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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 ***

        

       도귀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대항사위 판에 앉아 있었다.

        

       전날의 도박이 온 사천에 소문이 퍼졌는지 오늘 영상루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사채용이 손톱을 짓씹고 장이의 얼굴은 당장 사람을 쳐 죽일 수 있을 만큼 흉흉했다.

        

       “그 놈을 오는 길에 제거할 것이다.”

        

       사채용이 도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야말로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 그 자체가 도귀의 등골을 서늘하게 울렸다.

        

       “어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오늘 네 놈을 살려둔 것은 그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개종자가 오늘 승부를 연장 하기로 했고 그 사실을 수많은 군중들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그 자식이 ‘불행한 사고’로 이 영상루에 도착하지 못하면 너의 승리로 끝나겠지. 이 사채용의 구겨진 자존심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테고.”

        

       오늘 밤이 끝나면 귀와 손목이 잘린다는 선언에 도귀는 부들부들 떨었다.

        

       제발 호천안 그 자가 숨겨진 고수이고 사채용이 준비한 살수들을 무사히 헤치고 빠져나오기를.

        

       호천안이 오지 않으면 도귀는 죽은 목숨이었다.

        

       물론 와도 호천안을 이기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지만.

        

       영상루의 입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술렁임이 환호성을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귀의 안색이 밝아지고 사채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귀는 호천안의 표정을 보고 희망을 느꼈다.

        

       그야말로 진이 다 빠진 파김치 같은 표정. 살수를 힘으로 뚫고 온 것일까? 목을 타고 땀이 흐르고 있었으며 팔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물론 호천안은 사천낭인 내부의 시선을 피해 빠져 나오고 달리느냐 힘이 다했을 뿐이었고 살수들은 여일예가 내준 후예십시의 은원패로 해결했다. 영상루의 위세가 아무리 좋아도 후예십시의 원한을 살 수는 없었으니까.

        

       호천안의 표정은 당연이 안 좋았다.

        

       기술은 한 계열의 모든 기술을 대성할 시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여일예와 상대할 시 변수창출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직감의 수련을 완료하고 도박계열 특성을 획득하려고 어제 판을 그렇게 벌였는데 상황은 모두 끝난 상황.

        

       도박은 아주 일방적이었다.

        

       호천안도 도박장에서 수 년을 굴렀다. 아니 애초에 도박장에서 구르지 않아도 게임을 통해 도박장의 생리는 다 꿰고 있었다. 호천안을 죽이기 위해 살수까지 부리는 판이다.

        

       도귀는 오늘 모든 돈을 따내지 못하면 죽는다. 죽지 않더라도 죽는 것 만큼이나 비참한 꼴을 당하겠지.

        

       호천안은 그리 확신하고 있었다.

        

       어제 도귀의 역량을 모두 파악한 상황. 도귀가 눈을 모른다면 공식이 성립한다. 도귀가 먼저 걸면 무조건 피한다. 호천안이 먼저 걸면 눈이 파악될 때만 건다. 직감이 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룻밤 사이에 황금 120냥이 넘는 돈을 따기 위해서는 무조건 풀 베팅을 달린다고 가정해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직감의 숙련도 100%]

       [[도박기술:직감]을 대성하셨습니다!]

       [모든 [도박기술]을 대성!]

       [당신의 손기술은 하늘의 저울마저 속일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특성 [행운]이 생성됩니다.]

        

       “후.”

        

       여일예의 건이 끝나버려서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지만…그래도 호천안은 짜릿한 쾌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1년간 천하를 떠돌며 살아가다가 이류 무사가 되어 명성관리를 위해 사천낭인이 되었다.

        

       사천낭인이 된 후 호천안은 온갖 방법으로 경지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했다. 게임이 현실이 되었으니 어딘가에는 빈틈이 있을 것이고 그것만 발견하면 경지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꼼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 뒤로 무려 5년. 아니 7년간 변화가 없던 상태창에 드디어 [행운](신규!)라는 새 주민이 입주했다. 5년간의 노력의 결실이니 호천안은 짜릿한 성취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씨발거! 드디어 끝났다아아아아아!!’

        

       성취감이라기보다는 해방감에 가까운 감정일지라도.

        

       호천안은 자신의 판돈을 살폈다. 금자 128냥. 얼굴이 이미 검게 변해버린 도귀의 앞에는 금자가 28냥.

        

       “거, 이번 한판에 끝내 버립시다.”

        

       “…무슨 말이지?”

        

       “내돈 다 걸고. 그쪽 돈 다 걸고 이긴 사람이 다 먹는 걸로.”

        

       호천안이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언제까지 깨작깨작 금 한두냥씩 먹어서 끝내? 남자답게 한 판 걸어보소.”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호천안의 제안은 사실 정신나간 제안이었다. 금자 28냥을 먹자고 128냥을 거는 셈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편이 합리적이라는 여론 또한 있기는 했다. 지금이라도 도귀가 판을 털고 일어나면 금자 28냥을 먹을 기회도 사라지는 셈이니까.

        

       도귀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상호간의 역량 차이는 그 누구보다도 도귀가 잘 알았다. 이대로라면 밤이 끝나기 전에 나머지 금자가 털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역전의 기회 역시 다시 오지 않을 터였다.

        

       “하겠소.”

        

       “그래. 그럼 던지기 전에 거는게 재밌겠지? 나는 짝에 건다.”

        

       둘을 둘러싼 군중들이 술렁거렸다. 도귀에게는 손목과 귀가 걸린 일이었지만 저들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볼거리가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보이겠지.

        

       호천안이 히죽 웃으며 주사위를 던졌다.

        

       오오-!!

        

       따앙!!

        

       도귀에게는 그저 주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물 속에 빠진 것처럼 들렸다. 도귀의 오감이 쫒는 것은 그저 주사위가 그리는 궤적 뿐. 항아리의 입구에서 한 번 튕겨 오른 주사위는 그대로 항아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행의 도움을 맡은 시비가 항아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영상루에서 잔뼈가 굵은 시비었지만 그런 시비의 손조차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무려 금자 156냥짜리 판이었다. 금자 하나가 오가는 판만 해도 큰 판이라고 불리우는데 금자 156냥이라니!

        

       와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차마 주사위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아 눈을 감고 있던 도귀는 스르르 눈을 떴다.

        

       주사위의 눈은 1이었다.

        

       …어째서?

        

       엄청난 대 역전극의 서사에 흥분한 사람들이 달려와 도귀의 등을 두드리며 연신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도귀는 그들의 축하 인사에 상체가 흔들리면서도 호천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호천안은 방금 손기술을 사용했다.

        

       도귀로써는 도저히 이해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기술이었지만 분명 호천안은 기술을 사용했다.

        

       어제와 오늘을 합쳐 백 판이 넘도록 한 번도 부리지 않았던 손재주.

        

       항아리의 테를 맞고 안으로 빠져든 주사위는 단 한번도 항아리 안에서 튕기지 않았다. 그저 절묘한 손재주에 의해 항아리의 곡면을 미끄러지듯이 타고 떨어졌을 뿐.

        

       호천안은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대항사위의 눈을 의도대로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도귀는 어째서인지 주사위를 튕긴 지 한참 지난 뒤에도 꼿꼿이 펴져 있는 저 검지가 어쩐지 던지기 전부터 1이 나올 것이라는 의사표명이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어째서.

        

       어째서 저 자는 최후에 기술을 부려서까지 도귀에게 승리를 주었는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자신으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손재주를 목격했다는 경외심. 불가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호천안의 행동에서 오는 공포까지.

        

       도귀는 혼란에 휩싸여 그저 호천안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흥분에 휩싸인 군중들이 도귀를 둘러싸고 연신 도귀의 이름을 외치며 천하제일의 도박사라고 외쳤다. 평생을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도귀에게는 천하제일이라는 말보다 호천안이 더 중요했다. 범인에 불과했던 도귀는 흥분한 군중을 헤치고 나갈 수 없었고 혼란한 와중 금자가 없어질 것을 염려한 무사들이 뛰쳐 나와 흥분한 군중들을 도박판에서 떼어냈다.

        

       소란이 정리되었을 때 호천안은 온데간데 없었다.

        

       장이를 붙잡고 물으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영상루를 빠져 나갔다는 이야기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운이 좋았군 도귀.”

        

       사채용은 벌레 씹은 얼굴로 도귀의 어깨를 붙잡았다.

        

       “약속은 약속. 약속대로 황금 백 냥은 주마.”

        

       호천안을 찾기 위해 뛰쳐나가려던 도귀는 황금 백 냥이라는 말에 발이 멈추고 말았다.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천하제일의 도박사라 자부하던 자신은 황금 백 냥이라는 말에 발이 멈추고 말았는데 호천안이라는 자는 스스로 황금 156냥을 버리고 떠났다.

        

       도귀는 스스로 호천안과 자신과의 그릇의 차이를 느꼈다.

        

       ‘도박판에서 살다보면…언젠가 당신을 만날 일이 있겠지. 그때 당신을 이기고 오늘날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묻겠소.’

        

       도귀는 그리 다짐했다.

       

       진정 천하제일의 도박사라고 불리우기에 충분한 기술을 보여준 호천안을 따라잡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그렇게 그를 넘어서 언젠가 도박판에서 마주할 그를 꺾고 당당히 오늘의 일을 따져 물으리라.

        

       물론

        

       호천안은 그저 명성치 관리를 했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으시다면 선댓추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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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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