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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자…, 그러면 오해도 풀고 인사도 끝냈으니 트레이닝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아, 넵.”

         

       보컬 트레이너 강수현은 무표정한 인상대로 이성적인 사람인지 곧바로 일 이야기를 꺼냈다.

         

       “한 달 뒤 있을 나아아에 출연하신다고 했죠?”

         

       “맞아요.”

         

       “흐음….”

         

       강수현은 내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물어왔다.

         

       “연습생 기간은 얼마나 되세요?”

         

       “아…, 딱히 연습생 기간을 거친 적은 없어요….”

         

       “…예?”

         

       “제가 회사와 계약을 한 것도 엇그제여서요.”

         

       “……?”

         

       그리고는 내 대답에 놀란 건지 사색이 되었다.

         

       놀란 건 옆의 댄스 트레이너 이지우도 마찬가지였는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예에?! 연습생 기간을 거친 적이 없다고요? 그런데도 한 달 뒤 나아아에 나가시는 거에요?”

         

       “그렇게…, 됐습니다.”

         

       “…헉.”

         

       내가 대답하자 짧은 신음과 함께 침묵이 찾아왔다.

         

       “…….”

         

       “…….”

         

       짝!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하려 한 건지 댄스 트레이너 이지우가 손뼉을 한 번 치고는 애써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하하…!”

         

       “…….”

         

       “우선 예린 학생. 혹시 저희 앞에서 간략하게라도 춤이나 노래 보여주실수 있을까요…? 레슨에 들어가기 앞서 테스트를 해봐야 해서요….”

         

       그래도 이지우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당혹감을 숨기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지만….

         

       “…….”

         

       강수현은 아직도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스러움이란 감정은 이내 체념으로 바뀌었다.

         

       “…예, 준비한 게 있으면 한번 보여주세요.”

         

       “넵, 그러면 제가 요 며칠 너튜브보고 연습한 게 있는데….”

         

       “너튜브라…, 예, 한번 해보세요.”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를 한 달 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내보낼 생각을 하면 막막하긴 하겠지.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가긴 했다.

         

       하지만….

         

       “네, 그러면 음악 틀겠습니다.”

         

       그녀가 어떻든 말든 무슨 심정이든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나는 지난 며칠간 너튜브를 보며 연습했던 노래를 틀고 자세를 잡았다.

         

         

         

         

         

       **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3대 기획사 JJ엔터테인먼트 5년 동안 보컬 트레이너로 일했던 강수현은 그동안 많은 아이돌 연습생들을 봐 왔다.

         

       많은 아이들이 아이돌을 동경하며 엔터테인먼트에 모여든다.

         

       그렇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 중 단 한 명도 자신의 빛나는 미래를 꿈꾸지 않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이쪽 업계는 그 어떤 직종보다 힘들어.’

         

       아이들이 동경하고 꿈꾸는 것은 아이돌의 밝은 결과일 뿐.

         

       아이돌이 되기까지 얼마나 고된 과정을 견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특히, 눈앞의 하예린처럼 압도적인 외모를 가진 아이들.

         

       JJ에 있었던 강수현이기에 하예린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준할 만큼 아름다운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이 실패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얼굴만 예쁘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지.’

         

       이미 포화상태나 다름없는 이 시장에서 외모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춤과 노래, 연기력, 끼, 캐릭터성은 기본.

         

       이 모든 것을 충족했음에도 운이 없어 사장되는 경우도 파다하다.

         

       그야말로 피라미드 지옥이나 다름없는 아이돌 시장.

         

       이곳에서의 성공은 쉼 없이 실력을 갈고 닦고 끊임없이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만 가능하다.

         

       그런데….

         

       ‘따로 연습생 기간도 거치지 않았는데 나아아를 나간다고?’

         

       이쪽 업계를 아무리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뭐…, 하예린의 외모가 뛰어나니 이목을 끌기는 하겠지.

         

       하지만 대중은 가혹하다.

         

       하예린의 부족한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 기대가 배반당한 대중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돌을 던질 터.

         

       ‘…걱정이네.’

         

       그리고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닌 듯했다.

         

       “저…, 수현 씨….”

         

       만난 지 몇 시간 되지는 않았지만…, 깍두기들 사이에서 서로 껴안으며 깊은 정이 생긴 댄스 트레이너 이지우.

         

       그녀는 하예린 앞에서 보이던 밝은 표정을 지우고 어두운 얼굴로 강수현에게 속삭였다.

         

       “이거 참…, 괜찮을까요? 따로 연습한 적도 없다는데 한 달 뒤 방송을 나간다는 게….”

         

       “…그러게나 말이에요.”

         

       “심지어 거기 제작진들 편집 뭣같이 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괜히 실력 엉망인 채로 나갔다가 몰매 맞고 저 어린 친구가 상처받는 건 아닌지….”

         

       확실히…, 얼굴만 예쁘고 실력 부족한 참가자는 마녀사냥당하기 딱 좋았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여기 기획사 사장이 두 트레이너를 채용한 거겠지만….

         

       ‘한 달이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 너무 늦었어.’

         

       아니…, 사실 하예린은 나아아에 나가기 늦은 것뿐만 아니라 아이돌이 되기에도 늦은 나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을 시작하는데 19살부터 연습을 시작하면 언제 데뷔를 하겠는가.

         

       ‘쌤…, 저 너무 지쳤어요…. 이제 포기하려구요….’

         

       강수현이 JJ에서 보컬 트레이너 일을 그만뒀던 이유.

         

       그것은 더 이상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별빛 가득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현실에 부딪혀 체념과 무력감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으니까.

         

       급전이 필요해서 공고를 보고 온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더 이상 이쪽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제자가 될 게 분명한 하예린의 실력을 냉철하게 평가하기로 했다.

         

       그녀의 기본 실력을 보고 부족하다 느껴지면 나아아는 물론 아이돌이라는 진로를 포기하도록 따끔하게 말해 줄 생각이었다.

         

       “네, 그러면 음악 틀겠습니다.”

         

       마침내 하예린이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틀고….

         

       ♪♩♬-!

         

       최근 유행인 아이돌 타이틀곡의 MR이 흐르는 것과 동시에 하예린이 자세를 잡았다.

         

       “음…?”

         

       “오….”

         

       그 모습을 보고 강수현과 이지우가 동시에 흠칫했다.

         

       “아무래도 춤과 노래 동시에 퍼포먼스 형식으로 하려나 보네요.”

         

       “…그러게요.”

         

       춤과 노래를 동시에.

         

       그것은 단순히 두 수행능력의 강도를 합친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각각 할 때보다 최소 곱절은 더 어렵지.’

         

       격렬한 댄스를 하면서 노래의 음정과 박자를 맞추는 게 쉬울 리가.

         

       그런데 초심자인 주제에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겠다고?

         

       ‘의욕은 좋지만 글쎄….’

         

       이로써 하예린을 향한 강수현의 기대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기대감이 적어진 것과 함께 하예린이 무대를 시작한 그때였다.

         

       ‘……어?’

         

       우선 강수현은 하예린이 연습생 경험이 전무한 것이란 건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나 몸짓에는 연습생들 특유의 반복적인 버릇이나 습관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라?’

         

       하예린의 무대를 보며 강수현의 식은 눈은 다시금 커지며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지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지우는 아예 작게 벌린 입을 손으로 가리며 하예린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었다.

         

       “후우…, 넵, 끝났습니다.”

         

       “…….”

         

       “…….”

         

       그렇게 하예린이 준비한 짧은 무대가 끝나고 두 사람은 쉽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한 달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그동안 학교와 회사를 번갈아 반복하며 두 트레이너의 코치 하에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나아아에 나오는 출연진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을 준비한 장기 연습생들이니까.

         

       그들과의 간극을 채우는 건 연습 뿐이라 생각하고 잠까지 줄이며 열심히 임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아아 첫 촬영 전날인 오늘 밤까지 이어졌다.

         

       짝!

         

       “자~! 예린아, 오늘은 여기까지!”

         

       “후우…, 후우….”

         

       나아아에서 선보일 댄스곡 마지막 동작을 마치니 댄스 트레이너 이지우가 경쾌한 박수와 함께 노래를 끊었다.

         

       나는 턱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쌤, 저 실수한 거 없었어요?”

         

       “응~ 마지막 박자까지 완벽했어.”

         

       이지우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지만 춤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완벽하다고 말한 거면 정말 완벽했다는 것일 터.

         

       하지만 내일이 첫 촬영이라 그런가 조바심이 든 나는 또다시 음악을 틀려 손을 뻗었다.

         

       “다행이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더….”

         

       “잠깐.”

         

       이지우는 다시 음악을 틀려는 내 손을 막고 웃으며 말했다.

         

       “예린아, 너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알아?”

         

       “예? 아…, 벌써 시간이….”

         

       나는 그제서야 지금이 내 본래 연습시간을 30분 넘긴 11시 반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내일 새벽부터 방송국 가야 한다며? 드디어 첫 촬영인데 오늘은 일찍 자야지.”

         

       “그치만…, 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내가 의기소침하게 말하자 이지우가 내 어깨를 팡팡 치며 말했다.

         

       “에이~ 그게 무슨 소리야, 예린아.”

         

       “…지우 쌤.”

         

       “네가 한 달 동안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내가 다 봤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어. 그렇죠, 수현 쌤?”

         

       이지우의 말에 연습실 구석에 있던 강수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내 보컬 레슨을 진작에 마쳤음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내 연습을 지켜봐 주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다가와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솔직히 충분한 건 아니죠.”

         

       “…네, 네에?!”

         

       “수 년간 쉼 없이 연습한 아이들을 고작 한 달 연습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솔직히 예린이는 아직 많이 모자라요.”

         

       “…역시 그렇군요.”

         

       “아, 아니…! 예린아, 그게 아니라…! 수현 쌤…! 내일 오디션 나가는 애한테 그렇게 말하시면…!”

         

       강수현의 차가운 말에 이지우는 당황한 듯했지만 나는 납득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낙관적인 이지우와 다르게 강수현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음정 안 맞잖아, 다시.’

         

       ‘여기서는 고음을 확 질러 줬어야지.’

         

       ‘다시.’

         

       ‘한 번 더, 다시.’

         

       그녀는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내 단점을 몰아세웠다.

         

       그런 그녀가 말해주었기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니 나아아에서 성과를 보이려면 더…, 더 스스로를 몰아 세워서….

         

       그렇게 내가 스스로를 더 다그치던 그때였다.

         

       꼬옥.

         

       “그래도 잘하고 있어.”

         

       “……예?”

         

       강수현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예린이 너,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

         

       “지금은 아직 부족하지만…, 머지 않아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거야. 그리고 선생님이 장담하는데….”

         

       나에게 아직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을 때처럼.

         

       무표정이지만 더없는 진심이 담긴 얼굴로 강수현은 말을 이었다.

         

       “이대로만 하면 대단한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야.”

         

       “…….”

         

       “그러니까 나아아에서도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하자.”

         

       “…수현 쌤.”

         

       그녀가 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게 느껴져서일까.

         

       그녀가 지금 내게 해준 말이 너무나도 찡하게 다가왔다.

         

       물론 내 얼굴에서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눈물이 터졌다.

         

       “히잉…, 그래, 예린아. 분명 잘 될 거야.”

         

       “지우 쌤, 왜 울어요.”

         

       원래 눈물이 많은 이지우가 나와 강수현을 동시에 껴안으며 흐느꼈다.

         

       “흐윽…, 한 달 동안 많이 친해졌는데 이렇게 헤어지려니 아쉬워서…. 예린아, 너 나아아 나간 동안 내가 늘 응원할게. 수현 쌤도 다른 일자리 찾아도 저랑 계속 연락해요…, 후에엥.”

         

       “그래요…, 지우 쌤.”

         

       이제 헤어진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것인지 원래 무표정인 강수현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물론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이대로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계속 연락하면 되는데 대체 왜 울지…?’

         

       …전생에 남자였어서 그런가 아직 여자의 눈물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그들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꼬옥-.

         

       “그동안 감사했어요, 쌤들.”

         

       “…그래.”

         

       “…예린아-! 흐아아아앙-!!”

         

       한 달 동안 피땀 흘리며 나를 도와 준 두 선생님들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나아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일 생각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나는 두 선생님들을 꽈악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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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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