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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8

    <698 – 충격고백(16)>

     

    지식의 만찬 2차전.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이번에 올린 지식은 <나>에게 더욱 가치가 있을 지식이었다.

     

    “당신이 재단의 총애를 받는 다크프린세스라고 한들 절대로 알 리 없을 비밀이 한 가지 있죠. 당신과 누구보다도 가까우나 당신만큼 비밀이 많은 남자.”

    “싱이요? 아닌가? 싱은 이제 남자가 아니니까 조나인가?”

    “…제일 와이히엠하이. 이것은 당신의 아버지이자 재단 이사장에 대한 정보입니다.”

     

    숨기 기능이 폭등이라도 할 기세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일행에 속해 있던 여장 싱이 움찔했으나 나를 포함한 모두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향했다.

     

    <주최자 – 황금의 무희 리스크>

    <지식 – 제일 와이히엠하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황금의 성소에서 살아 나간 비밀>

    <측정가 – 금화 3500만 매>

     

    “…!”

     

    재단의 이사장.

    재단파파의 과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게는 무엇보다도 가치가 있을 가장 거대한 비밀.

    그 비밀에 손을 올리는 순간, 머릿속으로 기억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 * *

     

     

    고급 정장 차림의 잘생긴 남자가 웃는 얼굴로 박수를 쳤다.

     

    “훌륭합니다! 수천 년을 주인을 위해 헌신한 종복의 충성과 연심에 대한 이야기라니, 그 관계성은 정말이지 부러울 정도로 탐이 나는군요.”

    “…성소를 찌그러뜨릴 정도로 많은 마나를 품은 사람이 웃으면서 말해봤자 긴장을 풀 일은 없습니다.”

     

    리스크는 분했다.

    그녀가 보인 가치를 대단하다 평가하면서도 정작 상대가 습득한 가치가 자존심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측정가 – 금화 12만 8500매>

     

    1억 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감탄.

    그것은 진귀한 이야기를 들은 것에 대한 선심성 보상에 가까운 수치였다.

     

    “아아.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해서 실망하셨나 보군요. 너무 슬퍼하지는 마십시오. 레이디의 헌신과 황금상인의 부활 절차는 충분히 대단했습니다. 다만, 저 역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지라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겠군요.”

    “비슷한 일…?”

    “태양의 신 소페미아의 빛이 커질수록 그녀가 등을 돌린 음지의 어둠 또한 더욱 깊어집니다. 신의 인간을 향한 징죄의 뜻이 깊고 가혹해진다면 인간의 역심 또한 어찌 깊어지지 않겠습니까?”

    “당신,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대신을 넘어선 유일신을 모욕하다니, 천벌이 두렵지도 않습니까?”

    “하하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만들 <특별한 아이>에게도 불가능할 일이죠.”

    “당신이 만들 아이… 그게 내 주인님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대상입니까?”

     

    제일 와이히엠하이가 손을 튕기자, 그의 지식이 종이를 새카만 먹물로 만들고도 모자라서 연회석의 표면을 가득 뒤덮었다.

     

    <참석자 – 제일 와이히엠하이>

    <지식 – ■■■ ■■로 빚어낸 아이와 탄생 절차에 대한 기록>

    <측정가 – 금화 1억 50만 매>

     

    정보 그 자체도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이 정보의 가치는 황금의 상인 아발론에게 가장 크다.

    탄생절차와 그에 소모되는 재료는 아발론의 부활에도 똑같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활 의식. 재림의 성찬. 방식은 같으나 규모가 다른 제의에서 수령자만을 <바꿔치기>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요. 어떠십니까?”

    “충분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인님께서도 몹시 기뻐하고 계십니다. 만찬은 당신의 승리입니다.”

    “그럼 이만 지나가도록 하지요. 저는 이 아래의 3구역, 황금의 상인과 혈투를 벌였던 마경의 또 다른 주인에게 더 큰 흥미가 있어서 말입니다.”

    “가기 전에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당신의 의식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십니까?”

    “글쎄요.”

     

    남자의 얼굴에 시종일관 머무르던 웃음이 정말로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처럼 한층 짙어졌다.

     

    “일단은 중간계의 판을 새롭게 짜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보는 이의 눈이 베일 것처럼 날카로운 미소였다.

     

     

    * * *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 세상에 자신을 해할 존재는 드래곤교장 외에는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

    재단파파를 보면서 느낀 가장 커다란 감정은 강력한 <확신>이었다.

    파파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다.

     

    ‘나’라는 플레이어의 존재를 간파하지는 못했으나, 이런 내 존재조차도 파파의 가장 커다란 계획의 일부에 속해있을지도 모른다.

     

    계획의 축이 되는 가장 커다란 말에 불확실성을 심되, 그 불확실성마저 즐기며 과감한 수를 두는 괴인과도 같은 행보.

    확률의 농간과 예측불허의 변수가 반드시 자신의 편이자 자신에게 유리한 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절대적인 확신.

    그 근거가 궁금해질 정도로 대단한 자신감이다.

     

    “우왕, 진짜 파파다!”

    “어떻습니까. 저의 회심의 지식이.”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당신의 탄생비화일지도 모를 이야기를 보고도 예상보다 덤덤하군요. 가치가 산정된 것을 보아 알고 있던 정보는 아닐 텐데도…”

    “아이를 만들 이유야 애초에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정부지원금을 노렸다거나, 불륜을 저질렀다거나, 사랑 없는 범죄를 당했다거나!”

     

    뒤에서 크루엘이 알파의 옷자락을 집어 당겼다.

     

    “궁금. 크루엘은 아이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조나에게 남녀의 사랑의 힘 덕분이라고 배웠습니다. 어째서 오크노디는 사랑의 힘이 없는 경우만을 논합니까?”

    “심성부터 글러 먹은 사악한 아이라서 그렇다.”

     

    힝 너무해.

    다 들었거든?

    나 삐졌으니까 알파한테는 나중에 사악한 아이 맛 좀 보여드려야겠다!

     

    “이번에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미래에 대한 지식이 담긴 예언서, 아니 예언을 넘어선 금서의 힘도 대단했으나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네요!”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이만한 규모의 비밀이 담긴 지식을.”

     

    고민이 되긴 했다.

    보여줄 정보가 참 많아서.

    근데 곽조가 했던 말이 짓궂은 장난기를 자극했다.

     

    ‘정보오염. 그걸 꼭 한 종류의 금기 지식으로만 채워야 하는 걸까?’

     

    부활체를 <아이>로 강제할 수 있었던 재단파파와 다르게 황금의 상인 아발론과 황금의 무희 리스크에게는 그 정도의 기술력은 없었다.

    그래서 지식을 통해 육체를 채울 내면의 그릇을 연마하고 영혼의 색채에 따라 그 형상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변형의 과정이 더욱 뚜렷했다.

     

    위대한 모험을 알리는 모험가들.

    마법의 신비를 전하는 마법사들.

    아카데미의 비밀을 전하는 재학생들.

     

    덕분에 위대한 모험담과 마법적 신비, 학교의 비밀을 머금은 고대의 신비로운 황금마법사의 정체성을 지닌 튼튼한 몸을 지닌 중년의 교수처럼 생긴 황금의 상인의 존재감이 뇌리에 새겨진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재단파파가 용인한 형태라는 점이 더욱 아니꼬웠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 입맛대로 길들이자고.

    한번 작아지니까 작은 것이 좋기도 하더라고.

     

    “혹시 마법소녀 릴리라고 아세요? 제작년 2분기 애니메이션인데 이거 완전 재밌거든요!”

    “…?”

     

    현실지식으로 정보오염을 펼친다.

    게임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배드엔딩.

    그 배드엔딩을 피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마법소녀들의 이야기.

    어떤 이야기꾼도 전하지 못한 현대의 스토리텔러들이 상업성에 입각하여 만들어 낸 흥미로움의 정수를 게임 속 술식과 마도지식을 엮어 개편한다.

     

    <참석자 –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지식 – 이계, 마법소녀 릴리는 죽지 않아 1기>

    <측정가 – 금화 5500만 매>

     

    현대의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에 마법소녀를 더한 <부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더한 이야기.

    황금의 상인 아발론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릇이 완성될 때까지 꼭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죽더라도 다시 성소에서 기억을 물려받아 일어날 수만 있다면 릴리들이 계속 싸웠던 것처럼 아발론도 계속 살아갈 수 있어요!”

     

    수천 년을 존버하며 힘을 키워왔던 황금의 상인을 유혹한다.

    너 오래 참았잖아.

    존버 그만하고 나와.

    사람은 듣고 싶은 이야기에 가장 큰 가치를 매긴다.

    황금의 상인이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수천 년의 인내.

    그 인내를 인정하며 이제는 끝을 내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거든, 수천 년의 시간으로 쌓아 올린 인내는 그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커다란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진다.

     

    “주, 주인님? 꺄악, 주인님!!”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비명을 질렀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형상.

    아발론의 모습이 <마법소녀 릴리>의 것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턱에 난 수염은 매끈하게 사라지고 건장한 모험가의 신체는 튼튼한 소녀의 몸으로 줄어든다.

    티토소가를 연상토록하는 불쌍하고 씩씩한 작은 소녀의 형상으로 압축되어 가는 아발론의 모습에 리스크가 기겁하며 외쳤다.

     

    “주인님은 세계의 주인이 되겠다며 황금으로 세계를 거머쥐겠다고 논한 패기로운 사내이셨어요. 어찌 그런 가녀린 여아의 형상을 빌리시려는 건가요! 원대한 포부를 이루려면 사내대장부의 몸을 갖추어야죠!”

     

    리스크의 외침이 영혼을 울렸던 것일까.

    착실하게 줄어들던 황금의 상인 아발론의 영혼이 멈칫하고 흔들림이 느껴졌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거야말로 어리석음이 아닐까요? 다음에도 죽으면 수천 년을 인내할 건가요? 신체에 할당하는 리소스를 줄이되 백업을 남겨두면 수천 년을 한순간으로 줄일 수 있어요!”

     

    전보다 더욱 박차를 가하며 축소하는 아발론의 영혼의 형상!

     

    “주인님!! 소녀의 충정을, 저 리스크의 헌신을 이대로 버리실 작정인가요? 저의, 저의 수천 년의 기다림과 연심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아. 이건 세다.

    듣자마자 느낌이 왔던 것처럼 압축되어 가던 영혼이 단숨에 압축해제를 하고 부풀어 오르려는 징조가,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발론도 자신의 부활을 도왔던 리스크가 고맙고 좋기도 하고 그랬구나.

    이거 완전 순애네!

    근데 순애의 형태가 꼭 하나로만 이루어지라는 법은 없지 않나?

     

    “요즘은 북극곰 서식지를 파괴하는 여자들의 사랑도 유행이에요!”

    “?!”

    “시대가 어느 땐데 남녀만의 사랑이 전부겠어요?”

    “아니 어떻게 그런 망측한 소리를!”

    “게다가 마법 소녀의 부활 의식을 빌린 부활 술식, 육체가 커지면 규격이 맞지 않아서 적용하기 어려우실걸요? 나라면 그냥 작아지겠다!”

     

    아발론의 영혼이 격렬한 진동과 함께 영혼의 형상을 무너뜨리며 변형을 이루었다.

    잠시 후, 오색의 찬란한 마나가 번뜩이며 부활캡슐이 열렸다.

     

    “아아, 주인님이 여자아이가 되었어…”

     

    털썩 주저앉은 리스크의 앞으로 헐벗은 나신의 여자아이 아발론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금단의 지식 : 마법소녀로 부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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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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