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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9

       

        

        

        

        

        

        

        

        

       “…이걸 예측하고 사전에 음료랑 음식들 바리바리 챙겨온 건 아닌 거겠죠?”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이긴 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냐. 사실 일상다반사지. 새로운 일거리가 추가되는 거야 언제든 있던 일이고…얘네들도 그걸 감안해서 보급품 목록을 짰을 걸.”

        

       “그걸 감안해도 조금 놀랍네요.”

        

       “수송기 탈 준비나 하자고. 그 전에 물 좀 마시고. 막내는 뭐 가져왔어?”

        

       “그냥 게토레이요.”

        

       “거기에 에너지 드링크 섞으면 아주 효과적이지. 다음부터는 해보라고.”

        

       “네엥.”

        

        

        

        오전 2시, 뉴헤이븐.

        

        교전이 있었다고 밤이 낮처럼 밝아지는 일은 없었지만, 어둠 가득한 도시에 오래간만에 활력이 돌았다.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 걸 활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그러나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뉴헤이븐을 돌아다니다 잡혀온 민간인들, 이카루스 코네티컷 지부 소속 1차투입요원들, 생포한 승조원들, 킹스 베이에서 온 소드 승조원들까지.

        

        대략 최소 300명 가량의 인원이 뉴헤이븐 만과 두 대의 잠수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모였다.  원래는 주정부 사무소였던 – 한국으로 따지면 일종의 복지센터 같은 느낌의 건물이었다.

        

        이것을 붐빈다, 혹은 활력이 돌고 있다는 말 이외의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당연하겠지만, 붙잡힌 이들을 제외하면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 꽁꽁 묶여있는 친구들이 바로 그…자기 집들 하나 간수 못하고 깝치다가 집을 통째로 뺏겨버린 그 놈들입니까? 진짜 가관 그 자체로군요. 이 친구들의 무능함은 두고두고 역사에 실릴 겁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군요. 알아들을 수 있어도 뭘 어쩌겠냐만은.”

        

       “그와는 별개로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군요. 어떻게 적 최신형 잠수함을 두 대나…여러분들은 다른 의미로 역사서와 교범에 실리겠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대로 돌아가서 가슴팍에 수훈십자장 하나 달면 여한이 없겠지만, 슬프게도 가능한 빨리 브롱스 방면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쪽에서 아직 쓴맛을 못 본 죄수 친구들이 끓어오르고 있다더군요.”

        

       “…고생이 많군요.”

        

        

        

        너무나도 치욕스럽기에 고개를 못 드는 자.

        

        분노에 가득 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신나게 두들겨 맞고는 입을 닫아버린 자.

        

        질질 짜는 자.

        

        러-중 분견대 포로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으나,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싸그리 불어버린 이후에는 평생을 조롱과 멸시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자업자득일 뿐이었다.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중과부적으로 밀린 것도 아니었고, 그저 약탈과 향락, 마약에 빠져 본분을 방기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미국 오퍼레이터들은 그런 멍청이들을 결코 살살 다뤄줄 생각이 없었다.

        

        

        

       “가라, 멍청이들! 움직여! 별도로 보관 중인 교범이 있는 위치를 말해!”

        

       “…필요한 정보는 전부 알려 드리리다. 인도적인 처우를 바라겠소.”

        

       “인도적인 처우? 요즘은 선전포고도 없이 쳐들어온 놈들도 그런 걸 바라나? 계속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 그쪽들이 뉴헤이븐 만에 깔아놓은 기뢰를 맨몸으로 해체할 기회를 주지. 이해했나?”

        

       “….”

        

        

        

        통역사의 냉혹한 말에 전원이 입을 다물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대략 50명 가량의 포로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고, 킹스 베이에서부터 날아온 승조원 ‘소드’는 이카루스 코네티컷 지부 소속의 1차투입요원 40명 가량과 함께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리 짧아도 며칠. 무난하게는 1주일 가량의 시간 동안 포로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캐내고, 이를 기반으로 저들의 도움 없이 항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소드 크루의 목표였다.

        

        코네티컷 지부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숙소와 식료품, 통역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소드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별도의 조율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열한 명 가량의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은 몸을 풀며 덧붙였다 – 호프먼은 이카루스 코네티컷 지부와 협력하기로 했다 – .

         

        수송기 탑승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거창한 작전 목표에 비해 딱히 재미를 본 게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서야 좀 더 몸이 두근거리는군요. 그래서 상부는 뭐라고 하던가요? 센트럴 파크에서 추이를 지켜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해줘야 할 게 있었지. 클리너 친구들이 브롱스 인근에서 발을 뺐고, 그와 동시에 자기네들이 별도로 조사한 적 분포 데이터를 이쪽에 넘겨줬어. 우린 그걸 토대로 타격 작전에 돌입할 거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출발은 지금 당장 하는 것 같고, 탈출 방식은?”

        

       “헬리콥터겠지. 아니면 도보일수도.”

        

        

        

        우후후후 하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로렌티나를 주시했다.

        

        작전 이후 이어지는 또다른 작전. 하나의 작전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길어지는 상황과는 완전히 별개였고, 최소 십수 년에서 20년 가량을 특수부대원으로 종사한 이들조차 거의 겪지 못한 사태였다.

        

        그러나 다들 신경쓰지 않고 수송기에 탑승한다. 목적지는 센트럴 파크와 고작해야 3~4km 북쪽에 있는 리버뱅크 공원 축구장이었고, 열한 명의 오퍼레이터는 그곳에서부터 라이커의 옆구리를 찌를 예정이었다.

        

        

        누가 더 많이 죽일 것인가-같은 멍청한 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전부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첫 번째 목표는 착륙 지점으로부터 고작해야 동쪽으로 800m 떨어진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CCNY), 다르게 말하면 어퍼 맨해튼에 위치해있는 뉴욕 시립 대학교였다.

        

        

        

       “샤크 1이랑 2는…너희들은 총을 쏘기는 했냐?”

        

       “놀랍게도 실탄보다 충격탄을 더 많이 쐈지요. 올리랑 이글 팀, 막내는 꽤 바빴나보군요. 탄환 보충이 필요할 것 같은데.”

        

       “수송기 안에 탄통이 있더라고. 그 정도면 충분해. 가면서 삽탄해야지. 그리 오래는 안 걸릴 거야. 고작해야 탄창 3개 분량밖에 안 썼거든.”

        

       “그럼 이쪽은 클리너가 보내온 정찰 데이터나 확인해봐야겠군요. 어디…대학교 안에만 최소 500명 가량이 있다라, 하기야 저 정도 건물을 거점으로 삼고 행동하는 갱단이라면 그 정도 쪽수는 있겠죠.”

        

        

        

        틸트제트기가 시속 600km가 넘는 속도로 롱 아일랜드 만의 해안선을 가로질러 맨해튼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착륙지점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10분 남짓. 태스크포스 대거를 구성하는 전원은 자신들이 오늘 피라는 잉크로 역사서를 새로이 적어내릴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갱단이 남아있는지는 미스터리였으나,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의 여부는 이들이 생각할 부분이 아니었다. 그 어떤 일이든 전부 벌어질 수 있는 게 현 시점이었으므로.

        

        혼란을 틈타 제 욕망을 채우려는 갱단들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지는 몰라도,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넣으면 더 이상 비슷한 짓거리는 불가능해질 터였으니.

        

        그리고 오퍼레이터들은 남의 민감한 몸뚱아리에 총알을 그 누구보다도 잘 박아줄 수 있는 특수한 인재들이었다.

        

        

        어느덧 착륙 지점이 가까워질 즈음, 삽탄을 끝낸 이글 팀을 향해 파일럿이 덧붙였다.

        

        

        

       “착륙까지 1분. 현재 시간 오전 2시 12분. 바깥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오퍼레이터 분들.”

        

       “실로 그 말대로군요. 겸사겸사 환경미화도 좀 하고 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어요.”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맨해튼 북부에 쓰레기가 좀 많이 쌓였다고 들었는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클리너는 발을 뺐고, 우호적인 세력도 없다는군요.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저 친구들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러 가야겠군요. 손가락만 콕 찔렀는데 싸그리 죽어버리면 저희 탓은 아닌 걸로 합시다.”

        

        

        

        그 말대로였다.

        

        수송기 한 대가 허공에서 서서히 감속하고, 느릿하게 엔진의 방향을 바꾸며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가는 사이, 열한 명은 보유 중인 총기의 기능을 점검하고 남은 탄환이 얼마인지 등을 확인한다.

        

        지상을 힘차게 굴러갈 준비를 하고 있는 수십 개의 시커 마인과 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펄스, 그 외에도 교전을 돕는 수많은 전투지원장비, 다르게 말해 스킬까지.

        

        

        후방 램프도어가 열리고 오퍼레이터가 사주경계와 함께 쏟아진다. 주변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나 지나갈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곳이야말로 탈옥수들이 진을 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것을.

        

        

        

       “당소 샤크 1, 샤크 2를 없애고 샤크 1로 콜사인을 통합한다. 현재 포인트 알파를 300마이크 남겨두고 있다.”

        

       -확인. 작전 구역 내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을 전부 적으로 간주하라. 무고한 자들은 없다.

        

       “알겠다. 동이 트기 전까지 돌아가도록 하겠음. 컨택까지 45초.”

        

        

        

        남은 작전 시간 5시간, 적 숫자 미지수.

        

        모두의 눈 앞에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의 건물 측면이 보였다.

        

        탈옥수의 피로 융단을 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가전 대응법인 CQB는 WW2 이후로 결코 진화한 적이 없다.

        

        총 20년간 미 육군에서 복무하며 75 레인저 연대, 그린베레 7특전단 CIF 특임대, 델타포스 원사 계급을 역임하고 전역한 존 맥피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 말대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베트남전, 중동 전쟁, 그리고 현대까지, 시가전의 어려움과 해당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 등은 그 사이에서 결코 바뀐 것이 없었다.

        

        적과 IED, 부비트랩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적과 IED, 부비트랩의 위치를 파악한 후 해당 위협 요소를 무력화하는 것.

        

        

        시가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두 가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백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개념과 방안이 제시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교범에 반영되었지만, 그럼에도 완전해지지 못했다.

        

        심지어는 수십 억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양성한 특수부대원들조차 총알을 맞으면 골로 가는 것은 똑같았다. 아기가 발사하든, 어린이가 발사하든, 노인이 발사하든, 총은 평등하게 상대방의 목숨을 뺏는다.

        

        바로 그 때문에, 그 미국조차 시가전이란 단어에는 대개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그 단어는 말도 안 될 정도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씨,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초병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커억…!”

        

       “진입해, 진입! 더 빠른 속도로 들이친다! 저 개새끼들이 정신차릴 시간조차 주지 마!”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위협 요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파악된 위협 요소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시가전을 꺼려하는 이유 그 자체를 무력화시킨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현대전에서 유일하게 쪽수라는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정확하게는 쪽수가 많으면 그것만으로도의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가전. 게다가 그 수만도 500명 가량. 최소 5개 중대가 있는 셈이었지만….

        

        

        상식 이상의 과학기술은 시가전을 꺼려할 수밖에 없는 모든 이유를 간단히 분쇄했다.

        

        

        

       “막을 수가 없어! 살려줘!”

        

       “오, 온다! 흐아아아악-!”

        

        

        

        치이이이익!

        

        모터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소리가 복도를 갈아마실 것처럼 섬뜩하게 터져나오고, 다섯 개에 달하는 추적 지뢰가 엄청난 기세로 건물 내부를 가로지른다.

        

        방 안으로 숨어도, 문을 닫아도 상관없었다. 문에 가장 가까이 닿은 추적 지뢰가 가장 먼저 폭발해 문을 파쇄시키고, 그 다음 방 내부로 난입한 지뢰가 굉음과 함께 폭발해 적을 추살한다.

        

        그것이 끝도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기이한 기분 – 펄스 – 이 시설 전체를 관통하듯 퍼져나가 적의 몸을 가로지르면, 그로부터 1분도 지나지 않아 총알이 벽을 뚫고 날아들거나, 드릴이 벽을 뚫고 들어온다.

        

        드릴의 끝에 달린 테르밋이 방 전체를 소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지랄이 벌어졌길래 일을 이 지경까지 끌어온 거냐, 이 쓸모없는 새끼들! 너희들은 맡은 자리를 방어한다는 간단한 짓거리조차 못 하는 머저리들이냐?”

        

       “저, 적이 아군을 압도적으로 도살하고 있습니다!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감도 안 잡힙니다!”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막아, 이 병신들아!”

        

        

        

        당연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압도적인 공격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대학교의 점거자들 – 다비드의 별을 본인들의 문양으로 삼은 크립스 갱단의 반응은 여러 의미로 탁월했다.

        

        말 그대로의 혼비백산, 혹은 그 이상으로 격한 반응. 제3자가 보았다면 금방이라도 와해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모습에 한없이 가까운 그것은 교전이 결코 쪽수만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나마 갱단의 우두머리들만이 어느 정도 제정신을 유지 중이었지만, 이는 그들이 심적으로 강인해서가 아니라 교전과 가장 먼 지점에서 안전하게 상황을 관망 중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재앙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량 준비시켜! 여기서 당장 나간다!”

        

       “알겠습니, 컥…!”

        

       “이런 망할, 이게 도대체…이게 대체 뭔 일이야!”

        

        

        

        쨍그랑!

        

        그와 동시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유리 깨지는 소리. 그것이 창문 밖에서 체공하면서 내부를 체크하고 있다가 적이 보이는 순간 창문에 총을 갈겨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서브머신건이 아니라 저격총 비슷한 것이 달려있는 대형 드론.

        

        그것이 유리창을 마치 설탕 공예품을 부수듯 박살내고는 그 너머에 있던 적군 한 명을 말 그대로 벽에 꿰어버렸다. 피범벅이 된 벽과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크립스 갱단의 위치와 이동 경로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고 있었고, 외부로 도망가려는 시도는 옥상 곳곳에 배치된 터렛에 의해 대부분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한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에 있었다.

        

        

        

       “버텨! 이 정도로 소란이 벌어지고 있으면 충분히 외부에서 형제들이 지원을 와줄 거다! 근방에 살바투르차가 있으니 거기에 먼저 연락해!”

        

       “알겠습니다!”

        

        

        

        인원수를 믿고 최대한 외부에서 올 지원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부질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갱단원들이었지만, 동시에 근거없는 희망에 매달리는 것 또한 사람의 본능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갱단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죽을 위치를 고르는 것뿐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크립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모든 통신장비가 먹통이 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 결과는 간단했다.

        

        

        

       “제, 제발, 살려줘, 살려줘어어어-!”

        

       “이, 이 미친 새끼들, 이곳에 있는 모든 갱단이 너희를 쫓아 죽일 거다….”

        

        

        

        누군가는 세상 혹은 적을 저주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목숨을 구걸하며 죽어가지만, 태스크포스 대거는 그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다 덧붙였다.

        

        

        

       “그럼 쫓아오는 그 친구들마저 전부 사살하면 되겠군요.”

        

        

        

        탕!

        

        그리 말하며 로렌티나는 권총을 뽑아들어 방아쇠를 당겼고, 피를 질질 흘리며 죽어가는 크립스 갱단원이 영원한 단잠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체가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이제 1만 4천 명 중 200명 정도인가요?”

        

       “바이러스 사태가 끝난 이후에 대거 팀 킬카운트가 몇이나 될지 벌써부터 무서워지는구만.”

        

        

        

        그 말을 들은 오퍼레이터들은 쓰게 웃었다.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엔딩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향기로운 새싹 대신 피와 시체 썩는 냄새만이 가득한 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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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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