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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바냐스 마을.

       

       “끄아아악!”

       

       촤악.

       

       “이놈으로 마지막입니다!”

       “뭐라고?”

       

       복면을 쓴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뒤돌아보았다. 

       

       “그럴 리가 없다. 지금까지 ‘표식’이 반응한 놈은 없었는데.”

       “예. 그래서 마을에 혹시 숨어 있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서 저희가 못 찾은 놈이 있는지 다시 한번 수색 중입니다.”

       “어서 찾아!”

       “옙!”

       

       하지만, 불탄 바냐스 마을을 다시 한번 샅샅이 뒤졌는데도 표식이 반응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분명 한 놈도 빠짐없이 잡거나 그 자리에서 처결했을 텐데!”

       “그, 그렇습니다. 저희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하무트님의 계시가 틀렸을 리는 없다. 혹시라도 감시망을 뚫고 도망친 것일 가능성이 있어. 근처를 샅샅이 조사해라!”

       

       복면을 쓴 사내는 초조한 듯 검을 땅에 꽂은 채 손잡이를 연신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젠장할….”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계시’가 지목한 자를 찾아내 숨통을 끊고, 대강 현장을 정리한 뒤 자리를 뜨고 있었어야 정상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기습이었기에 기사단이나 용병단의 지원이 당장 도착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무한정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간 기다렸을까. 

       

       “부지부장님! 사, 산속에서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발자국?”

       “예. 마을에서 산속으로 이어져 있는 발자국인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뭐지?”

       “그게…. 어느 곳을 기점으로 발자국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 말에 복면을 쓴 사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게 말이 되나? 그 정도도 추적을 못 해?”

       “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서 근방을 샅샅이 수색했습니다만…. 발자국도, 발자국을 지운 흔적조차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아 도저히 추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다른 사내 하나가 와서 외쳤다. 

       

       “부지부장님! 기사단 하나가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어서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기사단이?”

       “예. 마을 소식을 듣고 출동한 게 아니라, 파견을 나왔다가 우연히 근처 마을에 머물렀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빠득.

       

       복면을 쓴 사내가 이를 갈았다. 

       

       “…철수한다. 대신 동선을 수정해 돌아가는 길에 멜른 산을 한 번 더 수색한다.”

       “예, 알겠습니다!”

       

       하무트교는 기사단이 도착하기 전에 철수하며 멜른 산을 한 번 더 수색했지만, 결국 발자국의 주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발자국의 주인이 하늘로 솟았는지, 아니면 땅으로 꺼지기라도 했는지, 흔적은 완벽히 끊겨 있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기사단의 눈을 피해 하무트교 지부로 철수했고. 

       

       “…그래서 그놈을 놓쳤다는 말이냐? 아직 아무런 능력도 개화하지 않았을 평범한 놈을?”

       “죄, 죄송합니다! 흔적이 완전히 사라….”

       

       촤아악!

       

       복면을 쓴 사내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단원들은 흠칫했지만,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을 벤 지부장은 천천히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읊조렸다. 

       

       “용을 깨울 자.”

       

       계시가 언급한, 이후 대륙에 어떤 이변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 없는 자.

       가장 큰 변수.

       

       정확한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자가 깨운다는 용이 현재 동면 중인 드래곤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블랙 드래곤, 혹은 그에 준하는 레드 드래곤 급이라면.

       그리고 그 드래곤의 힘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대륙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그 싹을 자르기 위해 마을 하나를 통째로 희생시켰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무트님이 다스리시게 될 이 대륙에 그러한 위험 요소가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지부장은 입을 열었다. 

       

       “대륙 동부 전체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 제거할 것이다. 용을 깨울 자여.”

       

       ***

       

       “졸리면 후드 안에서 자도 돼. 이따가 깨워 줄게.”

       “뀨우.”

       

       나는 해츨링을 어깨에 얹은 채, 산맥의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갔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먹을 걸 구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지.’

       

       동물을 사냥해서 그 고기를 구워 먹든지.

       

       사람 사는 곳에 가서 돈을 내고 제대로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든지.

       

       ‘솔직히 전자는 현대인 출신으로서 자신이 없다.’

       

       동물을 사냥해 본 적도 없고, 사체에서 생고기를 갈무리해 구워 본 적도 없으니까.

       아니, 애초에 라이터나 가스레인지 없이는 불을 피워 본 적조차 없다.

       

       그마저도 요즘엔 다 인덕션을 쓰니 비흡연자였던 나는 현대에서도 불구경을 못 한 지 꽤 오래된 터였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불구경을 하긴 했네. 타는 게 우리 집이었어서 그렇지.’

       

       에휴. 인생.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사람이 살 만한 곳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무작정 숲이나 호수 쪽으로 내려가기보단 오히려 산맥 정상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 보는 걸 택했다. 

       

       ‘도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디에서 밥 짓는 연기라도 나면 바로 거기로 찾아가는 거야.’

       

       마침 동굴에서 나온 곳이 고지대라 정상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길이 좀 험해서 그렇지. 

       

       “뀨….”

       

       오 분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처음 본 바깥 세상을 열심히 눈에 담던 해츨링은 금방 잠이 오는지 눈을 끔벅거렸다. 

       

       ‘얼마 되진 않지만 밥도 먹었겠다, 졸릴 만도 하지.’

       

       해츨링은 마치 졸리지만 신작 게임은 플레이하고 싶은 아이처럼 눈꺼풀을 들어올리려고 애썼지만, 결국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원래 신생아는 하루 종일 자는 거라고들 하니까. 그래야 건강하게 자라지.’

       

       나는 내 목 쪽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든 해츨링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진짜 잘 자네.’

       

       아예 편히 누워 자게 후드에 넣어 줄까 생각도 했지만, 괜히 깰까 싶어 그만두었다. 

       

       …이렇게 곁눈질로 사심도 좀 채울 겸.

       

       “큐우….”

       

       종종 코에서 나온 따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였고, 어깨에서는 녀석의 심장이 빠르게 콩콩 뛰는 것이 희미하게 전달되어 느껴졌다.

       

       ‘녀석….’

       

       해츨링은 잠든 와중에도 손으로 내 어깻죽지의 옷자락을 꼬옥 잡고 있었다.

       

       ‘그렇게 떨어지기 싫을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했다.

       

       나야 팔찌의 제왕을 비롯한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게임에 익숙한 대한민국 청년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해츨링 입장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자신과는 전혀 생김새가 다른 종족을 만난 셈이다.

       

       아무리 암시를 들었다곤 해도 이렇게 금방 잘 따르게 되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만큼 날 전적으로 믿어주고 있다는 거니…. 언제까지 같이 다니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같이 다니는 동안에는 잘 돌봐 줘야겠어.’

       

       지금이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하겠지만, 좀 더 자라면 아마 해츨링 쪽에서 먼저 자립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체가 인간과 사이가 좋은 종족은 아니니까.’

       

       막상 그때가 되면 좀 섭섭하기야 하겠지만, 순리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나도 계속 드래곤을 데리고 있으면 어딘가에 정착해 살아가기 힘들 테고 말이다.

       

       건실한 청년 레온의 가늘고 긴 행복 라이프 플랜…의 초반부는 비록 조금 꼬인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이르시다는 거지. 아직 앞길이 얼마나 창창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해츨링이 깨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험하지 않은 길을 골라 등반했다.

       

       “읏차. 다 왔다.”

       

       가장 전망이 좋은 산꼭대기 바위에 기어 올라간 나는 몸을 일으켰다. 

       

       “와…. 진짜 경치 하나는 끝내주네.”

       

       감탄하던 나는 금세 원래 목적을 상기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며 인간의 흔적을 찾았다.

       

       ‘제발.’

       

       그리고 잠시 후, 기적처럼 저 반대편에 있는 커다란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오오!”

       “뀨우…?”

       

       내 들뜬 목소리에 잠들었던 해츨링도 눈을 떴다.

       

       해츨링은 잠을 쫓으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나는 신이 나서 내가 발견한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야, 저기 저거 보여? 우린 살았어!”

       “쀼? 쀼우!”

       

       내가 신나 하자 해츨링도 영문은 잘 모르지만 신난 듯 함께 성을 가리키며 쀼 소리를 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다행이다. 솔직히 여기 올라오면서, 사람의 흔적이 코빼기도 안 보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작은 마을도 아니고 성이 보이다니.”

       

       저렇게 커다란 성이 있다는 건, 그 주변에도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성까지는 꽤 멀어 보이긴 하지만, 가는 길만 잘 선택하면 중간에 작은 마을에라도 들를 수 있을 거야.’

       

       나는 눈을 최대한 밭게 뜨고 성을 중심으로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만. 저거 설마…. 바라크만 성인가?’

       

       아까처럼 정보가 한정되어 있을 때와는 달리, 웬만한 걸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주변을 관찰하다 보니 그제서야 눈에 보이는 것 하나 하나가 지도 조각처럼 머릿속에서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럼 저긴 그렘 마을이고…. 저길 따라 흐르는 강이 카먼 강? 그럼 지금은 가려서 안 보이지만 저쯤에….’

       

       그렇게 레키온 사가 속 지도와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머릿속에서 동기화하던 중, 나는 문득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헐.”

       “쀼?”

       

       내가 입을 떡 벌리자 해츨링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해츨링을 보며, 조금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대륙 서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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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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