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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6

       

        

        

        

        

        

        

        

        

        

        

        

       ───퉁! 퉁! 카각!

        

        

        

       “윽…!”

        

       “죽어-!”

        

        

        

        철컥!

        

        삶과 죽음이 동시에 교차하는 전장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묘사한 신설 훈련장, 그 내부.

        

        실탄과 장약량이 거의 비슷한 공포탄이 몇 번이고 격발되며 금속 탄피가 허공을 나뒹구는 와중 갑작스럽게 먹통이 되어버리는 총기. 불량 탄환이 약실에 걸린 순간 유진은 반사적으로 라이플에서 손을 뗀다.

        

        허벅지가 아닌 방탄복 한가운데에 대놓고 꽂혀있는 권총을 꺼내들고 조준. 오른쪽의 한 명은 자신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고, 시야의 정가운데에는 테러리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 로건이 있었다.

        

        북극곰의 품 속에는 민간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오웬스, 현재 단검으로 위협당하는 중.

        

        그리고 유진은 권총을 꺼냄과 동시에 자신에게 권총을 겨누는 사람-이 아니라, 로건을 겨누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유진은 이카루스 기어의 실드를 변형함과 동시에 로건의 팔꿈치에 한 방, 그리고 머리에 한 방을 사격했고, 그 순간 오른쪽에서 날아드는 권총 탄환을 막아낸다.

        

        그와 동시에 오웬스의 목을 휘감고 있던 로건의 팔이 총알을 맞아 바깥쪽으로 휘며 풀리고, 그 다음 순간 권총 탄환이 방어막을 두드림과 동시에 유진은 남은 적군 한 명까지 무사히 사살하였다.

        

        

        두 명이 넘어짐과 동시에 천장에서 들려오는 삑 소리.

        

        임시로 지정한 상황 1이 해제되고, 유진은 후아-하고 힘겹게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와 동시에 쓰러졌던 두 명이 일어섰다. 그 순간 유진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연이어 흘러내렸다.

        

        로건은 이카루스 기어의 피격재현으로 인해 아직 얼얼한 팔꿈치를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

        

        

        

       “잘 했다. 팔꿈치를 정확히 맞추면 팔꿈치근과 C7, C8 신경을 손상시키지. 팔꿈치근은 아래쪽 팔을 펴게 만들고, 두 신경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못 쓰게 하니, 테러리스트가 팔꿈치를 들어올렸을 때 효율적으로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에헤헤.”

        

       “오른쪽에서 너를 겨누고 있는 적을 먼저 사살하지 않은 건 현재 존재하는 교범 기준으로는 아웃인 행동이지만…더 이상은 아니지.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는 총알 한두 방 맞는다고 죽지 않으니까.”

        

       “실드를 외부형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한 소리 들었겠지만, 그것도 안 잊었고 말이죠.”

        

       “개선점이 있다면…상황 결정을 좀 더 빠르게 해라. 조디악의 경우처럼 범죄자가 변이자가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고, 그런 변이자가 민간인을 인질로 잡을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하거든.”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한 마디씩 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그것을 무난하게 참아내고 있었다. 변이자의 신체와 이카루스 기어가 결합함에 따라, 유진은 극도로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는 CQB 훈련에서 매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고전적인 기준에 따르면 유진은 티어 1만이 모여있는 오퍼레이터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적어도 방출 판정을 받지는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모의훈련을 직관하고 있는 여러 명의 오퍼레이터 뿐만이 아니라 서포트 오피서 역시도 대화와 토론에 여념이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 지금 일어나고 있는 훈련 결과가, 그리고 실제 작전에서 행해지는 모든 교전들 자체가 앞으로 새로이 써내려가야만 하는 교범 그 자체가 되리란 것을.

        

        이카루스 기어가 제공하는 압도적인 편의성과 생존성.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첫 번째는 앞으로 있을 전투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리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앞으로 있을 모든 전투들은 그 정도의 편의성과 생존성 없이는 감당할 수 없으리란 점.

        

        

        

       “…후. 힘들다. 다들 물 좀 마시고, 슬슬 준비하자고. 이제 출장 다녀올 시간이니까.”

        

       “막내가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각성제라도 하나 먹여야 하나?”

        

       “까까나 하나 던져주면 되지, 애를 벌써부터 약쟁이로 만들려고 하네. 이상한 거 먹이지 마. 어차피 변이자들은 물질대사가 높아서 규정 복용량 두 배 이상 안 먹으면 기별도 안 가.”

        

        

        

        서포트 오피서들이 눈을 끔뻑거리며 하나라도 더 많이 배워가려는 동안, 유진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벌써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를 시뮬레이션이었다.

        

        현재 시간은 오후 11시 30분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2330. 대략 1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훈련은 불과 2시간 후에 있을 뉴헤이븐 강습 작전을 대비하여 감을 날카롭게 가다듬기 위함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오퍼레이터 전원은 이번 작전을 위해 이카루스 기어로 수면리듬을 조정했고, 고작 3시간 전에 기상하여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정신을 완전히 각성시켰다.

        

        

        유진이 간식을 오물오물 씹고 있는 동안, 훈련장 입구에서부터 한 명의 인원이 수많은 짐을 온 몸에 메고 들어왔다.

        

        각종 식량과 폭발물, 탄약통 등. 척 봐도 최소 150kg가 넘는 양의 짐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만큼의 짐을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사람은 현 시점에서 변이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이전 코드네임은 조디악, 현재는 이름을 바탕으로 한 코드네임인 라플란드라고 불리고 있는 전직 라이커 출신 알파급 변이자였다.

        

        대화가 이어졌다.

        

        

        

       “후우, 위쪽에서 준비하랍니다, 오퍼레이터 나리들…들고 가는 것도 많으셔라.”

        

       “격납고에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바로 준비하는 건가? 상부도 아주 몸이 달았구만. 훈련은 종료다, 막내. 다들 각자 총 가져오고, 막내는 이미 준비 다 됐으니 여기서 삽탄 시작해라.”

        

       “네엥.”

        

       “조디악 씨는 들고 온 탄상자들 구경에 따라 개별적으로 분리한 다음 저쪽 삽탄기 카트리지에 끼워주시지요.”

        

       “예예, 그러도록 하죠.”

        

        

        

        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바닥에 탄통들을 내려놓았다.

        

        현 시점에서 태스크포스 대거가 사용하고 있는 총기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현 시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6.8mm fury 탄환을 사용하는 XM7의 특수개수형, 그리고 중장거리 대응을 위한 가이슬리 MRGG(Mid-Range Gas Gun) 지정사수소총이었다.

        

        그 중 독특한 것은 XM7의 개수형이자 현 시점에서 고작해야 11정밖에 생산되지 않은 AMC-F(Advanced Modular Carbine – Fury)으로, 기존 총기의 결함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싸그리 개선한 물건이었다.

        

        한층 진보된 재료공학과 미국조차 그닥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특수 금속까지. 이 둘을 합쳐 제작된 총열과 약실은 전차포에 준하는 약실 압력을 무난하게 버텨내었고, 초고압 탄환이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과도한 반동을 총기의 무게로 상쇄할 수 있었다.

        

        단지,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하면서…3.8kg였던 기존 총기 중량이 무려 5kg까지 올라갔단 점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체력이랑 신체능력의 현저한 증가는 좋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걸 총기 중량 증가와 휴행탄수의 증가로 균형을 맞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5kg짜리 쇳덩이 들고 다섯시간씩 싸돌아다녀도 별로 안 무겁다고 느껴지는 점에 감사할 줄 알아야지, 임마.”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그 말대로.

        

        총기 중량의 증가라는 엄청난 단점은 이카루스 오퍼레이터에게는 극도로 사소한 문제였다. 평범한 인간을 그 이상의 무언가로 진화시키는 이카루스 기어가 제공하는 수많은 장점 중 하나였다.

        

        XM250 경기관총이랑 무게가 엇비슷한 카빈이라는 웃긴 별명을 얻었지만, 이들에게는 단 1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적어도 그 웃긴 총이 뱉어내는 엄청난 파워의 탄환을 맞게 된다면 웃을 사람은 없었을 터였기에.

        

        

        조디악은 .277 퓨리 탄환의 탄통을 열고는 훈련장 한쪽에 있는 패스트 리로더에 탄통을 밀어넣었고, 유진은 흡사 정수기에서 물을 뜨듯 텅 빈 탄창을 안에 끼워넣었다.

       

        즈즈즉 하는 소리와 함께 30발 탄창 안에 탄환이 밀려들어가고, 그것이 총 16번 반복된다. 절반은 전면 파우치에 들어갔고, 나머지 절반은 양쪽 허벅지에 달린 다용도 파우치의 고정장치에 끼워졌다.

        

        그런 와중 다른 이들은 평균 1정, 많으면 2정 가량의 총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와중 로렌티나는 MP7 한 정과 탄창 다섯 개를 챙겨온 상태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삽탄기에 4.6x30mm 탄환을 위한 통로는 존재하지 않았고, 로렌티나는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탄통을 열고는 섬섬옥수로 탄창에 탄환을 한 발씩 끼워넣기 시작했다.

        

        

        

       “젠장, 잠수함 헤집을 때 좀 편하게 가려고 했더니, 신형 삽탄기에 4.6mm 장전장치가 없다는 건 몰랐는데…조디악, 이리 와서 탄창에 탄 좀 끼우시길.”

        

       “…예, 예. 이렇게 하면 됩니까?”

        

       “잘 하는군요.”

        

        

        

        짤깍짤깍, 카가가각.

        

        카트리지 내부에 들어있던 수많은 탄환들이 제각기 분류되어 탄창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마치 정수기에서 물을 뜨는 것마냥 완전히 꽉 찬 탄창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인다.

        

        그것을 제자리에 끼워넣은 오퍼레이터들은 라플란드가 가져온 수류탄과 섬광탄, 총기 액세서리 예비 전지들 등등을 다용도 파우치와 이런저런 빈 공간에 정갈하게 집어넣는다.

        

        그 다음으로는 하나당 2000kcal이라는 살인적인 칼로리를 자랑하는 긴급열량보충용 대형 초콜릿 바 예닐곱 개와 정수 알약 여럿, 스포츠음료로 가득 찬 카멜백까지.

        

        

        이런 기이한 형태의 군장을 싸는 이유는 별 건 아니었다.

        

        작전 시작부터 퇴출까지 길어봐야 고작 15분 언저리밖에 걸리지 않는 초단기타격작전도 아니고, 최소 1주일씩 대기하며 목표를 완수하는 중장기 정찰타격작전도 아니었다.

        

        짧아도 대략 3시간, 길면 24시간 안에 끝나는 야간섬멸작전. 기존의 오퍼레이터들조차 거의 겪어보지 못한 작전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였다.

        

        

        

       “작전팀 구성은 다들 알고 있죠? 막내는 올리비아가 이끄는 이글 팀이랑 함께 서던 코네티컷 주립대학을 깔끔하게 뭉개버리면 됩니다.”

        

       “로렌티나랑 EX 스쿼드론은 뉴헤이븐 남쪽으로 간다. 뉴헤이븐 항에 접안 중인 두 잠수함에 잠입해 승조원을 사살하고 적 잠수함을 나포할 예정이고…그때까지 정리가 안 끝났다면, 뉴헤이븐 청소에 손 좀 거들어주지. 핵무기 안 달린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있다면 말이지만.”

        

       “올리랑 막내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 미친 북극곰이 그 짓거리를 시도한다면 대가리를 개머리판으로 쳐버릴 테니까요.”

        

       “…내가 아무 짓거리 안 해도 개머리판으로 후리진 마라.”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너무 저를 미친 사람으로 보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 말 자체가 스스로를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로렌티나 한 명 뿐이었다.

        

        어느덧 준비는 거의 끝나가기 시작했고, 진즉 준비를 끝마친 팀장급 인원들은 뉴헤이븐 곳곳에 흩뿌려진 식량과 물자 곳곳에 붙어있는 위치추적기를 바탕으로 RQ-180가 보내온 정찰데이터를 확인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러시아와 중국 분견대는 특정 거점을 기반으로 뉴헤이븐을 ‘즐기고’있었다. 그 수가 워낙 많고, 민간인들이 대량으로 징발된 탓에 이카루스 북동부 지부장 및 해당 지역에서 활동 중인 1차투입요원들조차 손대는 것이 불가능했을 뿐.

        

        당연하겠지만, 앞으로 3시간 가량 후에는 그렇지 않게 될 것이었다.

        

        

        10명의 오퍼레이터와 1명의 예비 오퍼레이터이자 대거 팀의 막내까지 합하여 총 11명, 전원이 강습 준비가 된 순간 훈련장을 박차고 나간다.

        

        서포트 오피서들은 진즉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HQ의 통제실로 향한 상태였고, 오로지 갈 길을 잃은 조디악만이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음을 느낄 뿐.

        

        150kg 가량의 짐이 들어있던, 그러나 이젠 텅 비어버린 여러 개의 더플백을 느슨하게 주워들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기고 지랄이고 얌전히 사는 건데.”

        

        

        

        그랬으면 저 사이에 끼었을 수도 있었을 것을.

        

        물론 후회는 늦었고,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훈련탄 탄피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넣고는 쓸쓸하게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미련이 가득한 등이었다.

        

        

        

        

        

        

        

        

        

        

        

        

        

        

        

        

        

        

       “어딜 이렇게 돌아다니십니까, 팀장님. 어차피 망한 세상인데 좀 편하게 사십쇼.”

        

       “밴딧은?”

        

       “아래층에서 놀고 있을 겁니다. 저희도 대충 보다 내려갈 거고요.”

        

       “마음대로 해라.”

        

        

        

        오전 12시 30분, 뉴헤이븐. 서던 코네티컷 주립 대학.

        

        대학교 시설 대부분에 들어가는 전기를 제어하는 전력실 인근에 위치해있는 무어 필드하우스라는 이름의 체육관, 그리고 그 옆에 붙어있는 작은 라운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시설의 작동을 확인하던 호프먼 빈슨은 자신이 이끄는 아르테미스 산하 PMC 팀이 있는 그곳으로 향했고,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냄새에 미묘하게 눈을 꿈틀거렸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마약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주지육림. 흔하지는 않았지만 드물지도 않은 광경이었다. 빈슨은 부하 – 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 의 위에 올라탄 민간인을 힐끔 바라보았다.

        

        

        

       ‘…맛이 갔군.’

        

        

        

        마약으로 이성을 거세시키는 방법은 언제나 유효했다. 과거 그가 몇 번이고 다녀왔던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에서 언제나 보던 짜증나는 광경이었다.

        

        물론 부하라는 놈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 마약이었으니. 저것이 생의 마지막으로 즐기는 물건이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리고 전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라운지에 있는 예닐곱 명 가량의 부하들은 호프먼의 장구류와 옷 곳곳에 피가 잔뜩 튀어있는 것조차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방을 훑어내렸다.

        

        방 안에 있는 민간인-노예는 총 셋. 그는 출렁이는 살덩이 대신 다른 곳에 주목했다. 팔과 어깨에 있는 주사 자국과 코에 묻은 약까지 확인한다. 동공 반사와 호흡량, 그 외의 신체 징후 전부.

        

        …안타깝게도, 이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뇌내 체계 전체가 망가져 설령 되돌아가더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것이 확실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작은 캐니스터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고, 허벅지에 매달려있는 방독면을 느긋하게 착용하며 그것을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푸쉬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무색무취의 가스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그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너무나도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호흡이 이전보다도 느릿해질 즈음, 그는 바닥으로 쓰러지는 마약에 중독된 세 명의 민간인을 뒤로 한 채 홀스터에서 슬그머니 권총을 빼들었다.

        

        애시당초 부하라고도 할 수 없었던 아르테미스 산하 PMC 인원들의 머리에 구멍이 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잉! 피잉! 피잉!

        

        

        

        하나, 둘, 셋.

        

        하나둘씩 실 끊긴 인형처럼 의자 혹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뒤로 한 채, 민간인들의 쇄골에 패치를 하나씩 붙였다.

        

        치사율의 다섯 배에 달하는 분량의 펜타닐이 함유된 안락사용 패치였다. 거기다 수면 가스까지 대량으로 흡입한 민간인들은 그 어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리라.

        

        …그마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호프먼은 죽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세 민간인을 가지런히 눕힌 후, 그는 배낭 안에서 세 개의 바디백(시체가방)을 꺼내었다. 대학 의학부에 실습용으로 보관되어있던 것들이었다.

        

        적어도 마지막은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그는 세상을 굽어살피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였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하나, 둘, 셋. 그렇게 몇 번이고 뉴헤이븐에 남은 아르테미스의 흔적을 지운다. 남겨놓아야만 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갈 땐 선물 하나 정도는 들고 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물론, 오늘은 선물이 꽤 많았다.

        

        느긋하게 바깥으로 빠져나온 그는 어둠 한가운데에서 IR 스트로브를 작동시켰고, 그와 동시에 주머니에 있는 격발기를 지긋이 쥐어 눌렀다.

        

        

        아주 작은 폭발이 있었다.

        

        암흑도.

        

        

        

       ───파지지직!

        

        

        

        그나마 ‘어느 정도는’ 불이 들어오던 서던 코네티컷 주립 대학의 모든 불이 일시에 꺼진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이곳에 주둔하던 거의 대부분의 승조원들과 분견대 인력들은 신경쓰지 않을 확률이 높았지만, 통신을 담당하던 이들은 잠수함과의 긴급연락이 안 되는 것을 눈치챘을 터.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쓸데없이 청명하기만 한 뉴헤이븐의 공기를 깊게 들이켰고, 그 순간 눈 앞에서 미약한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호프먼은 입을 열었다.

        

        

        

       “불필요한 암구호는 집어치우죠. 뉴헤이븐에 잘 왔습니다. ISA 언더커버 에이전트인 호프먼 빈슨입니다. 발전기는 망가졌고 통신타워도 마찬가지지요. 오늘 이곳에서 일어날 일은 앞으로도 영영 밝혀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올리비아입니다. 제24특수전술대대에서 왔지요. 시설 내부에 마약에 중독된 다수의 민간인이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은 작전이 끝난 후 이카루스 뉴헤이븐 지부에서 인수할 예정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념해야 하는 사실만 간단히 전하지요. 해당 시설의 3층과 4층에 존재하는 두 인물만 사살하지 않으면 됩니다.”

        

       “부함장 안드레이 보로딘 중령, 그리고 아르테미스 선임연구원 덱스터 노스무어. 위치는 받았습니다. 생포한 후 센트럴 파크로 데려가면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맡기겠습니다.”

        

        

        

        맡긴다라.

        

        티어 1 오퍼레이터가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이들은 적어도 그보다 더한 임무를 띠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것까지 짐작한 호프먼이 물었다.

        

        

        

       “탈출 지점이 어딥니까?”

        

       “두 친구를 확보한 다음 알려주죠. 현 시점에서 저희는 안드레이 보로딘 중령의 핵미사일 발사 키카드 보유 여부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해당 데이터를…뉴헤이븐 만 근방에 있는 타격팀에게 전달해줘야만 하거든요.”

        

       “…핵미사일 발사 키카드라면, 설마.”

        

       “대충 뭔지 느낌이 왔나 보네요. 바로 그거예요.”

        

        

        

        그 순간 올리비아가 선명하게 웃었다.

        

        무서울 정도로 서늘한 웃음이었다.

        

        

        

       “집을 비워놓고 향락에만 열중하던 승조원 친구들을 전부 홈리스로 만들어줘야만 하지 않겠어요?”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핵잠수함 – 그것도 무려 두 대나! – 탈취 작전.

        

        호프먼은 언뜻 듣기엔 너무나도 허무맹랑해보이는 그 작전이 그 무엇보다도 깔끔하게 성공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스크포스 대거의 첫 번째 공식 작전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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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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