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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마법사끼리 대련을 할 때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첫 공격으로는 간만 볼 것.

       

       기사들이 싸우기 전, 검을 가볍게 부딪혀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격돌한 순간 깨달았다.

       

       ‘……강하군.’

       

       로이드는 마주 서 있는 올리비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건 대련이 아니다.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불문율을 따지는 게 더 웃기는 일이다.

       

       생사가 걸린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고, 그 다음도 이기는 것이다.

       

       한 위계 높은 마법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라이트 오브. 겉보기에는 평범한 빛무리지만, 타 속성 마법과 닿는 순간 폭발하여 시각을 빼앗는 섬광류 마법.

       

       만약 올리비아가 오브를 파훼하기 위해 공격 마법을 사용했더라면, 그 순간 전투는 끝났을 것이다.

       

       시각을 빼앗긴 마법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인 전방위 공격, 혹은 수비.

       

       어느 쪽이 되었든 패배는 예정되어 있다. 전자는 마력 소모량에 비해 화력이 떨어지고, 후자는 보호막이 박살나는 순간 죽는다.

       

       다른 마법사들이 백마법사와의 싸움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격 마법에는 공격 마법으로 대응하라는 상식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사용하는 마법이 늘어나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까다로울 수가 없다.

       

       하지만.

       

       막았다.

       

       로이드는 스태프를 강하게 쥐었다.

       

       라이트 오브를 본 순간 올리비아는 빙벽으로 대응했다.

       

       공격이 아닌 수비, 심지어 빛을 반사하는 속성을 가진 빙결 마법으로.

       

       로이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역시, 마녀였구나.”

       

       백탑을 외진 북부에 세운 이유는, 대설산에 내려오는 마수들을 막기 위해서도, 생생한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서도 맞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백마법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백마법의 가장 특출난 장점은, 마법의 상식을 깨트리는 것.

       

       그 말은, ‘백마법의 상식’을 아는 상대와 싸울 때는 이점을 하나 잃고 싸워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저 마녀는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을까?

       

       배신? 그럴 리 없다.

       

       외부 활동을 허가받은 마법사들은 모두 마나의 맹세를 마친 이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비밀을 발설하지 않기로.

       

       그렇다면.

       

       “……도대체 몇 명을 죽인것이냐.”

       

       올리비아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산 것 같았다.

       

       ‘네가 직접 알려줬다. 임마.’

       

       올리비아가 혀를 찼다. 

       

       초보 시절, 로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5대 마탑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네.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야. 

       – 적탑처럼 강하지 않고, 청탑처럼 지키는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으니.

       

       좋게 말하면 공방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나쁘게 말하면 어디 하나 특출난 점이 없다는 것이다.

       

       백마법사 육성을 포기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초반에 세봤자 뭘 하겠는가? 후반 가면 다 따라잡히는데.

       

       다른 탑주들은 최소 70레벨에서 시작하는데, 로이드만 60레벨 대인 것도 같은 이유다.

       

       ‘성장도 느리지, 마법은 약하지.’

       

       괜히 백마법사 루트 타는 유저들이 변태 취급 받는 게 아니다.

       

       ‘확실히 악마랑 마족을 잘 때려잡기는 하는데, 그럼 뭐해. 적 중에 악마만 있는 것도 아닌데.’

       

       올리비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호막 너머에서 이쪽을 쳐다보는 마법사들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공포가 공존했다.

       

       혹시 마탑주님이 패배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공포.

       

       물론 모두가 그런건 아니다. 분노를 잠재우고 두려움을 이겨낸 채, 담담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마법사들도 있다.

       

       [제이나 이큘레인]

       [로 페르난디]

       [아라미스]

       

       익숙한 이름들.

       

       백색 마탑에서 캐릭터를 육성하며, 수십 번도 넘게 만났던 이들이다. 당연히 둘둘 꿰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제이나 이큘레인. 차기 부탑주.

       

       로 페르난디. 최상급 백마법사.

       

       그리고 아라미스.

       

       무려 차기 탑주씩이나 되는 인물. 심지어 제국 최연소 탑주다. 근데 이런 아라미스가 왜 조연이냐고?

       

       주연 중에 검을 다루는 인간이 검성 키엘 한 명이듯이, 주연 중에 마법을 다루는 인간도 한 명 뿐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이미 찼지.’

       

       대마법사 멜리나.

       

       시공간 마법의 대가이자, 금색 마탑의 탑주.

       

       아무리 아라미스가 내로라하는 천재라지만, 멜리나한테는 안 된다.

       

       락테아에서 ‘주연’이라는 건 그런 거다. 그런 새끼들이 15명씩이나 되는데, 마신 하나 못 잡는 게 이상한거다.

       

       상념을 마친 올리비아가 다시 아라미스쪽을 쳐다봤다.

       

       겔겔겔. 다시 봐도 끝내주는 잠재력이야.

       

       상태창을 확인한 올리비아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저 셋, 아니. 빙닭까지 포함해서 총 넷을 메인 챕터에 돌입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고, 너희들도 사는거야’

       

       목 딱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친 셋이 원인 모를 한기에 몸을 떨었다.

       

       

       

       *****

       

       

       

       “……몸이 왜 이러지?”

       “나도 몰라.  으……. 기분 이상해.”

       

       제이나 이큘레인이 닭살 돋은 팔을 쓸어내렸다. 

       

       “아니, 우리도 같이 싸우면 안되나? 도대체 탑주님은 무슨 생각이시지?”

       “그러게. 적어도 도움은 될텐데…….”

       “아니, 방해다.”

       

       누군가가 그들의 등 뒤에서 싸가지 없는 말투로 말했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백탑에서 이렇게 싸가지 없는 말투를 구사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아라미스.”

       

       제이나의 얼굴이 짜게 식었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 페르난디가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

       

       “왜 방해인데? 마녀의 사각을 공격하는 식으로 도와드리면 되는 거 아니야?”

       

       셋 중 수석 마법사는 아라미스 뿐이었지만, 같은 날에 입탑했기 때문에 반말로 대화가 가능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녀를 공격하면 마녀도 이쪽을 신경 쓸거고, 그러다보면 사상자가 나올테니까. 하지만 일대일이면 그럴 이유가 없지. 마녀도 굳이 가만히 있는 우리한테 마력을 낭비할 바엔, 탑주님을 먼저 제압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거야.”

       “와, 씨. 천잰데?”

       

       로가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네가 하려던 말이 이거 맞지? 아라미스?”

       “반만 맞았다.”

       

       제이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렇게 싫은 티를 팍팍 내면 눈치껏 사라져 줄만도 한데, 역시 공감능력이 박살난 소시오패스다웠다.

       

       “놈이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이 얼만지 아나?”

       “몇 분인데?”

       “3분 47초다. 하지만 그 중 3분을 첫번째 층에서 보냈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제이나가 반문했다.

       

       “……말하고 싶은 게 뭔데?”

       “저 마녀, 강하다.”

       “그건 나도 알…….”

       “탑주님보다도 말이다.”

       “……선 넘지 마. 아라미스.”

       “장로 다섯을 1분 만에 쓰러뜨리는 건 탑주님도 못하는 일이지.”

       “…….”

       

       제이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아라미스가 싸가지 없고, 공감능력이 작살난 소시오패스라지만,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의 추측은 보통 들어맞는다는 걸, 오랜 세월 지켜보며 깨달았다.

       

       하지만 제이나는 이렇게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걸로는 부족해. 탑주님은 마력석에서 마나를 끊임없이 공급받고 있어. 장기전으로 갈지언정, 결국 이기는 건 탑주님이야.”

       “그래도 불리하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제이나가 아라미스의 옷깃을 붙잡았다.

       

       “야, 넌 도대체 누구 편이냐?”

       “제, 제이나! 진정해.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고!”

       

       로의 만류에 제이나가 멱살을 풀었다. 잔주름을 다듬는 아라미스에게 로가 물었다.

       

       “아라미스, 탑주님이 왜 진다는 건데?”

       “진다는 게 아니라, 질 확률이 높다는 거다.”

       “그러니까 왜?”

       

       아라미스는 손가락을 들어 보호막 너머를 가리켰다.

       

       둘의 마법이 충돌할 때마다 생기는 폭발이 만든 먼지 때문에, 가시거리는 몇 미터가 고작이었다. 그저 번쩍이는 빛들로 서로의 위치를 유추할 뿐다.

       

       “저긴 왜?”

       “아까 처음에, 탑주님의 라이트 오브를 쓰셨던 것 기억하나?”

       “어, 마녀는 글레이셜 월로 막았지.”

       “그 다음엔?”

       “반사된 빛을 막으려고, 탑주님이 보호막을 펼치셨지.”

       “그래, 그거다.”

       

       아라미스가 바로 그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로서는 도통 뭔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쪽이 공격하면 저쪽이 막고, 저쪽이 공격하면 이쪽이 막았을 뿐이다.  그게 뭐가 문제라고…….

       

       탄식은 다른 방향에서 나왔다. 제이나였다.

       

       “……미친.”

       “이제야 좀 보이나?”

       “뭔데? 너희들끼리만 알고 있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줘.”

       

       제이나의 얼굴이 괴물을 본 것처럼 일그러졌다.

       

       “저 새끼, 탑주님 가지고 놀고 있었어.”

       “……뭐?”

       “간단한 수 싸움이다. 마녀가 마법을 한 번 쓸 때, 탑주님은 두 개, 어쩌면 세 개까지 써야 대응이 됐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과연 저 정도 되는 마녀가 마법을 세 개씩 못 써서 안 썼겠는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봐주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만약 저쪽도 세 개씩 쓰기 시작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

       

       “그걸 아는데도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아니, 방법을 찾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찾았어?”

       

       아라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도와줄 게 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든 화 조금씩 수정했습니다!!!!!!

    어제 하루는 소설을 통채로 다듬느라 못 올렸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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