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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이수아의 목소리를 듣자 정신이 퍼특 들었다.

        상황이 상황이기도 했고, 워낙 채수현에 대해 열받아 있던 상태이기도 했다.

       

        ‘하… 너무 내가 몰입을 해버렸나.’

       

        잘게 부서져있는 메두사의 돌덩어리 조각들을 보면서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아무래도 미친 듯이 도륙을 내고 있던 내가 이상하게 보였겠지.

       

        “네넵.”

       

        채수현에게 열받아 있던 감정은 잠시 접고 온순한 양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 길드에서는 내가 초짜니까.

        게다가 E급 헌터에 불과하다.

        상대방은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이수아 헌터.

       

        “괜찮으신 거죠…? 몸은 어떠세요?”

       

        상당히 자신의 팀을 아끼는 것 같은 모습이 들었다.

       

        ‘하.’

       

        이수아 헌터의 모습을 보자 채수현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 오빠. 나 먼저. 내가 먼저 잘 되어야 좋은 거라니까?’

        ‘아휴. 이래서 남자는 다 커도 애라니까. 도대체 왜 자꾸 공평하게 나누려고 해. 일단 몰아주기를 해야 빨리 크지.’

        ‘오빠. 내가 잘 되는 길이 우리 모두가 잘 되는 길이야.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를 했잖아. 나한테 몰아주기를 해야 잘 되지?’

        ‘아니. 내가 오빠한테 줄 수가 없는 걸 어떻게 해. 오빠만 나한테 줄 수 있잖아. 그러면 당연히 나한테 해야되는 거 아냐?’

        ‘레이디 퍼스트 라는 말 몰라? 왜 그렇게 멍청한 소리를 자꾸 해대.’

       

        분명했다.

        채수현은 자기가 우선이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에 비해서 이수아는 완전히 정 반대였다.

       

        자신도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쪽에 신경을 써주는 것이었다.

       

        “혹시 다친 곳은 없으시죠? 저희 팀이 오늘 좀 못난 모습을 보이게 되었네요.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녀는 꽤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이 드는 상황인 것처럼 보였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근데 그 스킬은 원래 가지고 계셨던 거예요?”

       

        이윽고 스킬에 대한 질문이 날아왔다.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E급 헌터 따위가 혼자서 뛰쳐나가서 날뛰었으니 S급 헌터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 넵.”

       

        일단은 얼버무렸다.

        첫 날인데 괜히 쓸데없이 눈에 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뭐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경험상 내 특성을 말하면 다들 비웃거나 못 믿는 반응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저 포인트를 얻게된 경위를 얘기하자면 내 스토리는 꽤나 복잡하다.

        일단… 채수현에게 차인 것부터 말해야 하니까.

       

        만난지 24시간도 안되는 아리따운 여성에게 그런 얘기를 꺼내는 건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왜 그 스킬을 찍으신 거예요?”

       

        상당히 궁금하다는 말투였다.

        아무래도 수상쩍다는 느낌 보다는 이해가 안된다는 느낌에 훨씬 가까웠다.

       

        E급 헌터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잘 찍지 않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 나라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법했다.

       

        “하하.. 어쩌다 보니 찍었네요…”

        “참 다행이에요.”

       

        그리고 그녀는 한숨을 내 쉬었다.

        내가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눈치를 읽었는지 더 묻는 것은 멈추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까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무조건 저희 전멸 직전이었거든요. 정부 쪽 팀은 오려면 10분은 넘게 남았다고 해서…”

       

        방금 전의 끔찍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살짝 몸서리 치는 모습이었다.

       

        “예. 운이 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위험하게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나는 블루 길드의 운영 방식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었다.

        던전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큰 규모의 길드가?

        심지어 어제까지만 해도 이수아 헌터는 S급 헌터 1위였던 사람이다.

       

        “아니요. 이상하네요. 원래 이 던전엔 메두사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아예 던전 속성 자체가 그 쪽이 아닌데…”

       

        살짝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

       

        ‘흠. 뭘까. 설마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아무래도 내가 투입된 것이 유일한 변화점이었으니까 의심을 해볼만은 했다.

       

        ‘뭐 어쨋든 다 끝났으니까 상관은 없지.’

       

        “헉헉. 휴… 이수아 헌터님… 일단 정리는 다 끝냈습니다. 저희 오늘은 일단 정리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던전 클리어 자체는 좀 더 남았지만, 다들 너무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좋아요. 일단 오늘은 해산하도록 하죠. 흠…”

       

        이수아 헌터는 그리고는 나를 슬쩍 바라보는 것이었다.

       

        “오늘 환영 회식을 했으면 좋겠는데요. 다들 정신적인 충격도 회복하고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 백지훈 헌터님이 우리 모두를 살리기도 했고요.”

        “앗. 넵. 알겠습니다.”

       

        ***

       

        “와. 형.”

       

        마무리 정리를 하기 위해 길드 사무실로 돌아왔다.

        형석이는 내가 다른 것을 할 틈도 없이 내게 쪼르르 달려오는 것이었다.

       

        “오늘 완전 대박이셨네요. 와….”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었다.

        잔뜩 들떠있는 모습으로.

       

        “저 대충 얘기 들었거든요? 완전 몰락할 뻔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는 상당히 흥분이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가 그리 가슴이 두근거리는 지 생글생글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뭐 다행이지…”

        “아니. 그 스킬은 도대체 어떻게 가지고 계신 거예요? 그거 개 쓰레기 스킬이라고 웬만해서는 안찍거든요.”

       

        형석이는 헌터 빠돌이다.

        거의 헌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로.

       

        물론 헌터가 아닌 것이 함정.

        자기는 꼭 헌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하늘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헌터에 대한 모든 정보를 빡세게 공부해서는 국내 최고 길드라고 할 수 있는 블루 길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그런 스킬을 도대체 왜… 근데 다행이에요. 그거 가지고 있던 바람에 손쉽게 넘어갔잖아요. 그 메두사란 놈, 그 스킬만 있으면 별 것도 아닌데 없으면 아주 큰일이거든요.”

       

        마치 자기도 그 자리에 있었던 양 흥분해서는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이수아 팀. 형도 아시다시피 우리 길드에서 A팀이거든요.”

       

        A팀이란 해당 길드를 대표하는, 가장 잘 나가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오늘 하마터면 A팀이 한 순간에 날아갈 뻔했네요. 아마 그랬으면 국내 뉴스는 물론이거니와 해외 뉴스도 1면을 도배했겠죠?”

       

        아주 끔찍하다는 듯한 표정.

       

        ‘휴. 그건 참 다행이군. 만약에 그랬으면 채수현은 더 기세등등해졌을테니 말이야.’

       

        분명했다.

        언제나 뒤에서 이를 아득바득 갈아댔으니까.

       

        ‘하. 아니 오빠. 저렇게 생긴 애가 예뻐? 쟤가 더 예뻐?’

        ‘왜. 저런 애들이 잘 나가는 지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꼭 1위로 올라선 다음에 묵사발을 내주도록 하겠어.’

       

        그녀는 질투의 화신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상한 것이지만, 그때는 저런 모습도 예뻐 보였으니까.

       

        “어휴. 형. 들어오시자마자 한 건 하셨네요. 우리 길드 아주 난리에요. 메두사 연락 받고는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거든요. 무조건 100% 몰살 각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다들 멀쩡하대서 벙쪘죠.”

       

        나를 졸졸 쫓아오며 계속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지 폴짝 폴짝 대며 따라왔다.

       

        “캬.. 이러다가 형, 이수아 헌터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

       

        괜히 내 어깨를 건드렸다.

       

        “응?”

        “이수아 헌터. 좀처럼 남에게 마음을 열지 않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기대지도 않고요. 근데 오늘 처음으로 형한테 어마어마한 신세를 졌네요.”

       

        뭐가 그리 즐거운 지 킥킥대는 것이었다.

       

        “그거랑 뭔 상관이야.”

        “에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죠. 적어도 이수아 헌터한테는 크게 눈도장 찍은 것 같은데. 하 역시 제가 추천을 잘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결혼하시게 되면 제가 사회 볼 게요!”

       

        갑자기 혼자서 김치국을 한 냄비채로 들이마시는 것이었다.

       

        ‘이 자식은 오늘 얼마나 위험했는지 모르나보네. 갑자기 쓸데없는 얘기나 꺼내고 말이야.’

       

        나는 오늘 하루 채수현때문에 아주 싱숭생숭 했기 때문에 이 녀석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기분 탓에 아무 얘기나 떠들어 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맞다. 근데 형 그거 아세요?”

       

        흥분한 채로 나를 쫓아다니던 형석이는 갑자기 표정이 바뀌며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응? 뭘?”

        “아휴. 형이 던전에 들어가있는 동안 채수현 헌터가…”

        “응? 뭐? 그 년이 여기에라도 찾아왔어?”

        “아뇨. 찾아온 건 아니고…”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 헌터 블랙리스트에 형 이름을 올렸지 뭐에요?”

        “뭐?”

       

        나는 또 좆같은 소식 때문에 자동으로 표정이 찌푸려질 수 없었다.

       

        헌터 블랙리스트.

        던전에서 사고를 치거나 악의적인 행위로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 헌터들을 집어넣는 곳이다.

       

        ‘하. 어이가 없네? 미친 거 아냐?’

       

        완전히 벙찐 표정이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똑같을 것이다.

       

        “혹시 무슨 레벨로 올렸는데?”

        “쓰읍… 블랙이요.”

       

        블랙.

        가장 위험한 인물로 등재되는 것이다.

        그 아래에 레드 등급이나 블루 등급을 건너 뛰고는 바로 블랙에 등재.

       

        ‘아니. 미친 년인가?’

       

        나를 찬 것도 모자라서 블랙리스트에 등재?

        게다가 무려 블랙이다.

        블랙이면 모든 길드에서 기피를 하게 된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제가 형 가입을 빠르게 처리 해놨거든요.”

       

        미처 채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형석이가 먼저 컷을 해버렸다는 소리다.

       

        “우리 길드 인사팀에서도 뭐라고 말이 나오기는 했는데, 다행히도 형이 오늘 던전에서 한 건 하셨잖아요.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 길드 원래 일만 잘하면 블랙이고, 레드고 신경 별로 안쓰거든요.”

       

        별 걱정할 것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지금 길드 가입이 문제가 아니라 이 시발년이 나를 묻어버리려고 수작질을 한다는 걸 생각해야지.’

       

        형석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표정관리가 잘 되지는 않았다.

        아주 오랜 기간 차곡차곡 준비해온 것을 한번에 쏟아넣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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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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