시난테가 동시에 두려움에 떨었다.

    전대용사파티의 일원 알파조차도 그 불길한 가정에 손에 땀을 쥐었다.

    무표정한 크루엘마저도 예상되는 미래에 조금이나마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 모든 정보폭탄을 받은 당사자.

    오크노디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심지어 감정가마저도 없었다.

    진짜 버그인가?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나?

    호기심에 전투기의 콕핏을 열고 종이를 흡수해서 들여다보려던 로시난테의 기체를 알파가 주먹으로 쾅 치며 박살냈다.

     

    “다크프린세스의 정보에 손을 대었던 저쪽의 멍청한 모험가와 같은 말로를 겪어보고 싶은가?”

    “낑낑… 잘못했다… 너무 아프다…”

     

    멍청한 전투기골렘이야 그렇다고 치고, 다크프린세스는 정말 왜 멀쩡한 걸까.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묘한 행보를 앞두고 알파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 시선을 눈치챈 오크노디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전부 제가 알고 있는 정보라서 그런가 봐요! 지식은 모를 때 제일 가치가 있잖아요?”

     

    오크노디는 사악한 아이 경험치 100점을 얻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말 사악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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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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