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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7

    <697 – 충격고백(15)>

     

    황금의 무희 리스크는 충격적인 결과에 정신이 어지러움을 느꼈다.

    연회석에 앉은 자에게 어떤 지식이 가치가 있을지를 산정하여 그에게 가장 고평가 받을, 그렇다고 너무 귀중하지도 않은 지식을 내놓는다.

    간혹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치의 지식이 나타나거나 그녀의 예상 이상으로 경험이 풍부한 참석자가 정보가치를 훨씬 낮게 받아내어 살아서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측정가 – 0매>

     

    산정사치 제로라니.

    이런 수치는 난생처음이었다.

    감히 흠모하는 그분에게 해를 끼칠 작정으로 부정한 지식을 내놓은 이들을 파멸시킬 작정이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완전한 이해.

    절대적인 수집.

    그녀의 상대는, 이번 만찬참석자는 <세계가 멸망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멸망의 분기점>마저도 모두 이해하고 있다.

     

    예지안.

    타인의 근육이나 마나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내어 이후에 펼쳐질 공세를 예측,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피해낼 수 있는 마안계 최상위기술.

    그 기술을 한층 더 이능의 영역으로 뻗어내어 초고밀도의 마나로 시공의 축을 무너뜨리고 먼 미래의 편린을 엿봄으로써 성립되는 <예지마법>의 구사자만이 미래의 수많은 파편 중 하나를 엿본다.

    그런 파편들을 모조리 수집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이다.

     

    “당신은… 대체 뭐죠?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요?”

     

    수많은 예지마법사를 모아 모든 파편을 모았다면, 그녀의 인간성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예지마법은 사용자의 수명을 갉아먹고, 그 많은 파편을 모조리 수집했다면 예지마법사는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을 테니까.

    인간성을 상실한 암흑마나의 주구가 아니고서야 그런 독심은 누구도 펼칠 수 없다.

     

    스스로 모든 미래를 엿본 예지마법사라면 그녀의 재능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몸으로 미래를 엿본 대가로 본래의 시간축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시간의 신에게 지불해야 할 수명을 바치지 않을 방법은, 감당할 수 없는 미래의 단상에서부터 과거의 순간을 역행하는 마법을 스스로 전개했음을 의미하니까.

    마법의 주인이라 불리는 드래곤이 아닌 이상, 그런 재주는 누구도 펼칠 수 없다.

     

    타인의 예지를 빌리지도, 자신의 예지를 사용하지도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아니다.

    엿보지 않고도 미래를 알 수 있는 자는 스스로 그 미래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자.

    수많은 종말의 시작점이자 종말의 인도자,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정진정명한 <최악>.

    드래곤 교장.

    악룡 오모시로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악의 정점이 뒤바뀔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기에.

     

    “앗, 미래 지식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예지마법에 심취한 마법사들이 덜컥 죽어버리는 이유가 과거로부터의 개변을 의식한 미래의 거악이 펼치는 <예지사냥꾼>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자꾸 미래에 호기심을 품다가 정신이 파괴당할지도 몰라요?”

     

    너의 영혼을 파괴하겠다는 협박조차도 마치 순수한 호의처럼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 앞에서 황금의 무희 리스크는 자신이 주인님의 앞에 결코 들여서는 안 될 악의 주인을 불러들였음을 깨달았다.

     

    “근데 내기 저희는 이긴 거 맞죠?”

    “어흐흑, 시발. 오크노디 코인을 탔어야 했는데!”

    “모험가 테이블에 앉자고 한 새끼 누구야?”

     

    대성통곡과 멱살잡이가 이어지는 옆테이블의 좌석에서 황금구속구가 튀어나와 4학년 조교들의 입을 막고 손발을 봉인했다.

    지식이 부족한 자, 위대한 분에게 바칠 만찬의 먹이로 전락하니.

    본래라면 대결의 상품이 서로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나 악의 결정체 다크프린세스를 앞둔 리스크는 또 다른 의도를 품었다.

     

    “결과에는 승복합니다. 하지만 한 번으로 끝마치기엔 너무나도 놀랍고 즐거운 만찬이지 않나요?”

    “그렇기는 해요!”

    “두 번째 만찬을 즐긴다면 옆테이블의 분들도 자유롭게 풀어드릴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지요.”

    “에엣. 별로 관심 없는데… 위어드 교수님에게 잡힐 때 옆에서 쫄랑거리면서 잔딜 넣을 선배들은 오히려 여기서 사라졌으면 좋겠는데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오크노디의 악독한 대답에 수많은 제물을 바쳐왔던 리스크는 호승심을 느꼈다.

    그녀 또한 선악의 무게추에 올라선다면 거리낌 없이 악의 끝으로 구를 자.

    설령 그녀의 도덕관이 더럽혀질지라도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은사, 아발론님의 부활이라는 사명이 있기에 수치도 망설임도 오래 전에 버렸다.

    오크노디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그녀를 다크프린세스로 만들었을까.

    나의 수천 년의 희생과 헌신이 다크프린세스의 근본에 비해 부족할까.

     

    “이번에 제가 올릴 상품은 저 자신이 이룩했던 과거와 역사랍니다. 그 가치, 당신의 과거와 역사로 겨루어 보고 싶지 않나요?”

    “보상이 좀만 더 맛있으면 생각해 볼게요!”

     

    4학년 조교들의 입을 틀어막은 구속구가 벗겨졌다.

    그것이 너희가 살아있을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라는 리스크의 무언의 압박임을 깨달은 조교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에 서둘러 외쳤다.

     

    “교수님 쫓아내줄게!”

    “우리가 방법을 알아!”

    “헉. 정말요?”

     

    찍먹은 하고 싶은데 빨리 튀기도 해야 하고.

    몸에 안 좋은 불량식품을 앞두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망설이는 어린아이처럼 머뭇거리던 오크노디가 화색을 띠었다.

     

    “이제야 구미가 당기네요!”

    “당신이 이긴다면 저들은 자유의 몸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패배한다면 이번에는 당신의 동료들을 만찬의 제물로 삼아야겠어요.”

     

    로시난테가 떨리는 눈으로 곽조를 쿡쿡 찔렀다.

    제물로 바쳐졌다가 “아차, 실수했당!”하는 경쾌한 외침과 함께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제물로 바쳐지길 원치 않았던 곽조가 급히 나섰다.

     

    “여기서는 물러나심이 어떻겠습니까? 방대한 역사의 기록과 그 총량 앞에서는 많은 미래를 엿본 오크노디 님이야말로 불리합니다. 상대는 미래보다 더 많은 과거를 쌓아온 존재이지 않습니까.”

    “괜찮아요! 과거의 지식은 기프트 아카데미에도 잔뜩 쌓여있고, 저한테도 아카데미 대학원생의 지식이 잔뜩 있거든요!”

     

    그 말에 조교들이 경기를 일으켰다.

     

    “세상에, 재단은 장학생에게 대학원생이 되기까지 강요한단 말인가?!”

    “졸업도 못 하고 인생이 저당 잡힌 채 학위에 목숨을 걸고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인간 이하의 축생의 삶을 강제하다니, 재단이 괜히 악의 조직이 아니었어!”

    “야, 이 미친 것들아. 지금 그게 우리 살려줄 애한테 할 소리야?”

     

    정신줄을 놓지 않았던 조교 한 명의 외침에 나머지 조교들이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발언을 고쳤다.

     

    “대학원생은 인간이 아니니까 인권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는 해.”

    “사실 위어드 교수님 연구실에도 심처로 향하는 문이 있는데 그 안에 계신 대학원생 선배님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인간처럼 들리지 않긴 했어. 전에 있던 랩실 선배들 말로는 10년째 갇혀 지내셨대.”

     

    조교의 암흑진화형태 대학원생에 대한 거침없는 매도와 부정의 발언을 내뱉자 오크노디가 별안간 불같이 화를 내었다.

     

    “대학원생도 사람이에요! 가축 아니야! 인권 있어!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어요! 당신들이 대학원생이 되고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히이이익!!!”

    “아, 아닙니다. 대학원생도 인권이 있습니다. 부디 우리를 대학원생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지금 대학원생 무시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원생 되기 싫다고 하시는 거죠?”

    “아, 아닙니다!!”

    “서, 설마… 지금 우리보고 살고 싶으면 대학원생이 되라고 하시는 겁니까?!”

     

    오크노디의 눈이 형형하게 번뜩였다.

     

    “대학원생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직접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저한테 거짓말하셨어요?”

     

    처음으로 정색하는 오크노디.

    그녀의 적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발동할 일이 없는 협박계열 기능과 온갖 우연과 억까로 쌓인 부정한 기능들이 흉흉한 빛을 번뜩였다.

    밤하늘의 별자리가 하나로 이어지듯이 서로 다른 악의로 점철된 기능들이 연쇄발동하니, 그 압박감은 아카데미 4학년 조교들조차 견디기 어려웠다.

    바로 직전, 급격하게 성장한 기능.

    <사악한 아이> 기능의 맹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암흑성의 기운 앞에서 조교들은 마음이 꺾였다.

     

    “되겠…습니다…”

    “대학원생이… 되겠습니다…”

    “하면 될 거 아니야…”

     

    그제야 오크노디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아왔다.

     

    “그렇다네요! 우리 2차전 시작할까요?”

    “…좋아요. 이번에는 도전자가 된 제가 먼저 만찬에 상을 올리죠.”

     

    종이 위에 한 줄의 기록으로 압축되었던 다른 이들의 지식과 달리, 리스크의 수중에 잡힌 종이는 순식간에 새카만 글씨가 앞뒤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수십 장의 종이가 펼쳐지며 여백을 뒤덮었다.

    그 기록의 방대함이야말로 황금의 도시가 집어삼킨 희생자들의 숫자라고 여긴 모험가들은 완전한 공포에 집어삼켜졌다.

    얼마나 많은 기프트 아카데미 선배가 거쳐 갔을지를 상상하며 조교들은 오크노디 개인이 그 많은 선배를 넘어설 수 있을지 겁에 질렸다.

     

    “궁금. 패배가 알파는 두렵지 않습니까?”

    “크루엘. 너야말로 저 겁쟁이들과는 달리 의연하군.”

    “확신. 크루엘은 감정파악과 세뇌 술식에 대한 천재적인 조예가 있습니다. 그녀가 이미 이긴 대결이라고 생각한 승부에 패배할 리 없습니다.”

    “오크노디를 네 자리를 빼앗은 원수처럼 여길법도 한데 다크노디와는 달리 꽤나 초연하군.”

    “포쓰forth가 제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역대 아가씨들보다 우수한 아가씨를 만들기 위한 조나의 노력과 헌신의 연장선상입니다. 그녀의 우수함은 곧 조나의 성실함. 크루엘은 조나의 성실함의 증거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부러울 정도의 신념이군.

    조나라는 인간은 그 정도로 특별한가?

    알파가 약간의 부러움과 동시에 안쓰러움을 느꼈다.

    누군가를 믿고 따라가는 삶.

    동경을 넘어선 광신으로 점철되었던 길.

    그 길은 눈앞의 <리스크>의 길이기도 하며, 한때의 자신 <알파>의 길이기도 했으니까.

    광신의 말로는 무너진 꿈과 버려진 자신이다.

    꿈에서 내동댕이쳐진 인간은 가장 초라한 존재로 전락한다.

    크루엘의 몰락이 언제 찾아올지는 몰라도 리스크의 몰락이 언제 찾아올지는 알았다.

    아마도 지금.

    다크프린세스의 재능과 지식에 집어삼켜져 짓밟히는 바로 이 자리, 이 순간일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누구도 대학원생(이었던 것)을 화나게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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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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