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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8

       

        

        

        

        

        

        

        

        

        

        

       “…이런 상황에 다시 물어보는 건 시간낭비겠지만,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뉴헤이븐에 침입한 러시아와 중국의 핵잠수함을 각각 한 척씩 나포했고,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했기에 킹스 베이에 긴급 연락을 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 직속 작전집행요원들이 벌인 것이기에 자세한 작전 사항은 특급 기밀로 지정되어있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야센급 핵잠수함인 블라디보스토크와 진급 잠수함 창정 21호를 나포했습니다. 해당 잠수함을 분석 시스템이 갖춰진 곳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항행 시스템이 완전히 같지 않고, 현재 킹스 베이 또한 적성국 잠수함의 운용 시스템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없습니다. 항행을 담당할 최소한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일부 승조원을 인질로 확보하였습니다. 러시아 및 중국 통역을 붙여드리지요. 현재 5대 가량의 수송기가 킹스 베이로 향하고 있으니, 1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뉴헤이븐으로 올 인력을 추리십시오.

        

       “알겠…습니다. 즉시 기지사령관님을 호출하겠습니다.”

        

        

        

        조지아 주 캠든 카운티 세인트 메리스 시, 해군 잠수함 기지 킹스 베이, 오전 1시 22분.

        

        미 해군 잠수함군 사령부의 예하 사령부인 잠수함 그룹 10(Submarine Group 10), 제16잠수함대, 제20잠수함대, 잠수함준비대대, 대서양전략무기시설, 해병대 보안대대, 트라이던트 수리 및 훈련시설이 존재하는 미국 내 가장 거대한 잠수함사령부.

        

        그러나 그 찬란한 위용과는 반대로, 오메가 바이러스라는 직격타를 맞아 승조원이고 근무 인력이고 거의 없는 탓에 아슬아슬하게 기지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로 돌아가고 있는 곳.

        

        바로 그곳에, 그것도 새벽에 느닷없이 최고보안등급을 가진 통신이 날아든 순간, 지휘통제실 내부는 말 그대로의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말 그대로 ‘대통령 직속 명령’.

        

        그것을 받아든 당직책임자가 잠수함 그룹 10의 최고사령관인 데이비스 기들(Giddle) 소장에게 즉시 연락을 넣은 순간, 불과 3분도 안 되어 기지 사령관은 칼각이 잡힌 정복을 입고 통제실로 들어섰다.

        

        자다 깼다고 하기에는 실로 단정한 모습이었지만, 아직 덜 기상한 기들 소장의 정신은 실로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최고보안등급 통신도 그렇거니와, 그동안 센트럴 파크에서 숨죽이고만 있는 것처럼 보이던 대통령의 첫 번째 공식 연락을 처음으로 받았단 것이 그 첫 번째 이유.

        

        물론 정신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당직책임자의 간추린 메시지에 포함되어있는 대통령 직속 작전집행요원은 뭔지, 도대체 적 핵잠수함을 어떻게 두 척씩이나 나포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말 그대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기들일세. 다른 이들은 들으면 안 되는 사항이 있나?”

        

       -센트럴 파크 HQ의 전략조정책임자인 칼 홉슨 중령입니다. 되도록이면 다른 분들은 잠시 나가있길 권유드립니다.

        

       “들었나? 잠시 나가들 있게.”

        

        

        

        그와 동시에 우르르 나가기 시작한 십수 명 가량의 인원들.

        

        그는 자리에 앉아 헤드셋을 썼고, 그제서야 비교적 작게 들리던 목소리가 귓전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여전히 꿈결 속을 헤메던 그에게 가장 필요한 처사였다.

        

        그러나 그런 사실에 적응할 새도 없이, 칼 홉슨 중령은 사령부의 속기 기능이 활성화됨을 확인함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이야기들이 그의 정신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뉴헤이븐을 통해 러-중 정찰분견대가 로어 맨해튼으로 왔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무력화한 뒤 뉴헤이븐을 노략질하던 잠수함 승조원들을 사살, 거의 텅 빈 두 대의 잠수함을 탈취했단 건가?”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담배 한 대 태우고 올 수는 없나? 내 정신이 아직 덜 깬 것 같군.”

        

       -잠시 유예를 두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달라지는 내용은 없을 겁니다. 자세한 사항들은 차후 네트워크를 통해 별도로 보내겠습니다.

        

       “…1시간이라고 했으니, 수송기가 올 때까지 이런저런 논의를 끝내보지. 그러면 되겠나?”

        

       -그렇습니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기들 소장이 취침에 든 지 고작해야 3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할 일은 해야만 했다. 그는 헤드셋을 벗고 즉시 참모부를 소집하였다. 오전 1시 30분 즈음이었다.

        

        회의실로 향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해당 기지 뿐만이 아니라 군 네트워크 전체와 공유해야만 하는 사안은…러시아와 중국이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조각조각나버린 군 네트워크는 현 시점의 미군이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조차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다.

        

        그나마 연결되어있는 곳들은 미 북동부 정도. 뉴욕과 워싱턴 D.C, 메릴랜드 주의 사이버사령부 본부,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비치, 조지아 주 포트 무어, 그리고 이곳 – 조지아 주의 킹스 타운.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한창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플로리다의 미합중국 남부사령부(USSOUTHCOM)과는 어느 정도 연락이 닿고 있다는 점.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너무나도 멀었고, 그는 대여섯 명 가량의 참모진과 함께 회의실에 앉은 후 힘겹게 입을 열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군 분견대가 두 대의 핵잠수함을 앞세워 선전포고 없이 미 본토를 침공했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전부 축출된 상태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장군님.”

        

       “나 역시 마찬가지니 잠자코 듣고 있게. 그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이라고 하는 작전요원 친구들이 무언가…심각할 정도로 큰 잭팟을 터뜨려버렸지. 두 대의 핵잠수함을 통째로 탈취했어.”

        

        

        

        그 순간 모두의 고개가 기계처럼 돌아가지만, 그는 딱히 반응하지 않은 채 덧붙였다.

        

        

        

       “킹스 베이를 향해 다섯 대의 수송기가 날아오고 있네. 상부는 적어도 야센급과 진급을 자침시키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고, 그 기대에 부응할 차례일세.”

        

       “…가장 좋은 선택지는 이곳까지 잠수함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여기서 뉴헤이븐까지는 직선 거리로만 1400km가 넘습니다. 실제 이동거리는 1600km 가량 되지 않겠습니까.”

        

       “굳이 이곳까지 올 필요도 없이, 버지니아 주 노퍽 해군 기지라면 거리는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그곳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지. 현재 보낼 수 있는 승조원이 있나?”

        

       “컬럼비아급 잠수함 3번함인 USS 아이오와의 예비대인 소드(Sword)가 있습니다. 100명 가량입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친구들을 보내면 되겠군.”

        

        

        

        본디 잠수함은 원활한 근무를 위해 함의 완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140명 가량의 승조원을 하나의 세트로 묶었고, 두 개의 세트를 태워, 대략 3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을 데리고 항행하는 것이 반쯤 기본이었다.

        

        그러나 모종의 사유로 인해 킹스 베이에는 예비 크루들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었고, 기들 소장은 이들을 망설임없이 선택하였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그 즈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뉴헤이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를 묻는 눈치없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참모진들은 그 이상의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 덕분에 이들은 과도한 행정적 절차를 비롯한 여러 불필요한 부분의 확인 대신 미국이 나포한 핵잠수함의 가치가 얼마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 중이었다.

        

        

        

       “…일단 확실한 건, 말도 안 되는 잭팟을 건진 겁니다. 잠수함 내의 레이저 통신기기를 분석해도 엄청난 효과를 얻을 거고, 잠수함 내의 해저케이블 접속기, 통신부이, 안테나 등만 보아도…엄청나겠지요.”

        

       “적국의 통신위성이 언제 어떤 궤도로 대기권을 지나가는지와 같은 부분도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정보전에서 엄청난 우위를 지닐 수 있을 겁니다.”

        

       “사이버사령부가 두 척의 잠수함이 입항하는 버지니아 주 노퍽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잠수함 내 통신기기를 그쪽에 보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 한 번 잠수함을 유기하고 돌아다니던 친구들 얼굴이나 보고 싶군.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멍청이들이 아닐 수가 없구만.”

        

        

        

        그 말대로였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전략원잠이라는 귀하디 귀한 물건을 저렇게 멍청하게 배치해둔 적 승조원들은 역사서에 실릴 정도의 희대의 등신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자세한 사항을 파고든다면 그 실체는 더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두 척 전부가 승조원들끼리의 내분으로 인해 방어능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수면 아래에서 3~4개월 이상을 머문 승조원들이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승조원으로서의 본분을 잃어버리는 순간 발생하는 결과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그 중의 한 명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했다.

        

        

        한가롭게 꿈나라를 노니거나, 혹은 기지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소드 팀 전원에게 짐을 싸라는 명령이 내려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수의 인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하나둘씩 짐을 싸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적당히 닦아놓은 헬기장 위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참모진 중 한 명이 급하게 아래로 내려가 소드 팀이 현 시점에서 어째서 이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을 무렵, 대강의 얼개를 정한 기들 소장은 회의 결과를 센트럴 파크에 전달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5분 안에 수송기가 도착할 예정이다. 소드 승조원들의 의식주는 이쪽에서 제공할 것이니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음.

        

        

        

        그 정도면 족했다.

        

        그제서야 미 북동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전해받은 킹스 베이 내의 모든 고위급 장교들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상황. 도대체 저 위쪽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에는 이들의 상상력이 너무나도 부족하였으나, 심사숙고한 결과, 이들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이것은 말 그대로 첫 번째 승리였다. 특히나 핵잠수함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전략적 이점과 타격능력을 감안한다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간 북동부 해안가가 싸그리 박살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전략병기를 무려 두 척이나, 그것도 어떠한 손실 없이 확보한 것이다. 파괴도 아니고 확보였다. 그것만으로도 고무적인 것을 넘어 불가능을 이룩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로구만.”

        

       “그러게나 말입니다.”

        

        

        

        암울한 소식만이 들려오는 때였다.

        

        세상은 확실하게 멸망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그 어딜 돌아다니더라도 산 자보단 죽은 자의 흔적을 더 많이 보아야만 했다.

        

        자신들이 죽기 전에는, 아니, 죽은 이후 몇십 년 가량이 지나더라도 미국은 원래 모습을 되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들이 받아든 소식은 그러한 암울한 생각을 정확히 반증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에서부터 다섯 대의 수송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엔진에서 새어나오는 화염. 그것은 어둠을 전부 밝히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불빛이었지만, 결코 꺼지지 않고 느릿하게 킹스 베이에 착륙했다.

        

        기들 소장은 무심코 입을 열어 말했다.

        

        

        

       “아직 모두가 포기하지는 않았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들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었다.

        

        이카루스가, 그리고 미국이 거둔 첫 번째 대승리였다.

        

        

        

        

        

        

        

       “알린다. 현재 맨해튼 북부에서부터 엄청난 규모의 교전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해당 통신을 듣고 있는 모든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는 서둘러 복귀하라.”

        

       “…쉴 수 있는 시간이 없구만. 여기서 크게 힘을 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편, 뉴헤이븐.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은 고진감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상황을 연속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이들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멍청한 놈들, 날 잡아죽이려고 한 주제에 통신기는 여전히 똑같은 것들 쓰고 있구만.”

        

       “저 통신기의 감청장치, 그쪽이 달아놨다고 했나? 생각보다는 머리가 꽤 돌아가는군.”

        

       “뭐어, 잔머리 정도는 굴릴 줄 압니다. 대화고 나발이고 총부터 꺼내드는 병신들이 많아서, 그런 친구들을 구슬리려면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했거든요.”

        

        

        

        다시 뒤로 돌아가, 오전 1시 15분, 센트럴 파크 HQ 작전실.

        

        태스크포스 대거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수감실이라는 이름의 1인 숙소로 돌아가던 조디악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 그녀는 느닷없는 호출에 작전실로 가야만 했다.

        

        조디악은 어지럽게 널려있는 수많은 화면에서부터 굉장히…익숙한 이름들을 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라이커들의 이름이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럿.

        

        그녀는 센트럴 파크의 작전관들이 얼마 전의 자신이 제공했던 통신장비를 통해 라이커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라이커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는 게 없어서 뭐라 입을 열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아는 대로만 적당히 말하게. 질문은 이쪽에서 할 거고, 제반사항도 이쪽에서 알려주지.”

        

       “뭐어, 가능한 만큼은 말해보겠습니다. 뭐가 궁금하신지?”

        

       “말이 잘 통해서 좋군. 일단 이걸 먼저 보겠나?”

        

        

        

        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 앞에 띄워지는 이런저런…사진들.

        

        그것도 그냥 사진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UAV라는 정찰용 무인기를 통해 위치와 인구 분포가 기이할 정도로 선명하게 찍힌 물건이었다.

        

        사진이 찍힌 위치는…브루클린 같은 곳이 아니었다. 맨해튼 북부였다. 그것도 센트럴 파크 북부, 소위 말하는 브롱스라고 불리우는 바로 그 지역이었다 – 조디악은 그 순간 이들이 뭘 질문하려고 하는지를 얼추 눈치채었다.

        

        이들의 입이 열렸다.

        

        

        

       “얼마 전까지는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브롱스 일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수가…보다시피, 말 그대로 폭증했지. 공중정찰만으로는 정체를 파악할 수 없어서 불렀네. 짐작가는 바 있나?”

        

       “…없지는 않습니다.”

        

       “말해보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저랑 제 부하들을 구출하던 와중 라이커 놈들을 너무 심하게 많이 죽여버린 탓도 있을 겁니다. 하이에나 카운슬은 인력 충원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미친 놈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들은 브롱스로 넘어간 탈옥수들이라는 건가? 기이하군. 병력 충원을 하러 갔다라, 그곳에 라이커가 되기에 충분한 쓰레기들이 아직 그렇게나 많이 남아있는 줄은 몰랐어.”

        

       “놀리는 겁니까, 아니면 진심으로 말하는 겁니까? 브롱스랑 용커스에는 적잖아 300개 이상의 갱단이 제멋대로 흩어져있습니다. 그 수만 해도 1만 명이 넘을 거고요.”

        

        

        

        그 순간 이어지는 의아하다는 눈빛.

        

        조디악은 그것이 자신들과 같은 범죄자가 아니라면, 그리고 같은 범죄자들에게 주워듣지 못했다면 결코 알 수 없는 일이었단 사실을 깨닫고는 빠르게 덧붙였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거기 있는 미친 놈들만 살판났습니다. 엘살바도르 갱단, 라틴 킹스, 게토 브라더스, 터번즈, 레니게이드, 크립스…여기서 일일이 열거하려면 30분은 걸릴 걸요.”

        

       “아직도 그렇게 많은 갱단원들이 거기 있다라, 새겨듣도록 하지. 좌우지간 덕분에 나름 궁금한 건 풀렸어. 아까도 말했던 것 같지만…병력 충원을 위해서 브루클린에서 올라왔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반대로 브루클린에서 더 이상 못해먹겠어서 위로 올라갔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데…그쪽을 아예 갈아버렸잖습니까. 제가 아직 거기 남아있었어도 브롱스로 갔을 걸요.”

        

       “흐음.”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였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조디악의 추리가 합당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녀 역시도 얼추 그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작전관은 잠시 할 말을 골랐고, 무언가 설명하려다가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덧붙였다.

        

        

        

       “…북쪽에서 주둔 중인 클리너로부터 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적군이 몰려들고 있다는군. 해당 지역이 뚫리는 순간 적군이 아래를 향해 남하하는 건 기정사실이 되겠지.”

        

       “전후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부른 거군요.”

        

       “그래. 아까 말했던 것처럼 브롱스에 바글바글한 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거든.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을 투입할 수 있을 듯해.”

        

       “…마지막으로 봤을 땐 고작 열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주제넘은 소리지만…그거 괜찮은 겁니까?”

        

       “낸들 알겠냐만은…아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아이컨택.

        

        작전관은 잠깐 고민하더니 덧붙였다.

        

        

        

       “그 열한 명이 뉴헤이븐을 통째로 되찾아왔다. 특수부대원들은 평범한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제련된 병기니까…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

        

       “이런 엿같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길게 살아남기 위해서, 센트럴 파크는 남들이 보기엔 운이나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어떻게든 현실로 끌어내려 실현시켜야 하지.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잠도 안 자고 이러고 있는 거다.”

        

        

        

        조디악은 그 순간 작전관이 자신의 할 말을 다 끝마쳤다는 걸 직감했다.

        

        그는 척 봐도 한참은 씻지 못한 머리카락을 힘겹게 뒤로 넘기며 덧붙였다.

        

        

        

       “덕분에 도움이 됐다. 들어가라.”

        

       “…그러지요.”

        

        

        

        조디악은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렸고 복도를 걸어나갔다 – 아니, 나가려고 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뭐, 제가 더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습니까?”

        

       “없던 애국심이 막 솟아나나? 아쉽게도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가서 자라. 지금 그쪽이 무사히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 휘슬블로어의 역할을 참작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란 걸 잊지 말고.”

        

       “….”

        

        

        

        그런 반응에, 조디악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녀는 축 처진 꼬리와 귀를 뒤로 한 채 터벅터벅 밖을 걸어나갔고,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녀는 그 순간 범죄라는 족쇄가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실감했지만, 족쇄란 철회할 수 없기에 족쇄인 법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슴 답답한, 그리고 백 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의 오퍼레이터들에겐 숨가쁠 정도로 바쁜 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지만 처박아두기엔 너무 유용한 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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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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