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

       

       

       

       

       

       7화. 신의 무기 (4)

       

       

       

       

       

       파견대는 곧장 ‘유스텔라’의 내부에 위치한 다섯 신의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의 입구에는 파견대를 기다리는 인원들이 있었다.

       

       

       “다섯 신의 은총이 함께하길. 반갑습니다, 여러분.”

       

       “은총이 함께하길. 환대에 감사합니다.”

       

       

       파견대의 인원수만큼 미리 준비된 방과 식사들. 파견대는 오랜만에 따뜻한 물과 식사를 즐기며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이윽고 저녁이 되자 팔라딘 데모닉이 파견대의 인원들을 집합하도록 했다.

       

       

       “앞으로의 파견대의 일정과 목적에 대해 정리해주겠다.”

       

       

       케니스는 아직 덜 말라 촉촉한 붉은 머리를 대충 손으로 문지르며 데모닉의 말에 집중했다.

       

       

       “우선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신의 흔적에 대한 증거를 찾아서 확보하는 것이다.”

       

       

       케니스의 선임 성기사, 케일이 옆에서 그녀에게 소곤거렸다. 

       

       

       “그게 소문으로 떠도는 신의 무기라면 가장 좋은 경우지.”

       

       “근데 그 신의 무기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글쎄, 가장 쉬운 건 이미 갖고 있는 모험가들에게서 사는 건데… 그 돈에 환장한 족속들이 쉽게 팔지 모르겠네.”

       

       

       둘은 소곤거리면서 이어지는 데모닉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 현재 가장 확실한 증거인, ‘신의 무기’를 일차적인 목표로 설정한다. 그러고 나서 여유가 된다면 소문의 ‘여관’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이다.”

       

       “다음은 주의사항이다. 목숨과 관련된 사항이니 잘 들어라. 도시 주변에서 ‘은빛 황혼단’의 활동이 포착됐다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신의 무기와 여관이라는 소문 자체가 은빛 황혼단의 수작질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소리다.”

       

       “은빛 황혼단?”

       

       

       중얼거리는 케니스의 말을 들은 케일이 답했다.

       

       

       “이단녀석들이야. 자기들이 섬기는 악마를 지상에 불러내서 온 세상이 얼어붙으면 지상낙원이 도래한다고 믿는 미치광이들이지.”

       

       

       혐오의 기색을 띈 케일의 말에 케니스는 중얼거렸다.

       

       

       “정말로 이단이 나타났네요….”

       

       

       데모닉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도시 안에 있더라도 최소한 두 명씩 다니면서 긴장을 놓지 말고, 무기를 항상 들고 다니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좋아, 궁금한 점 있나?”

       

       

       케니스는 손을 번쩍 들었다. 

       

       

       “뭐지 케니스 수습 성기사?”

       

       “데모닉 팔라딘님, ‘여관’에 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ㅡ그렇지. 케니스 수습 성기사는 아직 전달을 못 받았겠군.”

       

       “데모닉 팔라딘님! 케니스 수습 성기사에게는 제가 따로 전달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케니스의 선임 성기사, 케일이 데모닉에게 말했다. 

       

       

       “아니다. 어차피 확인해 줘야 하는 일이니 내가 말하지.”

       

       

       데모닉이 고개를 돌려 케니스와 잠시 눈이 마주치더니, 이윽고 일행을 훑어보며 말했다.

       

       

       “아까말한 ‘여관’은 모험가들이 신의 무기를 받았다고 하는 장소의 이름이다. 말 그대로 여관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

       

       “이 ‘여관’이라는 곳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니, 아마 신께서 지상에 강림했다면 ‘여관’이라는 곳이 성지겠지.”

       

       

       성지라는 이야기에 파견대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신이 지상에 강림한 성지라니! 이 대륙 어느 곳을 찾아봐도 신이 강림한 곳은 역사에 없었다.

       

       자신들이 그 성지의 최초 발견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데모닉은 과도하게 흥분한 파견대의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모두 진정해라. 이건 어디까지나 이단의 수작질이 아닐 경우의 이야기니까.”

       

       

       파견대는 데모닉의 말에 분위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신의 무기와 성지의 존재 자체가 ‘은빛 황혼단’이 꾸며낸 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데모닉은 자리에 모인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탐사는 처음부터 이단의 수작질일 가능성이 높은 임무다. 그러니 항상 긴장을 놓치지 말고, 최악의 경우를 염두해야 한다. ”

       

       

       그 후로 몇 가지 주의사항과 일정을 전달한 데모닉은 해산을 선언했고, 모인 사람들은 하나둘 흩어져 방으로 올라갔다. 

       

       케니스도 이만 방에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잠시 이야기 좀 하지.”

       

       

       데모닉이 케니스를 따로 불러냈다.

       

       

       ‘데모닉 팔라딘께서 나를 직접? 무슨 일이시지?’

       

       “잠시 조용한 곳으로 가지.”

       

       

       데모닉은 케니스를 이끌고 인적이 드문 뒤뜰의 정원으로 향했다. 

       

       

       솨아아아아ㅡ

       

       

       밤하늘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정원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을 흔들며 지나갔다. 데모닉은 아무 말 없이 달빛에 비치는 정원을 바라봤다. 

       

       케니스는 영문을 몰라 데모닉의 뒤에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데모닉이 말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야, 안 그런가?”

       

       “어,예? 아, 그렇습니다.”

       

       “어두운 밤을 비추는 달빛과 그 아래 불어오는 바람, 춤추는 꽃들까지. 이 아름다운 풍경들도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겠지. 아쉬운 일이야….”

       

       “그,그렇습니다….”

       

       “시간은 모든것을 무자비하게 앗아간다. 이 풍경도, 저 거대한 산도 그리고 사람도…. 모두 물에 들어간 설탕처럼 녹아버리지.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말이야.”

       

       

       케니스는 데모닉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색하게 그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다시금 데모닉이 입을 열었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북부성채에서의 자네의 활약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를 봤네. 인상 깊더군.”

       

       “아,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 그 누가 낙오된 아이를 구하겠다면서 마물무리에 뛰어들 수 있겠나? 또 단신으로 마수 8마리를 쓰러트린 것은 어떻고? 자네는 또래들에 비해 고귀한 인품과 우수한 성과를 보였어. 자랑스러워 해도 좋지.”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케니스는 꿈에 그리던 팔라딘이 자신을 높게 평가해줬음에 가슴이 벅찬듯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말이지…”

       

       

       하지만 데모닉의 은빛 눈이 케니스를 똑바로 쳐다본 순간, 케니스는 알 수 없는 차가움이 등골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인적 사항에 부모님이 안 적혀있던데, 혹시 부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

       

       

       케니스는 데모닉의 눈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가 없었다. 마치 인형의 눈알처럼 번들거리며 감정 없이 그녀를 비출 뿐.

       

       

       “고아로 지내와서 부모님은 알 수 없습니다. 저를 주워 온 사제님은 부모님이 전쟁통에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이런, 내가 부주의했군. 미안하네, 케니스 수습 성기사.”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데모닉의 차가운 은색 눈동자와 케니스의 황금색 눈동자가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데모닉은 케니스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야밤에 피곤할 텐데 너무 늦게까지 잡아 뒀군. 이만 들어가서 쉬게, 케니스 수습 성기사. 즐거운 대화였네.”

       

       “…네 알겠습니다. 데모닉 팔라딘님,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케니스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본 데모닉의 눈동자에서 이유 모를 집착과 광기를 읽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건물로 들어가는 케니스의 붉은 머리칼을, 데모닉은 오랫동안 쳐다 봤다.

       

       

       

       

       

       –

       

       

       

       

       데모닉과의 찝찝한 면담을 뒤로하고, 케니스는 아침해가 밝자 곧장 짐을 챙겨 신전을 나섰다. 

       

       물론 그녀의 선임 성기사인 케일도 함께 따라나왔다.

       

       

       “케니스, 어디부터 가볼래?”

       

       “음, 어디가 좋을 것 같으세요?”

       

       “글쎄…?”

       

       

       기세좋게 신전을 나선것은 좋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는 둘은 잠시 길바닥에 멈춰서 고민했다. 

       

       

       “역시 모험가 길드부터 가볼까? 신의 무기도 최초 발견자가 모험가라고 했잖아.”

       

       “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케일의 의견에 따라 둘은 대로를 걸으며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여긴 참 활발한 도시네요.”

       

       

       새벽부터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사람들, 방어구와 무기를 차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험가들이 자아내는 소리가 케니스에게는 낯설었다.

       

       북부는 항상 마수들과 드잡이질을 하는게 일상이다보니, 이렇게 평온한 분위기의 새벽은 오랫만에 접해봐서 그럴 것이다.

       

       

       ‘북부에서는 추운 새벽부터 마수녀석들과 한바탕 싸우고서 피 묻은 방어구를 손질하는게 일상이였는데.’

       

       

       스읍ㅡ

       

       ㅡ하아

       

       

       평화롭지만 활발한 유스텔라의 공기는 케니스의 폐 깊숙히부터 상쾌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흥흥♬

       

       

       자연스럽게 케니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옆에서 걷던 케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아보이네.”

       

       “네! 춥고 어두운 북부에서 2년동안 지내다가 이렇게 사람향기 나는 곳에 오니까 너무 좋네요.”

       

       “흐흫, 북부가 좀 그렇긴하지.”

       

       “그런 수준이 아니라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

       

       “누구는 북부 안 가본 줄 아네? 그나저나 그 흥얼거리는 노래는 뭐야? 처음 듣는 노래인데.”

       

       “아, 저도 제목은 몰라요. 어릴때부터 그냥 이렇게 멜로디만 알고있던 노래여서.”

       

       

       “그래?”

       

       

       실없는 대화와 함께 둘은 따뜻한 새벽 공기와 함께 모험가 길드의 문앞에 도착했다. 

       

       

       딸랑ㅡ

       

       

       작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길드에 들어서려던 케니스와 케일은ㅡ

       

       

       우당탕!

       

       

       “어이쿠야!”

       

       “꺄악!”

       

       

       문에서 굴러나온 더벅머리 남자와 부딪혀 바닥을 굴렀다.

       

       

       “아고고 아파라….”

       

       “아야, 이게 대체 무슨….”

       

       “으윽. 케니스 괜찮아?”

       

       

       갑작스럽게 봉변을 당한 케니스와 케일.

       

       

       ‘설마 이단의 습격인가?’

       

       

       케일은 한 손으로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에 손을 가져가며,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문에서 굴러나온 남자가 아직도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고 내 허리야….”

       

       

       저 한심한 모습이 기만작전이라면 완벽하게 먹힌것이다. 맥이 빠진 케일은 검에서 손을 떼고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만 일어나시죠, 그쪽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누워있을 생각입니까?”

       

       

       “아그, 윽. 감사합니다.”

       

       

       툭툭 허리를 두들기며 더벅머리 남자가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마주잡은 남자의 손은 자주 검을 잡은 자들에게 생기는 굳은살이 가득했다.

       

       케일은 어느새 일어난 케니스에게 속삭였다.

       

       

       “케니스 저것 봐. 저 남자 허리춤에 저 검. 신의 무기야.”

       

       

       “네?!”

       

       

       케니스의 눈이 커지며 빠르게 남자의 검을 훑었다. 과연 태양 아래에서도 검은 선명하게 황금빛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들었던 신의 검에 대한 특징과 일치한다.

       

       

       케일과 케니스는 말 없이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검은 이번 파견대의 1차적인 목표. 확보해야 한다. 

       

       둘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몸은 괜찮으세요? 많이 다치셨나요?”

       

       “어머, 여기 상처난것 좀 봐. 아프겠다~”

       

       

       둘의 걱정에 남자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 때문에 두분이 놀라셨을텐데요. 괜찮으신가요?”

       

       “아, 괜찮아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요.”

       

        “저도 괜찮아요.”

       

       

       케니스와 케일의 말에 남자는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다행이네요. 그, 저는 이만 볼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습니다. 죄송했습니다, 아가씨들!”

       

       

       더벅머리의 남자는 자신이 굴러나온 모험가 길드의 문을 박차고 다시 들어갔다.

       

       그걸 본 케니스와 케일도 조용히 남자의 뒤를 따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은 언제든 지적해주세요!

    사람이 빗소리에 깬다는게 가능한거였군요. 덕분에 글 한편 써서 올리네요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